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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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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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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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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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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그냥 뚝배기 (수정)

DUMMY

29화



“호성 씨.”


유사드의 저택에 가기 전.


라자미는 호성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하나 고백할 게 있습니다.”

“뭐, 고백?”


호성의 미간에 힘이 들어간다.


“···너, 설마 그거냐?”

“···예?”

“취향에 있어 다양성을 추구하는··· 뭐, 그런 거야?”


호성의 표정이 근엄해진다.


“후, 라자미. 나는 남이 무얼 좋아하든 알 바 아닌 사람이다. 막말로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좋아할 수도 있는 게 인간이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로서, 그것도 매우 강력하게 여자를 좋아하는.”

“호성 씨.”


라자미가 굵은 목소리로 호성의 말을 끊는다.


“음?”

“지금 설마··· 저를 동성애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뭐, 그럴 수도 있지. 상관없어, 나만 아니면 돼.”

“···호성 씨, 여기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성스러운 이슬람교의 나라예요. 그런데 동성애를 했다가는 말 그대로 돌멩이를 맞아 죽기 딱 좋습니다.”

“이런.”

“···그리고 저는 당연히 그런 쪽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하고서 라자미가 심호흡을 한번 하고 말을 잇는다.


항상 느끼지만 호성과 대화를 하는 건 쉽지 않다.


“그 공항에서 호성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있지 않습니까?”

“아, 왕자랑 같이 만났을 때?”

“네. 그때 실은··· 제가 호성 씨의 말을 상당 부분 다르게 통역했습니다.”

“···뭐라고?!”


라자미는 설명했다.


호성이 워낙 편하게 말해, 부득이하게 통역을 다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거듭 말씀 드리지만, 우리나라는 좀, 아니 많이 다릅니다. 물론 이번에 왕자님을 만나면 제가 그때처럼 각별히 통역에 힘쓰겠지만, 애초 호성 씨께서 유의를 해 주시면 한결 수월할 것 같습니다···”

“흠.”


일단 호성은, 말을 하는 데 있어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강약약강, 즉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한 사람들을 아주 증오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자라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했다. 특히 자기보다 좀 더 상급자 위치의 사람을 대할 때는, 그 점을 더 의식하고 좀 더 오버해서 말을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단적으로 과거 서울 조광의 구단주인 조수광 회장을 만났을 때도 그렇다. 수광은 호성에게 아버지뻘이었고 결정적으로 대한민국 재계 서열 3위의 재력가다.


하지만 호성은 그런 수광에게 주눅 들지 않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 상대가 한국 재벌에서 사우디 왕자가 되었을 뿐.


더군다나 호성이 보기에 유사드는 나이가 비슷하거나 자신보다 어려 보여서, 어쨌든 더 편하게 생각되는 것도 있었다.


“···아시겠습니까?”


라자미가 거의 애원하는 투로 말한다.


“이번에도, 곤란한 거냐?”

“···예?”

“내가 유사드 놈의 초대를 거절하면 네가 힘들어진다며. 이번에도 그런 거냐고.”

“그, 그렇죠! 통역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기에, 단순히 무척 난감해지는 것을 넘어 잘못하다가는 왕자님의 노여움을 살 수 있습니다!”


라자미는 급하게 말한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 제가 중간에서 일부러 통역을 제 멋대로 해 호성 씨를 덮어 줬다는 사실이 발각된다면···!”


라자미는 순간 눈을 질끈 감는다.


어릴 적 보고 자란 나라에서 벌어지는 참혹하고 두려운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을 한다.


라자미가 순간 눈을 뜨고 말한다.


“그럴 땐 정말!”

“알았다.”


호성이 말한다.


“···!”

“알았어. 새끼. 처음부터 그냥 그렇게 말하지. 라자미 너를 위해, 말을 좀 신경 써 달라고.”

“···”


라자미는 의외로 호성이 충고를 시원하게 받아들여 조금 놀랍다.


“하여튼 얼른 가자. 밥 너무 굶어서 배고프네. 아, 진짜, 초희 간식 훔쳐 먹을 뻔했다.”


그러고서 먼저 집 밖으로 나가는 호성을 라자미는 가만히 바라본다.


라자미는 아직 몰랐다. 호성이, 생각과 달리, 아니 생각 이상으로 주위 사람을 챙긴다는 사실을.


***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 압지리만 유사드의 대저택.


유사드는 오늘 손님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했다.


물론 수백 명에 달하는 하인들이 평소 알아서 철두철미하게 저택을 관리하고 힘쓰지만.


오늘은 특별히 유사드가 신경을 썼다.


그렇게 해서 왕자는 동아시아의 한 선수를 기다렸고.


마침내 경비가 삼엄한, 커다란 철제 문이 열리고 그가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차량 중 한 대가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호성이었다. 정호성이 드디어 도착했다.


유사드는 팔을 한껏 벌리며 호성을 맞이했다.


“하하하, 잘 오셨습니다, 호성 씨.”


그러자 호성이 말한다.


“흐흐흐, 반갑네!”


호성은 여전히 반말을 한다. 하지만, 반말 정도는 통역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라자미가 호성의 말을 그저 공손한 말투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건 결국 표현이었다.


호성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죽이네. 아주 그냥, 죽이는 데서 살고 있구만? 하여간 초대해 줘서 고맙다!”


물론 유사드는 호성의 한국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자 유사드도 일전에 공항에서 한 번 봐 안면이 있는, 통역사 라자미가 호성의 뒤편에서 나와 빠르게 말한다.


“왕자님께서 직접 이렇게 집으로 초대를 해 주시니 무척 감사하다고 합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데?”


유사드는 즉각 묻는다.


“아아, 이곳 저택과 정원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합니다!”


호성의 말과 사뭇 달랐지만, 결국 같은 내용이었다.


“···그래?”


하며 유사드가 입을 활짝 벌리고 말한다.


“하하하! 그 정도는 별거 아니지! 햇살이 뜨겁군! 얼른 안으로 들어오라 하게, 만찬이 준비되어 있네!”


그러고서 유사드는 뒤로 돌아 안으로 들어갔다.


라자미는 호성에게 말했다.


“잘 왔다고 하네요. 얼른 들어가자고.”

“으흠.”

“음식은 안에 있다고 합니다.”

“오, 그래?!”


호성의 두 눈이 빛난다.


***


커다랗고 긴 테이블 끝에 유사드가 앉아 있고 그 옆에 호성과 라자미가 나란히 앉는다.


호성의 눈이 커져 있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이, 무척이나 고급스럽고 진귀하고 화려하게 생겼지만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는 음식들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유사드는 웃는다.


“호성 씨가 오신다고 하기에, 동아시아의 음식을 대접할까 했지만, 이 기회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라비아 지방의 음식을 제대로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호성이 이미 접한 음식도 있었다.


캅사였다. 볶은 쌀밥에 각종 고기가 올라가 있는 음식인데 꽤 먹을 만했고, 사우디에서 무척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호성은 아는 음식을 보니 구미가 당겼다. 심지어 유사드가 식사를 대접할 것이라고 했기에 공복 상태로 와 얼른 캅사를 먹고 싶었다.


“···”


그런데 식탁 위를 본다.


없다, 그게 없다. 그러니까 포크와 나이프 등 식기가.


라자미도 얼른 그 점을 포착하고 호성에게 한국어로 작게 말한다.


“···식기를 달라 할까요? 얘기하면 줄 겁니다.”

“아니, 됐다.”


하고서 호성은 오른손을 쭉 뻗어 캅사를 한 움큼 그것도 가득 손에 쥐었다.


“···!”


뜨거웠다. 볶음밥은 무척 뜨거웠다.


하지만 호성은 눈썹 한번 움찔하지 않고 밥을 쥔 다음, 후후 불지도 않고 곧장 입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몇 번 씹고 삼켰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


이 모습을 라자미는 물론 유사드도 가만히 지켜봤다.


호성은 원래 사우디에서 손으로 음식을 먹지 않았다.


어쩌다 식기가 비치되지 않은 레스토랑에 가면 사장에게 말해 식기로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유사드에게 괜스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


유사드는 여전히 호성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그의 다음 행동이 궁금하다는 듯.


“하하!”


드디어 호성이 입을 연다.


“맛있군, 아주 맛있어!”

“오오.”


탄성을 내뱉는 유사드.


“휴.”


라자미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캅사! 내가 먹은 캅사 중 캡숑 제일 맛있다고 전해라, 라자미!”

“···캐, 캡숑이요?”


캡숑은 꽤 오래 전에 쓰인 한국어다.


“그래! 캡숑 몰라? 캅사 캡숑, 하여튼 X나 맛있다, 이 뜻이야.”

“···알겠습니다.”


하고서 라자미는 곧장 아랍어로 통역한다.


그러자 유사드가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 다행이군요. 보아하니, 이제 우리나라에 완벽히 적응해서, 손으로도 음식을 잘 먹는군요, 호성 씨.”


하고서 유사드 또한 오른손으로 직접 음식을 집어 먹는다.


손으로 먹는 건 같지만, 호성이 먹을 때와는 다른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외국인들은.”


유사드가 말한다.


“이 손으로 먹는 걸 불결하다고 하는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손이 무척 청결하기에,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아시다시피 문화는 차이가 있는 것이고, 결정적으로 이럼으로써 음식의 맛과 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어떻습니까, 호성 씨. 더 맛있죠?”


라자미는 곧장 한국어로 통역했다.


“흠, 솔직히 더 맛있는 건 모르겠고, 음식은 괜찮긴 하네. 근데 하, 뭔가 기름 동네 음식만 먹으니 속이 좀 느끼한 것 같고. 한국 음식 없나? 된장찌개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것도 향긋하니, 냉이 된장찌개.”

“···”

“크크큭. 물론 그런 게 있을 리가 없겠지. 하여간 라자미. 뭐, 따로 먹을 거 없냐고 물어봐라. 마실 거라도.”

“아.”


하고서 라자미가 아랍어로 뭐라 뭐라 말하자, 유사드가 곧장 하인을 불러 무슨 말을 했다.


“···오오.”


그러자 놀랍게도, 그게 나왔다.


술이었다. 밖에서는 그렇게나 구하기 힘든 술이, 이곳에서는 와인과 양주 등 종류 별로 잔뜩 나왔다.


“아니!”


호성은 말한다.


“언제는 문화니 종교니 해서 술이 금지라며? 그런데 이렇게 벌건 대낮에 술이, 그것도 종류 별로 왕창 나오나?”

“···호성 씨,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관습과 규정입니다. 한국도 그렇지 않습니까? 힘이 있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꽤 자유롭죠.”

“하여간 있는 사람들이 더하는 건 어디나 똑같군!”


하면서도 호성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술을 따라 주는 하인의 잔을 받아 곧장 원샷을 때렸다.


“크아.”


절로 소리가 나왔다.


대낮, 시원한 대저택에서 사우디 왕자와 마시는 술.


호성은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하하하, 좋아!”

“하하.”


그 모습에 유사드도 웃는다.


“호성 씨는 술을 좋아하는 보군요.”


라자미가 즉각 한국어로 통역했다.


“좋아하는 것 뿐이겠나?”


그러자 호성은 말한다.


“없으면 못 산다고 해. 그렇지만 뭐, 이 나라의 문화는 이해한다고 전해라!”


호성의 말에 라자미가 눈을 반짝였다.


“무척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금주 정책은 십분 이해하며, 한국은 무분별한 음주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호성이 말한 바와 기본 내용은 같았다. 나아가 라자미는 호성의 말에 그럴듯한 말을 덧붙이는 데, 무척 일가견이 있었다.


“오호.”


유사드의 두 눈이 반짝인다.


“문화의 상대성을 이해하고, 자국의 실태를 비판할 줄도 안다니. 보기보다 지혜로운 사람이군.”

“으하학!”


이러나저러나 호성은 신나서 술을 마시고, 오른손으로 다시 카밥을 한 움큼 쥐어 먹는다.


“맛있군, 맛있어!”

“···”


라자미는 잠자코 그를 본다.


*


나는 밥을 다 먹고, 병 맥주를 손에 들고서 유사드를 따라 집 뒤편 넓은 공간으로 나갔다.


아니, 공간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이 대저택의 전면이 넓은 유원지라면.


후면은 경주장이었다. 말 그대로 드넓은 원형의, 자동차 트랙이 깔려 있었다.


“···”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으리으리함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는 것처럼 짐짓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호성 씨가.”


유사드는 말한다.


“자동차를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호르쉐를 즐겨 탄다고요.”


라자미의 통역에 난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저 또한 자동차를 좋아합니다.”


찐 왕자 놈이 말을 잇는다.


“아니, 뭐, 남자들이 다 그렇죠. 자동차 싫어하는 남자 어디 있겠습니까? 그건 비현실적이죠. 마치 백을 싫어하는 여자 같달까요? 호성 씨, 저는 아내가 네 명입니다. 호성 씨가 보기엔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우리 형제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죠. 하여간, 그 네 명의 아내 모두 그 놈의 백을 끔찍이나 사랑한답니다. 언젠가 헤르메스에서 백을 하나 특별 주문 제작해서, 한 사람에게만 선물했더니 나머지 아내들 사이에서 암투가 아주 장난이 아니었죠.”


나는 라자미를 통해 유사드 놈의 마누라 스토리를 듣고 있다.


“거짓말 하지 않고, 살인 사건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귀찮아질 뻔했죠. 어쨌거나 그만큼은 아니지만, 저 또한 자동차를 좋아합니다.”


하고 유사드가 몸을 돌려, 언제 손에 들고 있었는지 작은 리모컨 버튼을 하나 누르자 경주장 한편에 있는 커다란 건물의 문이 스르르 열렸다.


“···!”


그것은 차고지였다. 그러니까 온갖 차량이, 나의 애마인 호르쉐부터 해서 VMW, 벤츄, 람보르기리, 헤라리는 물론 내가 모르는 브랜드의 슈퍼카까지 아주 그냥 요란뻑적한 차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그것들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유사드는 가볍게 웃으며 여러 차를 향해 걷다가는, 헤드라이트 부분만 하얗고 나머지는 검은, 잘 빠진, 말 그대로 죽이는 차량 한 대에 직접 탑승했다.


호르쉐였다. 분명히 호르쉐의 로고를 달고 있는데, 나로서는 처음 보는 모델이었다.


부르릉-!


아아, 엔진 소리부터 다르다. 그것은 마치, 내 이름을 부르짖는 선상의 아리아 같았다.


아, 근데 나는 아리아가 뭔지 모른다. 언젠가 들었는데, 그럴듯한 말 같아서 기억하고 있을 뿐.


어쨌거나 유사드 놈이, 두 눈에 흰 점이 있는 죽이는 흑마를 타고 내 앞에 오고서는.


차에서 내리고, 놀랍게도 내게 무언가를 건넨다.


“···!”


채찍이었다. 그러니까 이 흑마를 맘껏 부릴 수 있는 차 키였다.


“가져 가십시오.”


유사드는 말한다.


“호르쉐 7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에 77대만 한정 제작된 호르쉐 934입니다.”


나는 녀석이 건네는 열쇠를 천천히 건네 받았다.


“호성 씨가, 이 차를 끌어 주십시오.”

“크하학!”


X발, 절로 웃음이 나온다.


“역시 찐 왕자! 난 당신이 처음부터 괜찮은 양반인 줄 알고 있었다. 하하하!”


*


시간이 조금 흘러, 나는 내 저택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물론 티브이를 본다고 해서, 내가 알아듣는 건 별로 없다. 아랍어 아니면 영어 방송이거든.


그럼에도 나는 한 영어 방송을 보고 있었다.


초희 때문이다. 초희의 외국어 학습을 위해, 이렇게 가끔 티브이를 틀어 놓는다.


“음?”


그런데 익숙한 놈 한 명이 등장한다.


휘날두였다. 내가 자빠트린 휘날두가, 한 스포츠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휘날두 씨, 저번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지 못한데, 이에 관해서 본격적으로 이제 은퇴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하하!”


휘날두가 크게 웃는다.


“헛소리들 하지 말라고 해요. 나의 은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결정합니다. 그리고 득점 랭킹은, 곧 내가 다시 1위를 차지할 겁니다.”

“현재 득점 1위인 뇨이마르 선수와 포인트 차가 꽤 있는 거로 아는데요? 그리고 휘날두 씨, 저번에 그런 뇨이마르가 있는 알 부랄에게 완패했지 않습니까? 특히나 한국에서 온 정호성 씨에게 당신이-”

“조용히.”


휘날두가 눈에 힘을 주고 기자의 말을 끊는다.


“조용히 해요, 그런 듣보잡은 내가 가볍게 밟을 거니까.”

“···!”


순간 초희의 눈빛이 일렁인다.


“이봐요, 기자 님. 아시지 않습니까? 내 생에 라이벌은 딱 한 명밖에 없습니다. 바로 나를 피해 미국으로 도망간 메신 놈이죠. 그런데 어디서 동아시아에서 온 듣보잡을 저한테 갖다 붙여요? 다시는 내 앞에서 정호성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쇼. 며칠 뒤에 있을 경기 때 완전히 지워 버릴 테니.”


그런 식으로 인터뷰는 다소 험악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물론 나는 휘날두의 영어 인터뷰를 상당 부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놈이 나를 언급했다는 것, 그것도 좀 안 좋게 말했다는 것.


그 정도만 대충 알 수 있었지만, 이내 나는 그 모두를 자세히 알게 됐다.


“삼촌!”


초희 때문이었다.


“삼촌 저 아저씨 누구야?!”

“있어, 그 왕년에 공 좀 찼는데, 아직도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놈.”

“저 아저씨 나빠!”

“응?”

“저 아저씨 나빠! 삼촌한테 나쁜 말 많이 했어! 삼촌 욕했어, 흉봤어!”

“으흠.”

“혼내 줘, 삼촌! 저 아저씨 싫어!”

“당연하지.”


하고서 나는 티브이를 보고 있는 초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라, 초희야. 삼촌은 저런 놈 가만히 두지 않아요.”

“···!”


초희의 두 눈이 불꽃처럼 이글거린다.


솔직히, 초희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걸 처음 봐서 의외이긴 하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녀석, 나를 이렇게나 생각하는 건가.


하여간 휘날두 이 새끼, 뭐 언론에서 날 물어뜯고 이런 건 내 알 바 아니지만.


감히 내 조카를 화나게 해?


안 되겠다. 적당히 이긴 뒤 실실 한 번 웃어 주고 끝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거 아싸리 그냥 뚝배기 깨버려야겠다.


기다려라, 휘날두.


작가의말

24.07.04


전반적인 내용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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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뚝배기 (수정) +4 24.07.01 2,454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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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돈 워리 +2 24.06.28 2,956 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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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수정) +2 24.06.24 3,471 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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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단한 무기 +4 24.06.22 3,673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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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주 환상적인 +5 24.06.20 3,795 59 12쪽
17 심 봉사 수발들 듯 +2 24.06.19 3,869 66 12쪽
16 무슨 개떡 같은 +6 24.06.18 4,015 62 16쪽
15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3 24.06.17 4,078 65 14쪽
14 서울의 왕자 +5 24.06.16 4,133 61 13쪽
13 다 필요 없고 +5 24.06.15 4,160 64 12쪽
12 봄날의 벚꽃처럼 +3 24.06.14 4,380 65 16쪽
11 혓바닥이 길다 +2 24.06.13 4,493 67 14쪽
10 배수의 진 +2 24.06.12 4,556 71 14쪽
9 달려라, 호구 +3 24.06.11 4,648 74 14쪽
8 나는 삼촌이다 +3 24.06.10 4,822 7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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