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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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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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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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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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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혓바닥이 길다

DUMMY

11화



“안녕하십니까, 슈퍼 리그 8라운드 서울 조광 대 서울 해승의 중계를 맡은 캐스터 송치훈!”

“해설 위원 박문수입니다.”

“아, 박문수 해설 위원님, 올해 첫 서울 더비 매치군요!”

“그렇습니다. 서울 조광의 홈 구장이 푸르고 붉은 서포터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두 중계진은 경기장을 둘러봤다.


경기장의 약 3분의2는 홈 팀인 서울 조광의 푸른 서포터즈들이었고, 3분의1은 서울 해승의 붉은 서포터즈들이었다.


“아아, 올해 서울 조광의 기세가 장난이 아닌데요!”


치훈은 말한다.


“박문수 해설위원님, 작년 기억하십니까? 서울 조광의 홈 구장이 이렇게 가득 찬 적이 없었어요···!”

“맞습니다. 만년 하위권에 시즌 후반 강등까지 점쳐지면서, 홈 팬들이 구장을 잘 찾지 않았죠.”

“그런데 보십시오, 지금 발 디딜 틈이 하나 없어요!”


그의 말과 함께 카메라가 푸른 서포터즈들을 가까이 비치는데.


그들은 모두 기뻐하는 기색으로 함성을 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들 대다수가 핸드폰 또는 플래카드를 통해 누군가의 이름을 들고 응원하는데.


정호성이었다. 홈 서포터즈들 대다수가 정호성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송치훈이 말한다.


“이게 다 정호성 선수 덕분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지난 시즌 승격 강등 매치 때 혜성처럼 실력을 보이더니, 올 시즌 정말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거든요.”

“신기해요. 박문수 해설 위원님. 이런 경우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한 선수가 약 10년 잠잠하다가는, 서른 살이 되어서, 그러니까 은퇴가 거론되는 시기에 본 실력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나요?”

“으음.”


치훈의 말에 문수는 진심으로 깊이 생각해 본다.


그러고는 고개를 가로젓고 말한다.


“없는 것 같군요.”

“역시, 그렇죠···! 저도 정말 이런 경우는 처음 보거든요!”


이러나저러나 경기는 시작됐다.


서울 조광의 소유로 킥오프 하고, 공격수들은 곧장 뒤편의 정호성에게 패스한다.


이제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서울 조광은 거의 무조건, 정호성에게 패스를 주고 공격을 시작했다.


“정호성 선수 공 잡았습니다!”


호성이 공을 가지는 것만으로 서포터즈들이 소란스러워진다.


이제 그는, 명백히 스타였다. 홈 팬들에게는 최고의 스타, 다른 축구 팬들에게도 역시 스타였다.


구단주 조수광이 이번 시즌을 철저하게 준비하면서 정호성과 재계약을 추진한 것 말고도, 국가대표 출신 등 팀의 주축이 될 만한 선수들을 새롭게 영입했는데.


그 모든 선수를 가볍게 뛰어넘고 독보적으로 활약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정호성이었다.


“아아, 전방 압박!”


중앙에서 호성이 공을 가지자마자 서울 해승의 선수가 두세 명이 달려와 그를 압박한다.


“서울 해승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온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서울 해승은 현재 3위. 서울 조광은 2위. 선두 경쟁을 위해, 해승은 조광을 반드시 넘어서야 하거든요.”

“본 시즌이 개막하기 전, 사실 두 팀이 평가전을 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때 서울 해승이 여지 없이 패배했어요. 정호성 선수를 막지 못해서요.”

“그래서 그런지 시작부터 호성 선수를 엄청 압박하네요!”


중계진의 말은 사실이었다.


서울 해승은 4-5-1 포메이션으로 미드필더진을 두텁게 하고 경기에 임했다.


모두 정호성을 막기 위함이었다.


호성이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상대 선수가 최소 1명은 호성을 계속 따라다녔다.


그러다 호성이 공을 가지면, 주위에 있던 선수까지 가세해 순간 두세 명이 호성을 막는 전략을 취했다.


호성을 어떻게든 묶어 두려는 의도였다.


“···어떻게 할까요?!”


전방에 두 명, 측면에 한 명 총 세 명의 선수에게 둘러싸인 정호성.


지난 시즌이었다면 호성은 일찌감치 후방 수비수에게 공을 돌렸을 상황이다.


호성은 드리블은 물론 속도도 리그 평균 이하의 실력인데다, 몸싸움을 싫어하는 성미에 절대 무리해서 돌파를 하지 않았다.


물론 그만큼 공을 뺏기지 않았지만, 그럼으로써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거나 공격의 물꼬를 트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토독, 탁.


호성이 공을 키핑한다.


그러자 상대 선수들이 점점 공간을 좁혀 오면서, 그 중 한 명이 공을 뺏기 위해 호성에게 빠르게 다가간다.


“···!”


하지만 호성이 유연하고 부드럽게 몸을 돌리더니, 좁지만 비어 있는 공간으로 정교하게 볼을 컨트롤하며 압박에서 벗어난다.


전방에 있던 다른 한 선수가 호성을 막기 위해 발을 뻗지만, 호성은 해당 선수의 가랑이 사이로, 이번엔 공을 툭 하고 크게 차고 빠르게 달린다.


“와아아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섬세하고 힘차게, 두 명의 선수를 제치고 노 마크가 되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정호성.


서울 조광 선수들이 이제는 그런 호성의 플레이에, 익숙한 모습으로 각자 자신의 위치를 찾으며 여러 방향에서 골문을 향해 쇄도한다.


이제부터는 쉽다.


호성이 상대 진영에 가까이 가며 패스를 뿌리면 된다.


우왕좌왕하는 서울 해승 선수들.


무리하게 앞으로 나와 호성을 막아야 할지, 아니면 자리를 지켜 침투를 시도하는 다른 선수들을 막아야 할지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호성은 씨익 웃고 전방을 향해 달려 급기야 아크 서클 앞까지 위치한다.


“···!”


서울 해승 선수들은 뒤늦게, 호성이 중거리 슛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조금씩 나온다.


호성은 이번 시즌 중원을 장악하며 리그를 압도하고 있지만, 딱히 중거리슛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 사실을 이제는 상대 선수들도 잘 알고 있기에, 호성이 돌파에 성공하고 패널티 박스 가까이 노 마크로 왔는데도 딱히 압박을 하고 있지 않았다.


패스를 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호성은 계속 공을 갖고 있었고, 그제야 상대 선수들이 위협을 느껴 조금씩 앞으로 나오는 찰나.


“···!”


놀랍게도 호성이 후방, 정확히 하면 오른쪽 대각선 후방을 향해 공을 아주 천천히 돌렸다.


즉 백패스였다.


“가라, 우지혁!”


그러자 중앙 수비수 우지혁이, 키 186cm의 거구가 엄청난 기세로 전방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데.


뻥-!


이내 호성의 패스에 맞춰 정확히 논스톱으로 강슛을 날렸다.


“···오오오!”


놀라는 관중들.


앉아 있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난다.


“아아아, 엄청나네요!”


캐스터 송치훈이 소리친다.


“···!”


해설위원 박문수는 말은 하지 못하고 눈을 크게 뜬다.


생각지 못한 방향에서 우지혁이 슛을 해, 공은 그대로 골문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지만 골키퍼가 골대를 지키고 있다.


우지혁은 감아차기 등 따로 슈팅 기술은 없었으나, 중앙 수비수답게 힘 하나는 좋았고.


지금 호성의 기습 백 패스를 받아 있는 힘껏 강 슈팅을 날렸다.


“···!”


갑작스러운 강슛에 키퍼가 놀라며 주먹을 쭉 뻗어 선방을 시도하는데.


펑-!


강 슈팅이 골키퍼의 주먹을 맞고 굴절되어 반대편 골문 안 쪽으로 들어간다.


“와아아아!”


골이었다. 우지혁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골키퍼의 펀치에도 골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 오랜만의 중거리 슛 골에 지혁이 기뻐서 필드를 쿵 쿵 뛰어다니고.


“하하하.”


호성은 그 모습을 보며 씨익 웃고 혼잣말을 한다.


“마누라가 좋아하겠네.”


한편.


“···”


이번 골을, 유심히 지켜본 한 백인 남자가 옆에 있는 라틴 계열의 남자에게 영어로 말한다.


“보셨죠?”

“···장난이 아니군.”


백인 남자는 유럽 한 클럽의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다.


그는 한국 슈퍼 리그를 관전하며 유럽에 데려갈 자원이 있나 살펴보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오로지 서울 조광의 경기만 직관하고 있었다.


정호성 때문이었다. 미친 폼으로 올 시즌 리그를 장악하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 정호성 때문에 서울 조광의 경기만을 보고 있었다.


“공격 패턴이 다채롭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갖춰야 할 좋은 요소는 다 갖추고 있어요.”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도 먹힐까?”


자국 리그에서 두각을 내도 해외에 가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남자는 그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충분합니다. 몸싸움을 즐겨 하지는 않지만, 어쩌다 하게 되면 절대 흔들리지 않아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볼 키핑이 너무 좋아, 애초 몸싸움을 할 상황을 그리 만들지도 않죠.”

“으음.”

“당장 유럽에서 뛰어도 문제없을 실력입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커요.”


하고서 백인 스카우터는 시선을 돌려 관중석 한 편에 앉아 있는 아랍 남성들을 본다.


“저기 보세요. 저 친구 아시죠? 중동 클럽 스카우터인데.”

“···”

“이래저래 정호성 영입을 위한 경쟁이 가속화될 겁니다. 지금 한국 리그는 정호성밖에 볼 사람이 없어요.”

“하하, 왜, 뷰티스투타 오랜만에 보니 좋네.”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닙니다. 어쨌거나 검토해야 할 사항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검토해야 할 게 있나···?”

“예. 저 선수, 나이가 좀 많습니다.”

“···나이가 많아? 뭐, 한 스물 대여섯 됐나?”

“아니요.”

“···그럼?”

“서른 입니다. 올해로, 서른.”

“···!”

“솔직히 미스테리합니다. 작년까지는 정말 존재감 없던 선수였거든요.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고요. 그런데 승격 강등 매치에서 갑자기 포텐셜이 터지더니, 올해 미친 폼을 보여주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된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요.”

“으음.”

“그래서 사실 더 오랫동안 지켜본 겁니다. 시즌 중반 정도 올 때까지요. 그런데 틀림없습니다. 한두 경기 잘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이가 역시 서른이라, 그 점에 관해서는 더 고려해 봐야겠죠.”

“일단 접촉해 보자고.”


라틴 계열의 남자가, 곱슬곱슬한 자신의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뭐, 2년, 아니, 1년 정도만 써도 좋은 모습 보이면 그런 대로 우리도 이득이지. 지금은 싸게 사올 수 있지만, 되팔 땐 비쌀 거 아니야? 그러니까 일단 다른 팀에게 뺏기기 전에 들어가 보자고.”


한편 이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역시 관중석 한 쪽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축구 전문 스포츠 에이전시 절정의 대표 김상철이었다.


상철은 옆에 있는 20대 남자 김지훈에게 말한다.


“지훈아, 봐라. 여기 저기 스카우터들, 잔뜩 있는 거. 심지어 인종 불문이다.”

“오, 그러게요.”

“너, 우리 나라 리그에서 저런 사람들이 이렇게 한 경기에 몰려 있는 거 봤어?”

“처음이죠!”

“그래. 이게 다 누구 때문이겠냐, 정호성 보려고 온 거야.”

“맞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겠냐?”

“흐흐흐. 우리가 먼저 나서서 정호성 선수랑 계약하고, 해외로 진출하는 거죠.”

“그렇지, 정확히 그거야.”


하고서 상철이 지훈을 본다.


“너, 할 수 있겠지?”

“당연하죠.”


지훈의 눈빛이 반짝인다.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에이전트, 그게 바로 저의 목표입니다.”


그러고서 지훈이 웃으며 말을 잇는다.


“아시잖아요, 아버지.”


지훈은 에이전시 대표 상철의 아들이었다.


*


나는 지금 김지훈이라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있다.


초희가 전화를 끊었는데도, 그 번호로 계속 연락이 왔고.


나는 이내 수신 차단을 하려고 했는데, 해당 번호로 문자가 왔다.


스포츠 정확히 하면 축구 전문 에이전시 직원이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네 회사랑 계약을 하고 해외로 진출하자고 한다.


나는 여러 의미에서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먼저 말로만 듣던 에이전시 사람에게 직접 연락이 오니 조금 놀랐고, 또 생각지도 않던 해외로 가자고 하니 또 놀랐다.


그래서 나는 이내 전화를 걸어 그 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내 주머니에 들어갈 돈을 노나 먹자고 연락한 거 아니요?”

“···아니, 장차 해외로 가시면 계약 협상, 각국에 맞는 외국인 선수의 지위와 여러 조건 예를 들면 세금이나 법률 그리고 보험 상해 처리까지 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거기에 광고와 스폰서 등 여러 부차적인 활동이 또 있고요. 그런데 이 모든 게 각 나라의 말과 규정을 바탕으로 진행된다는 겁니다. 호성 씨, 일단 영어할 줄 아세요?”

“아, 시끄럽고.”


이 놈이 혓바닥이 길다. 혓바닥이 긴 놈 치고, 솔직한 놈 없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내 돈 노나 먹자는 거야, 아니야?”

“···!”

“마지막 기회다. 제대로 답 안 하면, 나, 간다.”


하고 나는 자리에서 슬쩍 일어났다.


“아아-!”


지훈이라는 놈이 급히 말한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 놈이 정장을 걸쳐 입고 애써 어깨에 힘을 주며 격식 있게 보이려고 한 티가 난다.


뭐 나를 만나, 얘기하기 위해 이렇게 빼입었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맞습니다, 맞아요! 정호성 씨와 함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나는 역시 솔직한 놈이 좋다.


“하지만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죠! 호성 씨처럼 뛰어난 선수는, 열이면 열 다 저희 같은 에이전시를 끼고 있습니다! 그래야 원활한 선수 활동은 물론, 제대로 된 수입을, 그것도 잔뜩! 챙길 수 있거든요!”

“잡소리가 길고.”


나는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해외로 진출하게 되면, 나는 그냥 경기만 뛸 수 있게 환경을 만든다?”

“맞습니다! 정확히 그거죠! 괜한 데 신경 안 쓰고, 축구! 호성 씨가 잘하는 축구만 하면 됩니다!”

“그럼 그것도 넣어 줘.”

“···예?”


지훈은 호성의 화법이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다.


“축구만 할 수 있게 해 준다며. 그럼 그것도 해 달라고.”

“···뭐요?”

“양육.”

“···”

“양육 서비스. 내가 애가 한 명 있거든. 근데 손이 좀 많이 가요. 그것 좀 케어해 줘. 그럼 내가 생각해 볼게.”


살다 살다, 지훈은 이런 말을 하는 선수는 처음 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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