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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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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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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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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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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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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단한 무기

DUMMY

20화



한국을 떠나기 며칠 전.


나와 초희 그러니까 우리 가족은 지혁이네 가족과 파티를 했다.


이번엔 진짜 파티였다. 그것도 심지어 나를 위한 송별 파티였다.


그래서 나는 이번만큼은 뺄 수 없었고, 결국 지혁이네 집에서 각종 음식과 술을 왕창 사서 왕창 먹고 있었다.


은희는 이상하게도 평소와 달리 말이 별로 없다. 또 어울리지 않게, 조금 얼굴이 가라앉은 모습이다.


뭐, 그냥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 보다 하고서 나는 지혁이 놈과 술을 마셨다.


솔직히 더 편한 것도 있었다. 은희가 잔소리를 안 하니까.


은희는 원래 시원시원하고 재밌는 애였는데, 내가 초희를 맡고서 부쩍 잔소리가 늘어 재미가 없어졌다.


초희는 물론 은서와 신나게 놀고 있다.


“···크으, 형님.”


이미 얼큰히 취한 지혁이 말한다.


“총각 때부터 형님이랑 이렇게 단 둘이 소주 마시고 그런 게 엊그제 같은데, 보세요. 우리 주위에 반려 인간들이 얼마나 많아졌습니까? 그것도 신기하게도 모두 여자네요.”

“크큭, 그렇네.”


세 여자가 늘었다.


나와 지혁이 주위에 세 명의 여자가 늘었다.


“하여간 형님 너무 잘되셔서, 이제 해외로 떠난다니 괜히 좀 가슴이 벅차고 그러네요.”

“뭘 벅차, 이 놈아. 몇 년 안에 다시 올 텐데. 중간중간 또 들어올 테고.”


하고서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돈 보따리 X나게 챙겨서 말이다.”

“하하하! 좋습니다, 형님!”


그러고서 지혁이 놈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내게 큰절을 한다.


“···뭐하냐, 너.”

“형님!”

“뭐, 잘못 먹었냐? 은희가 이혼하재?”

“감사합니다!”


하고서 녀석이 주머니에서 뭘 꺼낸다.


차 키였다. 그러니까 내가 넘긴 나의 애마 전용 채찍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


나는 말했다.


“뭐, 그거 갖다 그래. 됐어, 가끔 시동 걸고 드라이브나 해라. 알지? 호르쉐.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의 차 1위.”


하는데 녀석이 슬그머니 누군가의 눈치를 본다.


은희였다. 은희는 지금 우리를 위해 전골을 하나 끓이고 있었다.


그런데 은희가 역시 별 말이 없다.


사실 은희는 일찌감치 우리에게 한소리해야 했다.


지금 테이블에 있는 빈 소주 병은 세 개. 파티가 시작한 지 1시간도 안 되고, 아직 본식은 다 나오지도 않았는데 세 병이다.


이건 나와 지혁이가 엄청 빨리 달렸다는 뜻이고, 평소 같으면 은희가 곧장 뭐라 할 상황이라는 거다.


거기에 아까 내가 한 이혼 농담도 그렇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차 1위 얘기도 그렇고 은희는 이래저래 가만히 있을 애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등만 보인 채 요리를 하고 있다.


나는 이생한 기색을 느껴서 즉각 지혁이에게 눈짓을 했다.


“야, 쟤 왜 저래?”

“···네?”

“은희. 뭔 일 있어?”

“···아, 그게.”


하더니 지혁이가 조금은 부끄러운 듯 하지만 살짝 웃으며 입을 연다.


“···좀, 하하···”

“···”


탁!


순간 은희가 싱크대 문을 큰소리로 닫더니, 전골 냄비를 들고 우리 쪽으로 온다.


쿵!


그러고서 식탁 위에 다시 소리를 내며 냄비를 올려두는데.


은희 얼굴이 이상하다.


그러니까 이 년이, 울고 있다. 얼굴도 빨개져서는.


“···왜 그래?”


나는 곧장 물었다.


“···오빠!”


결국 은희가 입을 연다.


“떠난다니까 슬퍼서 그러지!”


얼씨구.


“하하하···”


지혁이는 난감하다는 듯 웃는다.


“알아, 오늘 좋은 날이라는 거! 하, 근데 나 왜 슬프지.”


하고 은희는 팔을 들어 눈물을 닦는다.


난 좀 당황해서 잠시 은희를, 그러니까 5년 넘게 가깝게 지낸 후배 놈의 와이프이자 친한 동생을 바라봤다.


은희와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지혁이가 어느 날 사귀는 여자라며 내 앞에 데려온, 어렸던 은희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는 은희가 낯을 가리며 나랑 눈도 잘 마주치지 못했는데.


하지만 이내 우리 셋은 죽이 잘 맞아서, 함께 다니며 낄낄대며 놀고 취하고 즐겁게 젊음을 보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은희와 지혁이는 헤어졌었다. 정확히 하면 지혁이가 어느 날 아직 결혼할 때도 아니고 다른 여자도 만나 보고 싶다며 은희를 찼었는데, 그때 은희가 나를 찾아왔었다.


지혁이랑 헤어지기 싫다고. 나더러 잘 말해 주면 안 되겠냐고.


그러면서 은희는 내 앞에서 펑펑 울었다.


솔직히 나는 그때,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나섰다.


은희가 괜찮은 애라는 걸, 내가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괜히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도 하고.


그렇게 지혁이를 만나 타이를 건 타이르고 혼낼 건 혼내서, 둘은 결국 다시 붙었고.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어 은서도 태어나고 오늘의 이 가정을 이루게 됐다.


지혁이는 언젠가 술에 취해, 내게 이렇게 말했다.


‘고마워요, 형 덕분에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뭐랄까, 확실한 행복을 손에 쥔 느낌이랄까요? 하하, 형님 아니었으면 제 생에 가장 소중한 걸 잃을 뻔했지 뭐예요.’

‘개소리하고 있네.’


하고 나는 말했지만, 나 역시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하여간 그런 과거를 떠올리며, 은희를 본다.


“흐흑···”


울고 있는 은희를.


“야.”


나는 입을 열었다.


“내가 무슨 전쟁 나가? 나 돈 벌러 가는 거야. 그것도 기름 부자들 기름 머니 챙기러 가는 거라고.”

“흐흐흑!”

“그러니까 울지 마라, 이은희. 눈가에 주름살 생긴다.”

“아, 진짜!”


하면서도 계속 눈물을 흘리는 은희.


“···이모?”


순간 은서와 놀고 있던 초희가 은희에게 다가온다.


“···이모, 울어?”


은희는 그제야 눈물을 거칠게 닦는다.


“아, 아니야, 이모 안 울어-.”


초희는 그런 은희에게 다가가 그녀의 두 다리를 껴안는다.


“울지 마.”

“···”

“이모, 슬픈 거 싫어.”

“엄마?!”


은서도 뒤늦게 엄마가 울고 있는 걸 확인하고 빠르게 다가온다.


“엄마 울어?”

“···헤헤, 아니야!”

“히잉, 엄마!”


그렇게 두 아이는 은희를 껴안더니.


결국 은서가 엄마를 따라 울고, 초희는 그런 은서를 따라 운다.


“으아앙앙!”


결국 세 여자가 운다.


나는 좀 어이가 없었다.


“···하하하.”


지혁이도 당황하더니, 이내 소주 잔을 내민다.


“형님, 우린 술이나 먹죠.”

“그래.”


술 맛은 죽인다.


“···나, 안 울어-!”


하고서 우는 은희.


그러면서도 자리에 앉아, 자신을 껴안고 있던 두 아이를 두 팔 벌려 한껏 안고서 말한다.


“으이구, 내 새끼들-!”


음?


초희는 내 새끼인데.


하여간, 나는 소주를 마시고 은희가 막 가져 온 곱창 전골을 한 숟가락 떠 먹었다.


와, X발.


X나 맛있네.


은희, 이년. 한 방이 있다니까.


아, 그냥, 얘도 사우디에 데려갈까? 거기서는 제대로 된 한국 음식 먹기 힘들 거 아냐?


“오빠-!”


이러나저러나 은희는 계속, 마치 자기가 안고 있는 애들처럼 운다.


“어떡해! 오빠 없으면-! 흐으으···”


나는 맛있게 전골을 먹었다.


***


킹 할리드 리야드 국제 공항.


사우디 현 국왕의 손자인 압지리만 유사드는 내년 시즌 새롭게 알 부랄에 합류할 정호성을 맞이하기 위해 공항에 나왔다.


한 선수가 입국한다고 해서, 구단주이자 왕족인 유사드가 공항에 나오는 일은 물론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유사드는 미쳤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미쳤다. 바로 축구에.


사우디의 국왕은 12명의 여자와 결혼해 34명의 아이를 낳았다.


거기에 34명의 아이는 성장해 남녀 포함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 결혼해 또 수백 명의 아이를 낳았다.


유사드는 물론 그 수백 명의 왕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어쨌든 직계 왕족이다. 그래서 그에게도 왕위 세습권이 있었고, 다른 많은 형제들이 그렇듯 왕권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생각했다.


자신이 이 죽음의 경쟁에 가세할 필요가 이유가 뭐가 있는가?


왕이 될 확률은 무척 낮고, 경쟁에 실패했을 때 죽거나 반 병신이 되어 평생 감시 당하며 살 확률은 무척 높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자신은 그런 왕권 레이스에 뜻이 없음을 일찌감치 밝힌 뒤, 삶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왕자다, 사우디 왕자. 수저로 치면 세계 최고의 다이아 수저를 들고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그 수저를 들고 한평생 기분 좋고 달달한 것만 퍼 먹고 살면 된다. 그런데 왜 그 좋은 수저를 걸고 싸워야 하는가?


유사드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 경로를 정하고서, 일찌감치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했다.


그 중 1순위가 축구였다, 축구.


유사드는 성인이 되고 할아버지 즉 사우디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높은 자리에 뜻이 없습니다. 축구. 그냥 축구가 좋으니까 우리 왕가 소유의 구단을 하나 주십시오. 그러면 평생 착한 손자로 남겠습니다.’


그날 부로 유사드는 알 부랄의 구단주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년 전, 유사드의 알 부랄은 또 다시 사우디 리그의 우승컵을 차지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화르륵-!


경기를 관전한 유사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대저택에 걸린 그림 한 점을 불태웠다.


1000억 원에 달하는 피카소의 그림이었다.


유사드에게는 껌 값이었다. 물론 조금 비싼 껌 값.


그리고 본격적으로 팀 보강을 꾀했고, 유럽이든 남미든, 아프리카든 아시아든 실력이 좋은 선수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오퍼를 넣어 보라고 구단 관계자에게 지시했다.


그 그물망에 걸린 사람 중 한 명이 정호성이었다.


유사드는 그런 호성을 만나러 공항에 직접 나왔다.


“댁이 이 나라의 왕자라고? 나도 왕잔데. 서울의 왕자.”


호성이 유사드에게 말한다.


물론 유사드는 호성의 한국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대동한 한국어 통역사가 있었다.


“뭐해요? 일 안하고?”


호성이 통역사에게 말한다.


그러자 남자는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모국어인 아랍어로 말한다.


“왕자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왕자님을 볼 생각에, 서울에서부터 큰 기대를 했습니다.”

“하하하!”


유사드는 기뻐서 크게 웃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씹어 먹으러 왔다. 그러니 총알이나 두둑이 준비해 두쇼.”


하고 정호성이 말하자, 이번엔 통역사가 즉각 말한다.


“사우디 리그를 씹어 먹겠습니다. 왕자님의 무기가 되어, 상대 팀을 정복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우리 나라는 물론, 아시아를 씹어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지금 여기 있는 것입니다.”

“크하학!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렇게 통역사의 센스로, 두 남자의 소통은 얼추 이루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우디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정호성은 구단으로부터 새로 배정 받은 번호 8번을 등에 달고 알 부랄 소속으로, 역시 사우디 리그 전통의 강호인 알 샨티하드를 상대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우오오오!”


한데 경기장이 뜨겁다.


단순히 빅 매치라 뜨거운 게 아니다.


한 선수 때문이다.


바로 알 부랄의 넘버 8, 정호성.


데뷔전, 그의 활약으로 팀은 전반 15분에 벌써 2대0으로 앞서가고 있다.


첫 골은 특유의 날카롭고 빠른 쓰루 패스로 쉽게 만들더니.


두 번째 골은 호성이 찬 코너킥이 상대 수비에 의해 차단되고 루즈 볼이 되자 호성이 다시 공을 차지한 뒤, 사이드에서 한 명의 선수를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동작으로 쉽게 제치고 짧은 크로스를 올려 끝내 어시스트에 성공했다.


그렇게 그는 시작하자마자 2 어시스트를 했다.


이와 함께 홈 구장 리야드 킹덤 아레나의 약 3만 관중이 환호성을 지른다.


“···대단해.”


동시에 한 남자가 눈빛을 번쩍인다.


사우디의 왕자이자 알 부랄의 구단주 압지리만 유사드였다.


유사드는 경기장 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펑펑 나오는 넓고 쾌적한 자신만의 자리에서 정호성의 플레이에 눈을 떼지 못하며, 혼잣말을 한다.


“대단한, 나의 무기로다···!”


한편 필드 위, 정호성.


그가 킬킬대며 웃고 있다.


"3천만 원."


전광판 위 2대0의 스코어를 바라본다.


"어시스트 두 방에 3천만 원이라 이거지, 크하학!"


그는 지금, 신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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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수정) +1 24.06.24 2,038 43 11쪽
21 일단 정신 교육부터 24.06.23 2,145 53 20쪽
» 대단한 무기 +3 24.06.22 2,237 50 12쪽
19 내 조카 맞다 +3 24.06.21 2,462 52 14쪽
18 아주 환상적인 +4 24.06.20 2,380 45 12쪽
17 심 봉사 수발들 듯 +1 24.06.19 2,447 53 12쪽
16 무슨 개떡 같은 +5 24.06.18 2,572 48 16쪽
15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2 24.06.17 2,616 50 14쪽
14 서울의 왕자 +2 24.06.16 2,640 45 13쪽
13 다 필요 없고 +4 24.06.15 2,664 47 12쪽
12 봄날의 벚꽃처럼 +2 24.06.14 2,833 51 16쪽
11 혓바닥이 길다 +1 24.06.13 2,926 51 14쪽
10 배수의 진 +1 24.06.12 2,973 51 14쪽
9 달려라, 호구 +2 24.06.11 3,053 52 14쪽
8 나는 삼촌이다 +2 24.06.10 3,183 59 19쪽
7 죽여주는 플레이 +2 24.06.09 3,206 51 12쪽
6 힘 좋고 딴딴한 +3 24.06.08 3,303 55 12쪽
5 내가 정호성이다 +3 24.06.07 3,446 55 13쪽
4 눈깔이 하나 더 달린 듯 +2 24.06.06 3,521 55 13쪽
3 패르가즘 +1 24.06.05 3,590 59 12쪽
2 돈도 안 되는데 +2 24.06.04 3,779 60 14쪽
1 삼촌 아니다 +6 24.06.03 4,200 5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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