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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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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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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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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2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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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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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수정)

DUMMY

22화



축구가 쉽다.


농담이나 오만이 아니고 축구가 정말 쉽다고 생각되는 건 알 부랄에 와서 처음 느낀다.


물론 서울 조광에서도 나는 리그를 장악하며 끝내 우승을 했다.


하지만 축구가 지금처럼 쉽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는 내가 거의 모든 것을 다 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와 연습을 자주 했던 호구리오에게 킬 패스를 뿌리기까지 모든 걸 거의 항상 내가 직접 해야 했고, 그렇게 패스를 해도 안타깝게 득점을 놓치는 경우도 있어 그럴 때는 공격을 처음부터 다시 전개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훨씬 수월하게 전방에 볼을 공급할 수 있고, 그것이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도 서울 조광에서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때로는 나와 관계 없이 득점이 나온다. 정말 너무 편하다.


뇨이마르, 이 새끼 때문이다.


훌리오 뇨이마르는 월드 클래스다. 역대 최고의 선수로 거론되는 휘날두만큼은 아니지만 전성기 시절 역시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고 실제 그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같은 축구 선수임에도 듣보잡이었던 나는 항상 방송으로만 그를 접했는데, 같이 뛰어 보니, 더군다나 내가 그에게 패스를 하는 미드필더로 뛰어 보니.


세계적 공격수와 같이 공을 차는 게 얼마나 즐겁고 한편으로는 플레이가 쉬워지는지 절실히 체감하게 된다.


정말, 축구가 쉽다. 굳이 아까처럼 내가 역습 상황에서 전방 깊숙이 공을 위협적으로 찔러 주지 않아도, 즉 평범한 패스에도 뇨이마르는 특유의 발 재간과 스피드로 파괴적인 공격을 선보인다.


더군다나 플레이 메이킹 능력도 발군이어서, 내가 더 후방에 있거나 다른 편에 있어도 그는 직접 플레이를 창조해 역시 효과적인 공격을 꾀한다.


물론 사우디 리그 수비수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뛰어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는 올 시즌 알 부랄로 와서 그리고 전방에 뇨이마르를 두고 뛰어서 난생 처음으로 쉬운 축구를 하고 있다.


전반 30분이 넘어가서도 그랬다. 사이드에서 내가 찔러 준 공을 받고, 뇨이마르는 또 다시 상대 선수를 쉽게 제치고 중거리 슛을 날렸다.


하지만 키퍼가 선방을 하고 나온 공이 내 쪽으로 굴러 왔고, 나는 곧장 공을 잡고 다시 공격을 하려는데 뒤편에서 강한 힘이 느껴지더니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파울이었다.


“넘버 에이트.”


내 뒤에서 한 선수가 내 번호를 부른다.


“봐 주지 않는다.”


휘날두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나로부터 공을 빼앗긴 휘날두가, 그 후로 내가 공을 잡으면 마치 수비수 마냥 전방 압박을 가한다.


엄청난 승부욕이다. 나는, 또 이 새끼처럼 승부욕이 강한 놈은 처음이어서, 다소 신기할 정도였다.


하여간 휘날두가 내 유니폼을 강하게 잡고 밀쳐 주심이 휘슬을 분 것이었다.


“봐 주지 않아.”


하고,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포르투갈어인지 하여간 계속 같은 말을 지껄이는 녀석에게 나도 한마디했다.


“셧 더 마우스.”

“···!”

“이기고 나서 말해라, X발놈아.”


이런 건 나도 지지 않거든.


아니, 이거야 말로 내 전문이다.


하여간 그렇게 주심은 프리킥을 선언했고, 우리 팀의 키커로는 뇨이마르가 나서는데.


모두가 뇨이마르를 주시한다. 나는 튕겨 나오는 루즈 볼 등을 대비해 곧장 다시 공격을 하기 위해 다른 편에 서 있었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고, 드디어 뇨이마르가 공을 차는데.


오오, 아름답다. 내가 진짜 아름답다는 표현 같은 거 잘 안 하는데, 필드 위에서는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이와 같은 프리킥이다. 뇨이마르가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이 부드러운 궤적을 그리더니 알 야스르의 수비 벽을 간단히 넘고서 키퍼가 방어하기 힘든 사각지대로 휘어 들어갔다.


철-썩!


골이었다. 뇨이마르는 그렇게 프리킥 골을 꽂아 넣었다.


“우오오오오!”


관중들이 함성을 지른다.


이거다. 내가 말한 게. 축구가 쉽다는 거.


나는 가만히 있는데, 알아서 기회를 만들고 알아서 골을 넣잖아? 물론 애초 내가 찔러 준 패스에서 뇨이마르가 슛을 했고, 내가 얻은 파울로 프리킥을 하게 됐지만.


그렇게 우리 팀은 알 야스르를 상대로 2대0으로 리드를 하게 됐고.


뇨이마르와 팀 동료들이 기뻐하는 가운데, 나는 우리 팀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로 향했다.


휘날두였다.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휘날두 앞에 서서는 입을 열었다.


“네 놈의 시대는 갔다.”

“···”


녀석은 역시 내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표정한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말했다. 심지어 엄지를 바닥으로 향한 채.


“유어 타임, 엔드.”

“···!”


크하학. 개새끼가 눈깔이 튀어나올 것처럼 날 노려본다.


난 나로 인해 상대가 열 받는 걸 보면 무지 행복하다.


특히 이 필드 위에서는 더.


넌 새꺄, 상대 잘못 골랐어.


하여간 나는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분노한 휘날두에게 씨익 미소를 한 번 지어 보이고는, 킥 오프를 하기 위해 우리 쪽 필드로 가볍게 뛰어갔다.


***


“골, 골이에요!”


한국 중계진.


“아, 뇨이마르! 역시 대단합니다! 아름다워요!”

“예, 그렇지만 이 프리킥이 만들어지기까지 우리 정호성 선수가 기여한 플레이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죠! 애초 정호성 선수 아니면 있을 수 없었던 프리킥입니다!”

“예, 정호성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와 함께하며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러고서 전반은 끝이 났다.


2대0, 호성의 알 부랄이 휘날두의 알 야스르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


휘날두는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전, 알 부랄 쪽 선수단을 강렬하게 쏘아봤다.


호성이었다. 자신과 신경전을 벌인 호성을, 심지어 2대0의 스코어를 이끈 호성을 노려본 것이다.


“하하.”


호성은 그런 휘날두의 시선을 느끼며 입꼬리를 올린다.


“사내 새끼가 쿨하지 못하게.”


하고 말했지만, 호성은 휘날두가 단순히 기분이 나빠서 자신을 노려본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승부욕이었다. 휘날두는 엄청난 승부욕에, 패배감을 안긴 호성을 거의 죽일 듯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사실 휘날두는 오늘 경기를 벼르고 나왔다.


지난 해 리그 신기록을 달성하며 득점왕에 올랐지만, 그가 소속된 알 야스르는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우승은 알 부랄이 했다. 휘날두는 아무리 득점을 꽂아 넣어도, 자신의 팀이 알 부랄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에 분노했다.


그리하여 눈에 불을 켜고 올 시즌을 대비했는데, 웬걸 알 부랄에 웬 동아시아의 듣보잡 선수가 합류하더니, 지난 시즌보다 더한 승점 행진을 이어 나가고 있다.


휘날두는 사실 호성이라는 이름도 오늘 경기 며칠 전에 알았다.


그만큼 그를 무시했고, 그만큼 그를 밟아 버린 뒤, 알 부랄을 꺾고 얼른 선두를 탈환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맞닥뜨려 보니,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호성은 잘 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잘 했다.


가뜩이나 뇨이마르를 중심으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조직력을 자랑하는 디펜딩 챔피언 알 부랄이, 중앙 미드필더 정호성의 합류로 더욱 강해졌다.


그래서 전반,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2대0으로 마친 뒤 라커룸으로 들어오게 됐다.


“X발!”


쿠구구궁!


알 야스르의 라커룸 안, 철제 캐비닛이 반 쯤 부서져 문이 끼익 대며 너덜거린다.


휘날두였다. 휘날두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라커룸에 들어오자마자 캐비닛을 강하게 발로 찼다.


“···”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상황에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감독과 코치조차도.


휘날두는 역대급 선수다.


커리어 말년에 오일 머니를 벌기 위해 이곳 사우디 리그로 왔지만, 실력은 죽지 않아서 구단 내 그 누구도 그를 무시하지 못한다.


또한 구단의 모든 선수와 심지어 코칭 스태프의 몸값을 합쳐도, 휘날두 한 명의 몸값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


이래저래 그의 힘은 팀에서 절대적이다.


“다들.”


휘날두가 동료 선수들을 보며 말한다.


“공을 내게 돌려.”

“···!”


감독의 후반전 작전 지시 따위는 필요 없다.


이 상황에서, 휘날두의 말은 감독의 말보다 무게가 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내게 돌려.”


퉤!


그러고서 그는 바닥에 침을 뱉고서 라커룸 밖으로 향한다.


“···”


라커룸 내 분위기가 무겁다. 하지만 선수들은 좀처럼 말을 하지 못한다.


그들은 결국, 휘날두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삐이익-!


후반전이 시작됐다.


알 부랄은 전반전의 분위기를 타고 시작과 함께 더욱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전개한다.


호성과 뇨이마르로 이어지는 패스 라인은, 말 그대로 리그 최강이어서, 리그 수비진들은 그들을 알면서도 막지 못한다.


“아아아!”


이번에도 그랬다.


호성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뇨이마르의 엄청난 민첩성으로 기습 슈팅이 이어졌지만, 슛은 아쉽게도 알 야스르의 골 포스트 옆으로 빗겨 나가 골 킥이 된다.


“아쉽습니다!”

“그러게요,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알 부랄이 점수 차를 벌리는 줄 알았습니다.”

“아, 우리의 호성 선수와 뇨이마르를 보는 것만으로 눈이 정말 즐겁네요!”


그런데 그때 경기장 한편이 조금 소란스러워진다.


“뭐, 뭔가요?!”


알 야스르의 공격진에서, 누군가가 심판으로부터 주의를 받는다.


휘날두였다. 휘날두가 축구장의 그라운드를 한 손으로 거칠게 헤치며 잔디를 훼손했다. 그래서 심판에게 주의를 받았다.


“아, 휘날두인가요?!”

“그렇습니다. 휘날두 선수가 화가 많이 난 것 같습니다.”

“정말이네요! 그의 주위에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 같아요!”


축구 팬들 사이에서 휘날두의 이런 모습은 사실 유명했는데.


아주 가끔씩 발견되는 모습이었다.


일명 초 휘날두 모드였다.


분노가 극에 달해, 플레이가 무척 이기적으로 변하지만, 그만큼 실력은 상승하는 일종의 무적무쌍 모드였다.


하지만 휘날두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의 모든 것을 다해도 정호성은, 이기기 어려운 상대라는 것을.


심지어 살아생전 경험한 그 어떤 선수보다도 이기기 어려운 상대라는 것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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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주 환상적인 +4 24.06.20 2,375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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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서울의 왕자 +2 24.06.16 2,631 45 13쪽
13 다 필요 없고 +4 24.06.15 2,654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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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혓바닥이 길다 +1 24.06.13 2,915 51 14쪽
10 배수의 진 +1 24.06.12 2,962 51 14쪽
9 달려라, 호구 +2 24.06.11 3,042 52 14쪽
8 나는 삼촌이다 +2 24.06.10 3,172 59 19쪽
7 죽여주는 플레이 +2 24.06.09 3,192 50 12쪽
6 힘 좋고 딴딴한 +3 24.06.08 3,290 55 12쪽
5 내가 정호성이다 +3 24.06.07 3,433 55 13쪽
4 눈깔이 하나 더 달린 듯 +2 24.06.06 3,511 55 13쪽
3 패르가즘 +1 24.06.05 3,582 59 12쪽
2 돈도 안 되는데 +2 24.06.04 3,771 60 14쪽
1 삼촌 아니다 +6 24.06.03 4,183 5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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