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늬파랑
작품등록일 :
2024.06.03 22:19
최근연재일 :
2024.06.29 10:45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350
추천수 :
1,343
글자수 :
164,733

작성
24.06.20 15:15
조회
2,377
추천
45
글자
12쪽

아주 환상적인

DUMMY

18화



X발.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조 회장은 지금 내 앞에서 거액을 내 계좌로 이체했다.


0이 8개다. 무려 8개.


물론 그건 알고 있었다. 원래 난 추가로 5억 원을 받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맨 앞 숫자가 달랐다.


“···!”


7이었다.


그러니까, 5가 아니라 7이었다.


한마디로 조수광 회장은 원래 약속한 5억을 넘어 내게 7억을 부쳤다.


후, 머리가 어지럽지만, 난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연세가 지긋하셔서 그런가.”


조수광은 나이가 환갑 정도 된 것 같다.


“지금 잘못 터치한 거 아니죠? 회장님. 노안이라서 액정 화면 잘 안 보일 것 같은데.”

“하하하!”


조 회장은 호탕하게 웃는다.


역시 이 정도 죠크에 마음 상하지 않는 양반이군. 마음에 든다.


하기야 이 정도는 돼야 남자가 어디서 큰일을 하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7억. 7억입니다. 정확히 2억을 더해, 7억을 지금 호성 씨 계좌에 이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정중히 답했다.


비록 망나니처럼 살고 있는 나지만, 그렇다고 금수는 아니다.


고마운 건 고맙다고 표현할 줄 안다.


“하하하, 고마운 건 저죠.”


조 회장은 말한다.


“호성 씨 덕분에 2부로 떨어질 팀이 1부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보란듯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호성 씨. 저는 사실 축구를 잘 모르지만, 이런 사례가 무척 희귀하다는 건 압니다. 그러니까, 작년 리그 꼴찌를 차지한 팀이 올해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사례가, 아마 축구를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스포츠 가운데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뭐.”


나는 잠깐 생각해 보고는 답했다.


“아마, 그럴걸요.”

“비결이 뭡니까?”

“네?”


회장이 내게 대뜸 묻는다.


“그러니까, 리그 꼴찌에서 우승을 차지한 우리 팀의 중심에는 호성 씨가 있었는데. 1년 만에 그렇게나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비결이 뭡니까, 호성 씨? 저는 정말 무척 궁금하군요.”


흠, 이런 식의 대화는 재미 없는데.


뭐, 꼭 언론사랑 인터뷰하는 것 같고 좀 갑갑하잖아.


그래도 모처럼 엉덩이 좀 붙이고 얘기해 줘야겠다. 평소 같으면 일찌감치 자리에서 일어났겠지만, 지금 막 나는 7억을 받았다. 그것도 예정된 5억에 2억을 더해 7억을 받았다.


그러니 이 아저씨의 말벗을 좀 해드려도 될 것 같다. 썰 하나에 2억 원짜리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지, 뭐.


“흠, 따로 비결은 없고요.”


나는 말한다.


“마음을 맑게 가지면 됩니다.”

“···뭐, 뭐라고요?”

“마음을 맑게 가지면 된다고요. 회장님. 제가 실은 작년에 조카애를 하나 맡게 됐어요. 아주 어리죠. 처음엔 싫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우리 집에 오게 됐거든요. 그래도 같이 있다 보니, 아, 물론 지금도 가끔 성가실 때가 있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애한테 좀 집중을 할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뭐랄까, 필드 위를 달리는 마음가짐이 좀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 겁니다.”

“···”

“맑아졌어요. 예전에는 저 혼자를 위해, 하하··· 아니 솔직히 그런 생각도 않고 그냥 뛰었는데, 이제는 내 뒤에 누가 있다, 좀 책임져야 할 어린 애가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들면서 괜스레 마음이 맑아지고 그런 겁니다. 그래서 아마, 제 플레이가 달라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고 나는 장황하게 말했지만, 이 말은 반은 진실이다.


일단 나는, 당연히 조 회장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의사한테 조현병 소리를 들었던 머릿속의 미니 맵 어쩌구 이런 얘기는 절대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건 역시 좀 이상할 것 같아서, 초희 얘기를 했다.


마음이 맑아져서 그런다고 평소처럼 또 헛소리를 한 것 같지만, 완전히 헛소리는 아니다.


정말이다. 초희를 맡게 되고, 내 마인드가 좀 달라졌음을 나는 느꼈고.


그렇게 뭔가 새로워진 마음으로 필드 위를 뛰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한 말이 완전히 구라는 아니다.


“···으음.”


조 회장은 내 말을 듣고 순간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무언가를 생각한다.


그러더니 말한다.


“이건 진짜 같군요.”

“네?”

“아, 언론에서 추측한 대로, 호성 씨의 이번 시즌 달라진 모습이 작년에 생긴 조카 때문이 아닌가 했는데, 지금 말하는 걸 보니 진짜 같다는 얘기입니다.”

“언론에서 그런 기사가 나왔어요?”

“그렇습니다, 보지 못하셨나 보군요.”


나는 물론 못 봤다. 정확히 하면 안 봤다.


나는 기사를 안 읽고, 네티즌들이 똥처럼 싸 제끼는 커뮤니티만 가끔 하는 놈이니까.


그래서 나의 실력을 거론하며, 초희의 존재를 조명하는 기사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흠, 앞으로는, 가끔이라도 기사를 찾아봐야 하나 생각한다.


“하여간 기사를 보고 이렇게 호성 씨의 말을 들으니, 좀 이해가 되는군요.”

“그럼요, 저는 거짓말 같은 거 하지 않습니다.”


는 물론 구라다.


“아니요.”


그런데 조 회장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거짓말, 하시지 않습니까? 그것도 무척이나 과감하게.”

“네?”

“작년에 우리가 여기서 만났을 때, 호성 씨가 연봉을 올려 달라며 강원도 땅이며 개 농장이며 그런 말을 했지 않습니까?”

“아.”

“그건 거짓말입니다. 그렇지요?”

“하하하!”


나는 웃었다.


“허투루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니네요, 회장님?”

“하하, 당연한 말씀입니다.”


조 회장은 말한다.


“호성 씨.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저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입니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호성 씨가 몸담고 있는 스포츠 세계와 달라요. 스포츠는 모든 과정과 결과가 명명백백 사람들의 눈앞과 전광판에 드러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쪽은 안 그래요. 아주 은밀하고, 그러면서도 재빠르게. 모든 게 시시각각으로 변하죠.”

“흠.”

“그런 세계에서 이렇게 버티고 서 있으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을 넘어 눈에 항시 불을 켜고 상황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상대의 거짓 정도는 간단히 간파할 수 있어야죠.”

“그런데 왜 모르는 척 받아들였어요?”


하고 묻는 나의 물음에 조 회장이 지그시 미소를 짓는다.


“어쩔 수 없었죠.”


조 회장은 말한다.


“외통수였습니다.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경우의 수가 없는 거죠. 저는 정호성 선수를 어떻게든 잡아야 했고, 그에 맞춰 호성 씨는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테면, 저는 호성 씨를 상대로 꺼낼 카드가 따로 없었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딱히 없습니다.”


하고서 조 회장은 내게 손을 내민다.


“호성 씨, 고생하셨습니다.”

“회장님도, 고생했어요.”


나는 회장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뭐요?”

“호성 씨의 후반기 활약과 서울 조광의 우승 확정으로, 호성 씨를 원하는 해외 팀들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아, 그건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내 담당 에이전트 지훈이 놈한테 들었다.


“좋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조 회장은 말한다.


“실력으로, 입증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저를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호성 씨가 우위에 서는- 호성 씨의 선택권은 많아지고 상대의 선택권은 줄어드는 그런 상황을 많이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

“그것이 소위 말하는 갑을 관계의 갑이요, 이 냉혹한 현실에서 성공을 거머쥘 수 있는 방법입니다. 호성 씨가, 앞으로도 갑이 되기를, 저는 바라겠습니다.”


뭔가 좀 어렵지만, 하여간 회장이 나에게 덕담을 하는 것 같다.


“예, 회장 님도 앞으로 계속 갑질하십쇼.”


나는 화답했다.


“장사하시는 분이니 앞으로도 물건 많이 파십쇼. 지금도 부자지만 더 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고서 나는 엄지를 치켜올려 보였다.


“오케이?”

“···”


회장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얘기 끝났죠?”


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얼른 가 봐야 합니다. 또 마트에 들러야 해요. 오늘 한정 수량으로 닭 잡고 튀겨서 세일하는 날이거든. 어휴, 회장님 치킨 집들은 반성해야 해요. 마트에서 사면 반값도 안 되는데, 가게는 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거예요? 하여간 전 갑니다. 요즘 우리 조카가 치킨을 그리 잘 먹어요. 저는 닭다리를 좋아하는데, 심지어 그 아이는 날개를 좋아하죠. 아주 환상적인 삼촌과 조카 아닙니까?”

“하하하!”

“하여간 가 보겠습니다.”

“예, 얼른 가 보십시오.”


드디어 나는 이 길고 지루한 대화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호성 씨!”


회장이 또 나를 불렀다.


“아, 왜요, 진짜. 회장님 솔직히 말해요. 놀아 줄 사람 없죠. 성공이란 성공은 다해서 지존은 고독하다, 뭐 그런 얘길 하고 싶은 겁니까?”

“하하하! 아니, 그게 아니고 호성 씨.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역시 이해가 안 가는군요. 단순히 조카에 대한 마음이 커져서, 그렇게 사람이 한순간에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그것도 신체적 능력이요?”

“···”

“이게 가능한 얘기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달라졌지 않습니까? 정말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말입니다.”

“아오, 아저씨. 지금 나랑 한 번 해 보자는 거요?”


이 사람도 보통이 아니네.


이렇게 성격이 집요해서, 이 자리에 올라왔나 보다.


나는 결국 회장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고, 자리에서 나가 버렸다.


***


시즌은 끝이 났다.


서울 조광은 우승을 하고, 정호성은 총 30도움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포인트로 도움왕을 차지했다.


심지어 역대 슈퍼리그 도움 1위였다.


그것도 서울 조광이 우승을 확정하고, 감독이 정호성이 없는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며 그를 많이 출전시키지 않았음에도 이룬 결과였다.


거기에 총 4득점까지 더해 공격 포인트 34점으로 역시 1등이었다.


득점 순위는 결국 호성과 함께한 호호듀오의 호구리오가 1위를 차지했고, 호성과 물회를 먹고 친구를 먹은 세 살 많은 뷰티스투타가 끝내 2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거기에 호성은 이번 시즌의 MVP 상까지 받았다.


도움 및 공격 포인트 1위에, 리그 꼴찌였던 팀을 리그 우승으로 만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하하하-!”


호성은 MVP상을 받고서, 왕년에 클럽에서 췄던 느끼한 허리 돌림 춤을 또 췄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자지러졌고, 은희는 언젠가 또 그에게 잔소리를 했다.


“오빠!”

“왜.”

“초희 생각 좀 해! 그런 이상한 춤 보면 초희가 뭐라 하겠어?!”

“좋아하던데? 집에서 나랑 같이 춘다.”

“하, 진짜···”


그리고 ‘올드 프린스’로 명명된 정호성의 응원가는 이제 더욱더 퍼져 나가, 언젠가 남자 고등학생 팬이 거리에서 호성을 보고 그 노래를 불렀다.


“와, 호성이 형! 인생은 30부터! 꺼져라, 영 보이즈-!”

“아, X발.”


하지만 호성은 팬이고 뭐고 없었다.


“야, 다시는 그 노래 부르지 마.”

“···”

“알겠어?”

“···네, 네.”

“가서 전해. 그거 부르는 연놈들 다 대가리 터뜨려 버린다고.”


하지만 어쩐지 그 노래는 더욱더 히트를 쳐, 호성의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어느 날, 에이전시 절정의 사무실.


호성은 이제 공식적으로 이적 결정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었다.


“형, 진짜 대박이야!”


이제는 자연스레 형이라고 호칭하며 호성을 대하는 에이전트 지훈이 말한다.


“형이 선견지명이 있었어! 시즌 중반에 이적을 안 가서, 몸값이 더 올랐다고! 추가로 어디서 오퍼 온 줄 알아?”

“야, 셧 더 마우스.”

“···”

“호들갑 떨지 말고 그거만 말해.”

“···뭐?”

“돈. 돈 제일 많이 주는 곳이랑 액수.”


지훈은 잠시 입을 다물고 호성을 본다.


“최소 50억은 넘어야 하는 거 알지? 지훈.”


‘···이 형 뭐지. 진짜 돈귀신이 붙었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지훈은 프로 에이전트의 마인드로 활짝 웃으며 호성의 질문에 친절히 답하기 위해 이적 제안 팀 목록을 살펴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2-23화 수정 NEW 19시간 전 37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6.05 2,089 0 -
27 그래서 내가 왔다 NEW +1 9시간 전 785 34 13쪽
26 돈 워리 +2 24.06.28 1,301 38 12쪽
25 언제 한 번 날 잡고 +1 24.06.27 1,575 42 13쪽
24 억누를 수 없는 +1 24.06.26 1,743 49 13쪽
23 왓더퍽 (수정) +1 24.06.25 1,886 42 13쪽
22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수정) +1 24.06.24 2,033 42 10쪽
21 일단 정신 교육부터 24.06.23 2,139 52 20쪽
20 대단한 무기 +3 24.06.22 2,231 50 12쪽
19 내 조카 맞다 +3 24.06.21 2,457 52 14쪽
» 아주 환상적인 +4 24.06.20 2,378 45 12쪽
17 심 봉사 수발들 듯 +1 24.06.19 2,444 53 12쪽
16 무슨 개떡 같은 +5 24.06.18 2,567 48 16쪽
15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2 24.06.17 2,611 50 14쪽
14 서울의 왕자 +2 24.06.16 2,633 45 13쪽
13 다 필요 없고 +4 24.06.15 2,656 47 12쪽
12 봄날의 벚꽃처럼 +2 24.06.14 2,823 51 16쪽
11 혓바닥이 길다 +1 24.06.13 2,915 51 14쪽
10 배수의 진 +1 24.06.12 2,962 51 14쪽
9 달려라, 호구 +2 24.06.11 3,044 52 14쪽
8 나는 삼촌이다 +2 24.06.10 3,173 59 19쪽
7 죽여주는 플레이 +2 24.06.09 3,197 50 12쪽
6 힘 좋고 딴딴한 +3 24.06.08 3,292 55 12쪽
5 내가 정호성이다 +3 24.06.07 3,434 55 13쪽
4 눈깔이 하나 더 달린 듯 +2 24.06.06 3,511 55 13쪽
3 패르가즘 +1 24.06.05 3,583 59 12쪽
2 돈도 안 되는데 +2 24.06.04 3,773 60 14쪽
1 삼촌 아니다 +6 24.06.03 4,186 5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