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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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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작품등록일 :
2024.06.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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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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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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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일단 정신 교육부터

DUMMY

21화



“와아-.”


초희가 입을 크게 벌리고 놀란다.


사실 나도 놀랐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는 것처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짐짓 삼촌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으려 하는 것 뿐.


나와 초희는 지금 우리가 이곳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으면서, 살게 될 곳에 처음 왔다.


저택이었다, 말 그대로 마당에 작은 수영장까지 갖춘 저택이었다.


내가 소속된 팀 알 부랄은 나에게 이 저택까지 제공하는 등 각종 편의 시설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실상 이 모두, 계약 사항에 포함되어 있다고 내 담당 에이전트 지훈이 놈이 말했다.


지훈이는 그랬다. 내가 지난 시즌을 다 뛰며 서울 조광의 우승을 확정하고, 도움 및 공격 포인트에서 1위를 했기에 협상에서 더 유리해졌다고.


실제 나는 연봉을 제일 많이 주는 알 부랄로 가기를 일찌감치 고민 없이 원했지만, 지훈이 놈은 내가 다른 해외 팀의 오퍼에 끝까지 갈등을 하고 있다는 블러핑 전략을 취했고, 이게 적중해 알 부랄은 더 좋은 조건을 계속 제시했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이 저택이다.


“와아!”


연신 환호성을 지르는 초희.


서울에 있는 내 집의 안방, 아니, 거의 거실만 한 크기의 한 방에는 초희가 좋아할 만한 각종 장난감이 가득 들어 있다.


그러니까 요술 공주 밍밍이 세트는 물론 각종 인형에 온갖 핑크 빛 모형 등 어린 여자애가 종일 시간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이 모두 나의 요구로 지훈이 놈이 구단 측에 얘기해 이룬 결과다.


나는 우리가 살 곳이, 모든 면에서 올해 6살이 된 초희에게 적합해야 한다고 말했고, 지훈이는 이 조건을 그대로 관철시켰다.


"흐흐흐."


이에 내가 잘 했다고 지훈이를 칭찬했더니, 그놈이 말한다.


"형, 이 정도는 쉬워. 그거 알아?"

"뭐."

"나 멘사야."


하고 말하는 지훈이 놈에게 내가 곧장 말했다.


"뭐? 멘스한다고?"

"..."


크크큭. 지훈이 놈의 얼굴이 똥을 씹은 것처럼 일그러진다.


"...아니, 형. 멘사 몰라? IQ 상위 2%만 가입할 수 있는 세계적 고지능 단체. 나 거기 회원이라고."


지훈이가 문득 초희와 다를 바 없는 애처럼 느껴진다.


나의 관심과 인정을 바라는 애.


"알아, 인마."


나는 말했다.


"역시 알지? 하여튼 형은. 농담을 해도 멘스가 뭐야, 멘스가..."

"초희가 멘사다."

"...뭐?"


지훈이는 놀란다.


"초희가 멘사라고. 한국에 있을 때 공식 인정 받았어."

"...지, 진짜?"

"그럼 진짜지. 지훈, 내가 맨날 헛소리나 찍찍 해도, 초희 갖다가 그러지 않는 건 잘 알 텐데."

"와, 대박이네..."


웃기는 녀석. 뭐, 그놈의 멘사가 세상에 자기 하나 뿐인 줄 알았나.


하여간 진짜다. 작년 초희를 고급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선생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초희의 언어 재능이 무척 뛰어나다고.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선생은 초희에게 전문 기관에서 지능 검사를 받게 해 보고 싶다는 뜻을 알렸는데 나는 그러라고 했다. 그 즈음 초희가 유치원과 각종 학습에 재미를 붙여, 그런 걸 해도 무방하리라 판단했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멘사.


지금은 지훈이에게 이상한 농담을 했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멘사라는 게 있는지 전혀 몰라서 선생에게 적지 않은 시간 설명을 들어야 했다.


쉽게 말해 초희가 똑똑하다는 거다, 그것도 무척.


선생은 특히 초희의 여러 능력 중 언어 지능이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했고.


그래서 그런지 초희는 유치원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글을 금방 마스터한 것은 물론 영어도 능숙하게 하고, 이제는 놀랍게도 아랍어를.


그러니까, 이곳 사우디아라비아의 언어인 아랍어에 흥미를 붙이고, 에이전시와 구단의 소개로 다니고 있는 리야드 내 국제유치원에서 부쩍 학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나는 초희에게 이렇게 말했다.


"초희는 좋겠다."

"응?"

"똑똑해서."

"아."


하고 초희는 입을 벌리더니,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말한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뭐?"


나는 초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


"뭐라고?"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건, 삼촌이랑 나랑-."

"..."

"행복하게 사는 거야!"


아니, 이게 여섯 살짜리 애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언어 천재들은 원래 다 이런 건가?


하여간 나는 조금, 아니, 많이 어이가 없어서 멀뚱멀뚱 있다가는.


짐짓 삼촌으로서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슬쩍 다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기특하다는 말과 함께 초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히."


초희는 밝게 웃는다.


나는 그 순간, 의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초희의 아빠. 그러니까 오토바이를 타다 병신 같이 뒈진 내 동생 놈은 절대 똑똑한 놈이 아니었다.


물론 지능 검사 따위 한 적은 없지만, 어쨌거나 그 놈이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다는 얘기는 일절 들어 본 적 없었고.


결정적으로 그 놈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오토바이를 끌고 거리로 나가 사라진 놈이다.


그런데 그런 놈의 딸이 똑똑하다고?


그것도 멘사 회원이 될 정도로?


"..."


나는 다시 한 번 초희의 엄마라는 사람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30%의 확률로 초희에게 쌍꺼풀을 주고,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한 여자를.


그 여자가 똑똑한 걸까? 초희가 상위 2%안에 들 정도로?


그렇다면 초희의 엄마는, 역시 30%의 확률로 쌍꺼풀을 갖고 있는 데다 더 낮은 확률로 무척이나 지능이 높았다는 건데.


그런 여자가 어떻게 내 동생 놈이랑 하룻밤을 보내 초희를 만든 거지.


동생 놈은 오토바이 하나밖에 탈 줄 모르는데.


이거야 말로 지상 최대의 미스테리가 아닌가?


하여간 나는 모처럼 그런 깊은 의문에 빠졌지만,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초희의 말이 맞다. 그런 건 다 필요 없다. 중요한 건 나랑 초희가 재미나게 사는 거다.


지능을 떠나서 이런 생각을 한 어린 초희야 말로 진짜 천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물론, 나는 이제 축구 천재다. 아닌가?


하여간 내가 축구를 잘 해서, 이 모든 게 가능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초희에 관한 얘기를 지훈이 놈에게 했다.


그러자 그가 말한다.


"형, 그럼 통역사는 따로 필요 없겠네?"

"그게 뭔 말이야."

"아니, 초희가 아랍어도 할 줄 안다며. 그럼 초희가 있으니 따로 에이전시에서 통역사를 알아보지 않아도-."

"이 새끼가, 어디서 또 밑장을 빼나."


나는 곧장 녀석의 말을 잘랐다.


"그 놈의 아랍어를 한다는 것은, 아직은 무척 기초적인 수준이고. 결정적으로 초희는 어리고 유치원을 다녀서 나랑 24시간 붙어 있을 수도 없는데, 장난해? 너 아동노동 착취로 국제노동기구에서 사형 당하고 싶어?"

"형, 무슨 노동기구에서 사형을 해..."

"하여간 애는 애라고. 지훈, 너 일하기 싫냐?"

"...아니."

"그러니까 제대로 하자."


하고 내가 녀석을 노려보자, 녀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사람은 마냥 잘해 주면 안 된다. 가끔씩 나사 마냥 뺀찌로 좀 조여 줘야, 잘 돌아가고 그런다.


"그때 그 친구 잘하는 것 같더만. 거기 유사드 놈 옆에서 통역하던 친구."

"...형, 유사드 놈이라니. 사우디에서 왕자를 그렇게 지칭하면 안 돼."

"알 바야? 하여간 그 친구. 그 친구 쓰면 안 되나?"

"...글쎄, 구단 소속일 것 같은데... 그래도 한 번 알아볼게."

"뭘, 알아봐. 하여간 알아보는 거 엄청 좋아하네. 알아보지만 말고 그 놈을 꼭 내 앞에 대령하도록."

"..."


그렇게 해서 며칠 후 젊은 남자가 우리 집에 도착했다.


"앗살라말라이쿰!"


내가 지훈이 놈에게 말한 대로, 그때 공항에서 찐 왕자 옆에 있었던 그 통역사였다.


그는 한눈에도 새하얀 치아를 자랑하며, 밝은 미소를 짓고 나와 초희에게 인사를 했는데 자신을 하산 라자미라고 소개를 했다.


물론 한국어로.


"네가 이제, 내 담당 통역사라고?"

"그렇습니다!"

"한국어 잘 하네?"

"예! 한국 좋아해서- 한국어 공부 많이 했습니다! 얼마 전엔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오."

"정호성 씨 알아요. 서울의 왕자, 늙은 왕자 정호-."

"닥쳐."


나는 곧장 말했다.


"닥쳐라, 라자미."


일단 정신 교육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


라자미는 원래 한국인인 나와의 소통을 위해 알 부랄이 고용한 통역사인데.


내가 소속된 절정 에이전시의 요청으로 아예 내 담당 통역사가 되었다.


그는 나를 따라 구장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고, 내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에 협조할 의무가 있었다.


한마디로 전천후였다. 라자미는 이곳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내가 축구 선수로서 활동을 하든 일상 생활에서든 단순 통역을 넘어 나의 하인, 아니, 비서 같은 역할을 할 것이었다.


라자미는 모국어인 아랍어와 유창한 한국어는 물론 영어 그리고 최근 스페인어까지 공부하고 있다며, 그는 자신의 언어 재능을 자랑했다.


이에 나는 말했다.


"그래? 그럼 그 재능 썩히면 안 되겠네?"

"...예?"

"너, 초희의 선생이 되어라."

"..."


그렇게 나는 그를 초희의 개인 아랍어 선생으로 만들었다.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태생이 긍정적인 놈이라 그런지 얼른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됐지만, 초희가 워낙 잘해,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도 재미가 느껴진다고 한다.


"오, 좋아요, 좋아!"

"...고맙습니다! 아슈크르쿠!"


라자미의 칭찬에 초희가 밝게 말한다.


물론 나의 노림수였다. 나는 애초 통역사에게 초희한테 아랍어를 가르치게 할 계획이었다.


이로써 라자미는,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언제나 표정이 밝다. 결정적으로 이럼으로써 돈을 또 많이 받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일절 부담하지 않는다. 전부 지훈이 놈과 그, 우리 구단의 구단주인 찐 왕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라자미."

"네?"


우리 집에 있는 라자미에게 내가 말을 붙였다.


"서울에 있을 때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했나?"

"...아, 뭐든 다 좋아했습니다, 하핫!"


새끼. 사회 생활 잘 하는 놈이군.


하여간 그때 공항에서부터 느꼈지만 반죽 하나는 좋은 놈이다. 왠지 센스도 있는 것 같고.


"뭐, 카레 좋아하고 그런 건 아니고?"

"...호성 씨, 카레는 인도 음식입니다만..."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나는 부엌에서 꺼낸 한국산 3분 카레를 다시 집어 넣었다.


오늘 나는 모처럼 라자미에게 음식을 대접하려고 한다.


비록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밤낮으로 나와 초희를 위해 고생을 하니 좀 고마워 손수 한국 요리를 대접하려고 한다.


첫 번째 후보가 카레였는데, 라자미 놈이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결국 다른 걸 꺼냈다.


"와아-!"


초희의 탄성 소리가 들린다.


라면이었다. 그것도 한국 대표의 실라면이었다.


과거 북한 침투 작전을 계획했던 실미도 부대에서부터 먹었다고 전해지는 이 실라면은, 청양 고추의 맛이 일품인 무척 매운 라면이다.


나는 이 라면을, 지훈이 놈을 통해 한국에서부터 무한 공수 받고 있다. 초희가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귀한 물건을, 오늘 이 라자미 놈에게 대접할 생각이다.


"라면 좋아해?"


나는 라면 봉지를 보여 주며 라자미에게 물었다.


"오, 좋아하죠!"

"좋아, 좀만 기다려라."


사실 다른 선택 사항은 없었다. 3분 카레 아니면 라면이었다. 라자미는 물론 라면을 택한 것 같다.


나는 물을 올리고 라면 스프를 먼저 넣었다.


아아, 매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코 끝을 맴돌기 시작한다. 이곳 머나먼 이국 땅에서 한국의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복이다.


"...!"


순간 나는 뒤늦게 무언가가 떠올라 짐짓 굳은 표정을 짓고 초희를 향해 소리쳤다.


"정초희!"

"응?!"

"손님이 왔다. 손님 맞이용 전투 대형 실시."

"아, 실시!"


손님 맞이용 전투 대형.


식탁 위에 세 명의 식사를 위한 세팅이 시작된다.


접시와 물 그리고 원래는 수저만 놓지만, 오늘은 특별히 손님을 위해 포크와 나이프도 놓았다. 아쉽게도 오늘 메뉴엔, 나이프로 자를 고기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일단 놓았다.


타닥, 탁, 탁-!


절도 있고 군더더기 없는 몸짓이다.


민첩하고 날렵한 몸짓이다.


초희 얘기다. 초희는 이제 이 전투 대형에 도가 터서, 한국 공영 방송에서 방영하는 생활의 초인에 나가도 될 것 같다.


그렇게 모든 세팅을 마치고, 라면을 끓인 뒤 드디어 손님을 포함해 셋이 식탁 앞에 앉았다.


"...하하하."


그러자 라자미가 웃으며 말한다.


"호성 씨,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만."

"...합니다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보통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다."

"아, 식기로 안 먹고?"

"예."


흠, 얼마 전에 리야드 시내 레스토랑에 갔을 때는 식기를 주던데.


내가 외국인이라 그런 건가.


"하여간-."


하고서 라자미는 특유의 환한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특별한 음식을 대접해 주시니."


그러고서 포크도 아니고 젓가락을 집어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하며 라면을 먹는다.


"이 새끼...!"


솔직히 나는 조금 놀랐다.


"고수였군."

"맛있군요!"


라자미가 말한다.


"정말 맛있어요, 호성 씨!"

"후후, 내가 라면만 30년 넘게 끓여 먹은 라면의 달인이다."

"맞아요!"


초희가 내 말을 거들고 나선다.


"우리 삼촌 라면이 세계 최고-!"


네 살부터 내 라면을 먹고 큰, 초희.


이렇게나 기특할 수가 없다.


"하하하!"


라자미가 크게 웃는다.


***


사우디 리그 13라운드.


정호성이 소속된 알 부랄은 벌써부터 1위를 굳혔다.


그것도 독보적이었다. 2위와 벌써부터 승점이 8점이나 차이가 났다.


그리고 오늘은 3위인 알 야스르와의 매치다.


알 야스르도 강팀이다. 결정적으로 야스르는 부랄과 함께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연고로 한다.


즉 오늘의 경기는 리야드 더비 매치였다.


뿌뿌뿌우우-!


리야드 킹덤 아레나. 구장이 거의 남자 관중들로만 가득 차 있다.


그들은 북도 치고 나팔 같은 관악기를 불며 열띤 응원을 한다.


“아,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한국 스포츠 방송사가 실황으로 경기를 중계한다.


“캐스터 송치훈입니다!”

“해설위원 박문수입니다.”

“아, 박문수 해설위원님! 정호성 선수가 출전한 사우디 리그를 저희가 단독으로 중계하게 됐거든요!”

“그렇죠, 한국 스포츠 방송사의 쾌거입니다. 사우디 왕가와의 중계 협상이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예, 하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우리 정호성 선수가 뛰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정호성 선수가 설령 평양 로동자 축구단 소속으로 뛰어도, 우리는 방송을 할 것이지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이내 알 야스르의 킥오프로 경기가 시작된다.


알 야스르에는 사실 세계적 유명 선수가 한 명 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곧잘 거론되는 엄청난 선수인데, 그 선수가 말년에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받고 야스르에서 뛰고 있었다.


포르투갈 국적의 크리스티 휘날두였다.


휘날두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 거론되는 것답게 거의 모든 면에서 월등한 기량을 자랑하며 이곳 사우디 리그에서도 놀라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충격적이게도 그는 지난 해 38살의 나이로 34득점을 꽂아 넣어 사우디 리그 역대 최고의 득점왕에 등극했다.


괴물이었다, 말 그대로 괴물이었고 그는 공자가 말한 불혹의 나이에 가까울 때까지 괜한 것들에 미혹되지 않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 엄청난 커리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지금 그런 선수가 알 야스르의 주장이자 공격수로서 킥 오프를 한 것이었다.


“아아, 시작됐습니다!”


송치훈 캐스터가 크게 말한다.


“휘날두 선수예요! 발롱도르 6회 수상자 휘날두가 킥 오프를 했습니다!”

“기대되는군요. 휘날두 선수 대 우리 정호성 선수의 대결. 어떻게 될지요.”

“예! 축구 팬들이 그래서 오늘 경기를 무척 기대했거든요!”

“예, 저도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 며칠 간 와이프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더군요. 행복했습니다.”


휘날두의 패스를 받은 알 야스르의 미드필더가 다시 빠르게 휘날두에게 공을 돌린다.


휘날두는 공을 받자마자 몸을 돌리며 전방으로 질주한다.


말 그대로 질주였다. 올해 39살이 되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젊은 축구 선수를 능가하는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이내 그 선수를 누군가가 따라붙는다.


“아아, 정호성 선수!”


치훈의 목소리가 커진다.


“정호성 선수가 휘날두를 따라붙고 있어요!”

“···!”


침착하기 짝이 없는 박문수 해설위원조차 말을 잃고 눈을 크게 뜨고 호성의 플레이를 본다.


휘날두는 패스하지 않는다.


그는 그야말로 승부욕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웬 아시아 선수가 자신의 공을 빼앗으려 한다. 그렇다면 그냥 패스를 하고 다른 플레이를 구사할 수도 있지만, 휘날두는 이 순간 패스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제칠 것이었다. 다가오는 정호성을 드리블로 제쳐서, 제대로 패배감을 안길 생각이었다.


“···!”


그리고 드디어 대치한 휘날두 대 정호성.


휘날두가 화려한 발 재간과 빠른 스피드 결정적으로 폭발적인 힘으로 한순간 페이크를 주더니 방향을 틀어 질주한다.


엘라스티코였다. 휘날두 자신의 여러 드리블 스킬 중 하나인 엘라스티코를 구사해 반 박자 빠른 템포로 돌파를 했다.


“···음?”


아니, 했다고 생각했다. 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

“흐흐흐.”


호성은 웃는다. 그는 휘날두의 페이크를 읽고, 일찌감치 발을 뻗어 공을 빼앗았다.


“별 거 없네, 휘날두도.”


그러고서 호성은 유연한 동작으로 270도 가량 턴하고서는 휘날두 못지않은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아아아악-!”


관중석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른다.


“호성 선수가 휘날두의 공을 빼앗았어요!”

“예, 완벽하게 스틸했습니다.”


그러고서 호성은 알 야스르의 미드필더 두 명을 가볍게 제치고.


왼 쪽 깊숙이 특유의 빠르고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이번에는 공중으로 뿌린다.


공이 순식간에 야스르의 수비 라인을 넘어 뒤편으로 쇄도하는 한 선수에게 안착한다.


“좋았어.”


그러고서 구릿빛의 피부를 하고 있는 한 선수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골문을 향해 달린다.


이내 선수는, 일대일 대치에 빠르게 앞으로 나온 상대 골키퍼를 가볍게 제치고 툭 하고 골을 넣는다.


골이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알 부랄이 득점에 성공했다.


골을 넣은 선수는 마구 달리더니, 너무도 완벽하게 어시스트를 한 정호성에게 달려와 그와 하이파이브를 한다.


“잘했네.”


호성은 씨익 웃으며 말한다.


“뇨이마르.”


훌리오 뇨이마르.


알 야스르에 크리스티 휘날두가 있다면, 알 부랄엔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 공격수 훌리오 뇨이마르가 있었다.


뇨이마르는 올 시즌, 휘날두를 제치고 사우디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고 있었다.


모두 이번에 전격 합류한 정호성 덕분이었다. 그는 호성 덕분에 무척이나 쉽게 무척이나 많은 골을 넣고 있었다.


“호성.”


그런 그가 호성을 보고 엄지를 치켜 올리며 영어로 말한다.


“역시 최고야.”

“크하학!”


호성은 크게 웃는다.


초희의 계속되는 영어 교육으로 그는 이제 기초적인 영어는 대충 알아듣는다.


“당연하지!”


하지만 그는, 한국어로 말한다.


동료 선수가 세계적인 스타든 뭐든, 밟고 있는 땅이 사우디든 뭐든, 역시 한국어가 제일 좋다.


“오늘 휘날두 발라버리자고.”

“우오오오!”


알 부랄의 홈 팬들이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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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배수의 진 +1 24.06.12 2,969 51 14쪽
9 달려라, 호구 +2 24.06.11 3,049 52 14쪽
8 나는 삼촌이다 +2 24.06.10 3,178 59 19쪽
7 죽여주는 플레이 +2 24.06.09 3,202 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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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내가 정호성이다 +3 24.06.07 3,443 55 13쪽
4 눈깔이 하나 더 달린 듯 +2 24.06.06 3,519 55 13쪽
3 패르가즘 +1 24.06.05 3,588 59 12쪽
2 돈도 안 되는데 +2 24.06.04 3,777 60 14쪽
1 삼촌 아니다 +6 24.06.03 4,193 5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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