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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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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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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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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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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돈 워리

DUMMY

26화



도쿄를 폭발시키고.


나는 비행기를 타고 섬 나라를 떠났다.


하지만 사우디로 바로 가지 않았다.


서울에 들렀다. 내 조국, 마이 홈타운, 한국이 바로 옆에 있는데 들르지 않고 머나먼 중동 땅으로 그냥 가면 무척 섭섭하잖아?


그래서 들렀다. 물론 초희와 함께.


“오빠!”


이 목소리가 반가울 줄이야.


은희다. 나는 초희와 함께 은희네 집에 왔다.


“초희야!”


제법 키가 큰 은서가 초희를 보자마자 빠르게 뛰어온다.


“언니!”


초희도 기뻐하며 은서를 말 그대로 얼싸안는다.


어이쿠, 누가 보면 자매라고 해도 믿겠다.


“오빠, 오빠!”


은희가 계속 나를 부른다. 분명 내가 앞에 가만히 서 있는데도.


은희야 말로 누가 보면, 내 친동생이라 해도 믿을 것 같다.


아니, 친동생도 이렇게 오버하진 않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런 동생이 없어 봐서.


“잘 지냈어?!”

“당연하지.”


하고서 나는 안으로 들어가, 익숙한 포즈로 리클라이너 의자에 앉아 다리를 편다.


은희네 소파는 참 편하다. 다리를 쭉 뻗고 있으면, 움직이기가 싫어지며 금세 졸음이 온다.


그래서 지혁이 놈이 매년 체중 감량에 실패하는 건가?


“아, 나 이틀 전에 오빠 경기 봤어!”

“흠, 그래?”

“응! 쪽빠리 새끼들 혼내 줬잖아, 오빠가! 히히히!”

“···야, 쪽빠리가 뭐냐, 쪽빠리가.”


하고서 나는 초희를 힐끗 봤다.


다행히 초희는 은서랑 노느라 여념이 없다.


“애들 앞에서.”

“어쨌든!”

“지혁이는?”

“마트 갔지! 근데 좀 늦게 오네?!”


흠, 익숙한 상황이군.


하여간 간만에 푹 쉬고.


은희가 해 주는 요리를 먹고 지혁이 놈이랑 실없는 농담이나 하며 소주를 마시고.


초희는 초희대로 은서랑 재밌게 놀고, 그러다 갈 생각이다.


오랜만에 한국에 오니 좋기는 좋구나. 이래서 외국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나 보다.


띠띠띠.


현관 비밀 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오, 형님!”


지혁이다. 지혁이 놈이 집에 들어왔다. 양 손에 장바구니를 가득 들고.


“와아, 형님! 중동을 씹어 먹고 있는 형님! 사막을 냅다 정복한 형님! 휘날두를 그냥 쓰러트린 형님! 도쿄를 대박 폭격한 형님!”

“···”


어째 이 새끼도 혓바닥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것 같다.


“형님께서 어찌 이 누추한 곳에 오셨습니까?!”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럼 갈까?”

“···아, 형님.”

“밖으로 나가? 응?”

“여보!”


은희가 지혁이 놈을 노려본다.


“가만히 좀 있어! 오빠, 비행기 오래 타고 경기하고 그러느라 피곤할 텐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은희도 좀 목소리를 낮추는 게 좋을 것 같다.


조용히 쉬고 싶거든.


*


“크으, 형님.”


나는 지혁이와 소주를 마신다.


“너무 좋네요, 형님 이렇게 와 가지고. 그것도 그냥 아주 성공을 하고 돌아와서!”

“새꺄, 그만하라니까. 그리고 잠깐 온 건데, 뭘.”

“그럼요, 잠깐이어야죠! 아니! 오지 마십시오! 해외에서 계속 볼 잘 차서 잘나가셔야지, 한국에 오시면 안 되죠! 오지 마세요! 영원히!”

“···어감이 좀 이상한데? 너 지금 나 엿 먹이는 거지?”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형님!”


이 새끼가 오늘 유독 말이 많고 목소리가 크다. 좀 흥분했나 보다.


“그나저나.”


나는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나 말했다.


“올해 왜 그러는 거냐? 서울 조광?”

“···형님.”


지혁이 놈의 목소리가 바로 작아진다.


“몰라서 물어요? 형님이 없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서울 조광은 지금 한국 슈퍼 리그 6위다.


거기에 충격적이게도 아시아 챔스에서 탈락했다. 본선 토너먼트에 올라가기도 전에.


한마디로 지금 죽 쑤고 있다.


“그래도 그렇지, 나 가고 용병부터 해서 선수들 꽤 사 오더만. 그런데도 그래?”

“예. 형님. 그런데도 그렇습니다. 형님 없는 우리 팀은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흠.”


하고 내가 조금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지혁이랑 다시 소주를 한 잔 마시는데.


쿵-!


은희가 김치찜을 한 냄비 가져오더니 크게 말한다.


“차라리 잘 됐어!”

“···음?”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되물었다.


“차라리 잘 됐다고! 오빠는 몰라! 이이 작년에 우승할 때 집에서 얼마나 까칠했는지.”

“···진짜?”


난 솔직히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응! 우승해야 된다고, 무조건 우승해야 된다고! 호성이 형 내년 팀 떠나니, 올해는 꼭 우승해서 오빠가 꼭 우승컵 들어야 된다고! 아주 그냥 집에서나 밖에서나 맨날 그러면서 엄청 까칠했다니까?! 무슨 남자 애들이 보는 만화 속 주인공처럼!”


처음 듣는 소리군.


“그런데 오빠 가고, 팀이 중위권이 되니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어.”


하고서 손을 뻗어 남편 지혁이의 볼을 만지는 은희. 지혁이는 가만히 있는다.


“착해졌어, 아주 착해졌다고! 다시 내 남편으로 돌아왔지, 히히.”

“흠.”


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과 남성성을 포기하고 아내에게 사랑을 받는 온순한 남편이기를 선택한 건가?


나는 지혁이에게 있어 둘 중 뭐가 더 나은 것인지 판단이 되지 않아 잠시 가만히 있었다.


“어쨌든.”


은희는 말한다.


“나는 지금이 좋아!”

“···하하하.”


하고서 지혁이가 뭔가 체념을 한 표정으로 내게 다시 소주 잔을 내민다.


나는 소주를 또 마시고, 은희가 한 김치찜을 먹었다.


“···!”


젠장, 여전히 맛있군. 아니, 어째 음식 솜씨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이은희.


지혁이가 체중 감량에 항상 실패할 만하다.


“형님.”


지혁이가 말한다.


“저는 형님이 부럽습니다. 사우디 얘기 좀 해 주세요.”

“야, 오지 마.”


나는 즉각 답했다.


“여기 아무것도 없어. 술도 여자도.”

“···!”

“진짜 돈다발 쥐어 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나라야. 그러니까 오지 마.”

“흠, 그러게요. 여기 있어야겠네요, 저는.”

“돈밖에 없다고?!”


은희가 갑작스레 말한다.


“그럼 우리도 가자, 여보!”

“···”


지혁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역시 이 집의 가장은, 지혁이가 아니라 은희 같다.


*


“야, 뭐 이런 걸 다 주냐.”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은희가 내게 이것저것을 여러 보따리 챙겨 준다.


각종 값비싼 영양제부터 해서, 상비약, 고급 양말, 최신 무선 이어폰 등 내 물건 뿐만 아니라 아이용 책과 가방 그리고 예쁜 한국 옷까지 정말 양과 질에서 모두 어마어마하게 챙겼다.


“가져가, 오빠 취향이랑 초희 키까지 맞춰서 다 준비한 거니까! 그 나라에서는 구하기 다 힘든 거라고!”

“···하하하.”

“마음 같아서는 음식을 잔뜩 싸 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잖아?! 비행기 타야 되니까.”

“고맙다, 이은희.”


역시 은희가, 한 방이 있다.


“고맙긴. 오빠가 우리 집에 해 주는 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음?


내가 해 주는 거에 비하면?


내가 은희네 집에 뭘 해 주지?


하여간.


“초희야, 이모한테 인사해야지.”


하고 내가 말하자, 초희가 빙긋 웃으며 말한다.


“이모, 안녕!”

“우리 초희!”


은희는 초희를 안는다.


“으이구, 내 새끼. 어떡해, 또, 그 먼 나라로 가면!”

“재밌어! 이모도 은서 언니랑 놀러 와!”


그러자 은희가 조금 놀라며 웃는다.


그러고는 초희에게서 몸을 떼고 날 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초희 좋아 보이네.”

“당연하지.”


나는 답했다.


“초희, 거기 사우디 국제유치원에서도 똑똑하다고 맨날 칭찬 받아요. 친구들이랑도 엄청 잘 지낸다고.”

“역시.”


은희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그날 총대를 메길 잘했어.”

“···뭐?”

“아니, 예전에. 내가 초희 그냥 두면 안 된다고 한소리해서, 오빠한테 엄청 혼났잖아! 그러니까 결국, 내가 초희를 위해 총대를 멘 거지! 초희 그 후에 바로 유치원 다녀서, 지금은 완전 잘 지내니까! 칭찬도 잔뜩 받고!”


하고서 은희는 다시 초희를 끌어안고 말한다.


“그치? 초희야. 아이고, 내 새끼.”

“야.”


나는 그런 은희의 어깨를 잡았다.


“···!”


은희가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초희 네 새끼 아니다.”


하여간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해야겠다.


“내 새끼다.”


은희의 동공이 흔들린다.


***


그리고 며칠 후, 호성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놀랍게도 한 언론사 정확히 하면 잡지사와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최초였다. 호성이 인터뷰 따위를 하는 건, 말 그대로 사상 최초로 있는 일이었다.


“···형, 굳이 꼭 거기랑 해야겠어?”


절정 에이전시 부대표 지훈이 묻는다.


지훈은 최근 20대의 어린 나이에 국내 최고의 축구 에이전시 회사의 부대표가 되었는데.


물론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였다. 아버지 김상철 대표의 후광을 입은 것이었다.


하지만 조직 내 큰 반감은 없었다. 지훈이 일을 어쨌든 잘 했기 때문이다.


“어. 왜?”

“아니, 주구장창 인터뷰 요청하는 사커 프라임은 물론 유력 일간지도 형 한 번 보자고 사정을 그렇게 하는데 왜 그런 데 다 뿌리치고 하필 거기냐고.”

“야, 나는 먹물들이랑 그런 거 안 해. 재미 없잖아. 애초 그럴 거였으면 축구 같은 거 시작도 안 했다.”

“하···”


지훈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이제는 그가 어떤 말을 해도 호성의 뜻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하여간,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해. 괜히 잡음 같은 거 나오지 않게.”

“잡음? 뭔 잡음?”

“아니, 언론 잘 다루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불가근 불가원, 몰라?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그렇게 기자들이랑은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새끼, 혓바닥 또 길어지네. 알아서 한다. 그러니까 돈 워리, 비 해피.”

“···형, 진짜···”


그렇게 해서, 호성은 사상 최초로 한 잡지사의 기자, 정확히 하면 에디터를 눈앞에 두게 됐다.


그런데 호성은 조금 놀랐다.


“···여자네?”


여자가 왔기 때문이다.


호성이 만난 사람은, 호성이 가끔 즐겨보는 남성 전용 잡지 <막심>의 에디터였다.


호성은 <막심>이 남성지라서 당연히 인터뷰에 남자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남성지라고 해서 모두 남자 에디터만 있는 건 아니었고, 드물게 여자 에디터도 있었다.


“흐흐, 놀랐나 봐요?”


30대, 호성 또래의 여자는 익숙한 반응이라는 듯 말한다.


“내 이름은 김삼수. 이름도 남자 같아서 사람들이 남자일 거라고 많이 착각하는지, 이렇게 직접 보면 놀라더라고요?”

“흠, 예상 밖이군. 이건 좀 별론데.”

“···별로라고요? 내가?”

“아니, 나는 그 막심의 약 빨고 글 쓸 것 같은, 그러니까 수컷 냄새 풀풀 나는 그런 새끼들이랑 노가리나 좀 까면서 놀아 보려고 나온 거란 말이다, 여기.”

“하하하!”


삼수는 웃는다.


“호성 씨, 호성 씨가 본 그 약 빨고 쓴 것 같은, 적지 않은 글들이, 내가 작성한 거라고 하면 믿겠어요?”

“오, 그래?”


이건 호성도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니까요?”


하고서 삼수는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기사였다. 그동안 그녀가 막심에서 쓴 기사 중, 반응이 좋은 대표적인 몇 개의 기사를 코팅해서 모아 놓은 일종의 포트폴리오였다.


그녀는 막심에서 에디터 활동을 하는 이래, 호성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해당 포트폴리오를 거의 항상 들고 다녔다.


“흠.”


호성은 삼수가 내민 기사를 몇 개 살폈다.


‘세계에서 가장 악독한 마피아 순위.’

‘3차 세계 대전이 벌어진다면? 각국의 전투력과 한반도에서 살아남는 법.’

‘역대 가장 한심하게 골을 먹힌 골키퍼들의 열 가지 순간.’

‘여자들이 좋아 죽는 침대 위 스킬.’

‘30만 원으로 한 달 버티는 법(주의 : 인권은 개나 줘야 함)’


등등.


그 기사 아래 모두 에디터 김삼수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


실제로 호성은 그 중 몇 개의 기사를 재밌게 읽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확인하고 호성이 굳은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본다.


앞에는 예의 김삼수가, 어깨까지만 내려 오는 짧은 생머리에 붉은 립스틱을 바른 또래의 여자가 조금은 긴장된 눈빛으로 호성을 보고 있다.


“···!”


그런 그녀에게 호성이 불쑥 오른손을 내민다.


“반갑다.”

“···”


삼수는 가만히 호성을 본다.


“너는 오늘부터, 내 친구다, 김삼수.”


호성은 삼수가 재밌는 놈, 아니, 년임을 인정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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