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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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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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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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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3.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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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WGRS - 제 7장(8)

DUMMY

그 날, 오후. 나는 연습용 문제를 하나 풀고서 펜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하아, 숨을 내뱉으며 기지개를 펴고서 천장을 쳐다보았다. 지금은 내 방에 나 혼자 뿐이다. 아까만 해도 엄청 떠들석했지만 시간이 늦었기에 모두 돌아갔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시끄러운지 알기 힘들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나는 흠, 입술을 깨물으며 다음 문제를 풀어버렸다. 세 여자의 고전분투 덕에 꽤나 문제 푸는 실력이 잡힌 난 별 어려움없이 문제들을 풀어나갔다. 하지만 거의 기초 수준 것들이지 아리야처럼 술술 풀어나갈 수 있는 해탈의 경지는 아니다. 약간 슬프군.

곧 문제 풀던 손은 멈춰버렸다. 머릿속에 뭔가 생각의 소용돌이가 가득 차버린 것이다. 그 원인은 다름아닌 에드워드였다. 그 녀석, 아리야를 음흉하게 쳐다봤단 말이지. 게다가 생각해보건데, 지금껏 그런 시선을 발견한 적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때도 있었고 또 아직 뭐시기 한 것도 아니었기에 별로 신경 쓰진 않았는데. 오늘 혹하면 혹한다고 불안해졌다.

아리야는 나에게 고백까지 한 터네 내 대답을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괜히 불안해지는 건 뭘까. 그럼 빨리 대답을 해주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문제는 현지와 엘리샤, 두 여자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난 그 두 여자도 싫진 않았다. 엘리샤는 안 지 얼마 안 된 사이긴 해도 오늘 같이 문제를 풀면서 괜찮은 여자라는 것을 느꼈다. 하아, 이거 어쩌지.

에드워드 녀석이 하이에나로 변신한 것 같았으며 세 여신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은 마치 황금 사과를 건내받은 파리스와도 같았다. 이러다 잘못 선택하면 트로이 전쟁이라도 발발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날 엄습해왔다.

어쨌든 곧 학력 고사다. 자잘한 생각은 그만두기로 하고 공부에 집중하자.

그래도 마음 속의 불안감이 다 가시지 않은 건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고 해야겠다. 난 정말로 불안했다.

뭐, 가장 중요한 이치를 말해보자면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다는 거다. 아무리 기를 쓰고 발을 굴러도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말이다. 이게 뭐냐고 불평을 하며 토를 달아도 아무 소용 없다.

그렇기에, 시간은 흘렀고 학력고사 날이 되었다. 너무나 급작스럽기도 했지만 그 동안 공부를 아예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가끔씩 이전의 시끄러운 공부방 패밀리 8인(김민현과 보건 선생, 진래는 제외다)에게 시달리기도 한 덕에 어느정도의 기본 지식은 쌓여있었으며 나는 적당히 자신감을 가진 상태로 시험에 임할 수 있었다. 뭐, 아리야, 현지, 엘리샤는 내 집에 찾아올 때마다 서로를 노려보긴 했지만 내 앞에서 싸우거나 하진 않았다. 만족이다. 이제 시험을 잘 보는 일만 남았다. 자고로 남자의 능력의 반은 학습 능력에서 나오는 거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리야 녀석은 너무나 똑똑해서 견줄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은 갖추는 게 좋겠지. 하하.

기분 좋게 웃으며 시험지를 받아든 나는 곧바로 내가 했던 말들을 취소해야했다. 그래, 당장 취소다.

"이거, 왜 이리 어려워."

문득 중얼거리고 만 나였다. 누가 조언 좀 해주면 안 되겠냐? 무슨 외계언어가 즐비한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실로 공포스럽지 않을수가 없다. 그러므로 시험 시간은 흘러 결국 시험지를 걷어가는 사태까지 발생했고 나는 별로 채우지도 못한 답안지를 주관식이 대부분이라 찍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아채며 경악에 찬 한숨을 뱉어내야 했다. 이걸 푸는 녀석들은 가히 괴물들이다.

시험이 끝난 방과 후.

"시험 잘 봤어?"

나는 내가 급히 만든 케이크를 한 입 먹고서 입술을 핥으며 묻는 아리야를 쳐다보았다. 솔직히 쳐다 볼 면목도 없었지만 철면피라는 말을 한 번 실천해보고 싶어서 그냥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니."

철저하게 철면피란 말을 실천해주었다. 아리야는 케이크를 한 입 더 먹고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내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내 뺨을 콱 찌른다.

"장난해?"

아니, 이건, 그게 있지.

"닥쳐. 변명은 필요없어."

아, 네.

바로 꼬리를 말아버리고 말았다. 진래는 말없이 희미한 미소와 함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미젠다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킬킬대고 있었고 나라는 진지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내 제자야."

아니, 그럼 사부님도 공부를 못하시나요?

동지가 생기나 하였다.

"못할리가 있나. 자고로 진정한 스승은 문무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말씀."

젠장.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그렇게 어떻게 말하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험은 주요 과목, 외국어(영어, 독일어, 외 임의 선택이 가능한 기타 외국어), 국어, 수학, 종합탐구 분야로 압축을 하여 본다. 종합탐구는 과학과 사회, 그리고 나머지 중딩 때의 기술&가정을 짬뽕시킨 과목인데 도대체 존재 의의를 파악하기 힘든 과목이다. 이 네 과목을 여러 차례 나누어 모두 풀은 상태다. 그리고 방과 후 시간에 아리야의 방으로 와서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고 있는 터였다. 골치 아픈 시험도 끝났겠다, 결과야 어떻든 그냥 놀고 보는 거다. 일종의 학생 심리라 할 수 있겠다. 시험이 끝나면 세상 다 끝난 것 같지.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여자가 들어왔다.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내가 직접 탄 차를 들이켰다. 맛이 아주…

"이 병신이 한가하게 차나 마시고 있어?!"

크억, 이건 뭐냐?

나는 누군가 내 머릴 세게 때렸기에 예전에 맞은 미젠다의 인사이드 킥 정도의 고통을 느끼며 손에서 떨어지려던 찻잔을 겨우 붙잡고 고개를 돌렸다. 뒤엔 화가 잔뜩 난 얼굴의 엘리샤가 서있었다.

"뭐야?"

아주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엘리샤는,

"몰라서 물어? 시험 개쪽이라며?!"

너한테 그런 말 안했어.

"바보. 채점은 바로바로 기계로 처리하는 곳이 바로 여기야. 30분 안에 체점 다 끝나."

아리야가 해결점이 될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 시험지의 체점은 순식간에 끝났다는 거고 그걸 엘리샤 네가 봤다는 거냐? 어이, 그런 건 멋대로 보는 게 아니야.

"닥쳐. 내가 보면 보는 거야. 똥개에게 훈련을 시켜줬는데 그 결과는 확인해야 할 거 아니야?"

무슨 헛소릴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된다만.

"시끄럽다니까. 결과적으로 넌 시험을 쪽박 쳤고 그렇게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야."

그래서?

"그래서라니. 우리가 너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 보람이 전혀 없잖아."

보람을 느끼고 싶다면 선생님이라도…

"글쎄, 닥치라니까."

엘리샤는 내 멱살을 잡더니 바닥에 패대기 치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그런 행동에 놀라 당황한 나머지 저항 한 번 못해보고 바닥에 뒹굴었다.

"넌 내 신발을 핥을 자격도 안 돼."

이, 이봐.

당황해하는 내게 엘리샤는 팔짱을 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가 내가…"

그 다음은 잘 안 들렸다. 뭐라고?

"다, 닥쳐!"

엘리샤는 얼굴을 붉히고는 발길질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악, 아프다. 이게 무슨 짓이야. 그나저나 누님들은 구경만 하지 말고 좀 도와주시면…

하지만 진래와 나라는 고개를 흔들었고 미젠다는,

"맞을 만 하구만."

라는 건방진 소릴 했으며 아리야는,

"쌤통이네."

라고 화가 날 소릴 했다. 내 편은 진정 없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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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대의 편은 진정 없습니다. 그나저나 좀 늦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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