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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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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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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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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2.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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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WGRS - 제 5장(5)

DUMMY

아리야는 약간 겁 먹은 얼굴이었지만 이것저것 내 농담을 받아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음음, 좋다.

"아버지는 몸이 아파도 어디 외딴 곳에서 쉬거나 개인 의사를 부르거나 하는데 이렇게 내 집으로 찾아오는 일은 드믈어. 아마 나한테 할 말이 있어서 그럴 거야."

그러면서 몸을 떨었다. 뭐, 그런 걸로 몸을 떨고 그러냐.

"그런 것 때문만이 아니야. 물론 그것도 싫지만 아버지 때문에 찾아오는 조문객들이 난 더 싫어."

그런가, 나는 대충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쓸데없는 녀석들도 꼬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날 부른 건가? 푸하핫, 이거 왠지 뿌듯해지는구만.

"여기는 내 방이야."

자기 방을 소개하는 아리야. 그러고 보니 잊은 게 있었군.

"집사나 메이드는 없는 거냐?"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아리야는 한숨을 내쉰다. 뭐냐.

"다 아버지 시중 들고 있어."

음.

그나저나 방 진짜 넓다. 우리 집 거실 보다 넓다. 현관에서 복도도 표현은 안했지만(리치 스쿨과 맞먹는 수준) 방을 보니 정말 넓었다. 아리야 소유의 개인 방보다 넓고 화려했다. 아니, 화려하다기 보단 여자아이답다고 해야 할까.

잘 꾸며진 침대에는 인형도 보였고 바닥의 붉은 카페트도 보였다. 책상도 있었고 옷장도 있었다. 침대가 좀 화려하다는 것을 뺀다면 보통 여자아이의 방과는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여동생의 방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아리야는 그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메이드를 데리고 들어왔다. 꽤나 잘 빠진 메이드였기에 내 시선은 거기로 쏠리고 말았다.

"먹을 것 좀 가지고 왔어."

나라누님보다는 아니었지만 어여쁜 메이드는 아리야의 지시를 받고 내 앞에 접시를 내려놓고 바로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그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말았다.

"크억."

아리야의 발길질에 내 복부를 강타했다. 쿨럭, 무슨 짓이냐.

"어디서 늑대 같이 눈을 굴려."

흐흠. 남자의 본능을 무시하는 여성의 발언.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여자 입장에선 결코 이해하기 힘든 요소일 것이다.

나는 칫, 하며 과자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맛은 괘 괜찮군.

"그런데, 넌 여기서 사는 거냐? 이런 굉장히 집에서?"

내 질문에 아리야는 차를 한입 마시고는 대답했다.

"그래. 불만있어?"

불만이라니, 부럽다는거지.

"난 하나도 안 자랑스러워."

"행복에 겨워하는군."

"시끄러워."

"이 인형은 네가 갖고 노는 거냐?"

내가 침대맡에 있던 귀엽게 생긴 토끼 인형을 가리키며 킬킬거리자,

"무, 뭐 어때서 그래? 인형하고 같이 자면 뭐 어때서."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소리친다. 하아, 귀여운 소리를 하는군. 동생도 가끔 인형 껴안고 자긴 하지만 보통 여자애들이 인형과 같이 자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고 내 상식이 가르쳐주고 있었다. 뭐, 별 상관 없지.

잠시 그렇게 잡담을 나누는데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리야는 과잉 반응 마냥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너무 놀라는 거 아니냐.

"드, 들어오세요."

녀석에겐 어울리 않는 공손한 표현. 곧 문은 열렸고 꽤나 낯익은 인물이 들어왔다.

"…………."

방을 희감는 침묵. 에드워드였다. 나는 꽤나 놀란 얼굴이었을테고, 에드워드 마찬가지였었다. 입이 딱 벌리고 날 쳐다보던 게 기억난다. 아무튼 네가 여긴 왠 일이냐?

"너야말로 여기에 왜 있냐?"

에드워드는 날 손가락 질하며 말했다. 내가 할 말이라니까.



이야기를 들은 바를 설명하겠다. 앞선 아리야의 설명대로 그녀의 아버지가 용건이 있기 때문에 자기 집에 와버렸고 그 아버지의 자리를 노리는 인간들을 주력으로 편성된 조문객 무리들도 딸려 들어왔다. 아리야는 그들이 싫고 무서워 나를 끌고 왔고, 그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그래서 가끔 이렇게 온단 말이냐?"

"그래."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건방진 녀석. 너 아리야한테 무슨 원한 있는 거 아니었냐.

바로, 아리야를 만나러 오는 이런 녀석들 때문이었다. 왕년엔 이런 활동도 꽤나 활발했다는 정보가 내 두뇌 어딘가에 잠들어있었다. 처음 아리야의 방에 들어갔을 때를 떠올렸다. 아마 에드워드 말고도 몇몇은 더 찾아오지 않을까.

나는 에드워드를 잡아 끌고 확 어깨동무를 하였다.

"너…"

내가 그렇게 입을 열자 에드워드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호오, 뭔가 있군.

"아리야에게 악감정 있는 거 아냐?"

그러자 녀석의 얼굴이 다시 펴졌다. 안심한 건가? 뭐냐, 그 반응은?

"아니야, 자식아. 어울리지 않게 어깨동무 짓이야."

에드워드는 귀찮은 듯 내 팔을 떼어냈다. 이 녀석의 본심은 정말 모르겠네. 그러더니 내 뒤에 멀찍이 물러나 앉아있던 아리야에게 바짝 다가갔다. 아리야의 표정은 살짝 귀찮은 기색을 띠었다.

"아리야. 내가 문제를 낼 테니 맞춰볼래?"

그렇게 말하는 에드워드. 아리야는 안심하면서도 조금 귀찮다는 얼굴로 에드워드가 내민 노트를 받아들었다. 나는 그걸 힐끗 쳐다보았다. 뭐냐? 무슨 이상한 문자들과 단어들이 수두룩하게 나열되어 있다. 이미 내 수준을 벗어난 듯 싶었다. 이런 미친.

참 재미있는 건 약 3분 만에 아리야가 그걸 풀어 에드워드에게 내밀었다는 것이다. 에드워드는 시간을 재고 있던 듯 손목 시계를 쳐다보다가 당황하는 얼굴빛을 띠우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졌군."

니들 무슨 내기라도 하는 거냐. 뭣하면 러시안 롤렛을 추천한다. 물론 안전하게.

아니, 애초에 에드워드가 왜 이런 짓을 했냐도 의문이고 아리야도 그걸 익숙하게 받아치는 것이 한 두번은 아닌 것 같았다.

"젠장."

에드워드의 분한듯한 목소리. 뭔진 모르겠지만 속이 시원하군.

"뭐하는 거냐?"

내가 질문하자 아리야가 대답했다.

"몰라. 이 바보 녀석이 매번 이러잖아. 질리지도 않나."

"바, 바보라니 아리야. 나는 널…"

"아아, 이기기 위해서? 언제까지 유치하게 그럴래? 그렇게 노력해도 10년은 일러."

아무래도 이 두 녀석들은 유치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대전을 펼치고 있던 모양이다. 예를 들면 옛날 골목 대장 자릴 놓고 펼치는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나 누가 더 똑똑하냐, 뭐 그런 얘기 같다. 에드워드 녀석의 이제까지 언행을 떠올려 보면 아리야에게 지는 걸 좀 분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그건 에드워드 녀석 사정이니 나는 알 바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쉴 마음은 있다. 그래도 아리야에게 할 말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아리야. 이 에드워드 녀석이 그때 도와준 녀석이야."

그러자 아리야는 고개를 갸웃한다. 뭘? 하고 말하는 얼굴.

"모르겠냐, 너 제리한테 납치 당했을 때 있잖냐. 칠칠맞게도…"

"쉬, 쉿!"

에드워드는 내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으나 가볍게 피하고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이 널 구하는데 일등 공신이다. 난 별로 한 것도 없었어. 몸을 던져준 것 뿐이었다. 이 녀석에게도 충분히 고마워해야 할 노릇이야."

장황하게 설명하는 내 입. 에드워드는 약간 멍한 얼굴로 아리야를 돌아보았다. 아리야는 잠시 나와 에드워드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한 마디 했다.

"그거 고마운 노릇이네. 그래, 고마워."

에드워드의 얼굴이 밝게 변했다. 뭐냐? 너.

"이럴 때 말하는 거 맞지? 이젠 확실히 알겠어."

아리야가 문득 나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나는 빙긋이 웃었다.

"그럼, 아주 잘했어."

그 후로 한동안 잡담은 계속 됐다. 에드워드는 계속 노트에 알 수 없는 문자와 공식을 적어 아리야에게 내밀었고 아리야는 그때마다 척척 풀어 맞췄다. 물론 그건 서로의 반응을 보고 나오는 결과론이지 내가 그 문제를 알고서 정답이니 뭐니 한 건 아니다. 아무튼 그런 에드워드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공격의 실패에 결국 녀석은 굴복했다. 이걸로 51번째구나...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나로선 그 녀석도 참 근성이 강하구나, 하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아리야는 정말 똑똑한 녀석이구나,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약간 의외인 것은 에드워드에게 아리야가 충분히 감사 표현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보건 선생이 그 녀석의 집사라는 사실을 밝혔고 그때 와준 녀석이 그 보건 선생이란 것도 추가로 발설했다. 에드워드는 아무렇지 않은 반응을 보였기에 모두 불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의문 사항이 발생했다. 아리야는 그렇다 치고,

"너, 그때 왜 집사만 보낸 거야? 설마 겁 먹은 건 아니겠지?"

이 나도 전장에 투입돼었는데. 의문 사항이란 바로 위와 같았다.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가.

나의 그러한 질문에 에드워드는 잠시 우물댔으나 결국 입을 열었다. 물론 나한테만 들리도록 말이다.

"그, 그건… 내가 아리야에게 불손한 생각을 품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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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연재도 힘들다는 한숨 소리를 하고 싶은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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