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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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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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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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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3.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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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WGRS - 제 7장(4)

DUMMY

"어, 지, 진호?"

현지였다. 이 녀석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지만 돈 밖에 가진 것이 없는 대단한 아가씨들과는 뭔가 좀 다른 녀석이라고도 할 수 있고 나랑 동질성이 느껴지기에 약간은 안심이 되는 터였다. 그나저나 네가 여기 있다면 민현이도 있을 텐데?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을 깜빡 잊고 있었네. 어디있어?

내 물음에 현지는 훗 웃었다.

"걔는 주방에 있어. 아무래도 자기 실력을 뽐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나봐."

으흠,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상 쪽을 쳐다보았다. 이미 밴드들은 퇴장한 상태라 한산하기만 했다.

"그나저나, 아까 열창할 때 너무 멋졌어."

현지는 날 마주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충 얼버무렸다.

"뭐, 으음."

"저번엔 내가 너무 갑작스러웠지?"

당연하다. 그렇게 들이대면 대답도 하기 뭣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는 걸. 그땐 좀 흥분해서 말이야."

어이.

"난, 그때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걸. 그런데 대답은 나중에 해주겠다는 소릴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 애초에 누굴 점찍어 고백할 용기는 있는 거야?"

그럭저럭 다행이었다. 이 여자는 내게 여유를 좀 줄 생각인 모양이다. 나는 그에 반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조금만 기다려라. 나도, 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뭐야. 잘난척인가?"

내 뺨을 콕 찌르면서 현지는 짖궃게 웃었다. 잘난척이라면 그렇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네.

"어쨌든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난데없이 사라지거나 하지 않으면 말이야. 그래, 아리야도 귀여운 여자애지."

아리야를 공식 라이벌로 인정하는 건가.

"빨리 결정해야 해. 난 네가 너무 좋으니까."

현지는 황금률 100% 태양률 200% 형광등보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그렇게 말하곤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었다. 그때 뒤에서 비춰오는 색색의 조명으로 인해 나는 현지의 모습에 그만 반해버릴 뻔 했다. 순간 아찔했다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이렇게나 아름다울 순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 것이다. 이거, 생각보다 결정 내리기가 힘든 걸. 이미 암시적으로 내뱉어버리긴 했지만 이 두 분은 알아듣지 못 한 거 같고. 아무래도 차후 행동들을 주시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내게 좀 더 마음에 드는 녀석을…

"뭐야, 너."

응? 나는 뒤에서 들려온 무서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뒤에선 아리야가 매서운 눈길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뭔 망상을 하고 있었던 거야? 건방지게."

뭐냐? 어떻게 알았지? 아무튼 네가 여기 왠일이냐?

"왠일이냐니. 장난해? 날 때놓고 이런 데서 히히낙락하고 있었어?"

그러자 이번엔 현지가 나섰다.

"어머나, 얼마나 잘나셨다고 멋대로 사람을 데려가려고 그래요? 이렇게 건방지고 제멋대로여서야, 누가 좋아하겠나?"

"크윽."

아리야는 그런 자신의 성격은 인정하는지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쥐었지만 반론을 펼치진 못했다.

"나, 난 이만 가보마."

이대로 가면 또 심각한 분위기 연출이 될 것 같아 나는 현지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아리야에게 갔다. 현지는 아쉬운듯 손을 흔들어주긴 했지만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나, 나중에 놀아줄게."

그 모습이 꼭 내 여동생 같아 마지못해 말하자 현지는 다시 밝아진 얼굴로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점도 내 여동생 같군.

"뭐야?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내 옆구릴 콱콱 매섭게 찌르면서 아리야는 내게 매섭게 소리쳤다. 나는 난처해진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반론을 펼쳐야 했다.

"뭐하는 놈이냐니. 그대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어."

뭘 나름대로 노력하는진 나도 살짝 의문이다만.

그나저나 진래 씨는 어딨지? 아직 평상복 차림을 덜 감상했는데 말이다.

"내가 비켜달라고 했어."

어째서?

"두, 둘이 있고 싶어서."

나는 순간 두둥 돌 떨어지는 느낌을 가슴 깊은 곳에서 받았다.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뱉어낼 수 있을 만큼 아리야 녀석이 이렇게 대담했나. 어, 어찌할 수가 없는 녀석이구만.

"나, 나랑 같이 춤 출래?"

아리야는 조심스레 물었다. 이제 다 끝나가는 거 아니었냐?

"아니야. 이번엔 잔잔한 무도 음악이 나올 거야. 원래 형식이 이래."

흐음, 그런 거였냐. 하긴, 그런 음악이 빠지면 부자들의, 귀족들의 무도회가 아니지.

"저기서 그 춤을 위해 가면을 나눠주고 있어. 받으러 가자."

오냐. 가면 무도회였나.

우리는 가면을 나눠주고 있는 양복의 웨이터에게 다가갔고 그는 꽤나 놀란 얼굴로 아리야와 날 번갈아 보다가 굽신거리며 가면을 내주었다. 아리야는 분홍색의 예쁜 역삼각형 형태의 가면이었고 나는…

뭔가 괴팍하게 생긴 가면이었다. 삼각형과 사각형을 붙여서 만들어진 형태 같았는데 입 부분에 달린 이가 사람을 잡아먹고도 남을 만큼 날카로워보였고… 제일 중요한 건 어디서 봤다는 거다.

"자, 쓰자. 곧 음악이 나올 거야."

나는 뭔가 캥기는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모든 이들이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은 가지각색. 같은 가면은 없었다. 좀 신기하군.

"쳇."

마지못해 그 가면을 썼다. 이 가면, 확실히 어디선가 봤단 말이다. 꽤나 잊을 수 없기에 자꾸 기억이 난다. 흐음, 뭐지.

하지만 곧 그 생각은 잊혀지게 되었다. 잔잔한 무도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아리야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난 이런 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아리야가 리드하는 대로 끌려가기만 했다. 아리야는 꽤나 춤을 잘 췄다.

"너랑 있으면 누가 어디서 날 노리며 와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아."

무차별 하트 공격을 내게 꽂아대는 거냐? 지금. 너희들이 그렇게 나오면 난 더더욱 결정을 내리기 힘들단 말이다.

아리야는 그렇게 말하고 한 바퀴 돌아 날 아래로 눕힌 다음 다시 위로 세우고 한 바퀴 돈 다음 이번엔 자기가 밑으로 들어가 내 가슴 밑에서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몸을 들어 내 몸에 착 달라붙더니 내 팔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렇게 길고 긴 무도를 해야만 했다. 난 별로 신나진 않았지만 아리야랑 추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얼떨떨하여 별로 정신이 없었다. 갑작스런 두 여자의 고백으로 내가 왜 이렇게 혼란스러워 해야 하는진 의문이지만, 얼른 결정을 내려야겠지. 난 누구냐. 누굴 선택해야 하는 것이냐.

이윽고 음악이 끝이 났다.

아리야는 손을 멈추고 내 가슴팍에 안기는 걸로 춤을 끝내었다. 나는 그 작은 몸집을 잡아주는 걸로 마무릴 지었다. 이윽고 이어지는 박수 소리. 왜 박수 소리가 나는 거지?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나와 아리야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있었다.

"이야, 굉장해."

그러면서 다가온 것은 역시나 미젠다.

미젠다는 한 번 입을 열면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대충 내가 설명해보겠다. 알고보니 이것들이 작당하고 아리야와 내가 사귀고 있다고 믿고 있었으며 이어주기 위해 이런저런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모자는 미젠다였다. 이 입이 방정 맞은 여자 같으니. 아직 결정도 안 내렸는데 그렇게 몰아가면 어떡해.

하지만 모두 진심으로 부럽다는 시선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하긴, 아리야는 최고의 부자니까. 그렇지만 그런 시선을 아리야가 싫어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미젠다나 나라(나라도 물론 공범이겠지)는 이런 의도는 없을 것이다. 분명 아리야를 격려하고 밀어붙이기를 추진하는 것이겠지. 미안하지만 난 거기에 넘어갈 생각 결코 없다. 아리야와 현지의 줄다리기를 좀 더 지켜본 다음에 결정을 내릴 생각이란 말이다.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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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빠지게 생겼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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