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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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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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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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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2.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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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WGRS - 제 5장(9)

DUMMY

"어서오세요."

익숙한 인사를 하며 반기는 진래. 나는 습관처럼 차를 탄 뒤 진래와 아리야에게 정중히 내밀었다.

"드시지요. 방금 끓였습니다."

"고마워요."

"고맙다."

상냥한 대답과 퉁명스러운 대답. 별로 개의치는 않았다. 그런데 미젠다와 나라는 어딨는 거지?

"여깄다."

찬찬히 안쪽에서 모습을 나타낸 두 사람. 미젠다의 명쾌한 대답소리였다. 뭐지?

"그냥, 다음번에 너에게 입히면 어울릴만한 여자 옷을 살펴봤지."

농담이죠?

"제자는 아직 멀었군. 이게 농담이겠어?"

아뇨, 정 반대 개념입니다. 아무래도 개념 초월의 여행을 떠나신 모양입니다만.

"이런, 너무하는 걸. 여장이 그렇게도 싫어?"

"그럼 좋겠습니까."

미젠다에게 차를 내밀며 삐죽이 말했다. 미젠다는 쿡쿡 웃으며 잔을 받아들었다.

"확실히 농담은 아니었지. 그런데 제자가 그렇게 싫어한다면 좀 고려해야겠는 걸."

충분히 고려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후우, 이젠 이런 농담 주고 받기도 일상이라 가볍게 받아치는 나였지만 미젠다는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농담 거리로 나를 놀라게 만든다. 여장 건이 진짜로 정말이라면, 필사적으로 도망칠 것이다.

나는 한숨을 내쉰 다음 가정 실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케이크를 만들어야지. 잠시 잊긴 했지만 원래 잊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케이크 투정을 하는 아리야 녀석이 잊을 리도 없으니 말이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다 보니 두드러지게 준비를 할 새가 없었다. 팬케이크를 좀 더 맛있게 만드는 법을 김민현과 함께 연구해 볼까? 농담거리 정돈 생길지도 모른다. 후훗.

기분 좋게 웃으며 실습실에 등장, 역시나 먼저 와있는 김민현. 반가운 인사가 오갔고 작업은 곧 시작됐다. 기다려라, 아리야. 맛있다, 라는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올 만큼의 케이크를 만들어주마.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재밌겠는 걸. 약간은 쓰잘데기 없는 망상에 젖어 키킥대는 나였다.

수업은 언제나 받는 존재 이므로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나는 게으름을 피워보고자 창 밖을 쳐다보며 딴청을 부렸고 집중이라는 말을 저 멀리로 날려버렸다. 어라, 근데 집중이 영어로 뭐였지? 뭐, 마침 영어 시간이라 대충 중얼대봤다. 그러고 보니 담임의 이름이 김준이란 것을 문득 떠올려 버렸으며 김준이라는 이름 정돈 제발 외우자, 자신을 책망하였고 과연 집사란 진정 뭐하는 존재일까, 생각하는 순간을 가져보았다. 이 생각도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로군 그래.

옆통수를 톡톡 두드리며 난처한 미소를 띄우는 것도 잠시.

"꽤 달다?"

아리야의 투정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달게 해봤다. 단 거 안 좋아했냐?"

그렇게 묻자 아리야는 케이크를 한 입 더 먹고는 입맛을 다셨다.

"평소랑 맛이 달라서 한 말이었어. 싫어하진 않아."

별 의미 없는 일상의 대화. 그래, 일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 내겐 이제 자연스러워진 대화. 아리야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묻고 싶었지만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왠지 묻기 뭐하거든. 아니, 질문 자체가 녀석에겐 이상할 수도 있다.

뭐, 정리하자면 학교 생활은 이렇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다. 정확히는.

시간은 흘러 점심 시간. 나는 약간 꺼림칙한 얼굴로 가방에서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꺼냈다. 어제 먹는 걸 깜빡한 물건이다. 왜 새 도시락이 없냐면 어젯밤 외박하는 바람에 새로운 도시락을 챙겨오지 못한 것이다. 아리야의 집에서 아침이라도 얻어먹었다면(아마 호화판이었겠지) 별 말 않겠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란 말이다. 이거 배고파서 어쩌지. 돈도 한푼 없는데. 김민현에게 신세를 져볼까? 가끔 반찬을 신세 지니 한 번 쯤이야.

미간을 찌푸린 채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반 친구가 한 명 다가왔다.

"어이, 누가 부른다."

별로 친한 녀석은 아니었는데 용건은 그거였군. 나는 몸을 일으켰다. 누가 날 부른다는 거냐?

"안녕?"

김현지였다. 교실 문 앞에서 조심스럽게 서있던 그녀의 얼굴엔 반가움에 서려있었다. 내참, 그렇게나 반갑냐. 그냥 그때 한 번 마주쳤던 것 뿐인데.

"동생은 잘 지내?"

그녀가 묻는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잘 지내지. 너무 잘 지내서 걱정스러울 정도다.

"그래? 그럼 잘됐네."

나중에 김현지와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는 할 기회가 있다면 해야겠군. 아무튼 무슨 볼일이 있길래 친히 납신거냐?

"점심 좀 같이 먹자고."

점심?

그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응. 난 여기 학교 급식 먹거든. 보아하니 도시락으로 때우는 것 같던데, 어때? 같이 먹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

물론이다. 나쁘진 않다.

너무 덥석 문 감이 있긴 하지만 배가 고팠던 나는 공짜 밥을 아랑곳 하지 않기로 했다.

"얼굴이 딱 '공짜'라고 써있네. 걱정마. 다 내줄게."

고맙습니다! 마담.

"뭔 아부니."

아부라 해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듯, 밥의 힘은 굉장한 것이라고 한 마디 해보겠다. 이에 이의 제기할 사람 있나? 없겠지?

앞장 서는 김현지를 따라 이윽고 급식실에 도착. 매점 역할도 하고 있는 이 급식실은 레스토랑 뷔페 형식이다. 여러가지 볼일로 몇 번 와 본 결과 알아낸 사실이었다. 고급 음식들을 먹고 싶은 만큼 즐길 수 있는 곳. 왠만한 뷔페는 저리가라다. 대신 신청비가 무지 비싸다.

"어휴, 아무리 그래도 도시락을 먹을 게 뭐니. 이런 학교에 다니는 이상 이 정돈 해줘야지."

사정을 모르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다. 처음엔 부모님한테 이 학교에 다니는 사실을 숨겼다고. 어떻게 그 비싼 급식비를 말할 수가 있겠냐?

"그러니? 뭔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너도 참 고생한다."

큼지막한 쟁반 같은 접시에 음식을 옮겨 담으며 김현지는 피식 웃었다. 나도 피식 웃었다. 유쾌한 여자로군.

곧 음식을 다 받은 우리는 대충 아무 자리나 잡아 앉았다. 고등학교 와서 처음으로 여자 옆에 앉는 바라 약간 긴장되는 바였지만 괜히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대뇌에게 다짐시키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 으앗, 살살 녹네. 이게 이렇게 맛있었다니? 그냥 무슨 쭈글쭈글하게 생긴 뭔가를 기름에 튀긴 거라고 혐오했는데 말이다.

표현조차 하기 힘든 맛에 우물거리자 그걸 재밌다는 듯 쳐다보고 있던 김현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크윽, 이런 호화로운 급식실의 호화로운 음식들. 보통 학교에선 꿈도 못 꿀 요소이다. 이거 한 번 먹으면 끊기 힘들겠는 걸.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았지만 허겁지겁 먹기에 바빠 흘릴 새도 없었다. 진짜 맛있다.

"잘 먹네."

"맛있어."

"많이 먹어. 내가 내는 거니까. 게다가 뷔페잖아?"

"물론이지요."

그렇게 정신 없이 목구멍으로 음식을 넘기는데 옆으로 누군가 와 앉았다. 물론 쳐다볼 새는 없었다.

"진짜 서민 티 내는구먼. 먹다가 죽겄다 임마."

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에드워드였다. 이 녀석도 재밌다는 듯 날 쳐다본다.

"입이나 닦어."

아이고.

나는 손으로 삭 입을 훔쳐냈다.

"이야, 드디어 너도 급식의 묘미에 한 발 내딛었군?"

"아니, 얻어먹는 것 뿐이야. 또 먹을진 의문이다."

"그러냐? 너무 빠지지 않게 조심해라."

오냐.

다시 시식 시작.

"이봐. 너무 먹는 것에 집중하는 거 아니냐? 일부러 네 옆에 앉은 거라고."

응? 뭐?

"네가 의뢰한 학생 회장의 조사를 마쳤다고."

오오 그렇군. 하지만 나중에 알려줘도 상관없다.

"옆의 아가씨는 여자친구냐?"

푸웁.

먹던 것이 빠져 나올 뻔 했다. 입을 필사적으로 막으며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었다. 슬쩍 김현지를 돌아보니 창피한듯(네 눈엔 그렇게 보였다) 홍조 띤 얼굴로 작은 접시에 담겨 있는 죽을 홀짝거리기만 했다.

"아니다."

내가 말하자 에드워드는 후훗 웃었다.

"유감인데."

무슨 뜻이냐?

"아니야. 그런데 옷은 새로 맞춘 거냐?"

알아보는군. 그래. 미안하게 됐지만 새로 맞췄다.

"뭐냐, 신경 쓰긴. 옷이야 사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사줄텐데. 더러워지면 바로 바꾸는게 이치지. 안 바꾸는 게 슬슬 이상해지던 참이었다고."

그랬냐, 약간 실망인 걸.

"뭐가 실망이라는 거야? 어쨋든 본론으로 들어가자. 학생 회장 이준수. 그 녀석도 보통 녀석이 아니야."

보통 녀석이 아닌 사람이 이 학교에 얼마나 많은데.

"크큭, 그래. 너한텐 그렇겠지. 하지만 그 녀석은 그룹 내 서열 10등인 꽤나 대단한 녀석이야."

반복표현인 토톨리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얼른 말해.

이름 모를 소시지를 하나 입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에드워드는 빵을 하나 집어들었다.

"옛날부터 모두를 둘러보던 이준수는 현재 미국 같은 입장이야."

미국?

"왜, 세계 대전 때도 강 건너 불구경하며 초강대국이 된 미국 말이야."

숨을 들이마시고 바로 말을 잇는다.

"거의 모든 이들의 상태를 꿰뚫어 보고 있는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아, 학생 회장의 집사 알지?"

우리 반 담임... 그래, 이름은 김준. 김준 선생님을 집사로 데리고 다니지 아마?

빵을 한 입 베어물며 뜸을 들이는 에드워드. 다음은 뭐냐.

"응. 그 담임이…"

막 중요한 것 같은 말이 이어지려하는 찰나,

"어라? 진호 군?"

진래의 목소리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옆에는 나머지 인물들(아리야 포함)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 누님들도 급식실에서 점심을 즐겼었지 참.

"제자는 도시락을 먹지 않았나?"

미젠다는 맞은편 자리에 떡하니 접시를 내려놓고는 빙긋이 웃었다. 가끔은 도시락도 질리더군요. 가벼운 조크로 받아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나라가 앉았다.

나라가 내가 보는 쪽에서 오른쪽에 앉았다면 왼쪽엔 진래와 아리야가 앉았다. 왠지 모르게 아리야는 짜증이 가득 찬 뚱한 얼굴이었다. 이유불명이지만 뭐, 별로 신경 쓸 거리는 못 된다. 이 몸이 보기엔 평소 얼굴이라 말이지.

"이런 데서 만나다니, 반가워요."

언제나 밝은 진래의 미소. 나는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였다. 진래 일행이 내 앞에 일자로 주루룩 앉자 이야길 더 듣고 싶었는데도 에드워드는 입을 다물었다. 옆구릴 쿡쿡 찔렀지만 녀석은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이유가 뭐냐?

"나중에 말해주마."

조그맣게 들릴듯 말듯 말하는 에드워드.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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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런; 겨우 다 찾아서 고쳤습니다...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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