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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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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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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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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3.0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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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WGRS - 제 7장(5)

DUMMY

휴, 어쨌든 그렇게 그 날의 무도회는 끝이 났다. 나는 결국 어디서 봤는지 생각해내지 못했고 가면을 벗어야만 했다. 아리야는 기쁜 얼굴로 히힛 행복한 미소만 연신 지어댔으니 뭐, 그걸로 만족할까. 집으로 돌아갈 땐 아리야에게 미리 말하고 현지와 민현과 파티를 이루어 집으로 향했다. 가끔은 서민 처럼 걸어주며 집으로 돌아가야지. 아니, 내가 이제 부자다. 이런 소리는 아니다. 다만, 아리야와 함께 있으면 너무 이것저것 신세 지는 게 많아서 말이다. 김대범 씨는 날 못 태워서 안달이지, 아리야는 개인용 전철을 못 태워서 안달이다. 미안하지만, 난 걷는 것도 좋아한다고.

"오늘은 재밌었어. 요리도 실컷 만들었지."

민현은 정말 자기 분수에 맞게 산다란 말이 어울리게 행복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음식은 맛있었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민현의 어깨를 툭 두드려주었다. 앞으로 좀 더 힘내라고.

그런데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현지가 내 옆으로 바싹 다가왔다.

"근데 진호야. 곧 학력 고사인데, 대비했니?"

뭣이라? 그런 듣보잡도 있었냐?

"몰랐니? 리치 스쿨에서 보는 시험이잖아. 보통 공립고의 중간, 기말 고사랑 비슷한 거야."

허윽, 이런. 하나도 대비 안했다.

"후훗, 그래. 진호는 공부 하나도 안했구나. 하긴, 공주님 지키느라 고생도 많았지."

"그, 그런…"

현지는 난처해하는 내 입을 콱 막았다.

"걱정 마. 내가 모르는 건 다 알려줄게. 그래서 말인데, 학교는 그렇다 치고 내킬 때마다 너네 집에 놀러가면 안 될까? 공부도 가르쳐주고 네 여동생하고도 놀아주고. 너희 부모님도 기뻐하실 걸? 뭣하면 내일 당장 어때?"

나는 거절해야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공부 쯤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칼에 거절하기엔 뭔가 캥기고 이리저리 변명을 대는 건 더욱 뭣하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는데 거절하긴 확실히 힘들다. 게다가 이건 로망이지 않은가? 여자가 남자 집에 와서 공부를 가르쳐 준다! 흔한 일이 아니다!

"그, 그래."

나는 마지못해 허락하는 척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얏호, 그럼 오케이 한거다."

현지는 신이 나서 날 껴안는다. 그렇게도 좋냐. 하지만 미리 예방책은 세워놔야겠지.

"어이, 민현. 너도 올래?"

민현은 화들짝 놀라더니 현지의 눈치를 살폈다. 현지는 으흠,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한 걸음 양보한듯,

"괜찮아. 누굴 더 부르든."

그래, 좋다. 나는 민현에게 어깨동무를 하였다.

"너도 와라. 같이 공부 좀 배우자고. 아니, 넌 공부를 잘했나?'

그런 농담을 주고 받으며 우린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제 2의 경쟁 시나리오의 서막이 열렸다고 미리 말해둬야겠지. 약간 의문성으로 가득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명, 학력 고사 진흙탕 쟁탈전. 그 서막이 지금 열렸다.

왜 저런 제목을 정했을까. 나도 살짝 의문이지만 그냥 적당이 둘러대기엔 진흙탕이란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어쨌든 다시 경쟁의 무대가 올랐고 그 막을 올려 버렸다. 아니, 내가 올린 게 아닌데?

아무튼, 아직 힘들고 먼 여정은 끝나지 않은 듯 싶다.




그 날, 집에 돌아가 이 소식을 여동생과 어머니에게 전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왠일이냐며 손뼉을 쳐주셨고, 여동생은 "현지가 오는 거야? 응?" 하며 좋아했다. 나는 왜들 이렇게 좋아할까, 살짝 의문을 가졌지만 뭐, 나쁘진 않다. 무덤덤하면 오히려 이상하지.

그리고 손님 대접이라며 필요한 과자나 음료를 사오라며 내게 돈을 쥐어주셨다. 나보고 시킬 필요까진 없잖아.

살짝 귀찮다는 생각을 하며 투덜대면서도 같이 가겠다고 달려드는 여동생의 응석을 받아 같이 근처 슈퍼로 발걸음을 이동시켰다.

과자나 음료 종류와 별 상관 없을 테지. 그냥 무조건 양 많고, 음료는 사이다나 콜라가 대세다. 정 뭣하면 맥콜이나 밀키스도 괜찮겠지만.

한창 신나서 들떠있는 여동생을 데리고 물건을 고르던 나는 문득 밖에서 기웃데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깜짝놀란 것은 가게 주인이 아니라 나였다. 왜 저 녀석이 여기 있는 거야?

나는 여동생에게 짐을 맡기고 당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 네가 여기 있는 거냐?"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날 쳐다보던 소녀는,

"들었어."

뭘?

"진래한테 들었단 말야! 그 여자애랑 같이 시험 공부 한다면서?"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나에게 소리치는 것은 아리야였다. 그나저나 진래는 아직도 나에 대한 감시라도 하고 있던 거냐.

"그, 그렇긴 하다만, 네가 여기까지 올 이유는 아니잖아?"

허리에 손을 짚으며 살짝 가게 안을 보니 동생이 계산을 거의 끝내고 있었다. 혼자 들기엔 좀 버거울 텐데, 얼른 가서 도와줘야겠다. 잘못하면 잔소릴 듣겠어.

아리야는 그런 나에게 다시 소리쳤다.

"바, 바보야! 나도 같이 공부할래!"

부탁하면서 욕을 섞는 것은 별로 듣기 좋지 않았지만, 아무튼 아리야는 별 의미도 없는 공부 모임 파티에 동석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냐. 내가 난처하다.

그런데 계산을 마쳐버린 여동생이 낑낑대며 짐을 끌고 나오며 아리야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고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뭔가 불안하다.

"어, 아리야네? 오랜만이야!"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드는 여동생. 얼떨결에 인사를 하는 아리야. 그러더니 여동생은 말을 이었다.

"오빠가 내일 친구들끼리 모여 공부한데. 아리야도 안 올래?"

이 녀석, 쓸데 없는 소릴 한다. 분명 왠지 모르겠지만 평지풍파가 일듯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잘도 그런 말을 한단 말이냐. 성난 두 여자가 모여 앉아있으면 이야기는 이상하게 흐르는 법이라고.

여동생이 한 말을 수습하기 위해 허둥댈 준비를 하는데 아리야 녀석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응. 갈래."

"그래. 내일 꼭 와야 돼."

그러면서 약속이라도 하자는듯 손가락을 내민다. 아직 어린 여동생 다운 행동이긴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마치 누군가 나를 함정에 빠트려하는 거 같단 말이다. 프로이드 박사의 제 2차 몽상 실험인가?

당황해 하는 나를 향해 여동생에게 약속 시간을 들어버린 아리야는 입을 열었다.

"그럼, 내일 학교 끝나자마자 갈게. 아니, 같이 가는 거야."

무섭게 노려보며 말한다.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그래.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나저나 논외로 저 멀리 던져저버린 의문을 다시 주워들겠다.

"근데 아리야. 여긴 뭐하러 온 거야?"

그러자 아리야는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더듬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아니 그…"

"어머나, 여기 있었네요."

문득 등장한 것은 진래였다. 아니, 여기에 어떻게? 라는 의문을 가져봤자…

"아리야가 얼마나 고집을 피워대던지, 제가 알려주자마자 진호 군네 집에 쳐들어가겠다니 뭐니 해서 말이에요."

호호 웃으며 뺨을 감싸쥐는 진래의 모습에 나는 아직 악마의 모습이 남아있구나, 라는 것을 실감했다. 독합니다. 아니, 두 여자 모두 독해.

"뭐, 그렇게 된 거라고 쳐요. 그래서 이렇게 와버린 건가요?"

"네."

사랑스럽게 웃으며 미소 짓는 진래. 다시 한 번 한숨이 나올 차례다.

"무척이나 아쉬워하던데요. 빨리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길 바래요."

아리야에게 안들리도록 내게 조심스레 말하는 진래. 꿀꺽, 침을 삼켰다.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된 거지.

"뭔데? 뭔데?" 하며 궁금한 듯 고개를 들이미는 여동생을 자제시키며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럼, 아리야랑 진래 씨는 어서 돌아가세요. 늦은 밤이랍니다.

"흥."

화가 난 듯 고개를 돌리는 아리야. 진래는 싱긋 내게 무언의 미소를 날리곤 "가죠." 아리야의 등을 떠민다. 뭔가 섬뜩하다.

"헤헷, 내일 재밌을 것 같네."

동생이 웃으며 중얼거린다. 나는 뭐가 재밌을 것 같냐고 묻지 않기로 했다. 보나마나 모여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다는 것 거겠지. 별 깊은 의미는 없을 것이다. 아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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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려면 멀었군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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