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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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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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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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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2.2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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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WGRS - 제 7장(2)

DUMMY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

집을 나서자 김대범 씨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나는 역시 반가운 얼굴로 웃어주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언제나 뒤에서 암약의 활약을 펼치신 분이다. 감사를 할 필요 정돈 있을 것이다.

"이미 연락은 받았습니다. 초청장을 보여주시지요."

나는 귀찮다는 얼굴로 주머니에서 나라가 주었던 초청장을 하나 꺼내어 내밀었다. 김대범 씨는 그걸 넙죽 받아 주머니 안에 넣고는 빙긋 웃었다.

"초청장이 맞군요. 그럼 무도회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타시지요."

오늘 따라 더욱 정중한 태도가 은근히 마음에 든다. 나는 얼른 차에 탔다. 무도회장이라, 부자들의 무도회장! 어느 정도는 환상에 빠져 이런저런 망상을 해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이거 좀 신나는 걸? 게다가 거기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을 떠올리니 더욱 신이 났다. 긴장이 되기 보단 내 위치가 향상되고 있다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무도회장에 청바지에 셔츠 차림이면 괜찮다니, 나라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나는 현재 내 복장을 뜯어보며 난처한 고민을 하였다. 김대범 씨는 그런 나를 거울로 삭 훔쳐보고는 연신 웃기만 한다. 뭐냐.

이윽고 무도회장에 도착. 김대범 씨가 문을 열어주었다.

밖으로 발을 내딛고 건물을 쳐다보았다. 역시나 웅장하고 거대하다. 리치 스쿨과 견줄 만큼은 된다. 하지만 아리야의 집보다 작아보이는 건 어찌된 연유지.

"들어가시죠."

어, 네에.

김대범 씨의 재촉으로 나는 그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양복 차림의 김대범 씨와 나는 상당히 비교되지 않을까, 꽤나 긴장을 타며 말이다. 사실, 이런 자리는 난생 처음이거든. 다들 나와 같은 상황이 되면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말은 잘해도 정작 이런 자리에 오면 엄청 긴장하기 마련이다.

나는 안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지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얼른 김대범 씨를 쳐다보니 그는,

"모르셨나요."

어깨를 으쓱인다. 이, 이런 거였어?

"와아아!"

"오오오!"

곳곳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 정 중앙에선 기타니 베이스니 악기를 든 사람들이 드럼 소리에 맞춰 신나게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저절로 어깨가 으쓱거려질 정도. 뭐시기한 것은 보컬 자리에 아무도 없다는 것. 어이, 혹시 저 자리가 내 자리냐?

"여, 어서 와. 진호야."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 온 나라. 신나게 뛰기라도 한 듯 흐르는 땀이 역력히 보인다. 복장은 나와 비슷하게 청바지에 셔츠. 노출 빈도는 좀 높은 편이었다. 어울리냐고 묻는다면 저번 무도 드레스만큼이나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겠다.

그런데 저, 저기요. 이런 거였나요?

"어머나 얘가 왜 이러니. 그럼 뭘 상상했는데? 무슨 중세 시대처럼 잔잔한 음악에 맞춰 춤이라도 출 줄 알았니? 미안하지만 그런 심심한 짓은 안해. 우린 이렇게 논단다."

허걱. 입이 절로 벌어진다. 이, 이런 거였어?

"음. 그래."

나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일단 보컬이 활약하기엔 시간이 멀었으니 좀 즐겨."

웃으면서 날 안 쪽으로 안내했다. 뒤를 돌아보니 손을 흔들고 있는 김대범 씨가 보였다. 켁.

"이거, 제자 아냐? 오늘의 MVP! 이곳 사람들 모두가 너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안쪽에서 제일 먼저 만난 것은 역시 미젠다였다. 나는 멋쩍게 인사를 건내었다.

"저길 봐."

응? 미젠다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

저 멀리서 현지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신나게 뛰며 음악에 열중하고 있었다.

"저기도."

이번엔 반대편.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음?"

아리야가 보였다. 뭔가 사색에 잠긴 얼굴로 반주만 타고 있는 밴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키가 작아서 별로 보기가 힘들었지만 아리야가 확실했다.

"여, 오셨군요."

그러는데 뒤에서 이준수 녀석이 다가왔다. 이런 사기꾼 미소쟁이도 여길 오다니.

"오늘 당신의 보컬 솜씨를 저는 매우 기대하고 있답니다. 게다가 두 여자의 마음도 쥐고 있으니 말이죠."

이상한 헛소리 할거면 저리 가버려.

"너무 그러지 마시고. 어쨌든 열심히 하세요."

이준수는 그렇게 말하고 물러나버렸다. 여러 모로 진정한 의미에서 위험한 녀석은 저 녀석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가끔 들긴 하지만 뭐, 별로 신경 쓰진 않는다.

"진래 씨는요?"

문득 그 분이 보이지 않기에 물었다. 그 분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거든. 왠지 모르겠지만.

"아리야와 함께 있어. 못 봤냐?"

미젠다는 아리야가 있던 쪽을 재차 가리키며 후훗 웃었다. 응? 난 안 보이는데. 뭐지?

그러다가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발견하고 만 것이다. 평소 메이드 복 삘이 풍기는 옷을 벗고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진래를. 어, 어이. 이건 상상이 안 가는 망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는데? 설명을 하기가 힘들 정도로 진래에겐 새삼스레 새로워 보였고 무척이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다. 따로 언급할 용기가 들지 않으니 알아서 상상하시길.

"잘 감상했냐?"

감상이라니요.

"하하하."

날 놀리듯 웃는 미젠다. 으흠. 하지만 이 녀석도 잊어먹으면 아마 화를 내겠지.

"에드워드는요?"

"아, 그 녀석은 저기 있지."

누가 어디 있는지 빠삭하게 알고 있는 미젠다에게 나는 한 치의 의문도 갖지 않고 그녀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곳은 단상 위의 밴드였다. 드럼을 치는 기수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뭐야?

"저기서 열심히 드럼 치는 녀석이 에드워드야."

왜 저 녀석이?

"원래 저런 역할은 저 녀석이었어. 잘 어울리지 않아?"

그, 그렇군요. 왠지 녀석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어울린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아깐 못 봤는데 정말 열심히 드럼을 치고 있다. 땀을 흘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어울리는 녀석이다.

에드워드는 내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듯 연신 드럼을 두드리고 있었다. 흐음.

"자, 그럼 우리도 신나게 놀아야지?!"

멍하니 그런 에드워드를 쳐다보는데 나라는 내 손을 턱 잡다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 어라라? 나는 마지못해 그 손길에 이끌려 어깨를 들썩여야 했다. 에라, 솔직히 춤 따윈 잘 못 추지만 그냥 추자.

"이야, 꽤 잘 추는데?"

나라의 이어지는 칭찬. 나는 아랑곳 않고 몸을 움직였다. 모두가 즐거웠다. 모두가 신나 보였다. 금세 회장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열광의 도가니가 됐고 밴드의 연주는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분위기가 절정에 무르익었을 무렵, 나라는 춤을 추다 말고 단상 위로 펄쩍 뛰어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소리쳤다.

"그럼 분위기도 최고조니 이 쯤에서 소개하도록 하죠. 오늘의 기대주, 유진호 군을 소개합니다!"

와아아-! 열광에 가득 찬 박수 소리. 나는 이게 뭔가 하고 어쩔 줄 몰라했지만 이들은 진심이다. 게다가 나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지 않은가?

"어서 올라와."

나라가 내게 손짓한다. 문득 드럼을 치던 에드워드도 날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가 날 쳐다보고 있다. 이런 제기랄. 그럼 어쩔 수 없지. 어제 하루종일 연습한 내 보컬 실력을 뽐내줘야겠다. 노래방도 한 두 번 간 내가 아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소리치며 단상 위를 뛰쳐 올라갔다. 환성은 더욱 커졌다.

"흐음. 흠흠. 그럼 실력은 부족하지만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별로 자신 없는 목소리로 소리치곤 마이크를 꽉 붙들었다.

"그럼 미리 예정되 있던 뮤직, 큐!"

그러자 밴드는 약속이나 한듯 고개를 끄덕이고 연주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화려하고 흥이 나는 흥겨운 반주가 울려 퍼졌다. 이거, 정말 생각보다 굉장한 걸. 기분이 째진다. 이런 건 난생 처음이거든. 마치 내가 굉장한 사람이나 된듯한 기분.

"노래 제목은 Traveler of WGRS!"

슬슬 부를 때가 될 때 이어서 한 마디 했다. 여행자라는 뜻이었다. 자, 그럼 시작이다.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걸어가는데."

흠흠, 다리를 흔들었다. 절로 흥이 난다.

"길을 찾으려고 주변을 살펴보니,"

"길이 딱 두 개가 보이는데?"

이제부터 제대로다.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아.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

깊게 이어지는 베이스 연주.

"저 어둠 속에서 빛이 움트지만 내 마음은 카오스."

"거짓 속에 사로잡힌 진실은 파괴충동에 휘둘리고 허공에 꿰뚫려 메달린 마음은 갈 곳을 잃은 채 헤메이는데?"

처음엔 가만히 쳐다보던 사람들이 서서히 음악에 몸을 내맡기기 시작했다. 나도 음악에 사로잡힌 채 열심히 열창했다.

"저 암약 속에서 도약하려 하는 약속은 Traveler! 내 마음은 Traveler!"

"멀어진 시선은 고독 조차 마다하고 혼자를 고집하고!"

"멀어진 안식은 스스로 자멸을 자처하고!"

"동경해온 눈부심은 거짓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여행을 멈추며 눈을 깜빡이는데!"

"다시 보이는 길 두 개. 어라, 사라진 길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지만,"

"죄와 고통이 진실이 아니라면 그 길은 진실이자 현실. 거울 처럼 비춰진 길 앞에 나는 소리친다."

"짧은 길이여, 난 널 원한다. 긴 길이여, 미안하다."

나는 숨을 삼키고 다음 가사를 읊었다.

"내가 원하는 길은 짧은 길. Traveler는 좀 더 편하게 여행하네."

그리고 마지막 가사.

"나에겐 누구보다 소중한 이가 없어. 너는 나의 WGRS."

힘차게 소리치며 마이크를 휘두르며 손을 쳐들었다. 모두의 함성소리가 다시 한 번 허공을 메웠다. 이야,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무 기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슬쩍 에드워드를 돌아보니 녀석은 척 엄지를 들어 나에게 빙긋 미소를 날려주었다. 그 미소는 정말 내게 최고의 미소였다.

이제 아리야의 얼굴을 확인해볼까. 내 가사가 무슨 뜻인지 정돈 알아들었겠지?

"응?"

하지만 아리야는 그저 그런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괜찮은 노래네, 하는 얼굴. 뒤에 서있는 진래를 쳐다보았다. 진래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며 X표시를 만들었다. 뭐, 뭥미?

쳇. 내 제스쳐를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다. 기껏 용길 내서 만든 가사인데.

그렇다면 현지는?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녀 역시 알아듣지 못한 얼굴로 노래에 마냥 신났는지 손뼉을 치며 흥얼거리고 있었다. 문득 내 시선을 발견하고는 밝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 뿐이었다. 이런이런. 아무래도 알아듣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찬스는 넥스트냐?

결국 나의 깜짝 가사 고백은 그렇게 물 건너 가고 말았다. 그럼 현지와 아리야에겐 뭐라고 말하지. 사실은 가사 속에 내 고백이 담겨 있었다고 하면 눈을 흘기며 걷어차기만 하겠지. 뭐 그런 게 어딨냐고. 하지만 나로선 최선을 다한 거란 말이지. 으흠.

어쨌든 연주를 마친 나는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대단했습니다. 노래 실력이 굉장한데요."

그 중 박수를 치며 내게 다가 온 학생 회장 이준수. 넌 도대체 정체가 뭐냐.

"그냥 구경꾼입니다."

오냐.

나의 머릿속은 온통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이상 어떻게 고백을 다시 해야 하나로 가득 차 있었다. 우웃,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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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어떠셨습니까. 은근 혼열을 담아 쓴 편입니다. 5천자인 만큼 양도 많지요. 그리고 이제 WGRS의 뜻을 슬슬 밝힐 때가 됐군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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