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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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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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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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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2.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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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WGRS - 제 5장(7)

DUMMY

죽은 사람 마냥 침묵을 지키며 조용히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녹색 찻물이 빛을 반사하며 일렁이고 있었다. 내가… 이런 수면에 던져진 돌맹이라고…?

정말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일이 흘러버렸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이정도다. 나도 정말 무신경한 거 아니냐? 엄청난 폐를 끼치며 실례를 저지른 것인지도 모른다. 내 주제를 파악했어야 했어. 제길.

손을 꼭 쥐었다. 이젠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모두에게 미안해졌다. 별 것도 아닌 놈이 꽤나 주제 넘는 짓을 해버려서.

"괜찮으세요?"

문득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옆에는 어느새 왔는지 메이드가 조심스럽게 앉아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도 몸매도 미인이신 그 메이드 님이었다. 나는 이 급작스런 등장에 당황하였다.

"아, 아니요."

"뭐가 아닌데요? 보아 하니 무척이나 수심에 찬 것 같던데."

"그, 그래보였나요."

"네에. 전 이래뵈도 여기선 잔뼈가 있는 몸이에요. 어느정돈 알고 지내는 사람이랍니다."

"그랬군요."

"여기, 차 하나 새로 끓여왔어요. 마음을 맑게 해주는 우롱차랍니다."

우롱차가 마음을 맑게 해주는 차였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신경 써주셔서."

"아니에요. 그보다… 힘내도록 하세요. 제가 이렇게 응원할게요."

"네?"

"남자친구 분께선, 아무래도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하는 것 같네요. 제가 본 바로는 모두 남자친구 분을 무척이나 아끼시는 것 같던데 말이죠."

아, 그런가요. 아니! 그보다 저보고 남자친구 분이라뇨? 누구의?

"예? 아닌가요? 아리야 아가씨의…"

"당연히 아닙니다."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여자한테 별로 관심이 없는 나로선 그런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 누구냐고 꼽으라면 나라 누님이나 진래 씨를 꼽을 수 있겠다. 왜, 여성 미가 철철 넘치고 상냥한 분들이잖아.

"그런가요. 아가씨가 들으면 실망하겠는데요."

"걔가 왜 실망합니까?"

내 말에 메이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만큼 둔치시네요."

네? 뭐가요?

"아닙니다. 그냥 하는 말이에요. 아무튼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응원이에요. 뒤에서 말없이 응원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힘내시라는 거죠."

전 영웅이 아닙니다만.

"글쎄요. 제가 보기엔 충분히 영웅이신데요. 아가씨한테도 말이에요."

에헤이... 농담도 잘하시는 메이드 님이네.

"글쎄요? 생각하기 나름이죠."

쩝. 나는 입맛을 다셨다. 이거이거, 덕분에 기분이 풀렸다. 이 메이드 분껜 감사해야겠는 걸?

"감사하신다면 한 가지 제 부탁을 들어주시겠어요?"

"뭘요?"

그렇게 말하던 메이드는 벌떡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버렸다. 뭐지?

잠시 후, 끼긱 거리는 바퀴 소리와 함께 메이드가 등장했다. 어이, 나 도망쳐도 되는 거지? 그런 거지? 아리야, 미안하다. 기다리라고 했던 네 말, 못 지키겠다.

"어딜 도망가나요!"

우와앗!

나는 그만 메이드에게 뒷덜미를 채이고 말았다.

"남자친구 분에겐 여장이 무척이나 어울릴 것 같아요. 이거 정마 여성의 본능을 자극하는데요?"

아, 아니… 여성의 본능이란 게 대체 뭐길래!

내 절규가 미처 울려퍼지기 전에 메이드의 손길은 내 웃옷을… 결국 도망치지 못했다고 한 마디 하겠다.



"으음……."

심각하게 고민에 잠긴 신음을 내뱉으며 아리야는 문을 열어젖혔다. 나는 그걸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물론 아리야도 곧 그렇게 표정이 변해버렸다.

"너… 그런 취미 있었냐?"

아리야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 아니다! 억지로 입은 거야! 치마는 내 손으로 입어야 했단 말이다. 제길!

"어머, 아가씨 오셨네요. 어서 오세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남자친구 분이 워낙 예쁘게 생기셔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부끄러운 듯 뺨을 감싸쥐며 말하는 메이드. 으윽.

"어때요? 정말 잘 어울리죠? 이 웨이트리스요."

"…………."

아리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뭐지? 불안하다.

"진짜… 진짜, 어울려!"

그러면서 와락 나한테 달려든다. 일이 어떻게 되는 거냐?

"진짜 귀여운데? 아, 줄리야. 뭘 더 입혀볼래?"

이, 이봐. 두 사람, 그러는 거 아니야!

그나저나 이 메이드의 이름이 줄리야였군.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의외의 등장 인물이었다. 정말로.

"으아악!"

내 비명소리가 되도록 멀리 퍼져나가길 빌겠다.

결국 입어볼 만한 옷은 거의 입어보고 말았다는 말을 한다면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난감한 것은 주로 치마를 입히고선 짖궃게도 그걸 자꾸 들추며 키득거리는 줄리아였다. 이 메이드는 도무지 방심할 수가 없다.

"후우, 진짜 재밌네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던 메이드 줄리아는 기분 좋게 웃고선 뒤로 물러났다.

"제가 좀 장난이 지나쳤네요. 아가씨, 전 이만 물러날게요. 할 이야기들 있으면 나누세요."

병주고 약주고에, 불난 집에 부채질, 강 건너 불 구경이다. 미젠다 사부의 적수가 하나 늘어난 것 같다. 어라, 혹시?

"저기, 미젠다랑 나라라는 사람을 아시나요?"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당연히 알죠. 그 아가씨들도 무척 재밌는 분이에요."

라고 대답했다. 역시나가 진짜다. 자,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과연 미젠다와 나라는 저 줄리아란 메이드에게 영향을 끼친 걸까 아니면 영향을 받은 걸까? 내가 보기엔 영향을 준 것 같은 느낌이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무릎을 꿇었다. 어이, 언제까지 이런 옷을 입고 있어야 되?

"재밌는데 뭘."

재밌긴 개뿔이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보니 너도 참 많이 웃는구나."

"무슨 소리야?"

"왜? 넌 잘 안 웃잖냐."

"헛소리마."

아리야는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하긴, 자기가 웃었는지도 모를테지. 그래도 난 그 모습을 잘 감상했으니 된거다. 속으로 쾌재라도 부르고 싶다.

"할 이야기가 있어."

문득 아리야가 진지 모드로 돌입하며 이야길 꺼냈다. 거기에 집중하고자 자세를 바로 잡고 싶었지만 양반다리가 불가능한 복장이기에 그냥 무릎을 꿇었다. 아아, 창피하다. 가능하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뭔데?"

가만히 날 쳐다보던 아리야는,

"아버지의 병환이 차차 좋아지고 있데."

흐음, 그거 다행이군.

공감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오늘 찾아온 조문객들에게 그런 소린 하지 않았데. 그리고 나한테 하는 소리가 가문을 넘보는 녀석들을 쓸어내야겠다면서 말이지…."

말이지?

"만약 자신이 죽거나 허약한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자릴 물려주겠다고 말한 거야, 찾아온 사람들한테."

그러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리야는 주먹 쥔 손에 힘을 주더니 소리치듯 말했다.

"이해가 안 되? 아버지는 날 미끼로 삼겠다는 거라고. 노려지는 것도 나고 위험한 것도 나고 나중에 죽어야 될 것도 나란 말이야!"

나는 쯧쯧 혀를 찼다.

"무슨 소리냐? 네가 왜 죽어? 그런 단정조로 말하면 안되. 말이 씨가 되는 법이야."

"흐윽, 흑…."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우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는 사항이기에 나는 잠자코 그런 아리야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벌써 가셨어."

하긴, 여장 소동을 벌이는 사이에 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비명은 들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매정한 인간이군.

"나로선 마땅히 할 말도 없고 할 짓도 없어. 하지만 이 말만은 해주마."

"뭘?"

울상인 채 눈물이 맺힌 눈가가 날 올려다본다.

"만약 네 앞에 널 노리는 녀석이 나타난 다면 주먹 한 방 정돈 먹여주겠다고."

그런 것 쯤이야 얼마든지 해 줄수 있으니 걱정 마라.

"으응."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리야. 약간 실망인데, 그럴 줄 알았다니. 이 정도면 꽤나 잘난척 + 드라마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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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여기서 밝혀볼까요. 완결 얼마 안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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