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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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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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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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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3.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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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WGRS - 제 8장(3)

DUMMY

우리는 이후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자랑스러운 얼굴의 지도자 엘리샤의 인도 하에 케이크를 파는 곳을 비롯하여 푸아그라, 스파게티 등 유럽 풍의 고급 음식점에 한식까지. 온갖 산해진미를 다 맛보고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물론 이것저것 집어먹으며 혀를 호강시켰고 기분 좋게 배를 두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조금 난처한 것은,

"어머나, 괜찮으신 분이네. 저랑 추실래요?"

잔잔한 음악이 들려오는 가운데 어떤 여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 요건은 춤을 추자는 제안. 내가 마음에 든다는 소리였다만, 나는 좋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이 녀석은 내 노예니까 내 허락 없인 안 됍니다. 아시겠어요?"

"예? 아, 네에."

나에게 말을 걸었던 여성은 멋쩍게 웃으며 지나쳐버렸다. 물론 난처한 것은 나였고 아까워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던 것도 나였다. 꽤나 스타일도 괜찮았는데, 아….

가버리는 여성의 뒷모습을 망연자실하여 쳐다보는데 엘리샤의 발이 내 발을 걸어 넘어트렸다. 나는 휘청 고꾸라지며 겨우 자세를 고쳐잡고 엘리샤를 쳐다보았다.

"무슨 짓이야?"

"함부로 눈 굴리지 마."

화를 내고 싶어졌다. 짜증.

그런데 더 웃긴 사태가 발생했다. 아리야가 문득 손목에 찬 예의 자신의 그 티쏘 시계를 쳐다보더니,

"엘리샤. 시간 다 되었다."

그 말을 들은 엘리샤는 눈에 불을 켠듯한 기세로 아리야를 돌아보더니 아리야의 작은 손목을 잡아끌어 시간을 확인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시계, 고장난 거 아냐?"

"그럴리가 없다는 건 너도 잘 알 텐데."

"으음……."

팔짱을 끼고 고심하는 표정을 짓는 엘리샤. 두 여자의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로서는 전혀 현 사태의 전개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무슨 뜻인지 짐작이 안 되는 대화들.

"할 수 없지. 남은 시간은 네거다."

"그래."

거기서 대화는 종료.

멀뚱히 눈을 깜빡이는 내 손목을 아리야가 턱 붙잡고는 잡아끌었다.

"가자."

"무, 무슨?"

"무슨은 뭐가 무슨이야."

설명 좀 해다오. 부탁이다.

하지만 아리야는 침묵. 뒤에 서있던 엘리샤만이 몇 마디 했을 뿐이었다.

"그놈의 오빠 때문에 참…. 내가 너무 안이했어."

이해력 제로. 나는 그대로 아리야에게 끌려갔다.

아리야는 엘리샤는 남겨놓은 채 회장 깊숙이 나를 끌고갔고 저항할 마음이 들기 전에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나는 저항할 방법도 찾지 못 한 채 허둥거려야했다. 이윽고 아리야는 회장 정 중앙으로 와서야 손을 놔주었다. 뻐근한 손목을 추리며 질문.

"무슨 짓이냐."

"우리, 같이 춤 추자."

동문서답이었다. 아리야는 어이없는 내 표정과는 다르게 밝은 얼굴로 말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춤을 신청하고 같이 추는 것이 원래 무도의 예의야."

그렇게 말하고는 회장 안에 울려퍼지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얼떨결에 거기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왜일까. 이제까지 엘리샤와 아리야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게 아닌가 했지만 그 의문점들은 깨끗히 날아가고 말았다. 그저 그러냐, 이런 식으로 머릿속은 멍해졌다. 그저 춤에만 집중하도록 강요하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이.

"사실은, 이런 거였어."

아리야는 얼굴을 붉히며 내 몸을 가까이 끌어당기고 말했다. 한 바퀴 빙 돈다.

"이미 말했듯이 학력 고사가 끝나면 이런 파티를 열곤 하는데 내가 봐도 이건 사치야."

그걸로 납득하라는 건 아닐테지. 나는 아리야의 가는 허리를 잡고 생각했다.

"으음, 말이 헛나왔네. 그, 그게 말이지."

"뭔데? 말해봐."

결국 참지 못하게 내가 입을 열었다.

"화 안 낼테니."

그러자 아리야는 살짝 당황한 빛을 내보이다가 복잡한 감정이 서린 얼굴로 말했다.

"벼,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엘리샤 저 기집애도… 너, 너에게 마, 마음이 이, 이이이이이…"

나는 한숨을 내쉬고 아리야를 꼭 안았다. 물론 춤동작에 한해서였지 내가 일부로 한 건 아니었다. 어라, 변명같네.

"알아."

"응?"

"안다고. 그래서 날 여장시키고 멋대로 굴고 함부로 대했다 이거지?"

"그, 그래."

내 말에 매우 미안한 얼굴로 아리야는 뒤에 덧붙였다.

"그 녀석이 우겨대는 바람에 나눠서 진호 너와 있는 걸로…"

그 덧붙임을 듣고 나는 퍼뜩 바로 이해를 했다. 아까 시계를 보며 주저리주저리 했던 것이 말이다. 즉, 엘리샤 녀석이 아리야에게 이 쯤까지는 자기가 나랑 있는 걸로 하고 남은 시간은 아리야에게, 이런 식인 모양이었다. 어이, 난 물건이 아니라고. 너무 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엘리샤 나름대로의 사랑 표현 방식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해. 엘리샤는 그런 여자가 아니야."

투덜거리는 내게 해명을 하듯 엘리샤를 옹호해주는 아리야였다. 이 녀석이 이렇게나 마음씨가 착한 녀석이었나?

"바보야. 난 나쁜 애가 아니란 말이야."

글쎄요.

"………."

아리야는 설렁대며 휘파람을 부는 내 얼굴을 쭉 째려보다가 내 손목을 뒤로 잡아 꺾었다. 우아악, 아프다! 이 녀석에게 괴력이 있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그래, 나는 한동안 너무나 평화로웠던 것이다. 그래서 아리야 녀석이 변해가는 것도, 그리고 성장해 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이 녀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도, 슬픔을 달래는 방법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을 가르친 것도 난데 말이다. 그리고 난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감싸줄 만한 표용력을 갖춰버린 터라(어찌된 영문인지) 엘리샤가 그렇게 도구 다루듯 했다고 해도 크게 화가 나진 않았다. 아리야 말대로 그녀 나름대로의 표현 방식일 것이고 내가 봐도 그 녀석 성격 상 타당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너무나 두드러지는 자신감 넘치는 성격. 어찌 보면 아리야보다 위일지도 모르겠다.

뭐, 잘난척일지도 모르겠다.

춤이 거의 끝나간다. 그때서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엔 많은 남녀들이 어울려 춤을 추고 있었다. 엘리샤 녀석은 어디있지? 만약 아리야와 춤을 다 추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그 녀석과도 한 번 춰봐야겠다. 얼마나 춤을 잘 추나 보자고. 그리고 못추면 잔소릴 해줄테다. 나도 가만히 있진 않겠다.

항상 엘리샤에게 구박만 받는 게 아니냐는 항의가 머릿속에서 빗발치기에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근데 이를 어쩌지. 엘리샤를 어떻게 대해줘야 할까. 아리야에게 아까 그 말을 들은 이상 뭔가 일상적으로 대해긴 힘들어질 것 같다. 현지도 마찬가지다. 이 자리엔 없지만 심히 걱정스럽다.

하지만 난 아리야를…

"앗!"

도중에 내 생각은 한 남자가 시야에 포착됨으로서 중지되었다. 엘리샤의 오빠라는 작자였다.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미심쩍은 얼굴을 한 채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 어이.

나는 다급해진 나머지 아리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금 그 남자가 여기로 오고 있다고. 다신 그런 경험따윈 하고 싶지 않으며 이번의 여장 건은 영원히 묻혀두고 싶다는 말과 함께 살려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리야는 진지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고는 나와 딱 눈을 마주쳤다.

"키스해줘."

뭣이라?

되묻는 내 말엔 대답하지 않고 아리야는 눈을 감고 뒤꿈치를 들었다. 키가 딸리는 그녀의 비애. 나는 피식 웃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슬쩍 뒤를 보니 그 남자는 바싹 다가와 있었다. 영화에서나 할 법한 행동을 내게 강요하는 거냐? 뭐, 강요라기 하기엔 뭣하지만.

아리야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대범한 발언과 행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한 마디 해두겠다.

"얼마든지."

그 말과 함께 나는 아리야와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거기에 몰입. 엘리샤의 오빠란 작자가 조용히 지나가길 간절히 빌었다.

"오빠!"

순간 뒤에서 쩌렁쩌렁하게 들려오는 엘리샤의 목소리. 그녀의 오빠가 거기에 반응하여 "응?" 하며 고개를 돌리고 발소리가 멀어져가는 걸 나는 똑똑히 느꼈다. 엘리샤는 내가 이러는 걸 알고서 그런 걸까.

"방해하면 안 돼!"

"응? 뭘?"

"아무튼!"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이어졌고 나는 진심으로 엘리샤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좋은 추억이 생겼습니다.

"………."

그리고 우리는 입술을 떨어트렸다. 밝게 웃으며 날 올려다보는 아리야에게서는 광채가 느껴질 정도. 뭐라 표현할 말이 없다.

"너는 멋진 남자야."

그러면서 내 품에 안긴다. 이건 드라마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니기에 난 당당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너도."

아직 회장 안에선 잔잔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엘리샤에게도 한 곡 신청하기로 다짐하며 어떻게 신청해야 쓸데없는 소릴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살짝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깊게는 이을 수 없었다. 눈앞의 아리야에게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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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도 개념은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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