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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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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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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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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2.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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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WGRS - 제 6장(1)

DUMMY

창가에 개미가 한 마리 기어가고 있다. 졸졸 기어가는 모습이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개미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내 쪽을 힐끔 쳐다보고는 뽈뽈 걸음을 재촉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들어 개미를 탁 퉁겨버렸다. 그런 짓을 할 맘은 없었는데 정말 나도 모르게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개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이런, 봄 날씨가 취하기라도 했나, 정신이 멍해졌던 모양이다. 개미에게 미안하군.

좀 전에 먹은 점심의 맛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졸리다. 자고 싶다. 수업 시간인데 얼마 못 버틸 것 같군. 어차피 무슨 소린 지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뭐.

다행스럽게도 가면녀석은 등장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 수업 시간 내내 푹 잔 나는 개운한 기분으로 아리야의 방으로 향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익숙한 경어체 대사를 던지며 남아도는 철제 의자 중 하나를 잡아 앉았다. 이미 앉아있던 아리야의 눈초리. 왜 그러냐?

"아주 좋아 죽더라."

그렇게 말하는 아리야. 얘가 아까부터 무슨 소리지. 뭐가 불만인 거냐?

"시끄러워. 이 둔치 녀석아."

그 말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어이를 상실하여 멍하니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미젠다가 크큭 웃었다. 이제 보니 진래와 나라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이 제자. 한 번 점심 같이 먹지 않을래?"

오, 사부가 한턱 내는 건가요?

내가 하여간 공짜를 밝히는 나였다. 뭐, 없는 자의 비애니 누가 탓하랴. 미젠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너도 마음에 든 거 같던데? 하긴, 한 번 먹어보면 빠져 나오기 힘든 게 이 학교의 급식이지."

"엄마가 들으면 화를 낼 일이겠지만 집밥과 비교하면 수라상과 거지 밥상입니다."

"하하, 너무 극적인 비교인걸?"

네에... 그렇죠.

"가겠다는데? 아리야."

미젠다는 아리야의 작은 어깨를 확 끌어앉으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리야는 싫진 않은지 가만히 있었지만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아, 알았어."

조그맣게 대답한다. 미젠다는 이번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런데 제자. 그 여자애는 누구였냐? 여자 친구냐?"

아니라니까요.

"그럼 누군데?"

"그냥 아는 애입니다. 저번에 우연히 알게 된 사이에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언급할 기회가 있다면 언급할 생각이다.

"알았어. 그냥 아는 애구나."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미소를 유지하는 미젠다. 아리야도 어느새 찌푸린 얼굴 대신 평소의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평소라고 해봐야 약간 화가 나있는 눈매에 굳게 다문 입이지만 말이다.

뭐, 찌푸린 얼굴보다야 낫지. 뭣하면 웃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만 이 녀석에겐 좀 무리한 요구일라나.









그로부터 몇 주일이 지났다. 뭐, 몇 달이라고도 표현할 순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면 시간이 엄청 거대하게 흐른 것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그래서 적당하게 몇 주일이라고 표현해보았다. 그동안 별 일은 없었다. 아리야의 진심 어린 걱정과는 달리 습격이나, 납치를 해오는 악의 세력은 없었고 미젠다의 넉살이 담긴 농담과 이젠 친절해진 진래 씨, 여전히 부비부비 나라누님 속에 나는 파묻힌 채 보통 또래와는 거리가 먼 고등학생 시절은 보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즐겁고 행복했다. 이런 재밌는 사람들은 어디가서 만난단 말인가, 프로이트 박사에게 심리학 분석을 부탁해도 부족할 것이다.

이제 도시락을 졸업한 나는 아리야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간다. 그 덕분인지 친구들도 여럿 생겨났다. 이름까지 외우며 친절하게 인사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모르는 문제 물어볼 사이다. 더블 플러스로 아리야도 몇 명 생겼다고 하면 안 믿겠지?

그건 그렇다 치고 에드워드를 비롯 김현지와 김민현과도 좋은 친구 관계는 유지되었다. 아니, 이런 말 하는 건 뭔가 어설프긴 하지만 뭐라고 마땅히 표현할 말이 없다. 친구 사이가 친구지 별 달리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이렇게 말하겠다.

고맙다!

왜 고마운진 말하지 않겠다. 적당히 추려낼 수 있는 결론 사항이 있긴 하지만.

학생회장 이준수와 그의 집사 담임 김준은 뭔가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밝혀낸 것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식의 마음이 에드워드와 나의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었고 김준의 정체에 대해선 결국 듣지 못했다. 뭐, 반복해서 말하겠다. 아무래도 좋다.

그런데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아리야는 이곳저곳 눈치를 보느라 바쁘고 나도 나 나름대로 마음 바로 잡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래 씨, 좀 도와주십시오.

제리와 자객 형제의 면상이 슬슬 잊혀져 갈 때쯤 담임 김준이 종례 수업에 이런 소릴 했다. 일명 사건의 발단이다.

"우리 학교의 해외 탐방 안내서입니다. 매년 마다 두 세번은 가는 해외 탐방이므로 별로 필요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읽어두세요. 이번엔 헝가리 여행입니다."

그러자 반 전체가 술렁였다. 이야 드디어 해외 여행을 가는구나, 하며 좋아하는 녀석들이 대다수였고 그저 그런 얼굴로 안내서를 휴지통에 버리는 녀석도 있었다. 어이, 너희들은 익숙하다는 거냐? 나는 눈이 동그레질 뿐이다. 해외 여행이라니?

나는 자세한 걸 묻고자 바로 아리야의 방으로 향했다.

"이건 도대체 정체가 뭐냐?"

라고 내뱉으며 탁자 위에 그 종이를 내던지듯 내려놓자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아리야가 힐끗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긴? 해외 탐방 안내서지."

그러니까 이게 뭐냐고.

"아이고, 제자는 몰랐겠군!"

미젠다가 호들갑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자. 여기 리치 스쿨은 돈이 너무 많아서 현장 체험 학습도 해외 탐방을 간다고. 이해가 되?"

대충은요.

"그럼 됐어. 저번엔 하와이를 갔는데 꽤 많이 가봐서 좀 질렸는데 이번엔 헝가리라... 좀 기대를 걸어도 되겠는데?"

아, 조금 부럽다. 하와이엔 미녀들이 많을 텐데.

"헝가리 음식은 꽤 맛있다고 들었거든."

나름대로의 망상을 하는데 나라가 미젠다를 거들었다. 나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곧 학력 고사인데 이를 어쩐다. 나도 이 노는 분위기에 푹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다. 아, 설명하겠다. 학력 고사란 리치 스쿨에서 보는 시험으로 보통 고등학교의 기말고사와 비슷하다.

"진호 군은 처음 가보죠?"

진래는 빙긋 웃으며 묻는다.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해도 좋아요. 분명 재밌을 거에요. 그쵸 아리야?"

"왜 여기서 날 걸고 넘어져?"

아리야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꾸했고 진래는 후훗 웃었다.

"아무튼 이번엔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나는 그러한 기대에 찬 여자들의 목소릴 들으며 뭔가 섬뜩한 기분을 느끼는 동시에 멋쩍게 웃으며 나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해외 여행이라? 정말 가긴 가는 거냐? 기대 해도 되겠지?

그리고 시간은 흘러 대망의 여행일이 되었다. 오늘은 그 첫 날. 여권 및 모든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에에, 2박 3일 간의 여행, 재밌게 갔다오십시오."

어찌된 일인지 교장의 훈화 말씀 대신 학생 회장 이준수가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인사를 했다. 이런, 여자들 얼굴을 보니 저 녀석 꽤나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쨋든 연설을 빨리 끝낸 건 고맙다고 해야겠다.

"여, 안녕하신지요. 이번에도 자알 부탁드리겠습니다."

비꼬는 건지 뭔지 이준수는 어느덧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냈다. 나는 이런이런 고개를 흔들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하마."

전혀 예상 못한 헝가리 여행. 그 서막이 지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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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묻힌 에드워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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