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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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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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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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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9화 재물은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DUMMY

299화 재물은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이야, 바다를 건너니 사람 사는 모습이며 건물 양식도 다른 게 신기하군요. 조선도 그렇지만 역시 다른 나라라는 건 각별합니다.”


들뜬 얼굴로 에도 거리를 둘러본 보국친왕 아이신기오로 예부슈가 그 얼굴이 거짓이 아니라고 하듯 감춤 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그 천진난만함에 동행한 예부 승정 하다나라 만다르한은 마치 손자를 보는 듯한 얼굴이 되어서 빙그레 웃었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물론 전에도 다른 나라, 족속을 보러 간 적은 있으나 그때와는 탈 것은 물론이고 상황조차 다릅니다.”

“다르다?”

“활을 겨누고 난 후에 가는 것과 그럴 일이 한 번도 없이 가는 것은 다르지요.”


만다르한은 그렇게 말하며 주변 거리를 둘러보았다.


자신들을 향해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긴 하나 그 시선에 적의나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엿보이지 않았다.


만다르한은 무엇보다도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시선이 피곤하지 않으니 좋군요.”

“그렇게 다릅니까?”

“나중에 경험하실, 아니 하지 않으시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궁금해지는걸요.”


젊기에, 아니 어리다고 해도 좋을 나이이니 아마도 그런 일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다르한은 그것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워서 말을 적당히 흐릴 수밖에 없었다.


“때가 되면 아실 수도 있을 겁니다. 아, 해가 저물고 있군요. 슬슬 돌아가시지요.”

“벌써 그렇게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내일은 직접 대면해야 하니까요.”


예부슈가 아쉬움을 감추며 대답하는 것을 끝으로 그들을 걸음을 돌려서 막부에서 내어준 거처로 향했다.



***



“흐음. 이미 알고 있단 말이지.”

“조선에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니 그저 생각한 바를 일러드렸을 뿐입니다. 이는 지금도 같습니다.”


돌아와서 찾아온 심기원과 독대한 만다르한은 그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와 나눈 이야기를 빠짐없이 들을 수 있었다.


‘하긴, 본래 저쪽에서 제안하여 계획하고 발걸음한 일이 아니던가.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지극히 당연하며 대단한 일이 아니라 여긴 만다르한이나 한편으로는 그대로 넘기기 아깝다고 여기니 그는 슬며시 흔들 요량으로 입을 놀렸다.


“이렇게 양쪽에 이야기하는 것은 처신으로서는 좋다고 하더라도 그 평가는 또 별개라고 생각하오만?”


흔들며 떠보는 말에 심기원은 개의치 않고 준비한 말을 입에 담았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소개자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양쪽에 먼저 그 뜻을 전하고 알게 한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궤변이 아닌가?”

“그것은······안타까우나 듣는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이겠지요.”


뼈가 담긴 말에 만다르한은 소리 없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이군. 그리고 사실 대단한 일은 아니지. 우리가 무얼 감추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니 말이야. 지금은 그대와 조선의 솔직함에 감사를 표하는 바외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패는 당분간 현상 유지하는 것이 성상의 뜻입니다.”


혹시나 싶어서 심기원이 다시금 패를 논하니 만다르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당연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이나 한편으로는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니 만다르한은 한동안 그러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성사된 것도 없는데 그걸 논해도 별수 없는 노릇이지. 그건 나중에 조선에서, 아니면 만남이 끝난 후에 다시 말하도록 하겠소.”

“제게는 말해도 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일개 관리 하나가 무얼 하기에는 크고 중한 일이 아닙니까.”


심기원이 이르는 말에 만다르한은 그걸 부정하지 못하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이만하면 충분히 일렀다고 생각한 심기원은 물러갈 생각을 품고 입을 열었다.


“달리 이를 말씀이 없다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간섭이 과하면 좋지 않은 것은 양쪽 모두 피차일반이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오. 살펴 가시오.”


배웅하는 말에 심기원이 자리에서 물러나니 홀로 남은 만다르한은 속에서 불길이 조금씩 커지는 걸 느꼈다.


분노 같은 감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불길은 그런 것보다 열망이나 바람이라고 표현함이 옳았다.


“늘그막에 제법 해봄직한 일이 생겼군. 대청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법하지. 하물며 그 끝에 천명이 있다면야.”



***



“보국친왕 아이신기오로 예부슈라고 합니다. 위대한 한이신 관온인성황제의 명으로 대청과 일본 양쪽의 우애를 다지고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막부 정이대장군 미나모토노 이에미츠라고 하오. 일본을 대표하여 환영하는 바이오.”


예부슈의 인사와 이에미츠의 화답으로 시작된 양국 교류는 순탄하게 흘러갔다.


“친선의 의미로 청나라에서 자랑으로 여기는 활과 초구, 그리고 초피와 진주를 준비했습니다.”


예부슈가 하는 말에 맞추어서 동행한 만주족 사내가 상자를 끌어다가 열어 내미니 그 안에 든 것들은 세심하게 준비하고 골랐음을 주장하듯 하나같이 빛깔이 곱고 세련됨이 있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본 이에미츠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러한 귀한 선물이라니, 실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받고서 아무런 답례도 하지 않음은 무사로서 부끄러운 일이지요.”


주인으로서 객에게 질 수 없다고 함인지 이에미츠의 손짓에 두 사람이 나서서 상자를 들고 왔다.


그들이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보임과 동시에 이에미츠가 입을 열었다.


“약소하나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명공에게 만든 도를 두 자루, 그리고 이쪽 역시 가장 뛰어난 장인이 만든 칠기와 도기입니다.”


각각 담긴 것들에 예부슈는 금세 칠기와 도기에는 흥미를 잃고 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반면 동행한 만다르한은 칠기와 도기를 유심히 살피니, 상반된 두 모습에 이에미츠는 눈을 빛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외견 그대로군. 한쪽은 어리고 한쪽은 노회하다.’


보이는 그대로라고 평하긴 하나 이에미츠는 누구 하나 경시할 생각이 없었다.


칼이 그저 칼에 불과하다고 해서 사람을 죽일 날을 품은 것은 변함이 없으니, 당연히 경계함이 마땅했다.


“어디, 에도 거리며 날씨는 마음에 드십니까?”

“예? 아, 예!”


일본도에 정신이 팔려있던 예부슈가 뒤늦게 대답하더니 부끄러움을 덜겠다는 듯이 붉은 얼굴로 빠르게 말을 꺼냈다.


“심양은 물론이고 한양이며 철원과도 다릅니다. 익숙하지 않지만 그것이 참 흥미롭고 좋습니다.”

“그렇습니까? 그쪽은 어떠십니까?”


대화의 물꼬를 만다르한에게 트니 그는 평온하고 고저 없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저 역시 좋습니다. 기후는 다소 다르나 적응할 만하더군요.”

“호오, 다른 기후에 적응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그렇습니까? 나이 들었으나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으니 덕을 본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 역시 심양에 온다고 한들 그러한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심양에 온다.


이 말에 이에미츠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예부슈를 보았다.


“보국친왕께서는 우리 일본 사람들이 심양까지 가는 일에 어떻게 생각하시오?”

“좋은 일이지요. 다만 무분별하게 오가면 혼란스러우니 당장 조선과 나누어 하는 것처럼 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패를 나누어 서로 오가는 것을 제한하는 일 말이지. 그것은 나도 동감이오.”


쇄국과 맞물리는 점은 물론이고 통제라는 측면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 이에미츠도 그 근간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다만 다소 편법을 부릴 생각이니, 그는 그 점을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근자에 일본에서 휴양 삼아 명나라에 가는 이들이 적지 않지. 이도 좋지만 나는 청나라와도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고 여기오. 허니 시기만 잘 맞으면 그리할까 생각하는데, 어찌 생각들 하시오?”


에둘러 말하긴 하나 만다르한은 물론이고 예부슈 역시 그들이 이곳에 단순히 놀러 오지 않았음을 알고 있기에 두 사람은 눈을 빛냈다.


슬쩍 눈을 맞추어 뜻을 확인한 예부슈는 천천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교제를 다짐은 좋은 일입니다. 깊어지면 긴밀하여 많은 도움을 주고받을 것이니, 실로 좋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가고자 하는 것을 강제함은 좋지 않으니 귀국이 원하는 대로 하심이 좋습니다.”

“그건 참 고마운 말이오.”


세부적인 사항은 하나도 논의하지 않았으나 윤곽은 잡혔으니 이에미츠는 흡족한 얼굴로 웃으며 주변에 명했다.


“하하, 너무 딱딱한 자리가 되었구나. 환영 연회를 열어야겠다. 여봐라, 음식을 준비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라!”

“하!”


연회를 명한 이에미츠는 즐거운 가운데 돌연 이 만남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흠, 마침 시간이 조금 남으니 적당하겠지.’


자신은 논할 것이 있고 약속도 있으니 연회가 준비되기까지 작은 시간을 이용하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적음이 다소 걸리나 한편으로는 그것이 좋지 않은가 싶기도 했다.


‘노부츠나야 중요한 것들만 말하면 그만, 정히 어렵다면 나중에 다시 말하면 된다. 카스가노츠보네에게는 미안하나 그 시간이 적으면 적당히 말하다가 끝나겠지.’


공적인 일은 물론이고 사적인 일도 저에게 좋게 해결하려는 심산으로 일을 정한 이에미츠는 사람 좋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내 휘하 가신 가운데 하나가 그대들 나라에서는 어떠한 풍습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합니다. 마침 연회가 준비되기까지 약간 시간이 있으니 서로 만나 이야기함은 어떻습니까?”


풍습을 궁금해한다는 말에 예부슈는 떨떠름한 얼굴을 하나 만다르한은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저들을 알면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 때 말하기 편하게 되겠지.’


이런 것들이 서로 대함에 있어서 생각보다 크게 중함을 잘 알고 있던 만다르한은 슬며시 고개를 숙여 예부슈에게 속삭였다.


“다소 지루한 자리나 좋은 기회입니다. 나중에 심양에 올릴 이야깃거리를 생각하면 이건 실로 좋습니다.”


좋은 일이라는 말에 더해 심양을 거론하니 예부슈는 이것이 단순히 그가 즐기러 나온 나들이가 아님을 기억하며 표정을 고쳤다.


“험험, 교류함은 좋은 일이지요. 짧으나마 시간을 내어서 말을 나눌 수 있다면 쾌히 응하겠습니다.”

“고마운 일이오. 허면 바로 준비하지.”



***



“부르셨습니까.”


예부슈와 만다르한이 물러나가고 오래지 않아 불려온 마츠다이라 노부츠나가 예를 갖추니 이에미츠는 냉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청나라 것들이 원하는 바는 확인했다. 아무래도 마음에 차지는 않으나 사츠마 놈들을 좀 달래줄 필요가 있겠다.”

“미루기로 하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의아함을 담아 물으니 이에미츠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껍데기만 늘리는 일을 더 가속할 수 있을 듯하니 고작 사츠마 하나 우려하여 미루기에는 아깝다.”

“허면 시문을 사츠마 번주를 포함하여 하사하시겠습니까?”


본디 내리는 것은 근자에 양곡을 조선으로 보내는 이들이 아니라 그 정도가 주춤한 이들에게였다.


이런 면에서 보면 사츠마는 그 성향도 그렇고 바로 내리진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진 듯하니 노부츠나는 이에미츠의 의중을 묻지 않을 수 없었고, 과연 이에미츠는 이 제안을 좋게 여겼다.


“괜찮구나. 부추기기에 딱 맞겠어. 그대로 시행해라.”

“하.”


노부츠나가 고개 숙이며 대답하니 이에미츠는 짙은 미소를 입가에 띠우며 중얼거렸다.


“싸울 자는 없고 먹을 것도 줄어든다. 금과 은은 쌓일 것이나 그들만 쌓이는 것이 아니지. 그러니 작은 이득을 던지는 것으로 에도의 치세가 천년이고 만년이고 유지된다면 그것으로 좋다.”


몽롱한 눈으로 자신은 보지도 못할 미래를 꿈꾼 이에미츠는 나직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사람과 양곡을 대신하여 재물이 일어나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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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302화 옛 땅과 새 땅 +3 23.08.03 315 19 13쪽
302 301화 떠나고 싶은 자, 떠나고 싶지 않은 자 +2 23.08.02 311 20 12쪽
301 300화 예상 밖의 제안 +2 23.08.01 320 22 13쪽
» 299화 재물은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3 23.07.31 303 20 12쪽
299 298화 부모가 이기기도 한다 23.07.30 284 18 12쪽
298 297화 유모의 소망 23.07.29 291 22 11쪽
297 296화 경유지 +3 23.07.28 308 21 12쪽
296 295화 도망칠 고향 23.07.27 291 23 13쪽
295 294화 세 번은 사양 +3 23.07.26 291 21 12쪽
294 293화 천하 물산 +3 23.07.25 308 23 15쪽
293 292화 선후가 바뀐 일 +3 23.07.24 320 21 12쪽
292 291화 저 너머 +1 23.07.23 306 22 15쪽
291 290화 사제의 탐구 23.07.22 317 25 11쪽
290 289화 여정 +1 23.07.21 313 20 13쪽
289 288화 이상과 현실 +4 23.07.20 307 20 13쪽
288 287화 모사들 +3 23.07.19 323 19 12쪽
287 286화 소열의 비원 +3 23.07.18 347 19 11쪽
286 285화 선점 +1 23.07.17 315 19 11쪽
285 284화 어디로 갈 것인가 +4 23.07.16 316 20 12쪽
284 283화 병졸 하나 +2 23.07.15 313 20 15쪽
283 282화 동쪽에서 온 벼락 +1 23.07.14 322 20 16쪽
282 281화 길항 +2 23.07.13 325 18 13쪽
281 280화 기회와 고향 +3 23.07.12 321 20 12쪽
280 279화 계획은 틀어지는 게 전제다 +3 23.07.11 315 19 13쪽
279 278화 누구나 계획은 있다 +2 23.07.10 328 21 13쪽
278 277화 그 사람의 출신은 +3 23.07.09 332 21 14쪽
277 276화 바다 건너 온 사람들 +2 23.07.08 348 22 12쪽
276 275화 알아서 하는 고생 +4 23.07.07 338 20 15쪽
275 274화 서운함은 질시를 불러온다 +1 23.07.06 327 20 13쪽
274 273화 재주는 곰이 넘는다 +3 23.07.05 328 2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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