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새글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최근연재일 :
2024.06.28 21:00
연재수 :
623 회
조회수 :
346,184
추천수 :
15,981
글자수 :
3,678,712

작성
23.07.26 21:00
조회
289
추천
21
글자
12쪽

294화 세 번은 사양

DUMMY

294화 세 번은 사양


심양에서 온 상인들이 저마다 생각을 달리하며 움직일 때 윤휴는 가만히 그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몇몇은 시선이 마주치기도 하였으나 윤휴가 제물포를 관장하는 관리임을 이미 사전에 들은 바 있던 상인들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다시 저마다 움직이며 논하고 계산하기 바빴다.


이윽고 심양 상인들은 어느 순간부터 누구도 윤휴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게 되니, 그제야 윤휴는 천천히 입을 열어서 물었다.


“두 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 가지가 빠진 말이나 물음을 들은 두 사람, 김집과 송준길은 질문이 자신들에게 향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았다.


“좋은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며 나를 관청에서 대동하고 중간에는 명보도 함께 하게 했지. 과연 좋은 것을 보았네. 헌데 어느 쪽이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는 다소 애매하군그래.”


김집은 그리 말하더니 온갖 물산이 있는 시장과 그걸 둘러보는 상인들은 번갈아 본 후에 진중하게 물었다.


“제물포에 대해서 말인가, 아니면 저 상인들에 대해서 말인가?”


진중함과 별개로 그의 눈에는 양쪽 모두 논할 가치가 있다고 하듯 흥미가 가득 깃들어 있었다.


이에 호응하듯 윤휴는 가리지 않고 자신이 먼저 논하고자 하는 바를 입에 담았다.


“상인들, 조금 더 정확히는 오늘 나서서 저와 함께 이야기했던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 한족 사내 말입니까? 제물포를 구경하던 때 저들이 오는 것을 보았는데, 제법 흥미롭긴 하더군요.”

“명보 형, 과한 존중은 제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러자 송준길은 엄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연이 있다고 하나 공직에 있는 사람을 어찌 함부로 부르겠소이까?”


누가 그 스승에 그 제자가 아니랄까 봐 예의가 가득 담긴 말에 윤휴가 난처한 얼굴로 애매하게 웃었다.


그러나 송준길은 요지부동 말을 들을 낌새를 전혀 보이지 않으니 윤휴는 도움을 청하는 시선을 김집에게 보냈다.


“명보 말이 옳군. 편하게 대하라 들었지만 이 자리는 우리나라 사람만이 아니라 외국 사람들도 있는 곳이 주의함이 옳아. 내가 이름에 부끄러운 일을 하였어.”

“······어휴, 두 분도 어지간하십니다.”


하지만 김집 역시 송준길이 옳다고 말하며 자신 역시 말을 도로 바꾸고자 하니 윤휴는 고개를 흔들었다.


불편함은 어쩔 수 없으나 이야기를 늦추어서야 진전이 없다고 느낀 윤휴는 하고자 하는 말로 다시 화제를 돌렸다.


“이 일은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지요. 아무튼 저는 저 강상청도 그러하나 이번에 온 이들 가운데 한족 사람들이 제법 있음을 압니다.”

“좌랑께서 말씀하시는 대로요. 생김새도 그렇고, 명나라 태가 확연히 나는 이들이 몇몇 있소이다.”


언행일치를 보여주려 함인가, 김집의 말이 곧장 바뀌니 윤휴는 다소 거북함을 느끼면서도 애써 침착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합니다. 또한 저는 전에 정명수라는 자를 보았습니다.”

“······흐음.”


정명수를 논하니 김집은 어렴풋이 하고자 하는 말들을 감잡을 수 있었다.


이는 송준길 역시 마찬가지니, 턱을 쓰다듬으며 고심하는 스승과 달리 제자는 바로 나서서 물었다.


“스승님께서는 이곳에 다른 관점을, 유학과는 다른 것들을 알고자 오셨지요. 좌랑께서는 이러한 시작을 저자로 하고 싶으신 것이오?”

“보다 정확히는 저자가 아니라 저런 일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지 한번 논해보고자 합니다.”


정당이라는 말에 송준길은 물론이고 생각에 빠져있던 김집 역시 눈썹을 꿈틀거리며 윤휴를 보았다.


대답을 요구하는 시선에 윤휴는 즐거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주일, 그동안 한번 이곳저곳 보시며 생각하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로 그간 저는 나름대로 숙고하여 결론을 내었습니다.”


결론을 내었다는 말에 두 사람이 한층 더 추궁하듯 바라보니 윤휴는 그 시선을 거절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정당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유학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로서 말입니다.”



***



“전하, 소신 예부 승정 하다나라 만다르한입니다.”

“들어오시오.”


다소 따분함이 담겨 있는 대답을 들으며 안으로 들어선 만다르한은 공손하게 예를 갖추어서 보국친왕 아이신기오로 예부슈에게 인사를 올렸다.


“무언가 중한 일이라도 생겼소? 새해에 조선왕께 초청받은 것 말고는 영 지루하여서 말이오.”


새해 행사를 떠올리며 잠시 웃은 예부슈는 기대감을 담아서 물었다.


몸을 단련하며 시간을 때우겠다고 말을 타고 달리는 것도 좋으나 사실 그런 일은 일상이며 당연한 것이니 때때로 그 와중에도 심심해지기 마련이라, 한창 나이인 예부슈에게는 영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런 예부슈의 속내를 잘 알고 있는 만다르한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보국친왕께서 이리 열정적인 것을 아시면 심양에 계신 한께서 실로 기뻐하실 것입니다.”

“험험.”


만다르한이 치켜세워 올려주니 예부슈는 겸연쩍은 얼굴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본인은 그렇게 대단한 사명감을 품고 이른 것이 아닌지라 부끄러움을 느낀 탓이었다.


아직 순수함을 간직한 모습에 만다르한은 즐거움을 느끼며 예부슈가 그토록 바라던 말을 입에 담았다.


“전하, 오늘 아침에 제물포로 강상청이 돌아왔습니다.”


예부슈는 만다르한의 말에 잠시 멍한 얼굴이 되었다가 금세 자신이 들은 말을 온전히 이해하고 얼굴이 크게 밝아졌다.


“와, 왔나!? 강상청이, 그놈이 진짜로 가져왔어!?”

“그런 듯합니다.”

“아니, 그런 듯하다니요.”


바라던 대답이나 확답은 아니니 예부슈는 다소 김이 샌 얼굴로 물었다.


이에 만다르한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강상청이 말하길, 양선을 준비해서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신 역시 직접 가서 본 것은 아니니 그저 그런 듯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 제가 친왕 전하께 함부로 말하겠습니까.”


만다르한이 하는 말을 예부슈는 이해하나 한편으로는 좀 딱딱한 말이 아닌가 싶어서 입맛을 다셨다.


“쩝, 예부 승정께서는 여전히 딱딱하십니다.”


하는 말에는 아쉬움이며 서운함이 담기니, 아직 어린 면모가 드러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즐거이 본 만다르한은 곧장 예부슈가 좋아할 만한 말을 꺼냈다.


“한번 직접 보시고 가실 일을 준비하심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미 제물포로 갈 사람이며 준비는 마쳤습니다. 지금이라도 바라시면 가실 수 있습니다.”


제물포로 갈 수 있다.


이 말에 예부슈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갑시다.”



***



“오오, 저것이냐?”

“예, 전하.”


한달음에 달려 제물포로 온 예부슈는 제물포에 늘어선 양선들 가운데서 한층 더 큰 배를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위에 나부끼는 팔기들을 상징하는 여러 깃발을 보니 기쁨은 한층 더 커졌는데, 예부슈는 달은 얼굴로 어서 배에 타보고 싶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직접 타보고 싶다.”

“전하, 마음은 이해하나 소인에게 부디 은혜 하나만 베풀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강상청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니 예부슈는 보상을 바란다는 말로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기대하던 일이 늦춰지게 되었지만 이만한 일을 해낸 강상청이니 그 정도는 얼마든지 용납할 수 있었다.


“말해봐라. 내 들어줄 수 있다면 들어주마.”


예부슈는 친왕임을 과시하듯 자신 있게 말하나 동행한 만다르한은 곤란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저놈이 대가로 비용을 요구하면 곤란한데.’


요구할 법한 일이나 요구하면 그 처리에 골몰을 앓게 되는 건 예부슈가 아니라 만다르한이다.


더불어서 그 부담은 청나라에 온전히 넘어갈 터이니 여러모로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강상청은 비용은 전혀 입에 담지 않았다.


“헤헤, 제가 이번 일을 하기 위해 사람이며 배 모으는 일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고를 들였습니다. 혼자서는 힘이 들어서 심양 상인들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이들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호오.”


도움을 준 이들이 있다는 말에 예부슈는 기특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반면 말없이 강상청의 말을 듣던 만다르한은 그가 어떠한 일을 바라고 그로 인해 어떠한 이득 얻기를 원하는지 알고 피식 웃었다.


‘상인 놈들은 하여간.’


만다르한이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자니 강상청이 고개를 더욱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들 가운데 가장 큰 도움을 준 두 상인이 있는데, 이들이 나선 이유를 들으니 전하께서 바다를 그리심을 듣고 감탄하여 나선 것입니다. 하여 그들을 소개하여 앞으로 제가 이곳에 없더라도 따로 부리시면 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나야 너를 가장 믿지만 네가 이번처럼 오래도록 떠나니 영 아쉽던 차였다.”


아쉽다는 말에 강상청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번 일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크게 득이 되긴 했으나 중간에 그가 한 고생이며 땀나도록 뛰어도 그렇게 등골 서늘할 일이 많았다.


‘어휴, 그 짓거리 또하기에는 좀.’


이미 범문정에게 엮여서 한 번 고생하고 보국친왕에게 엮여서 두 번 고생한 바 있는 강상청은 이만 슬슬 적당히 거리를 두고 이득만 취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한 관계로 정립하기에 지금이 딱 적당하다고 여기니 강상청은 이번 일본 사행이 끝나면 철원에 오는 걸음을 줄일 심산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디에 있고 누구냐?”

“금세 보이겠습니다. 이봐들!”


예부슈가 묻는 말에 강상청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찾고는 손을 흔들어서 두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멀리서 이들을 보고만 있던 상인들 가운데 두 사람이 나사서 다가오니 그들은 심양 상인 오유장과 조막산이었다.


“여기는 오유장이라는 사람으로 심양에서 상인이라고 하면 이 사람을 놓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에 꼽는 사람입니다.”

“보국친왕 전하를 뵙습니다. 강 대인이 저를 너무 높이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유장이라. 내 기억하마.”


예부슈가 기억하겠다고 말하니 긴장이 어렸던 오유장의 얼굴에 한줄기 희색이 피어났다.


그 모습에 강상청은 내심 반색하나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며 소개를 이어갔다.


“또 이쪽은 조막산이라는 사람으로, 그 장사 규모는 평범하나 사람이며 물건 구하는 솜씨가 아주 뛰어납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 친구에게 맡겨서 얻지 못한 물건이 없습니다.”

“그래? 그런 재주는 쓸만하지.”

“소, 소인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습니다.”


조막산은 강상청이 자신을 높이 사는 것에 한 번 당황하고 예부슈가 진심으로 받아들여 말하니 두 번 놀라며 쉴새 없이 눈알을 굴렸다.


‘이 자식, 대체 무슨 생각이야? 니가 나한테서 물건이고 사람이고 구한 게 몇 번이나 된다고?’


장사하며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는 말은 위험하니 조막산이 생각하기에 강상청이 하는 말은 사실상 그에게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그렇게 소개되었으니 부정한다고 한들 예부슈는 달리 생각한 모양이었다.


“조막산이라고 했지. 너처럼 겸손한 게 아주 마음에 든다.”

“저치가 본래 그런 면이 강합니다. 하지만 소인이 그러했듯 언제고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거 기대가 크구나.”

‘야!’


조막산은 자리만 아니면 당장에 소리치며 강상청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에 현실이 따르지 못하니 그저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조막산의 속내를 강상청 역시 알고는 있으나 모르쇠로 일관하니, 강상청에게 있어서 지금 중요한 것은 조막산의 속내며 곤란함이 아니었다.


‘흐흐, 이걸로 난 자유다. 일본에 다녀오면 바로 새로 배를 구해서 멀리 가버려야지.’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8 297화 유모의 소망 23.07.29 290 22 11쪽
297 296화 경유지 +3 23.07.28 307 21 12쪽
296 295화 도망칠 고향 23.07.27 288 23 13쪽
» 294화 세 번은 사양 +3 23.07.26 290 21 12쪽
294 293화 천하 물산 +3 23.07.25 305 23 15쪽
293 292화 선후가 바뀐 일 +3 23.07.24 318 21 12쪽
292 291화 저 너머 +1 23.07.23 305 22 15쪽
291 290화 사제의 탐구 23.07.22 316 25 11쪽
290 289화 여정 +1 23.07.21 312 20 13쪽
289 288화 이상과 현실 +4 23.07.20 303 20 13쪽
288 287화 모사들 +3 23.07.19 320 19 12쪽
287 286화 소열의 비원 +3 23.07.18 345 19 11쪽
286 285화 선점 +1 23.07.17 313 19 11쪽
285 284화 어디로 갈 것인가 +4 23.07.16 314 20 12쪽
284 283화 병졸 하나 +2 23.07.15 311 20 15쪽
283 282화 동쪽에서 온 벼락 +1 23.07.14 320 20 16쪽
282 281화 길항 +2 23.07.13 322 18 13쪽
281 280화 기회와 고향 +3 23.07.12 319 20 12쪽
280 279화 계획은 틀어지는 게 전제다 +3 23.07.11 312 19 13쪽
279 278화 누구나 계획은 있다 +2 23.07.10 322 21 13쪽
278 277화 그 사람의 출신은 +3 23.07.09 329 21 14쪽
277 276화 바다 건너 온 사람들 +2 23.07.08 345 22 12쪽
276 275화 알아서 하는 고생 +4 23.07.07 335 20 15쪽
275 274화 서운함은 질시를 불러온다 +1 23.07.06 324 20 13쪽
274 273화 재주는 곰이 넘는다 +3 23.07.05 322 23 15쪽
273 272화 술은 흐려진 이성과 넘치는 감성의 친구다 +1 23.07.04 330 18 13쪽
272 271화 시기에 맞지 않는 초청 +1 23.07.03 332 23 13쪽
271 270화 더 잘 싸울 수 있는 장소 +2 23.07.02 351 21 14쪽
270 269화 우선할 사람 +2 23.07.01 337 19 11쪽
269 268화 부족한 숫자 +5 23.06.30 353 2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