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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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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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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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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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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82화 동쪽에서 온 벼락

DUMMY

282화 동쪽에서 온 벼락


“전선이 정체하고 있습니다.”


송헌책이 이르는 말에 임경업은 씁쓸함을 머금은 얼굴로 전선을 바라보았다.


“우습군요. 예상대로, 아니 예상 이상으로 돌격대는 잘 싸웠는데 결국 이런 상황이라니 말입니다.”

“반란군들이 그간 기세를 너무 올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비슷한 전술, 이만하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임경업은 송헌책이 하는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토벌군이 취한 전술은 단순했다.


아니, 단순할 수밖에 없었다.


전열을 지키는 게 전부인 유민들로 취할 수 있는 전술은 제한되어 있으니, 누구나 따르기 쉬운 전술만이 선택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것들 가운데 가장 쉽고 효과적인 건 바로 일부 용맹한 자들로 적을 물리쳐서 아군의 사기는 올리고 적군의 사기는 내린다.


이것만 잘해도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일본에서 온 자들을 필두로 조직한 돌격대는 분명히 말해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웠다.


허나 미처 예상치 못한 일, 한편으로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했음을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반란군도 선택지가 똑같이 좁았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전술이면 사실상 숙련도 아니면 힘겨루기 싸움인데, 이번에 양자가 취한 전술은 사실상 숙련도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지극히 단순한 전술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전황은 힘겨루기로 흘러갔으니 이러한 힘겨루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 그리고 전장에서 거의 절대적인 진리라고 해도 좋은 면에서 토벌군은 반란군에 미치지 못했다.


숫자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속이기 어려운 점에서 토벌군은 반란군에 밀리고 있었다.


그러니 단순히 앞에서 기세를 돋우기 위한 이들의 숫자도 그렇고 전체적인 숫자도 밀리니 사실 밀리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전선이 유지되며 밀고당기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히 말해 이는 기대 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기대보다 나았으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한들 사람이 나고 자라 죽는 것은 변치 않으니 전장에서 숫자가 중요함이 그와 같습니다.”


자조하는 송헌책의 말에는 안일한 자신에 대한 답답함이 담겨 있었다.


대업을 위한 정략이며 계략을 생각하는 건 쉬웠고, 북경에서 경험하여 제 생각이 맞음을 알았다.


또한 토벌군 관리를 맡게 되며 한층 더 자신하였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아무래도 그것은 그저 정저지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책사로서 이런 말은 실격이지만 정말 2안으로 괜찮겠습니까?”


다소 자신감을 잃은 물음에 반대로 임경업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여러 전란을 겪은 임경업이 보기에 이만하면 충분히 할만했다.


그리고 전쟁에서 중요한 것이 숫자임은 변함이 없으나 이제 그 숫자가 뜻하는 바가 조금 달라지게 되었음도 알고 있었다.


“숫자가 중요하다. 맞는 말씀입니다. 확실히 그렇지요. 허나-.”

“말씀 중 죄송합니다. 시랑 대인, 준비가 끝났습니다.”


가벼이 입을 열어 말을 긍정한 임경업이 무언가 더 말하기 전에 끼어들어 보고하는 이가 있으니, 그는 임경업이 부장으로 삼은 왕유였다.


“예정대로 가능하겠나?”

“다행히 화약은 부족하지 않아서 빠듯하게 가능할 거 같습니다. 다만 이미 대인께서도 아시는 것처럼 이번으로 끝일 수도 있습니다.”

“그건 상관없어. 이번을 이겨야 다음이 있는 법이야.”


당장 이기지 못하면 다음에 얼마나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한다고 한들 승리는 요원하기만 하니 임경업은 기껏 모은 것들을 아끼려 들지 않았다.


“왕유, 저들에게 보여주게. 이제 전쟁은 사람 숫자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말이야.”



***



“누군지는 몰라도 유민들치고는 제법 재주들이 좋습니다?”


전황을 살피던 나여재가 살짝 감탄하여 말하니 장헌충도 그 말에 동감했다.


“토벌군 장수로 온 게 북경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제법 인맥이든 인망이든 좋은 모양입니다.”

“북경 사람이라.”


장헌충이 하는 말 가운데 한 부분을 나여재가 입에 담아 중얼거렸다.


이에 장헌충은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북경 사람이 아니라 남경 사람이었소? 그러면 더 대단하군. 북방에서 구른 것도 아닌데 저렇게 잘 싸우는 병사들이 있었다니 말입니다. 혹시 저게 그 남경 수비대, 혹은 해안 수비대인가?”


태자 주자랑과 상서 양사창이 남경에 온 이래 몇몇은 그 궤를 달리한다고 들을 정도로 정예하다는 말을 귀동냥한 적이 있던 장헌충은 그제야 알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나여재가 하고자 하던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게 아닙니다. 속한 조정은 북경이 맞는데, 내 소문을 들으니 이번 토벌군 대장은 조선 사람이라고 합니다.”

“조선? 아, 저기 동쪽에 있다는 그 나라? 그 나라 사람이 왜?”


어리둥절함, 깨달음, 의아함 순으로 삽시간에 여러 감정을 드러낸 장헌충은 멀리 토벌군 진지를 보았다.


그러자 그가 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토벌군 후방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 아니, 화포구나!”


장헌충은 한순간 저들이 실화하였나 싶었지만 그런 건 요행에 기대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고개를 흔들었다.


냉정해진 머리로 그 연기 올라오는 것이며 허공을 갈라 후방 진영에 떨어지는 것을 본 장헌충은 곧 안도했다.


“얼마 없군.”

“어휴,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화포라니요.”


나여재도 연기를 알아보았는지 안도하며 말을 꺼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지, 나여재는 재차 입을 놀렸다.


“하긴, 정말 충분하게 있었으면 접근하기 전에 쏘았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도 전투가 벌어진 즉시 우리 대열 중후방을 노렸을 테니 그저 위협이겠습니다.”

“그럴 거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저 정도 화포,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


화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것도 잠시 반란군 수장인 두 사람은 그런 적 없다고 하듯 의연하게 말을 나누었다.


그러나 안심은 아직 일렀으니, 진짜는 쏘아지고 시간이 살짝 흐른 다음이었다.



***



쿠웅


“으엇!?”

“대, 대포?”

“어휴, 운이 좋았네.”


전장에 있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피보는 일이 없었던 후열 반란군은 그들을 향해 떨어진 구체를 보며 안도했다.


운이 좋아 누구 하나 머리 깨지는 일이 없었으니, 반란군들은 저들이 운 좋았음은 물론이고 저들이 운 없음을 비웃었다.


“이야, 기똥차지 않냐? 뒤에서 안전하게 있다가 무용담도 하나 생기고?”

“흐흐흐, 그러게. 저기 저놈들, 토벌군 놈들이 유민이라더니 참 능력도 부족하다.”

“하, 백성들 등쳐 먹기 바쁜 군인 놈들은 뭐 다를 거 같냐?”


타타다닥


“응? 무슨 소리 안 들리냐?”

“무슨 소리?”

“뭔가 이렇게······어, 뭐라고 하지? 아, 그래. 화승 타는거 같은 소리!”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던 한 사내의 말에 응하듯 그들 주변에 있던 구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승 타는 소리가 그침과 동시에 진정한 목적을, 그 정체를 이제 보여주겠다고 하듯 굉음이 울렸다.


콰앙!


“으, 으아악!?”

“크아악!?”

“포, 포탄이 터졌, 끄아악!”


운 좋게 빗나갔다고 여겨 좋아하던 것이 무색하게 폭발한 포탄은 안에 품고 있던 쇳조각을 사방으로 토해내며 일시 사람 수십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


진짜 운이 좋아서 여기서도 살아난 사람들이 있기는 했으나 살았다고 해도 방금까지 서로 안전하다며 낄낄거리며 웃던 동료들이 나자빠진 충격을 작지 않았다.


이제 그 충격이 무언가 감정으로 전이되고자 하는 순간 그 감정을 급히 전환하는 외침이 들렸다.


“또 떨어진다!”

“으, 으아아!!!”

“도망쳐! 포탄 옆에 있으면 죽는다!”

“떠, 떨어진, 크헉!”


분노인가, 공포인가 그 분기점에 있던 충격은 그대로 공포로 전환되니 반란군들은 허둥거리다가 전과 달리 운 없이 포탄에 머리를 맞고 그대로 으깨어져 죽는 이도 생겼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이후에 떨어져 폭발하는 것이 더 두려우니, 과연 몇몇 포탄은 그대로 폭발해서 사방 사람들을 다시금 휩쓸었다.


이미 보았기에 수십은 아니라도 열두어 명이 그대로 쓰러지는 건 가히 충격적이라, 반란군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포탄에서 거리를 벌리기 바빴다.


“저, 저건 안 터지나?”


그러던 와중에 담력 있는 몇몇은 떨어진 것들 가운데 아직 터지지 않은 것이 있음을 알고 용기 있게 다가가서 살피기도 했다.


타다닥


“아, 아니다! 늦게 터진다! 어서 도망, 으악!”

“으아악!”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듣고 등을 돌리기 무섭게 그대로 터진 포탄은 용기 있는 자들을 만용 부린 자로 바꾸어 버리니 처음에 한 번, 그리고 다시 한번 해서 두 번 당하니 세 번째부터는 포탄이 날아온다 싶으면 다들 피하기 바빴다.


“여, 여기로 떨어진다!”

“피해! 당장 흩어지라고!”

“저, 저쪽도 있다!”

“이런 젠장!”


이러한 일들이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니, 곧 포탄이 떨어졌다 하면 그대로 그 부분은 대열이 흩어지기 바빴다.


그러는 와중에 정말 터지지 않는 포탄도 있었고 그러한 포탄들이 특히나 더 멀리, 후방 쪽으로 떨어졌다.


이는 중간부터 토벌군이 폭발하는 포탄, 조선에서 비격진천뢰라 부르는 것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포탄도 홍이포를 이용해 섞어서 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후방에 떨어지는 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심기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으니, 반란군은 저도 모르게 후퇴 아닌 후퇴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로 인한 혼란은 토벌군에게는 아쉽게도 반란군만의 것이 아니었다.



***



“다음 발사를 서둘러라!”


콰앙!


장수가 말하기 무섭게 화약 소리가 울리나 그 소리가 너무 가까웠다.


동시에 장수는 등을 타고 소름이 쫙 돋는 걸 느끼며 외쳤다.


“다들 방패 들고 없드려!”

“끄악!”

“사, 사람 살, 끄억!”


홍이포 하나가 산산이 터지며 주변 병사들을 해하니 장수는 잠잠해진 후 다시 일어났다.


“제길, 그러니까 제대로 보라고 했잖아!”


자세히 보면 다르나 얼핏 보면 비슷한 것이 일반 포탄과 비격진천뢰라, 몇몇 병사들이 착각하여 홍이포에 넣고 쏘니 그렇게 쏜 것들은 제대로 쏘아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폭발해버렸다.


“어? 어!?”

“깨, 깨졌다!”

“이런 젠장! 다들 엎드려!”


그렇게 일어나서 살피길 잠시, 이번에는 비격진천뢰를 제대로 쏘아야 할 완구가 그 자리에서 깨지니 장수는 물론이고 병사들 모두 기겁하여 그대로 몸을 납짝 엎드렸다.


콰광!


“쿨럭, 쿨럭.”


바로 엎드린 덕에 이번에는 다친 사람만 조금 나왔으나 장수는 도무지 그런 것에 위안을 얻기 어려웠다.


‘빌어먹을, 이거 효과 있는 거 맞지? 그렇겠지?’


나중에 전투가 끝나고 나서 아무런 효용이 없었다고 들으면 이놈의 망할 포탄을 안고 날뛰어 주겠다고 마음 먹은 장수는 다시금 외쳤다.


“잘 보고 쏴! 잘못 골라서 애먼 동료들 끌고 가지 말고! 그리고 이상있다 싶으면 당장 엎드리고 외쳐!”



**



“장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임경업은 그 부른 장본인, 송헌책의 시선이 전방이 아니라 후방을 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송 선생, 무슨 일이십니까?”

“아무래도 후방에서 우려하던 일이 터진 거 같습니다.”


그가 이르는 말에 임경업은 다소 이질적인 연기가 후방에서 오르는 걸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신신당부했건만 결국 누군가 실수한 모양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폭발하는 포탄, 조선에서 비격진천뢰라 부르는 걸 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반란군 후열이 어지러워졌으니 홍이포로 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여긴 임경업은 왕유에게 일렀다.


“후방에 사람을 보내어 완구와 비격진천뢰는 빼고 홍이포만 사용하라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왕유가 사람을 불러 후방으로 전령을 보내더니 힐끗 전방, 조금 더 정확히는 크게 흔들리는 반란군 중후열을 보며 감탄했다.


“그러저나 굉장하군요. 그 짧은 대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습니다만.”

“그 자체로는 분명 대단하지 않지. 허나 물건에는 매사 쓰임이 있는 법이네.”

“정말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임경업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왕유는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슬며시 말을 던졌다.


“이만한 위력이면 차후 북방에서도 쓸만하겠습니다. 그 완구라는 것도 만드는 품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완구가 아무리 그 크기며 만드는 품이 홍이포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적지도 않으니 임경업은 오묘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아쉽지만 그건 힘들어.”

“사거리가 짧아서입니까?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홍이포에 비하면 반절이 조금 넘을까 하니 분명 사거리는 부족하나 이만한 위력이면 쓸만하지 않을까 싶었던 왕유가 물으니 임경업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사거리가 부족하여 양군이 붙은 후에나 쓰게 된 물건이네. 어디 고지대에서 산성이나 관문에 의지하면 모를까, 야전에서는 홍이포가 낫지. 아니, 그런 곳이라도 홍이포가 나을 걸세.”


화포를 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거리와 화력이니, 임경업이 보기에 완구는 후자는 몰라도 전자에서 홍이포에 크게 밀리는 물건이었다.


당장 그도 이번에 이런 수를 쓴 것도 화약은 있어도 모을 수 있는 대포며 조총이 부족하여 차선으로 급히 만들게 한 것이니 크게 밀리기 전에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홍이포가 충분했다면 나도 굳이 완구니 비격진천뢰니 하는 걸 써먹으려고 하진 않았을지 모르네.”


대포가 부족하다니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으나 안타깝게도 당장 북방에서도 더 필요하다고 명나라 전국에서 모으는 판이다.


조선과 달리 명나라는 초석을 그저 캐어내면 되기에 화약 마련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대포는 주조하며 배치하는 일에 적지 않은 품과 시간이 드니 단시간에 마련하자면 당연히 어디서든 빼내어 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남경에서 가져오자니 남경 수비대 빼기도 꺼려하던 남경 신료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만무했다.


그 외에는 양사창이 쌓은 해안 포대가 있긴 하나 그곳에서 빼어내는 건 아랫돌 빼어 윗돌 괴는 격이니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덕분에 부족한 화력을 어찌 채울까 고심하던 중 조선에서 쓰던 것들을 떠올리며 장인들을 모아 닦달하여 만들게 하였으니, 임경업은 그 기억을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더불어서 이러한 사용조차 전선이 버티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니, 실로 여러모로 아슬아슬한 사용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조금 궁리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이는 데 말입니다.”


준비하기까지 들인 노고를 생각하던 중 여전히 아쉬움이 담긴 왕유의 말에 임경업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다가 아니야. 이건 몰라야 효과가 최대로 커져. 그리고 조금만 움직임이 빠르거나 뭉치지 않고 산개하여도 효과가 줄지.”


움직임이 빠르고 산개하면 효과가 줄어든다.


이 말에 왕유는 이 물건들이 본래 조선에서 쓰는 것들임을 기억하며 입맛을 다셨다.


“청나라 놈들 상대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겠군요.”

“아주 없지는 않아. 하지만 이거 몇 개 있다고 전황을 뒤집을 정도인가 하면 차라리 조총이며 홍이포를 더 늘리는 것이 나을 걸세.”


말하던 중 임경업은 이제 더는 길항하고 있지 않은 전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가 되었군. 전군에 명령을 보내게.”

“진군입니까?”


그 명령을 짐작하고 왕유가 물으니 임경업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충분하니 거둬야지.”


작가의말

[첨언 - 비격진천뢰]

임진왜란 중에 개발된 비격진천뢰는 일종의 시한폭탄으로, 그전에도 진천뢰라는 수류탄 개념에 가까운 물건이 한중일 삼국에 모두 있었다고 합니다.

손으로 던져야 하는 진천뢰와 달리 비격진천뢰는 완구라 불리는 짧은 대포에 넣어서 발사, 사람이 던지는 것보다 더 멀리 쏠 수 있고 그 위력도 밀집하였다면 보병 수십을 단박에 살해할 정도로 강력하여 왜란 시기 크게 활약했습니다.

유성룡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왜적이 가장 무서워하는 무기’라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그 위명에 비해 구조는 단순합니다.

폭발 시간을 조절할 도화선, 화약, 내부에 채울 쇳조각 그리고 화약이 터지는 순간 쉽게 깨지게 할 야금술만 있으면 되기에 현대에서도 설비만 있다면 재현이 쉬운 무기에 속합니다.

또한 본디 깨지기 쉽게 만들어야 하고 안에 화약을 채운다는 특성상 포신이 길어 내부 압력이 큰 대포에는 사용하기 부적합했는데, 이럴 경우 발사되기 전에 그대로 포신 내부에서 폭발해버린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쏘는 것은 완구만 사용 가능했는데, 이 완구는 사정거리가 유효 사거리의 경우 홍이포와 비교하여 절반 정도고 최대 사거리로 치면 몇 배나 납니다.

후대로 갈수록 청나라 체제가 공고한 탓인가 전쟁 기록 자체가 적기에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이후 양요 등이 일어날 때 사용된 기록을 찾기 어려운 것은 아마 이러한 사거리적 한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비르지니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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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297화 유모의 소망 23.07.29 290 22 11쪽
297 296화 경유지 +3 23.07.28 307 21 12쪽
296 295화 도망칠 고향 23.07.27 288 23 13쪽
295 294화 세 번은 사양 +3 23.07.26 289 21 12쪽
294 293화 천하 물산 +3 23.07.25 304 23 15쪽
293 292화 선후가 바뀐 일 +3 23.07.24 318 21 12쪽
292 291화 저 너머 +1 23.07.23 305 22 15쪽
291 290화 사제의 탐구 23.07.22 315 25 11쪽
290 289화 여정 +1 23.07.21 311 20 13쪽
289 288화 이상과 현실 +4 23.07.20 303 20 13쪽
288 287화 모사들 +3 23.07.19 320 19 12쪽
287 286화 소열의 비원 +3 23.07.18 345 19 11쪽
286 285화 선점 +1 23.07.17 313 19 11쪽
285 284화 어디로 갈 것인가 +4 23.07.16 313 20 12쪽
284 283화 병졸 하나 +2 23.07.15 311 20 15쪽
» 282화 동쪽에서 온 벼락 +1 23.07.14 320 20 16쪽
282 281화 길항 +2 23.07.13 322 18 13쪽
281 280화 기회와 고향 +3 23.07.12 319 20 12쪽
280 279화 계획은 틀어지는 게 전제다 +3 23.07.11 312 19 13쪽
279 278화 누구나 계획은 있다 +2 23.07.10 322 21 13쪽
278 277화 그 사람의 출신은 +3 23.07.09 329 21 14쪽
277 276화 바다 건너 온 사람들 +2 23.07.08 344 22 12쪽
276 275화 알아서 하는 고생 +4 23.07.07 335 20 15쪽
275 274화 서운함은 질시를 불러온다 +1 23.07.06 324 20 13쪽
274 273화 재주는 곰이 넘는다 +3 23.07.05 322 23 15쪽
273 272화 술은 흐려진 이성과 넘치는 감성의 친구다 +1 23.07.04 330 18 13쪽
272 271화 시기에 맞지 않는 초청 +1 23.07.03 332 23 13쪽
271 270화 더 잘 싸울 수 있는 장소 +2 23.07.02 350 21 14쪽
270 269화 우선할 사람 +2 23.07.01 337 19 11쪽
269 268화 부족한 숫자 +5 23.06.30 353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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