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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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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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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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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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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4화 어디로 갈 것인가

DUMMY

284화 어디로 갈 것인가


전투는 끝났다.


결과는 확실하게 말해서 토벌군의 대승, 반란군은 죽은 이만 3할에 이르며 흩어지거나 잡힌 이들을 합하면 그에 비견되었다.


또한 이로 인해 주변이 일시에 안정될 터이며 토벌군은 크게 자신감을 얻었다.


대승에 어울리게 얻은 것이 적지 않은 싸움이었다.


허나 임경업을 비롯한 토벌군 수뇌부는 전투 후 그 결과를 보고 받으며 얼굴을 필 수가 없었다.


“장헌충과 나여재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승이라고 하나 가장 중요한 머리들을 잡지 못하였다는 말에 임경업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우, 도망간 모양이군.”


말로 토해내나 그 씁쓸함이며 안타까움은 좀처럼 사드라들지 않으니 가슴을 가득 채우는 답답함에 임경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동안 서성이던 그는 어두운 얼굴로 왕유에게 물었다.


“길을 막아둘 것을 그랬나?”

“추격이 한계입니다. 이곳은 길이 무척 많습니다.”


왕유가 사실을 고하니 임경업은 사전에 알았던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가 벌어진 곳이 평야니 사방이 길이며 조금만 나가면 산이며 숲이며 물길이 길을 가르니 어디로 가는지 미리 알고 막기가 좀 곤란한 지형이었다.


거기에 반란군이 자리 잡은 후방은 산세가 다소 복잡한 산들이 늘어서 있으니 무기를 버리고 숨어들면 찾아내기 곤란했다.


반란군이 딱히 그런 점을 신경 써서 준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대비한 셈이 되었고 토벌군은 그 대비를 어떻게 할 힘이 없었다.


“양양이라.”


잡지 못하면 잡으러 다시 군을 움직여야 하니, 임경업은 병사들이 장헌충이 도주하기 전에 외쳤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장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시지요.”


익숙한 송헌책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바로 들이니 송헌책은 들어와서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한 후 입을 열었다.


“말씀하신 대로 홍이포며 완구들을 살피고 수리했는데, 아무래도 절반은 못 쓸 거 같습니다.”

“절반이나?”


전부 멀쩡하긴 바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심 기대하였던 임경업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손실에 눈살을 찌푸렸다.


“정신없는 와중에 포탄이 종종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급하게 숫자를 채우느라 완구 자체가 약하게 주조되거나 비격진천뢰가 불량이어서 쏘아지기 전에 터진 게 상당합니다.”

“이런.”


이후 전투에도 톡톡히 도움이 될 물건들이 멀쩡하지 않다는 말에 임경업은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혹시 자신을 위해 준비된 말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슬그머니 들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임경업은 냉정하게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입에 담았다.


“양양으로 가야겠습니다. 왕유, 군에 명령을 내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아침에 양양으로 이동을 시작하게.”

“알겠습니다.”


왕유는 곧장 명령을 받아 바깥으로 나가니 자리에 남은 송헌책은 묘한 시선으로 그가 나간 입구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임경업이 그 시선을 알아채고 물으니 송헌책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말했다.


“양양에서 잡을 수 있다면 아마 다행이겠지요.”

“······또 도망갈 수는 없을 겁니다. 양양은 진입로가 한정된 지형, 방어하고자 하는 걸 뚫으면 그대로 끝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들이 양양을 포기하고 물러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양양을 포기하고 물러난다.


송헌책이 한 말에 임경업은 상상도 못 해본 가정에 뒤통수가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양양을 포기한다?”

“물론 바로 포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지키는 게 아니라 시간 벌이를 전제로 양양을 이용하면 그때는 일이 복잡해집니다.”

“양양과 같은 좋은 곳을 시간 벌이에 쓰다니, 그러면 그들은 그러고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송헌책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가 예상한 것을 입에 담았다.


“들으니 장헌충이가 장비의 후예를 자처한다지요. 허면 옛 형의 발자취를 따라 틀어박혀 기회를 노리고자 하지 않겠습니까?”



***



“양양이다!”


누군가 외친 말에 장헌충은 지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양양에서 대군을 내었다고는 하지만 저곳에 있는 이들 역시 적지 않으니, 이만하면 한숨은 돌렸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리하여 조금씩 속도를 줄여 양양으로 다가가던 중, 장헌충은 양양 앞에 말 탄 무리 수천이 있는 걸 보고 긴장했다.


해가 떨어져서 어둑어둑해져 가는 시기니 누군가 마음을 먹으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장헌충은 그 앉은 자리 때문에 누구를 온전히 믿기 어려우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장 장군, 아니 주군. 이 나 모가 오래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 걱정과 긴장이 무색하게도 나온 이들은 먼저 도망한 나여재를 비롯한 양양 반란군들이니 장헌충은 민망한 얼굴로 헛기침할 수밖에 없었다.


“험험, 그, 이런 예의는 좀 부담스러운데.”

“아니, 분명 말하지 않았습니까. 모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나여재가 전에 한 말을 다시 말하니 장헌충은 어리둥절함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나여재가 그리 말하긴 했지만 딱히 진심으로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말만 하는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장헌충은 나여재를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래도 괜찮았다.


서로 존중하여 일어선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그들은 서로를 그저 거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천하를 얻기 위해 나아갈 동안 서로 등을 보아줄 거래 대상이니 제법 끈끈하긴 하나 결국 거래 대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으며, 어디서고 서로 돌아서리라고 여겼다.


그런데 돌연 이렇게 숙이고 나오니 장헌충은 영 이상한 기분이었다.


“사실 나오고서 고민 좀 했소. 도망칠지 말이오. 헌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


나여재가 속을 털어놓고 말하니 장헌충은 의아했지만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부끄럽다고 말입니다. 나는 유비가 아니오. 뜻도 품성도 미치지 못하지. 하지만 그대는 진정 영웅이더군그래. 적어도 나보다는 사람이 낫소.”

“이 사람은 그런 대단한 놈이 아니오. 지금도 병사들에게 목숨을 구해받은 처지니.”


병사들에게 목숨을 구해받았음을 떠올린 그는 있었던 일을 숨기지 않고 나여재에게 알려주었다.


이에 나여재는 오히려 감탄하여 말했다.


“정말 대단하군. 나는 그대를 미끼 삼고 병사들을 방패 삼았지. 하지만 그대는 인망으로 살아남았어.”


나여재는 그렇게 말하더니 아예 말에서 내려 땅바닥에 몸을 굽혔다.


“장 장군, 다시금 고하리다. 나 모는 장 장군을 주군으로 모셔 새 나라를 열고자 하오. 부디 이 사람의 충성을 받아주시오.”

“과하군. 충성은 되었으니 지금처럼 함께 동반이나 해주시오. 뒤통수만 치지 않으면 관우 대접은 몰라도 조운 대접은 해드리리니.”


장헌충은 그렇게 말하며 나여재의 곁을 말을 몰아 지나쳤다.


이에 나여재는 쓰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었다.


“그래, 부족하고 믿기 어려운 것이 나지. 이해하외다.”

“이해하면 그런데 있지 말고 얼른 준비나 하시오.”

“준비? 아아, 토벌군을 맞이할 준비 말이지.”


장헌충이 하는 말에 나여재는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장헌충은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얼굴을 돌려 눈을 맞추었다.


“양양에서 맞을 생각은 없소이다. 지킨다고 하나 그저 잠시만 지키면 그만, 준비는 다른 걸 말하는 거요.”

“응? 그게 무슨 소리요?”


나여재가 영문을 몰라 되물으니 장헌충은 복잡한 얼굴로 멀리 북경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야전은 글렀소이다. 저들이 전처럼 공격하면 다시 기세에서 밀리니 지키는 게 다요. 허면 확실하게 다져야지. 난, 아니 우리가 기회를 엿보기에 양양은 나쁘지 않으나 크게 좋지도 않소이다.”

“······어디로 가실 생각이오? 설마 이자성이에게 갈 생각이시오?”


안타까움과 실망을 반씩 담아 물으니 장헌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힘을 키우고 웅비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지. 준비가 되는 대로 우리는 촉 땅으로, 사천으로 갈 것이오.”


촉으로 간다.


이 말에 나여재는 장헌충이 어떠한 뜻을 품었는지 얼추 눈치채고 기꺼운 얼굴이 되었다.


“장헌충 장군, 아니 주군께서 원하시는 대로 될 것이오.”

“그러니까 그런 말은, 에휴.”


이르다고 말하려던 장헌충은 그런 실랑이로 시간을 까먹고 싶지 않아 말을 거두었다.


이에 장헌충은 몰랐지만 그간 둘이었던 머리가 하나가 되니, 이 순간 장헌충과 나여재의 반란군은 장헌충의 반란군으로 변모하며 진정으로 하나가 되었다.



***



“이런 젠장.”


양양에 도착한 임경업은 예상보다 숫자가 적으나 항복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양양을 보게 되었다.


송헌책의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셈이니, 화급히 달려온 것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장헌충의 깃발이 없습니다.”

“나도 보고 있네.”


왕유가 심각한 얼굴로 이르는 말에 임경업은 골치 아픈 얼굴로 고민했다.


양양에서 버티고 있는 이들이 결사항전할 기세라고 하나 솔직히 저들을 이기고 양양을 탈환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 벌어질 이며 할 일을 고려하면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해지니 임경업은 한참 동안 양양을 보다가 몸을 돌렸다.


나부끼는 깃발은 장헌충의 것도 나여재의 것도 아니니 이미 양양에는 반란군의 주력이나 주요 인사라 할 이들이 하나도 없는 게 분명헀다.


“왕유, 일단 절차대로 항복을 권유하고 진형을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왕유에게 기본적인 일을 맡긴 임경업은 걸음을 옮기며 곁에 있는 송헌책을 불렀다.


“송 선생, 나랑 이야기 좀 하십시다.”



***



따로 막사를 마련하고 송헌책과 단둘이 마주한 임경업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양양 다음에 어디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오?”

“역시 장군이십니다.”


묻는 말에 송헌책이 감탄하여 대답하니, 바라는 대답이 아닌지라 임경업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말은 나중에 하십시다. 불씨를 남기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렇지요.”

“하지만 나는 당장 불씨가 하나가 아니며, 다른 불씨가 더욱 크게 타오르고 있음을 알고 있소이다.”

“그 또한 맞는 말씀입니다.”


송헌책이 연달아 동의하니 임경업은 내면에 숨겨둔 말, 가장 걱정스러운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선생께서는 벼슬을 하지 않으나 그들의 생리며 생각에 자세하지요. 그런 선생께 내 조심스럽게 묻고자 합니다.”

“북경 조정의 동향을 우려하시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여 긍정한 임경업은 입에 그 말을 담아서 묻고자 하는 것을 확실하게 했다.


“조정에서는, 북경 조정과 남경 조정에서는······아니, 아니지.”


그러던 중 진정으로 결정권이 있으며 가장 중한 사람을 떠올리니 임경업은 차마 입을 열기 어려워하면서도 물었다.


“참으로 불충한 일이나 이는 반드시 생각해야 하니, 그대가 보기에 황상께서 어떻게 판단하실 거 같습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단 한 사람, 황제의 뜻이니 이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송헌책 역시 이는 동감이며, 말을 꺼내어 반란군이 도망하여 웅크릴 것을 말하였으니 이후 일들 역시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그 가운데는 북경 조정과 남경 조정 그리고 황제의 생각이며 반응에 대한 것도 있으니, 송헌책은 그 예상을 힘주어 입에 담았다.


“아마도 사천을 포기하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십중팔구는 사천을 방치하겠지요.”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Asar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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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297화 유모의 소망 23.07.29 290 22 11쪽
297 296화 경유지 +3 23.07.28 307 21 12쪽
296 295화 도망칠 고향 23.07.27 288 23 13쪽
295 294화 세 번은 사양 +3 23.07.26 289 21 12쪽
294 293화 천하 물산 +3 23.07.25 305 23 15쪽
293 292화 선후가 바뀐 일 +3 23.07.24 318 21 12쪽
292 291화 저 너머 +1 23.07.23 305 22 15쪽
291 290화 사제의 탐구 23.07.22 316 25 11쪽
290 289화 여정 +1 23.07.21 311 20 13쪽
289 288화 이상과 현실 +4 23.07.20 303 20 13쪽
288 287화 모사들 +3 23.07.19 320 19 12쪽
287 286화 소열의 비원 +3 23.07.18 345 19 11쪽
286 285화 선점 +1 23.07.17 313 19 11쪽
» 284화 어디로 갈 것인가 +4 23.07.16 314 20 12쪽
284 283화 병졸 하나 +2 23.07.15 311 20 15쪽
283 282화 동쪽에서 온 벼락 +1 23.07.14 320 20 16쪽
282 281화 길항 +2 23.07.13 322 18 13쪽
281 280화 기회와 고향 +3 23.07.12 319 20 12쪽
280 279화 계획은 틀어지는 게 전제다 +3 23.07.11 312 19 13쪽
279 278화 누구나 계획은 있다 +2 23.07.10 322 21 13쪽
278 277화 그 사람의 출신은 +3 23.07.09 329 21 14쪽
277 276화 바다 건너 온 사람들 +2 23.07.08 344 22 12쪽
276 275화 알아서 하는 고생 +4 23.07.07 335 20 15쪽
275 274화 서운함은 질시를 불러온다 +1 23.07.06 324 20 13쪽
274 273화 재주는 곰이 넘는다 +3 23.07.05 322 23 15쪽
273 272화 술은 흐려진 이성과 넘치는 감성의 친구다 +1 23.07.04 330 18 13쪽
272 271화 시기에 맞지 않는 초청 +1 23.07.03 332 23 13쪽
271 270화 더 잘 싸울 수 있는 장소 +2 23.07.02 351 21 14쪽
270 269화 우선할 사람 +2 23.07.01 337 19 11쪽
269 268화 부족한 숫자 +5 23.06.30 353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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