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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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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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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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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7화 모사들

DUMMY

287화 모사들


정말로 들은 것이냐고 물은 임경업은 확실하게 하겠다고 하듯 다시 입을 움직였다.


“전에 선생께서 내게 이르길, 며칠만 있으면 저들을 쫓아서 사천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하였지요.”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선생께서 수단을 고름에 있어서 정도를 가리지 않음을 압니다.”


임경업이 의심 어린 시선으로 그 묻는 뜻을 더 곡해할 수도 없이 확실하게 이렇게 말하니 송헌책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치며 감출 것도 꺼릴 것도 없다고 하듯 당당했다.


송헌책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니 임경업은 혹여 자신이 괜한 의심을 하였나 싶어 당황하고 무안함을 느끼니, 그가 느끼는 감정들은 그대로 고스란히 얼굴을 통해서 드러났다.


“그렇게 표정 짓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주 엇나가신 건 아니니 말입니다.”

“······엇나가지 않았다고?”


다소 당황스러운, 아니 좀 많이 당황스러운 말에 임경업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송헌책을 바라보았다.


보내는 시선에 송헌책은 여전히 당당한 얼굴로 말을 이어가니, 그 나오는 말들은 하나 같이 예상과는 조금씩 달랐다.


“생각하신 대로, 저는 이와 같은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 일은 제가 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말을 퍼트리려고 했음을 인정함과 동시에 이 일에는 관련이 없다 주장하니 임경업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허면 선생께서는 지금 우리에게 형편 좋은 일이 운 좋게, 그것도 바라던 방식으로 일어났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형편이 좋다는 것과 바라던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허나 이 일은 운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 송헌책은 진중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누군가 우리가, 더 정확히는 토벌군이 사천으로 가기를 바라고 퍼트린 소문입니다.”


누군가 소문을 퍼트렸다.


이 말에 임경업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머릿속에 여러 후보를 떠올렸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아니다 싶은 후보 하나를 머리에서 지운 임경업은 바로 그걸 입 밖으로 내었다.


“토벌군이 사천으로 가길 바란다라. 허면 장헌충은 아니겠습니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시간이 확실하게 줄어들 것이니 말입니다.”


송헌책이 동의하니 임경업은 문득 그가 누가 이런 일을 꾸몄는지 확신하고 있다고 느꼈다.


확증이 있어서 아는 것은 아닐지라도 강하게 의심하여 심증은 굳히고 있는 대상이 있다고 느껴지니 임경업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선생께서는 소문을 누가 퍼트렸는지 짐작 가시는 바가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 송헌책은 미진함을 느끼는 얼굴로 한 마디 덧붙였다.


“심증이지만 말입니다.”

“심증이라도 좋습니다. 한번 말씀해보시지요.”


임경업이 한번 말해보라고 하니 송헌책은 살짝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토벌군이 사천으로 들어가면 손해인 이는 사실상 장헌충이 이끄는 반란군이 전부일 겁니다. 반대로 이득 볼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다. 북경, 남경, 청나라 등등 적지 않다기 보다는 많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입니다.”

“북경과 남경이라니, 조정에서 이러한 소문을 내어서 무슨 득이 있단 말입니까?”


자못 이해하기 어려운 말에 임경업이 되물으니 송헌책은 그가 잘못 알아들은 부분을 정정하여 주었다.


“조정이 아닙니다. 상인들이나 관료들, 아니 그 어디에 있건 지금 상황을 기회로 여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토벌군이 사천으로 들어가길 바랄 것입니다.”


대상을 정정하니 그제야 임경업은 송헌책이 이르는 자들이 누구인지 뒤늦게 자각했다.


동시에 절로 입에서 못마땅함이 가득한 말이 나오니, 임경업은 그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냈다.


“천하가 요동하는 데 당장 자신을 우선하느라 불안정함을 바라다니, 참으로 사람이 되지 못한 이들이 아닐 수 없소이다. 허면 이들이 생각하신 심증 가는 이들입니까?”


임경업은 물으면서도 그럴 리가 없다고 여겼다.


풍문이며 낭설 즐기는 거야 나라며 시대를 가리지 않고 보이는 사람들의 습성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직접 소문을 내어 흔들고자 하다니, 어지간한 이가 아니면 하려고 할 짓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토벌군이 굳이 사천까지 가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송헌책 역시 그런 이들을 염두에 두긴 하였으나 그럴 공산은 희박하다고 여기었기에 이어지는 말은 임경업이 생각한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니, 그런 이들이 오며 가며 소문의 근원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를 보고 계시오. 청나라?”

“그도 있을 법하긴 하나 말 그대로 있을 법하다에 그칩니다. 어찌 들으실지 모르나 청나라는 토벌군보다야 저기 홍승주 대인께서 이끄는 군세를 더 신경 쓸 것입니다. 나중은 몰라도 당장은 그들이 눈앞에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듯 하나하나 지워나가니 임경업은 이제 사실상 하나밖에 남지 않은 후보를, 아직 서로 언급하지 않은 후보를 입에 담았다.


“이자성이라고 하는 이를 수괴로 하는 반란군이군요.”

“그렇습니다. 소문을 내기에 가까우며, 가장 장헌충을 따라 우리가 사천으로 들어가는 일이 간절하며, 그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볼 자들. 이 모두를 부합하는 건 아무래도 이자성, 그자가 이끄는 반란군이 가장 부합합니다.”


송헌책은 이렇게 말한 후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는데, 그걸 본 임경업은 그가 지금 말한 것보다 더 많은 일에 심증을 품고 있음을 깨달았다.


“무언가 더 짐작하는 일이 있으십니까?”

“······있습니다. 낙양에서 한 일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제게는 이러한 일들이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익숙하다?”

“마치 또 다른 자신이 어디선가 이러한 일들을 꾸미는 거 같다고 하면 얼추 맞겠습니다.”


또 다른 자신이라니, 송헌책에게 알지 못하던 형제가 있는가 싶어서 놀란 얼굴이 되었던 임경업은 조금 더 현실적인 생각을 떠올리며 물었다.


“다른 방향으로 뜻을 세운 가족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돌려 묻는 말에 송헌책은 고개를 갸웃했다.


“가족이라? 어느 의미는 맞군요. 가족보다 더 잘 맞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으니 말입니다.”


송헌책은 그렇게 말하며 근처에 놓은 지도에 시선을 주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적힌 글자, 낙양이라 적힌 지명을 보며 송헌책은 말을 덧붙였다.


“그 친구, 우금성이는 실로 뜻이 맞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했지요.”



***



“귀가 가려운데.”

“좀 씻으라니까.”

“이 사람이? 내가 얼마나 깔끔한데 그러나?”


이암이 던지는 핀잔에 우금성이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대꾸하고 화제를 바꾸었다.


“제법 잘 되어가고 있지 않나?”

“어떤 것을 말하는지 알아야 대답이 나오겠는데.”

“모두 말이네. 지금 하는 일, 꾸미는 일, 하고자 하는 일 모두.”


우금성이 즐거이 말하니 이암은 잠시 생각하는 얼굴이 되어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윽고 생각을 마친 그는 내린 결론을 입에 담았다.


“나쁘지 않다는 말 정도는 어울리겠군.”

“그건 평가가 너무 박한데.”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한들 우리는 절대 여유롭지 않고,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야. 그건 누구보다 자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믿네.”


섭섭하다는 얼굴로 말하는 우금성의 말에 이암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근처에 둔 탁자로 다가갔다.


탁자에는 낙양을 얻으며 구한 주변 지형도가 있으니 이암은 장성과 산해관을 연이어 짚었다.


“이쪽은 병부상서 홍승주가 잘 막고 있다지?”

“한번 패했다고는 하지만 그 상승 장군 위명은 여전하더군. 그리고 이름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야.”


우금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로 다가가 장성 너머 청나라가 있어야 할 부분을 손으로 짚었다.


“다만 정전 협정은 난항인 모양이야. 국지전 보고가 몇 번이고 올라온다고 하더라고.”

“남경은?”

“토벌군 지원으로 바쁜 모양이더군. 남경에서 온 상인에게 은자를 좀 찔러넣어 주니 덕분에 잘 벌고 있다고 하던데?”

“하.”


이암은 우금성이 하는 말을 들으며 생각하다 말고 기가 차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오랑캐들에게 이 나라를 넘길 생각은 없지만 역시 이 나라는 글렀어. 이런 일들이며 저런 일들이며 돈만 주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니, 이게 나란가?”


낙양에 앉아서 주변을 얻는 와중에 북경이며 남경에 대한 정보 얻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들이 무슨 대단한 첩보 조직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상은 적당한 위치에 있어서 뒤늦게라도 모든 소식 접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어중간한 관리들이 곁에 두는 이들, 하인이며 뇌물 바치려고 하는 상인과 같은 이들에게 낙양에서 얻은 재보로 떡값 좀 쥐여주는 게 전부였다.


이것으로 충분할까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다소 어설프나 중한 정보들도 종종 들어오니,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전략 구상이며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여 득이 되는 것과는 별개로 여러모로 기가 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라지. 그 수명이 다한 나라, 이제는 화려하게 타올라 후대를 위한 거름이 되어야 할 나라말이야.”


이암의 심정을 우금성 역시 얼추 헤아리고는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다.


지금 명나라를 향한 우금성의 평가는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이 수준이니 그가 보기에 명나라는 위험한 적이 아니었다.


그저 언제,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게 되는 새 나라를 위한 고급스러운 보약재에 가까웠다.


“거름이라. 맞는 말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우금성의 말에 동의한 이암은 눈과 손을 움직여서 양양과 사천을 살폈다.


“양양이 무너지면 이쪽으로 돌아볼 수도 있겠지.”

“그럴지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걸.”


이암이 하는 말을 들으며 우금성은 긍정하며 이어서 부정하니, 그는 곧 그 이유를 입에 담았다.


“보통은 이암, 자네 말이 옳지. 하지만 그래서야 우리는 좀 곤란하니 미끼를 던졌지.”

“그래, 숭정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미끼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이암은 북경이라 쓰인 곳에 시선을 주었다.


“이미 왕이 둘, 복왕과 양왕이 죽었어. 이것만으로 권위가 흔들리니 반드시 일을 벌인 놈들을, 반란의 수괴를 잡아야 하지. 그런 가운데 한 녀석은 가만히 있지만 한 녀석은 칭왕한다라.”

“모든 민란의 주모자, 혹은 가장 앞서가는 자로 여길 게 분명하지. 그리고 마침 토벌군이 가까우니 그것만 잡으면 충분하다고 여길 테고 말이야.”


우금성은 말로서 자신들이 한 일을 음미한 후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기분이 들어 차분히 중얼거렸다.


“장헌충은 사천으로, 토벌군도 사천으로 간다.”


장헌충이며 토벌군의 움직임이 손에 잡힐 듯이, 혹은 눈에 그대로 보이는 듯한 기분에 우금성은 즐거운 얼굴로 지도를 보았다.


“그동안 우리는 주변을, 북경이며 남경에서 손 대기 애매하다고 여기는 곳을 모두 손에 넣을 거야. 그렇게만 되면-.”

“수십 만에 이르는 장정을 모집할 수도 있지.”


우금성이 꿈꾸는 일은 또한 이암이 꿈꾸는 일이니,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렇듯 두 사람은 뜻이 잘 맞는 듯 보이나 이어지는 말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들을 이끌고 북경으로 가는 날이 기대되는군.”

“북경이라?”


우금성이 중얼거리는 말에 이암이 다소 애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에 우금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북경을 놔두면 명나라는 멀쩡하다고 생각할 거야. 숭정제부터 무지렁이들까지 말이야.”

“그건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말이지, 나는 전부터 북경 위치가 다소 불안정하여 수도로는 영 부족하다고 생각했지.”


이암은 그렇게 말하더니 슬쩍 시선을 돌려서 그들이 있는 낙양 서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장안 정도가 내게는 딱 좋게 보이거든.”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비르지니님,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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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298화 부모가 이기기도 한다 23.07.30 282 18 12쪽
298 297화 유모의 소망 23.07.29 290 22 11쪽
297 296화 경유지 +3 23.07.28 307 21 12쪽
296 295화 도망칠 고향 23.07.27 288 23 13쪽
295 294화 세 번은 사양 +3 23.07.26 290 21 12쪽
294 293화 천하 물산 +3 23.07.25 305 23 15쪽
293 292화 선후가 바뀐 일 +3 23.07.24 318 21 12쪽
292 291화 저 너머 +1 23.07.23 305 22 15쪽
291 290화 사제의 탐구 23.07.22 316 25 11쪽
290 289화 여정 +1 23.07.21 312 20 13쪽
289 288화 이상과 현실 +4 23.07.20 304 20 13쪽
» 287화 모사들 +3 23.07.19 321 19 12쪽
287 286화 소열의 비원 +3 23.07.18 345 19 11쪽
286 285화 선점 +1 23.07.17 313 19 11쪽
285 284화 어디로 갈 것인가 +4 23.07.16 314 20 12쪽
284 283화 병졸 하나 +2 23.07.15 311 20 15쪽
283 282화 동쪽에서 온 벼락 +1 23.07.14 320 20 16쪽
282 281화 길항 +2 23.07.13 322 18 13쪽
281 280화 기회와 고향 +3 23.07.12 319 20 12쪽
280 279화 계획은 틀어지는 게 전제다 +3 23.07.11 312 19 13쪽
279 278화 누구나 계획은 있다 +2 23.07.10 323 21 13쪽
278 277화 그 사람의 출신은 +3 23.07.09 329 21 14쪽
277 276화 바다 건너 온 사람들 +2 23.07.08 345 22 12쪽
276 275화 알아서 하는 고생 +4 23.07.07 335 20 15쪽
275 274화 서운함은 질시를 불러온다 +1 23.07.06 325 20 13쪽
274 273화 재주는 곰이 넘는다 +3 23.07.05 323 23 15쪽
273 272화 술은 흐려진 이성과 넘치는 감성의 친구다 +1 23.07.04 331 18 13쪽
272 271화 시기에 맞지 않는 초청 +1 23.07.03 332 23 13쪽
271 270화 더 잘 싸울 수 있는 장소 +2 23.07.02 351 21 14쪽
270 269화 우선할 사람 +2 23.07.01 337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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