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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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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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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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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82화 의무는 누구의 것인가

DUMMY

582화 의무는 누구의 것인가


“아, 남경이로군.”


성문에 들어서며 여전한 광경을 목도한 순나라 예부상서 우금성은 밝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언뜻 살피면 남경에 온 일을 즐기며 좋아하고 있는 듯이 보이나 실상은 그 반대였다.


‘여전히 이곳은 변화가 없군.’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을 보내고 있고 곳곳에 화려한 비단을 걸친 이들이 돌아다닌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기는 하다.


허나 그런 이들이도 화려한 이들에 비하여 부족한 것이니 가난하여 밥을 굶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가 들어선 곳은 이미 남경 내부 시내다.


이런 곳에 빈민이나 굶주린 이들을 두다니, 여러 의미에서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남경은 우금성이 가장 싫어하는 광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현실을 모르고 안주하는 게으름뱅이들 같으니라고.’


속으로 경멸한 우금성은 제가 속으로 한 말 가운데 일부가 틀렸다는 걸 알고 피식 웃었다.


‘아니, 모르는 게 아니라 외면한다고 함이 옳겠어.’


생각을 정정하니 이제는 경멸만이 아니라 동정심이 같이 드니 우금성은 일렁이는 거뭇한 감정을 가라앉는 걸 느끼며 이 남경, 나아가 명이라는 구체제의 상징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정지! 이곳은 황상께서 거하시는-.”

“제대로 왔군. 이 사람은 순나라 예부상서로, 이름은 금성이고 성은 우요. 큰일이 발생하여 이렇게 찾아왔으니 부디 황상께 이 일을 급히 전해주시오.”


우금성이 그를 막아서는 이들에게 느긋하게 대답하니 막아선 이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당황하여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말은 정녕 사실이니 얼른 전함이 좋소이다. 정히 어렵다면 내각 대학사 양사창 대인에게 전함도 가하오. 아니면 제독 오양이라는 분도 좋소.”


줄줄이 유력자의 이름이 나오니 그들은 누구 하나 가리지 않고 혹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한 사람이 용케 지금 말들의 허점을 알고 외쳤다.


“남경에서 그분들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대지 않으면 우리는 그대며 따르는 이들을 도적으로 보고 물려야 한다!”

“그, 그렇지. 우리도 아는 분들이 아닌가.”

“더 확실한 증거를 내지 않으면 안내하기 어렵소이다!”


완강한 말에 우금성은 짐짓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나 내심으로는 이를 달갑게 여겼다.


‘이걸로 이제 내가 오간 사실을 덮을 수는 없다.’


이만한 소란이 일면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기 마련이다.


당장 지금만 하여도 길을 가던 이들이 가운데서 몇몇 사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흥미로운 시선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게 보였으니 우금성은 준비한 마지막 말을 입에 담았다.


“허면 저기 조선에서 온 이들을 불러주시오. 순나라에 책봉사를 따라서 온 분들이 있음을 기억하니 그분들이라면 나를 알아보야 주실 것이외다.”

“조선에서 온 사람들이라면 전일 사람이 바뀌었다!”

“응?”


생각지 못한 대답에 우금성은 순간 당황했다.


‘이건 예상에 없었는데?’


보통은 조선 사람이 오가는 일도 알아냄이 마땅하나 거기까지는 아직 우금성 본인은 물론이고 순나라의 힘이 부족하였기에 미처 알지 못했다.


잘 풀려나가던 일이 돌연 생각지 못한 장애를 만나니 우금성은 진정으로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순나라 이부상서 이암이 말했듯 그들은 조선의 사례가 앞으로의 일에 도움이 되겠다고 여겼다.


그리고 나름대로 분석하여 알아보았으니 이에 따르면 한번 파견된 이는 계속해서 머무름이 마땅했다.


그래야 쌓은 인연이라는 무기를 이용하기 쉬워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바뀌었다고 함은 그러한 무기를 스스로 놓아버림이니 우금성이 생각기에 그런 일은 어리석은 일이며 해서는 아니 될 일이었다.


‘······설마?’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하던 우금성의 머리에 불현듯 한 가지 사실이 스쳤다.


그건 바로 전에 보았던 조선 사람들이 모두 그 나이가 지긋했다는 점이었다.


‘끄응. 세월을 맞아 그리되었다면 답이 없는데.’


뒤를 이어서 그 자손이나 후임이 온다고 한들 그들은 우금성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증명하여달라고 한들 이상하게 보기만 할 뿐이며 이후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었다.


“거, 어느 분인지는 모르지만 분위기가 험한데 오래 걸리겠소이까.”

“응?”


고민하던 우금성의 귀에 어딘지 모르게 낯섦이 느껴지는 음성이 들리니 그 낯섦은 들어보았음과 들어보지 아니하였음을 떠나서 억양 자체에 있었다.


처음부터 나고 자라며 배운 말이 아니라 배워서 하는 말이라면 딱 어울릴 거 같다고 여긴 순간 우금성은 기대를 담아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전에 본 사람이 하나, 그리고 처음 보는 이가 하나 있었다.


‘됐어!’


무슨 우연인지 아니면 천운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기회가 왔으니 당장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니 우금성을 곧장 바닥에 엎드렸다.


“금양군이라고 하셨지요? 전에 순나라에 오신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


남경 한복판에서 자신을 정확히 알아보는 말에 금양군 박미는 당황하며 우금성을 살폈다.


그렇게 한참을 살핀 그는 눈앞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 뒤늦게 알아챘다.


“아, 혹시 순나라에서 뵌 그분이신가? 예부상서라고 하셨던 거 같은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친분은 그리 깊지 않으나 만났다면 응당 예의를 차려야 하는 법이니 박미는 몸과 시선을 낮추어 우금성을 일으켰다.


“이리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저 또한 그러합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기에 계십니까?”


박미의 물음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었으니 순나라에 있어야 할 그가 남경에 있는 이유를 물음부터 해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묻고 있었다.


이에 우금성은 불쌍함을 가장하여 대답했다.


“순나라에 횡액이 닥쳐서 급히 도움을 청하고자 왔는데, 교분이 적고 면식도 부족하여 황상을 뵙지 못하고 막혀있던 참입니다.”


빠르게 사정을 이른 우금성은 박미가 무어라 더 말하기 전에 말을 쏟아냈다.


“대단히 송구한 일이나 일이 시급을 다투고 있습니다. 부디 금양군께서 안에 소식을 전하여 황상 뵙는 일을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긴 한데······.”


당장 박미부터가 의흥제 주자랑을 알현하기 위해 찾아온 참이니 이 부탁은 정말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하지만 박미의 직감이 이 일에 얽히기를 극렬하게 거부하고 있으니 그는 쉴 새 없이 눈알을 굴리며 고민했다.


박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에 대답할 권한이 있는 건 그만이 아니었다.


“그리하지요. 이 우의정 김상헌이 그대의 화급함을 황상께 전하겠습니다.”

“우. 우상 대감?”

“금양군 대감께서 말씀하시는 걸 보니 순나라 예부상서가 맞는 모양인데 그런 사람을 이렇게 계속 세워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며 현명한 일도 아닙니다. 하물며 횡액이 닥쳤다고 하는데 사대부로서, 아니 사람으로서 도리를 안다면 어찌 도움을 아끼겠습니까.”

“그것은 그렇지만······어휴.”

딱히 설득할 말이 나오지 않은 박미는 제 감각만으로 일을 거절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알겠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잠시 후에 뵙도록 하지요.”


박미의 말에 이어서 김상헌이 가벼이 말을 건네고 안으로 사라지니 우금성은 바깥에 남겨지는 꼴이 되었다.


그러나 그 신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순나라 예부상서께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



환관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온 우금성은 곧 황제 주자랑을 만나볼 수 있었다.


““순나라 예부상서 우금성, 대명 황상을 뵈어 광영입니다.”

“과한 예는 되었다. 그대는 어인 일로 이렇게 찾아왔는가?”


묻는 말에는 불안함이 담겨 있고 눈에는 걱정이 일렁이고 있으니 무언가 말을 들은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아직 우금성 본인은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조선 사람들이 전한 소식이 길한 것이 아니었군. 혹 우리의 일인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자 직감이 그것이 옳다고 외쳤다.


그러나 우금성은 자신하지 않고 최대한 다급함을 가장하며 말했다.


“황상께는 대단히 송구하며 죄송스러우나 감히 고하지 않을 수 없으니, 순나라에서 조세를 보내기 위하여 준비한 양곡들이 모조리 도둑맞았나이다.”

“······으음.”


화를 내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는다.


이 반응에 우금성은 제가 방금 직감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여기며 말을 이었다.


“심지어 이들은 야심한 시각에 작은 배들을 다수 이끌고 와서 조운선과 함께 조세를 훔치고 가지지 못할 것은 불을 질러 추격을 막았습니다. 이는 절대 평범한 도적들이 아닙니다.”

“내가 듣기에도 그러하다.”

“그런데 소인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청나라에서 연락이 왔으니, 도적들을 잡았는데 순나라 것으로 보이는 양곡이기에 돌려주겠다고 하였나이다.”

“······무어라?”


두 눈을 끔벅이며 되물었던 황제는 이내에 낯빛을 굳게 하며 말을 이었다.


“순나라에서는 어찌하기로 하였지? 그대를 보내는 것이 전부인가?”

“모을 수 있는 최대로 병사를 모아서 양곡을 확인하러 갈 생각입니다.”


말을 하고는 구태여 손가락으로 셈하는 모습을 한번 보인 우금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남양에서 친정군이 출발하였을 것입니다.”

“의기는 훌륭하구나.”


칭찬으로 말을 시작한 황제의 입에서 이내에 다른 말이 나왔다.


“허나 지금은 때가 아니니, 미안하지만 군을 일정 이상 나아가게 하지 말라고 권하여야겠다.”

“순나라는 대명을 지탱하는 세 기둥 가운데 하나니 응당 황상의 명에 따를 것입니다.”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고 하듯 바로 대답한 우금성은 살짝 눈치를 살피고는 말을 이었다.


“또한 양곡이 돌아오는 즉시 남경으로 보낼 것입니다. 그렇지만 감히 아뢰오니 같은 일이 몇 번이고 발생한다면 결국 남경에 도착하는 것은 한 가마니 가운데 한 줌도 많다고 할 수준으로 전락할까 심히 두렵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군을 움직인 것이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허나 수군은 저희 재량에서 어려운 일이니 부디 황상께 자비롭게 굽어살피시어 도움의 손길을 베풀어주시길 감히 청합니다.”

“고려하마.”


짧은 대답과 함께 황제가 손을 내저으니 우금성은 제게 주어진 시간이 끝났다는 걸 알고 예를 취한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동시에 작은 승리감을 느꼈으니, 방금 들린 고려하겠다는 말이 의례적인 것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그래. 힘든 일은 함께 하자고, 그러기 위한 상국이며 번국이었지 않나.’



***



우금성이 물러난 후에 주자랑은 잠시 고민하더니 사방을 둘러보았다.


여러 신하가 고개를 숙이며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이니 주자랑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이들이 그저 자신을 존중하여 기다리는 게 아니라 능력이 부족하여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의심은 주자랑이 해소하고자 던진 말에 현실로 드러났다.


“이 일에 대해 작은 의견이라도 있는 사람은 기탄없이 말하시오. 내 어떤 의견이라고 한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고 작다고 한들 귀를 기울여 들을 것이며 한번은 반드시 생각하여볼 것이오.”


기껏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니 답답함이 절로 느껴진 주자랑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신하들을 살폈다.


그러나 여전히 입을 여는 이가 없으니 주자랑은 결국 또다시 물을 사람은 내각 대학사 겸 병부상서 양사창뿐인가 싶어 한숨을 지었다.


‘하아.’


그러나 그 한숨조차도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지을 따름이니 주자랑은 문득 이러다가 자신이 화병으로 일찍 죽는 건 아닐까 싶었다.


“폐하.”


그런 주자랑의 걱정을 덜어주겠다고 하듯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누구의 것인지는 몰라도 양사창의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니 주자랑은 일말의 기대를 담아서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으니, 그는 찾을 필요가 없다고 하듯 자신을 밝혔다.


“신 병부시랑 오삼계가 감히 아뢰고자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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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4 ageha19
    작성일
    24.05.17 21:17
    No. 1

    하필 오삼계가? 청에 남은 다른 이들과 달리 당장은 한간이 되지 않았지만, 언제 이상하게 튈까봐 여전히 등장만 해도 겁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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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610화 희생과 목소리는 비례한다 +2 24.06.15 62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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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 608화 적을 믿어라 +4 24.06.13 65 13 14쪽
608 607화 솎아내기 +1 24.06.12 75 10 14쪽
607 606화 쇠와 나무 +2 24.06.11 75 11 11쪽
606 605화 돌아서 가는 게 빠르다 +1 24.06.10 68 10 12쪽
605 604화 오늘과 내일 +1 24.06.08 83 10 12쪽
604 603화 같은 진지 +1 24.06.07 77 12 12쪽
603 602화 희생이 더 크면 의미가 없다 24.06.06 74 12 12쪽
602 601화 어울리는 일 +2 24.06.05 76 13 13쪽
601 600화 동상이몽 +5 24.06.04 69 16 14쪽
600 599화 의도와 결과 +1 24.06.03 7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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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597화 상상할 수 없는 세상 +2 24.06.01 73 15 13쪽
597 596화 전쟁에서 가장 먼저 부르짖는 말 +1 24.05.31 82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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