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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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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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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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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화 뒤틀린 계획

DUMMY

616화 뒤틀린 계획


“으으, 으으으.”


정신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북경 순무 왕정지는 간신히 눈을 뜨고 사방을 살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답답하다’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주변 사방이 어두컴컴하고 공기도 탁했다.


이런 상황에서 탁 트였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정신 상태를 의심해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왕정지는 지극히 평범하다고 할 정신의 소유자며, 요 근래 즐거운 마음으로 지냈던 걸 생각하면 그는 지극히 정신적으로 건강했다.


그러니 답답하다고 생각한 것은 정상이며, 이어서 그는 본능적으로 그 답답함을 벗어나고자 몸을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고 했다.


‘움직이지가 않아?’


제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왕정지는 한 가지 더 깨달았다.


그가 서 있는 게 아니라 엎드려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악!”


그것을 자각한 순간 전신에 통증이 오르니 왕정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있었던 일, 사고가 떠오르니 왕정지는 덜덜 떨면서 중얼거렸다.


“그, 그래.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나고 그대로 건물에······여, 여긴 어디지!?”


말과 함께 상황을 인지한 왕정지는 화급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여전히 몸은 제대로 말을 듣지 않고 통증만 가득하니 그는 그제야 자신이 잔해에 깔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처지임을 깨달았다.


동시에 사방에 내린 어둠은 여전하니 그는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죽은 줄 알고 밤이 맞도록 사고 현장에 방치한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사, 사람 살려! 나, 나 왕정지가, 북경 순무가 여기에 있다! 나 좀 살려다오!”


두려움에 왕정지는 누군가 듣고 있다는 보장도 없건만 계속해서 외쳤다.


그렇게 얼마나 소리쳤을까, 왕정지는 어둠이 살짝 사라지고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걸 보았다.


“여, 여기다! 여기에 내가 있어! 날 좀 살려다오!”


누군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드니 왕정지는 다급함을 크게 올리며 외쳤다.


그러던 중에 점차 잔해가 걷어지며 빛줄기가 늘어나니 그는 반가워하던 중 돌연 놀라며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와 멀지 않은 장소에 사람의 손이 힘없이 늘어져 있는 것을 본 탓이었다.


‘아, 안 돼!’


어쩌면 자신의 운명이 저렇게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왕정지는 한층 더 다급하게 외쳤다.


“여, 여기오! 나 좀 살려주시오! 여기 사람이 있소!”


왕정지의 외침과 함께 빛줄기가 기다렸다는 듯이그 그가 있는 곳에 닿았으니 이내에 그 빛줄기가 들어오는 곳을 통해 사람이 하나 모습을 보였다.


눈이 부시다고 느끼며 그 사람을 향해 왕정지는 살필 겨를도 없이 외쳤다.


“나 좀 살려주게! 이 은혜는 두고두고 잊지 않겠네!”



***



‘빌어먹을, 왜 살아있는 거야?’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이 사고를 일으킨 원흉인 정공복은 하필이면 제가, 그것도 살아있는 왕정지를 발견했음을 한탄했다.


고변하여 좋게 보인 덕인가, 그는 오늘 일정 내내 왕정지의 곁에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내시위가 움직인 것과 별개로 정무는 계속되어야 하니 왕정지는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의 명을 전하기 위해 장인들을 찾았다.


그 자리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함께하게 된 정공복은 틈을 보아서 미리 준비한 기름먹인 화약 주머니를 몰래 장인들의 화구에 던져넣었다.


거리가 가까워서 그도 다칠 위험이 있었지만 그 정도로 가깝지 않으면 들키거나 목표로 한 왕정지가 무사할 수도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정공복은 그리 크게 다치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폭발하는 순간 왕정지가 장인들이 쌓아둔 집기들에 깔리는 걸 본 정공복은 그가 죽었다고 확신했다.


때문에 이후에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열정적으로 잔해를 들추고 사람 구조에 나섰다.


헌데 이 무슨 일인지 그가 들춘 잔해 아래에 왕정지가 멀쩡하진 않았지만 당장 구할 수 있으면 살 거 같은 상태로 살아있었다.


‘어쩌지. 죽일까?’


죽지 않았으면 죽이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정공복은 돌연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걸 구하면 어떻게 될까?’


아직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만 오래지 않아서 청나라 사람들은 정공복을 두둔하고 크게 칭찬할 공산이 컸다.


특히나 계획대로 일이 흘렀다면 한 사람이, 그가 일생 다시는 없을 존경해 마지않는 사람 하나가 이미 세상에 없을 것이다.


정공복이라는 쐐기를 북경 중심부에 박아 넣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이는 기회일 수도 있었다.


더욱 깊이, 의심도 못 할 쐐기가 되기 위한 절호의 기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여 왕정지를 살릴까 고민하니 한 가지 질문이 그를 찔렀다.


-그럼 오늘 죽은 사람들은?


뿌득


질문이 찌르는 감각은 너무나도 아프고 아파 정공복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이, 이보게! 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부디, 부디 부탁이네! 도와주게! 나 여기 있네! 나 여기 있다고!”

“무슨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이쪽에서 들린 거 같아!”


고민은 길지 않았지만 적어도 안쪽에 있는 왕정지가 다급해지기에는 충분하였던 시간이었다.


이에 그가 더욱 크게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쥐어짜 내서 외치니 정확히는 듣지 못했어도 다른 이들에게도 들린 모양이었다.


이래서야 죽일 수도 없겠다고 여긴 정공복은 가시를 삼킨 기분으로 외쳤다.


“여기에 사람이, 순무 대인이 여기에 계신 거 같습니다!”



***



“순무를 찾았다고 합니다.”

“찾았다고?”


얼굴은 물론이고 어디가 팔다리인지 형상으로나마 간신히 알아볼 시신들 앞에서 한숨을 내쉰 일등시위 타타라 이투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물었다.


“죽었나?”

“살았습니다.”

“빌어먹을, 정말 다행이군.”

이 말은 이투의 진심 어린 말이었다.


적어도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질 이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마터면 그조차도 이투의 어깨에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올라갈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일등시위,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뭐가? 우리가 저 머저리들을 생포하지 못한 게? 아니면 북경 순무가 죽다 살아난 게? 아아, 사고를 당한 거?”


한껏 비꼬아 묻는 말이나 보고하러 온 시위는 흔들리지 않으니 이투는 괜한 화풀이는 그만두고 그에게 물었다.


“그래, 뭐가 이상한가?”

“흔적이 조금 더 많습니다.”

“······뭐?”


시위가 말하자 이투는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얼굴이 되었다.


흔적이 많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지금 형체도 알기 어려운 이것들보다 몇인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더 있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가짜일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담아서 손가락으로 불타버린 시신을 가리키며 물으니 돌아오는 것은 부정확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이는 완전한 부정은 아니니 그는 한 가닥 희망을 품었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희망이 아니라 계책 하나를 떠올렸다고 함이 바를 것이다.


그는 지금 처참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성과를 뒤집을 수단을 궁구하였으니 말이다.


“다들 들어라. 도망친 놈이, 혹은 놈들이 있는 거 같다.”


이투가 하는 말에 시위들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런 시위들을 보며 이투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잘 들어. 잡으면 그놈이 왕일이다. 알았나?”

“못 잡으면 어떻게 합니까?”


고저 없는 물음에 이투는 미간에 주름을 가득 잡더니 못내 받아들이기 싫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저놈이 왕일이지. 그렇게 지가 외쳤잖아.”



***



혼란을 틈타서 북경 바깥으로 나온 왕일은 착잡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대형, 어서 오르십쇼.”

“······이건, 이건 아니야.”


죄책감이 드나 차마 그렇다고 하여 돌아갈 생각도 들지 않은 왕일은 본래 자신이 아니라 이들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였던 말에 올랐다.


본래 준비하였던 말은 사람 숫자에 맞추어 준비하였으니 말은 남아돌았다.


그 사실에 한층 더 씁쓸함을 느낀 왕일은 괴로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래서야 남은 계획도 어렵게 될 것이다.”

“그것은 생각한 바가 있습니다.”

“저희가 미끼가 될 겁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더니 곧장 말 여러 필을 이끌고 각각 방향을 잡았다.


“행운을 빕니다.”

“부디 강녕하시길.”


이윽고 저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남긴 그들은 대답도 듣지 않고 말을 달렸다.


한 사람은 말들을 이끌고 서쪽으로, 다른 한 사람은 남쪽으로 향하니 왕일은 그들이 어떠한 생각으로 움직이는지 알 거 같았다.


“이 사람들아, 그러자면 나와 같이 갈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청나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하면 응당 명나라든 아니면 명나라와 손을 잡고 있는 세 번국 가운데 하나로 피함이 마땅했다.


그런 면에서 양나라가 가장 북경에서 가깝다고 할 수 있었고 남경은 확실하게 피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여 왕일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한 곳을 더 고려하였고 상황에 따라서는 그리로 가는 게 가장 안전하며 또한 빠르게 도망할 수 있는 경로를 생각하였다.


바로 산둥을 통하는 방식이었다.


더욱 정확히는, 산둥을 통하여 조선으로 가고 그곳을 통하여 남경으로 가는 방식이었다.


다만 이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터, 하여 본디 왕일의 계획은 산둥으로 가는 인원을 여럿으로 하여 다시 조선을 통하는 쪽과 바로 남경으로 향하는 이들을 나눌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제 왕일은 혼자였으니 그가 고를 수 있는 방향은 오로지 하나였다.


산둥을 향하여 가다가 남경으로 트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그에게 가능한 일이었다.


“이랴!”


본래 상정한 것에 비하면 부족하고 어려우며 일이 이상하게 되었으니 좋지 않다.


하지만 자신을 살리기 위해 여럿이 희생하는 걸 본 왕일은 이제 더는 그들에게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그래서는 아니 되었다고 탓할 수가 없었다.


저들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는 그러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그럴 수가 없었다.


어떠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이렇게 하였는지 전부는 아니라고 하나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살아서들 보자!”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크게 내지른 왕일은 말을 달렸다.


그가 할 일은 산둥을 통해, 더욱 정확히는 그 경계를 타고 남경으로 가는 것이었다.



***



“흔적이 셋으로 갈라집니다. 생각보다 많습니다.”

“비루한 것들이 용케도 말은 많이 준비했나 보군그래?”


입술을 비틀며 이른 이투는 흔적이 흩어진 방향을 살펴보았다.


“서쪽, 남쪽, 동쪽인가?”

“양나라, 순나라 그리고 산둥이 아닐까 합니다.”

“순나라든 남경이든 그쪽은 걱정도 안 한다.”


아래로 내려가는 자들은 아마도 그들이 힘써서 추적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예정대로라면 이제 공순왕 공유덕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일 터, 그러니 남쪽은 그저 흔적만 놓치지 않고 따라가면 어지간하면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양나라와 산둥 방향은 그렇게 쉽지 않았으니 이투는 잠시 고민하다가 일렀다.


“너, 너, 너 그리고 너까지 넷은 서쪽으로 가라. 그리고 잡으면 좋지만 놓치면 그냥 낙양에 전하기만 하고 돌아와라.”


이투의 명령에 네 사람은 곧장 말을 달렸다.


그들을 물끄러미 살핀 이투는 말머리를 돌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명했다.


“우리는 동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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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 622화 단단한 쐐기 +1 24.06.28 45 10 12쪽
622 621화 의복과 말 +1 24.06.27 52 13 13쪽
621 620화 정면돌파 +2 24.06.26 62 14 16쪽
620 619화 치부 +1 24.06.25 64 11 13쪽
619 618화 가장 안전한 방패 +3 24.06.24 64 12 15쪽
618 617화 증오 +1 24.06.23 66 11 13쪽
» 616화 뒤틀린 계획 +1 24.06.21 65 14 12쪽
616 615화 현실은 상상을 넘는다 +2 24.06.20 65 13 12쪽
615 614화 숨긴다고 하여 보이지 않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1 24.06.19 76 13 13쪽
614 613화 고변 +2 24.06.18 70 13 11쪽
613 612화 순수하지 않은 의도 +1 24.06.17 67 13 13쪽
612 611화 반쪽짜리 영광 +4 24.06.16 74 12 14쪽
611 610화 희생과 목소리는 비례한다 +2 24.06.15 67 11 14쪽
610 609화 누구나 살고 싶다 +3 24.06.14 70 13 12쪽
609 608화 적을 믿어라 +4 24.06.13 66 13 14쪽
608 607화 솎아내기 +1 24.06.12 78 10 14쪽
607 606화 쇠와 나무 +2 24.06.11 76 11 11쪽
606 605화 돌아서 가는 게 빠르다 +1 24.06.10 71 10 12쪽
605 604화 오늘과 내일 +1 24.06.08 86 10 12쪽
604 603화 같은 진지 +1 24.06.07 7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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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 601화 어울리는 일 +2 24.06.05 77 13 13쪽
601 600화 동상이몽 +5 24.06.04 70 16 14쪽
600 599화 의도와 결과 +1 24.06.03 7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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