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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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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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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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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4,143

작성
24.06.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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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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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615화 현실은 상상을 넘는다

DUMMY

615화 현실은 상상을 넘는다


“오, 옵니다!”


멀리서 달려오는 이들을 본 동료 하나가 다급히 달려와서 외치자 북경 수비대 병사, 아니 이제는 전 북경 수비대 병사라고 해야 마땅할 왕일은 각오를 다졌다.


“모두 준비는 되었겠지?”


왕일이 묻는 말에 소동을 함께 한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간밤에 적당히 불만이 있는 취객을 위장하여 소동을 벌였다.


그리고는 직접 고변하여 일은 알리되 그 장소는 틀리게 하여 잡히지 않은 불만분자가 아주 많은 것처럼 꾸몄다.


하나나 둘이면 모를까 이십에 이르는 고변이 있으면 조사하지 않을 수가 없음을 노린 것이다.


그리고 이제 엉터리 같은 고변보다 조금 더 상세한 고변을, 하지만 여전히 두루뭉술하여 귀동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변을 동료이자 차기 대형인 정공복을 통해 전해지게 한다.


이러면 눈치며 생각이 있다면 당연히 이것이 숨기려는 일이며 감추려고 하는 진짜라고 여겨서 찾아올 터였다.


혹시나, 정말 그렇다면 반갑고도 슬픈 일이지만 저들이 멍청하여서 그렇게 나서려고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런 경우도 생각하여 준비한 게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일, 수비대 임시 숙소에 불을 놓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불을 놓으면 누구든 반드시 나서서 살필 것이며, 지금 그들이 내건 깃발을 보면 만주족 고관 가운데 누구든 하나는 반드시 와서 상황을 살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청복명(反清復明), 이 네 글자에는 적어도 그만한 힘이 있음을 왕일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여기서 죽을 것이네. 자네들은 어서 달리게.”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고 하듯 왕일은 이 자리에서 죽을 각오를 크게 다진 상태였다.


그를 증명하듯 이미 옆에는 탄을 재어둔 조총이 넷 있으며 그 곁에는 창과 검이 있었다.


또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하듯 그의 허리에는 단검 둘이 매여 있었으니 이만하면 병기 하나로 사람 하나씩 해한다고 하면 족히 사람 여덟, 분투한다면 열도 상대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무장이었다.


그러나 딱 그뿐이다.


운이 좋아 열 명 정도 쓰러트린다면 그는 힘이 빠지기 시작할 것이고, 이내에 잡히고 고문을 당한 끝에 죽을 것이 분명했다.


누군가는 비참하며 의미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허나 왕일은 그것으로 족했다.


이 죽음이 더 큰 일을 이루고, 그 더 큰 일을 여기에 있는 이들이 전하면 그보다 한층 더 큰 일을 이룰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서들 가!”


말과 함께 조총을 들고자 하나 왕일은 그러지 못했다.


떠나라고 재촉한 이들이 반대로 그를 막하서며 조총을 집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형이나 가십쇼. 여기서 죽는 건 우립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가면 누가 믿겠습니까? 대형께서는 직접 제독이며 황자님들을 대면하였다고 하셨으니 대형이 가시는 게 옳습니다.”

“어서 가쇼! 말은 셋, 미끼가 될 이들이 함께할 겁니다!”


오히려 떠날 것을 강요 받으니 왕일은 크게 당황하여 눈을 일렁였다.


“막내들, 어서 대형을 모시고 가!”

“여긴 우리가 맡는다! 어서!”

“놈들이 온다! 다들 조총 겨눠!”


다섯도 되지 않는 적은 이들이 저마다 저항하고자 하며 이들의 말을 들었다고 하듯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니 그들은 곧장 왕일의 양팔을 하나씩 잡고 그를 끌었다.


“이, 이봐들!”

“대형, 가셔야 합니다!”

“그래야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죽어야 성공할 수 있어!”


자신의 죽음으로 정공복을, 차기 대형을 맡을 그를 단단히 신뢰받게 하여야 하건만 이렇게 되면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면 기껏 나서놓고는 생목숨만 날리게 되는 셈이니 왕일은 저항하여 죽을 자리에 남고자 했다.


“이거 놓게! 여기서 내가, 왕일이 죽어야 한다고!”


그의 외침에 양팔을 잡은 두 사람은 못 들은 척 미리 준비한 뒷문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은 이들 가운데 하나가 슬쩍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남은 문제는 이제 정씨가 알아서 할 일이지? 괜찮을까?”

“병기를 다루지 못하니 다른 방식으로, 그것도 아주 확실한 방식이니 걱정하지 마.”

“그래, 그렇겠지.”


정공복이 할 일은 그저 고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고를 위장한 살인이었으며 그를 위한 준비는 이미 되어 있었다.


그 준비도 왕일이 북경 수비대 소속으로 해낼 수 있었음을 기억한 사람들은 이제는 보이지 않게 된 대형을, 다시는 보지 못할 대형을 향해 인사하며 감사했다.


‘대형, 감사합니다. 우리는 당신으로 인해 의기롭게 죽습니다. 그리고 더 큰 의기를 위해 당신을 살렸으니 부디 잘 전하고 돌아오십쇼.’

‘생각하면 계획이며 준비는 모두 당신께서 하셨지요. 그런 분이 이런 곳에서 죽으면 큰 손해입니다.’

‘다음에는 꼭 더 훌륭해져서 오십쇼.’

‘내세에 뵐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쇼.’


기실 이번 계획을 짠 것이며 여기에 무기들을 공수하는 일, 그리고 정공복을 위한 수단 역시 그가 준비하였다.


이 모두 그가 북경 수비대 소속으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무리하게, 그것도 들켜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준비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사람에 따라서는 평가절하할 수도 있는 일이나 적어도 여기에 남은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는데 왕일은 이 모든 걸 준비하였으며 정공복은 아차하면 그대로 목이 달아날 상황이다.


심지어 운이 없다면 오해를 사고 같은 한인들 손에 죽을 터였다.


그러니 이 두 사람에 비하면 하는 것이 없다고 여긴 이들은 오늘 이곳에 오며 다짐했다.


적어도 한 사람은, 중요한 사람 하나 정도는 살려보자고 말이다.


“그러면 사전에 제비 뽑은 대로 내가 하지.”

“부러운 일이군그래.”

“맞는 말이야. 이리도 부러울 수가 없다니까.”

“내가 하고 싶은데, 안 되려나?”


진심 반 농담 반을 섞은 말들을 들은 이는 그 복색이 방금 떠난 왕일과 비슷했다.


이는 미리 준비한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왕일은 몰랐지만 이미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그들은 이미 정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간다!”


기세 좋게 외친 그는 곧 창밖에 얼굴을 내밀고 외쳤다.


“하늘이 나 왕일을 버렸는가! 허나 나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이 말에 바깥이 웅성이니 같은 말은 아니어도 뒤질 수는 없다고 여긴 다른 이들이 각각 말을 보태어 외쳤다.


“개 같은 청나라 놈들! 북경은 한인들의 것이다!”

“호고도 나쁘지만 그런 걸 만드는 너희가 더 개새끼야!”

“반청복명! 반청복명!”



***



“다섯, 어쩌면 더 적을 수도 있겠습니다.”


목소리는 크지만 그 종류가 생각보다 적음을 안 시위 하나가 이르는 말에 일등시위 타타라 이투는 비릿하게 웃으며 활을 들었다.


“머리 내밀면 쏴라. 단, 주동자 놈은 살려야 한다.”


이투가 하는 말은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수비대 임시 숙소는 만약의 경우 적을 지연할 목적으로 지어진 초소와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창문이 좁으며 입구도 좁다.


하여 얼굴을 내민다고 한들 반 정도만 보이며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니 그곳으로 잠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걸 활이든 조총이든 노리기는 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주동자는 살리라고 하였으니 작은 창으로 내다보는 이들을 가려서 쏘아야 한다.


이러한 재주는 어렵게 들리며 어려운 게 맞았다.


하지만 시위들은 이투의 명령을 불합리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대청 황제를 모시는 시위며, 그들은 팔기들 가운데서 뛰어난 이들을 가려내어 뽑은 이들이다.


그러니 그들은 이러한 일을 당연하게 여겼고, 그 당연함은 곧 현실이 되었다.


탕!



“끄륵.”


조총을 쏘려고 바깥으로 얼굴을 내민 순간 한인 하나가 그대로 눈에 화살이 박히며 쓰러졌다.


“다음.”


그를 쏘아 맞힌 시위는 당연하다고 하듯 다음을 찾으니 마치 그 소리에 응하기라도 한 듯이 다른 사람이 얼굴을 비쳤다.


“놈이다.”

“쯧.”


그런데 그 사람은 제가 왕일이라고 외친 이였으니 시위들은 입맛을 다시며 활을 쏘지 않았다.


탕! 타당!

피핏


“끅.”

“커헉.”


그가 쏘고 도로 몸을 들이고 대신하여 두 사람이 모습을 비추니 시위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걸 행동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 이번에는 얼굴을 내밀었던 두 사람이 죽어 나자빠졌다.


“안 나오는데?”

“다 죽었나?”


긴장 하나 없이 서로 나누는 말들을 귀에 들은 이투는 미간을 좁혔다.


‘인기척이 없어.’


가벼이 제압할 거라는 건 의심하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시간이 늘어지는 것은 기대한 적이 없었기에 이투는 이대로 돌입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내에 저 멀리 달아났다.


“놈이 불을 붙였습니다!”


시위 하나가 외친 것처럼 방금 전에 보이던 연기가 아니라 이제는 정말 불길이 수비대 임시 숙소를 휘감기 시작했다.


미리 기름을 먹여 둔 건지 불길은 한번 오르기 시작하자 그대로 활활 타올라 다른 이들의 접근을 불허했다.


“대명 만세! 한인들이여, 일어나라!”


그것을 보며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자니 주동자 놈이 창에 얼굴을 비추고는 크게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죽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본인이나 그 명령을 철회하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게 피어나는 걸 느낀 이투는 냉랭한 눈으로 직접 활을 당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손에서 화살이 쏘아지는 일은 없었다.


있는 힘껏 지른 고함으로 충분하다고 하듯 그는 그대로 불길이 거세게 붙은 안쪽으로 몸을 던졌다.


“······빌어먹을.”


살아있는 체로 잡기는 글렀다는 걸 직감한 이투는 인상을 크게 일그러트리며 외쳤다.


“당장 불을 끄고 저 망할 새끼 살려서 데려와!”


이 개고생을 하고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다니, 이는 이투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고변을 들어서 나왔건만 얻은 결과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다 죽이는 거다?


물론 때때로 이것이 해결법이며 바람직한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나 만주족이며 몽골인들과 같은 이들은 이러한 경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그렇게 마음을 먹고 행하였을 때에 한정한다.


이렇게 다 죽게 두면 그저 저들 좋을 대로 하게 하고 자신들은 그저 무능하여 하책으로 제압하였다는 말을 피하기 어려우니 이투는 이를 악물고 불타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살아있어라. 내가 직접 죽여줄 테니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혀 의욕이 나지 않게 하는 말이나 이투는 그것이 진심으로 바른 일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것이야말로 오늘 일어난 일 가운데 최악이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려보던 이투는 문득 자신을 향해 급히 달려오는 이가 있음을 알았다.


“뭐야?”


짜증 가득 섞인 말과 반대로 달려오는 이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으니 이내에 이투는 그가 팔기 가운데 하나라는 걸 알고 표정을 살짝 풀었다.


“무슨 일이지?”

“큰일입니다!”


다급한 어조로 말하는 팔기의 말에 이투는 불현듯 엄습하는 불안한 기운에 딱딱한 얼굴로 다그쳤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부, 북경 순무가, 순무가 지금 사고로 인해 생사불명입니다!”

“뭣!?”


팔기의 말을 들은 순간 이투는 정신이 어지러워짐과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적어도 저 주동자를 제가 직접 죽이지 못하는 건 최악의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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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4 ageha19
    작성일
    24.06.20 21:26
    No. 1

    어제 한 추측은 틀렸군요. 그나저나 원래 주모자였던 왕일이 살았으니, 두고두고 청나라 뱃속을 갉아먹는 반청활동을 할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정다비라네
    작성일
    24.06.23 16:42
    No. 2

    아 원래 모습을 알 수 없게 얼굴을 태워서 자신이 왕일인것으로 속이려는건가 보네요 이야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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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 618화 가장 안전한 방패 +3 24.06.24 64 12 15쪽
618 617화 증오 +1 24.06.23 67 11 13쪽
617 616화 뒤틀린 계획 +1 24.06.21 65 14 12쪽
» 615화 현실은 상상을 넘는다 +2 24.06.20 66 13 12쪽
615 614화 숨긴다고 하여 보이지 않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1 24.06.19 76 13 13쪽
614 613화 고변 +2 24.06.18 71 13 11쪽
613 612화 순수하지 않은 의도 +1 24.06.17 68 13 13쪽
612 611화 반쪽짜리 영광 +4 24.06.16 74 12 14쪽
611 610화 희생과 목소리는 비례한다 +2 24.06.15 67 11 14쪽
610 609화 누구나 살고 싶다 +3 24.06.14 71 13 12쪽
609 608화 적을 믿어라 +4 24.06.13 67 13 14쪽
608 607화 솎아내기 +1 24.06.12 78 10 14쪽
607 606화 쇠와 나무 +2 24.06.11 76 11 11쪽
606 605화 돌아서 가는 게 빠르다 +1 24.06.10 71 10 12쪽
605 604화 오늘과 내일 +1 24.06.08 86 10 12쪽
604 603화 같은 진지 +1 24.06.07 79 12 12쪽
603 602화 희생이 더 크면 의미가 없다 24.06.06 74 12 12쪽
602 601화 어울리는 일 +2 24.06.05 77 13 13쪽
601 600화 동상이몽 +5 24.06.04 70 16 14쪽
600 599화 의도와 결과 +1 24.06.03 7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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