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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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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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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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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화 의도와 결과

DUMMY

599화 의도와 결과


하남 수군 총병 좌량옥이 배다리며 그걸 이루는 청나라 수군을 공격하는 일은 기실 제 안위를 챙기고자 한 일이었다.


또한 여기에 공훈 생색 내기라는 마음도 더 해졌으니 그 의도는 전혀 순수하지 않고 불순하여 폄하하기에 합당했다.


하지만 세상사라는 건 실로 오묘하여 때때로 옳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라고 한들 그 결과가 좋지 못하여 ‘의도는 좋았다’고 평하는 법.


이에 비한다면 지금 좌량옥이 품은 의도는 참으로 그릇되고 되먹지 못하나 그 결과는 좋았으니 반대로 ‘결과는 좋았다’고 평할 수 있었다.



***



“전하! 적들이 화포로 아군을 위협합니다!”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라고. 실로 간교하다, 간교해.”


돌연 나타난 하남 수군이 더 다가오지 않고 그저 화포로 타격하는 일에 집중하자 지순왕 상가희는 그 간교함에 혀를 내둘렀다.


‘우리가 도적질하였다는 걸 알고 짐작한 것인가? 실로 간교하고 치졸한 짓이나 효과적이다.’


도적으로 위장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무장이 제한됨은 물론이오 여차하면 배들을 버리고 그대로 달아나 다른 곳에서 다시 작은 배들을 조달하여 도적질을 이어가려고 했던 본래 이성왕이 이끄는 청나라 수군의 계획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이들의 배에는 화포가 없었다.


정체도 정체지만 유연하게 배를 버린답시고 화포까지 버리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여 청나라 수군이 제대로 싸워서 이기고자 하면 어느 정도 접근하여 활을 쏘던가 아니면 더욱 접근하여 백병전을 걸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하남 수군은 거리를 두고 다가오지 않음으로서 그러한 일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간교하다는 말은 실상은 따지고 보면 제게 유리한 대로 잘 싸우고 있다는 칭찬과도 다르지 않으니 상가희는 이 점을 깨닫고 입맛을 다셨다.


“회순왕 전하께서 배에 오르셨습니다!”

“내렸던 팔기들 역시 전부 돌아왔습니다!”


연이은 보고에 상가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돌연 아직 남은 이야기, 어느 의미 가장 중요할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음을 기억하고는 물었다.


“성친왕께 보낸 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더냐?”

“아직입니다.”


아직이라는 말에 상가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이만 물러나서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상가희의 시선에서, 다시 말해 수군과 그 주변 상황만 살핀 판단이었다.


수군이 만든 배다리가 팔기들을 저편으로 보내어 명나라 군대 측면을 쳐서 승리를 위한 기점이자 발판이며 쐐기로 하려던 것이 본래 작전임을 생각하면 아직도 본대에서 그 생각을 붙들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이러면 곤란한데.’


그렇지만 고민도 잠시, 상가희는 결단을 내렸다.


“배다리를 끊어라! 강변에 닿은 배만이 아니라 모든 배에서다!”


사실상 맡은 임무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니 혹여 본대에서 처음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모든 책임은 그에게 몰릴 터였다.


하지만 상가희는 설령 일이 잘못된다고 한들 차라리 그게 낫다고 여겼다.


‘배다리는 이미 무용지물이다. 남아 있다가 늦으면 그대로 수장되는 꼴을 면하기 어려워.’


만약 목숨 하나 건질 생각이라면 그저 버티다가 여차하면 그대로 배다리를 포기하고 도망하면 그만이다.


다만 배다리를 버리고 내려간다고 함은 제 부하들이며 배들을 버리고 도망함과 다르지 않다.


이는 왕작을 받은 이성왕으로서 여러모로 걸리는 일이며 편안한 여생을 스스로 저버리는 일과 다름이 없다고 여긴 상가희는 각오를 다지며 다시 외쳤다.


“다시 말한다! 배다리는 포기한다! 모든 배는 연결을 끊고 물러난다!”



***



명나라 병부시랑 오삼계의 부관 우승조는 강변을 노려보며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적들이 부교를 띄웁니다!”

“화포로 그들을 노려라!”


휘하 병사의 보고에 우승조는 제게 주어진 명령을 재량껏 해석하고 권한을 부려 전진 배치한 화포를 쏠 것을 명했다.


본래 오삼계가 내린 명령은 강변에 서는 이들을 노릴 것, 그리고 그것도 극복하고 접근한다면 그들을 반드시 물리치라는 거였다.


하지만 우승조가 보기에 그것만으로는 살짝 부족하다고 여겼으니 그는 강변에 내려서는 족족 공격하여 막기보다는 강변에 내려서기 전에 막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 판단대로 그는 화포 일부를 전진 배치하였고 적들이 조금 도하하려는 기색을 보이면 바로 화포로 공격했다.


이는 효과가 있는 듯하여 적들이 슬그머니 나오다가도 부리나케 도망하니 우승조는 점차 마음이 풀리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하던 마음이 풀리며 방심이 깃들 찰나, 멀리서 배다리가 완성되는 걸 본 순간 우승조는 깨달았다.


자신이 한 일이 효과가 있던 게 아니라 저들이 처음부터 진지하게 직접 도하할 생각이 없었다는 걸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본진에서 먼저 알고 별동대를 움직이는 걸 본 우승조는 착잡함과 별개로 안도했다.


그러다가 별동대가 불을 지른 후에 돌아오는, 아니 더 정확히는 도망하는 걸 본 우승조는 안색을 딱딱하게 했다.


불이 배에 이르지 못하였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사람을 보내? 아니면 이쪽에 배치된 화포를 돌려서?’


적들이 배다리에 의지하여 계책을 짰으니 배다리를 무용지물로 만들면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아니, 파괴하는 순간 확실하게 초전은 명나라의 승리로 끝날 수 있을 터였다.


지금 개봉은 청나라 땅이라고 하나 이 전투에서 공격자는 청나라고 방어자는 명나라다.


고로 방어자인 명나라는 굳이 저들을 깨트릴 필요도 없이 막아내기만 하면 승리하였다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사람을 보내는 일이나 화포를 돌리는 일은 쉽지가 않았으니 우승조는 적잖이 주저했다.


주변이 평야라 배다리가 보이기는 했지만 화포를 쏜다고 맞출 거라는 보장이 없을 정도로 멀리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저만한 크기의 표적이니 몇 번 쏘면 어렵지 않게 맞출 터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여 맞춘 화포가 과연 제 위력을 보일지 의심스러웠고, 또 그러는 동안 저들이 눈가림으로 쓰던 정면 도하를 진정으로 하고자 할까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느 것 하나 제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웠다.


하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와중에 그러 하여금 더 움직이기 어렵게 하는 말이 들렸다.


“놈들이 대량으로 부교를 띄웁니다!”


대량이라는 말에 흠칫 놀라서 살피니 과연 지금까지는 그저 장난에 불과했다고 하듯 종전의 서너 배는 되는 부교가 보였다.


‘글렀어. 이건 막지 않으면 안 돼.’


저게 그저 기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막지 않아 어쩌다 제대로 부교가 이어지면 그건 그의 책임이었고, 불확실한 전투의 향방을 패배로 귀결짓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화포를 조준하라! 놈들이 절대 건너오지 못하게 막아라!”



***


“아깝군.”


성친왕 아이긴기오로 요토는 입맛을 다시며 화포에 맞는 즉시 뒤집어지거나 부서져서 강에 가라앉는 부교들을 보았다.


허나 이도 필요한 일이라고 여겼으니 이제 배다리를 통해서 움직일 팔기들이 온전하고 빠르게 움직이려면 이러한 시선 끌기는 필수였다.


또한 오늘 승리하여 저들을 깨트릴 수 있다면 부교 따위, 전혀 아깝지 않게 될 터이니 요토의 아쉬움은 순간으로 그쳤다.


“전하! 전하! 큰일입니다!”


그런 요토에게 휘하 녹영 지휘관 하나가 급히 달려와 고개를 숙이니 요토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지순왕께서 전하시길, 강 끝에서 적들 수군이 출몰했다고 합니다!”

“뭐?”


명나라 수군이 출몰했다.


이 사실을 곱씹은 요토는 눈살을 가득 찌푸리더니 말을 중얼거렸다.


“제길, 글렀나.”


머릿속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그린 요토는 이미 계획한 대로 일이 흘러가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부교는 그저 시선 끌기이며 그가 이끄는 이들은 녹영이다.


물론 녹영이기에 팔기보다는 조금 더 수전에 능하며 꺼리지 않는 장점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군기며 날램은 눈에 차지 않으니 계획에 없는 일을 돌연 시키면 분명 혼란이 일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들 거라는 게 요토에게는 뻔히 보였다.


“지순왕의 사자는 어디에 있지?”

“바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녹영 지휘관이 그렇게 말하며 달려가자 요토는 문득 이게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이놈들, 벌써 지위에 맛을 들였군.’


보고가 있다면 응당 그 보고자를 함께 데리고 와야 빠르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방금 녹영 지휘관은 제가 보고를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되 전령을 대동하여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으니, 의도하였든 아니든 높은 사람에게 말을 전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여겼다는 소리였다.


‘평시에는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곤란해.’


이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적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요토의 눈에 녹영 지휘관이 수군으로 보이는 이를 데리고 오는 게 보였다.


“성친왕 전하를 뵙습니다! 저는 수군으로-.”

“본론부터 말해라.”

“예! 허면 간략히 전하여드리겠습니다! 적들 별동대로 인해 배다리 입구에 화재났으며 적 수군이 등장! 지순왕께서는 배다리를 풀고 물러나길 청하셨습니다!”

“······쯧.”


다시 한번 생각하여도 이미 제가 생각한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안 요토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순왕의 의견에 따르도록 하겠다. 너는 돌아가서 전해라.”

“예!”


요토의 말과 함께 수군 전령이 곧장 바깥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 요토는 녹영 지휘관에게 시선을 돌려서 말했다.


“전장에서 작은 늦음은 크나큰 독이요 치명적인 실수가 되시 십상이다. 다음부터는 일일히 고하고 들이지 말아라. 아예 처음부터 대동하도록.”


느긋하게 말한 요토는 돌연 눈빛을 날카롭게 하며 서늘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내 말, 알아들었나? 그랬으면 좋겠군그래.”

“무, 물론입니다.”

“다행이군.”


긴장하여 대답하는 녹영 지휘관의 말에 요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지휘관을 교체할 필요는 없겠어.”

“!”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는 말을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있는 녹영 지휘관이었으니 요토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군을 물린다. 남은 부교는 눈속임으로 전부 강에 내보내라. 밤사이에 개봉성에서 나온 이들은 개봉성으로, 군영에서 나온 이들은 모두 군영으로 돌아간다.”



***



“적들이 모두 물러났습니다.”


적들이 모두 물러났다는 말을 들은 오삼계는 안도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최악은 면했구나.”


하루, 아니 어제부터 생각하면 고작 이틀 만에 패배하고 물러날 뻔했던 걸 생각하면 오삼계는 절로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하남 수군 총병 좌량옥 대인께서는 나중에 합류하시겠다고 합니다.”

“나중에?”

“적들이 혹시 돌아올지 모르니 경계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장수가 보고하는 말에 오삼계는 속으로 비웃었다.


‘그럴 리가 있나. 여차하면 그대로 내뺄 생각이겠지.’


좌량옥이 전에 개봉에서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돌아왔는지 잘 아니 오삼계는 지금 들린 말이 참으로 가소롭기만 했다.


허나 그러한 것을 공공연히 표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좋으나 싫으나 좌량옥은 승리의 주역이었다.


적어도 오늘은 말이다.


또한 하남 수군을 적들이 경계하여 조금은 여유를 얻을 수 있을 터, 오삼계는 일단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넘기기로 했다.


“장군, 실례하겠습니다.”


막사 말과 함께 사람 하나가 들어서니 오삼계는 그를 보며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보고를 기다렸다.


“방금 하윤이 공의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그런가.”


그럴지도 모른다고, 아니 거의 확실하게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었다.


하지만 막상 들으니 마음이 착 가라앉으며 오만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중하게 수습하게. 다른 전사자도 가능하면 그리하게. 여유가 생기는 대로······.”


말끝을 흐린 오삼계는 남경으로 보내자니 당장 사람 하나가 아쉬운 때라는 걸 기억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고 하던가, 문득 오삼계는 이 일을 맡기기에 적당하며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음을 떠올렸다.


‘전에 연락을 논하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것을 못 본척하진 않겠지.’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이나 이내에 그 생각은 사실로 오삼계 내부에서 굳어지니 그는 조금 전에 미처 다하지 못했던 말을 마저 이었다.


“수습한 시신들은 여유가 생기는 대로 산둥을 통하여 돌려보낼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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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612화 순수하지 않은 의도 +1 24.06.17 63 12 13쪽
612 611화 반쪽짜리 영광 +4 24.06.16 69 11 14쪽
611 610화 희생과 목소리는 비례한다 +2 24.06.15 61 10 14쪽
610 609화 누구나 살고 싶다 +3 24.06.14 67 13 12쪽
609 608화 적을 믿어라 +4 24.06.13 65 13 14쪽
608 607화 솎아내기 +1 24.06.12 75 10 14쪽
607 606화 쇠와 나무 +2 24.06.11 74 11 11쪽
606 605화 돌아서 가는 게 빠르다 +1 24.06.10 68 10 12쪽
605 604화 오늘과 내일 +1 24.06.08 83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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