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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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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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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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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620화 정면돌파

DUMMY

620화 정면돌파


북경에서 도망친 죄인을 잡으러 왔다.


일등시위 타타라 이투가 한 이 말에 승문원 교리 정연이 이상하게 여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대내시위가 이런 곳까지 죄인 하나 잡으러 왔다고?’


정연 역시 경험이 있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보고 들은 것이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는 대내시위에 대한 것도 있으니 그는 이들이 본디 이곳이 아니라 심양에 거하며 청나라 황제인 순치제 아이신기오로 푸린을 지키는 이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더불어서 이들이 상당히 자부심이 있으며 어지간한 일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것 역시 아니 정연으로서는 자연스레 그 죄인이라는 자에 대해 호기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나 동시에 듣기 어려울 거라는 사실로 알았으니 이는 이투의 얼굴을 보면 명백했다.


‘나중에 산둥에 연락을 보내야겠다.’


당장은 묻지 않을지언정 산둥 아문에 연락하여 따로 살피게 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다.


하여 나중에 할 일 목록을 하나 기억한 정연은 일단 협조해 줄 생각으로 물었다.


“죄인이라고 하면 응당 잡은 일에 도움을 드려야 마땅하겠지요. 바라신다면 협력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순순한 반응에 이투는 살짝 의심스러운 눈길로 정연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정연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물론 사람을 움직여서 수색에 협조하긴 어렵습니다. 저희는 나라의 일을 맡아 가는 중인 몸들, 그저 목격하였다면 그것을 알려드리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이라 하겠습니다.”


사실상 직접 손을 빌려주진 않는다는 말이나 이투가 보기에 그 정도면 충분했다.


조선 사람들은 적지 않은 수에 척후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 이들이 고작 사람 하나를 발견하지 못하기란 말이 되지 않으니 이들의 목격 정보만 얻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될 터였다.


다만 조선에서 거짓을 말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지게 될 터이지만 이투는 그런 가능성은 낮다고 여겼다.


그러한 일은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인데, 아무리 생각하여도 그가 지금 쫓고 있는 잔당 하나나 둘이 조선이 그런 걸 감당할 정도로 대단하다고 여기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럴 수 있는 재간이나 가치가 있는 놈이면 진즉에 조선에 가서 그걸 썼겠지. 조선이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아무렴 그 조선이 그러려고.’


지금 천하 정세에서 조선이 움직이는 방향이며 손을 쓰는 것에 따라서 어느 쪽이든 크게 곤란하여질 수 있음은 조금만 생각한다면 누구나 쉬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또한 그런 기회는 지금까지 여럿 있었으나 조선은 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한 것은 아니나 분명히 말해 그 움직이는 방향은 어느 한쪽의 이득을 향하진 않았다.


특히나 조선을 다스리는 자는 그러한 뜻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자였다.


때문에 청나라 사람들 가운데 직접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거의 다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조선은 지금의 왕이 집권하는 한 움직이지 않는다.


이투 역시 이러한 생각을 품고 있는 이들 가운데 하나였으니 안심하여 조선의 도움을 받고자 하였다.


허나 그는 이어서 들린 말에 크게 당황했다.


“대인, 허면 참고할 사항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참고할 사항?”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죄를 지었고 한 사람인데, 그런 특색만으로는 누군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쪽으로 오는 흔적을 발견했소. 말은 타지 않았고, 아마도 행색이 흙먼지로 인해 남루할 것이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여겼지만 돌아오는 대답에 이투는 제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송구하나 당장 오늘 척후들이 찾아서 거둔 이가 셋이며 도망하여 멀리 달아난 이가 또 다섯입니다. 그리고 만약 시일을 더 늘리면 거둔 이가 오십에 달하며 달아난 이는 그 세 배는 됩니다.”

“어?”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이투는 당황했다.


그런 이투를 보며 정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그 오십 인이라도 모두 살피시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말씀드린 것에서 더욱 상세한 근거를 내지 못하신다면 누구든 내어드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오십을 베어서라도 해결하겠다고 하면?”

“조선은 그러한 일에 협력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인도 아니고 의도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법치에 가깝겠고 그것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한들 정말 법치라도 세웠다고 장담하실 수 있으십니까?”


정연이 이르는 말에 이투는 눈살을 찌푸렸다.


당장 조선 사람들이 거둔 것은 오십이나 만난 것은 그 세 배를 넘어간다.


만약 목표가 이들을 따른 것이 아니라 도망하였다고 하면 오십을 베어도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


외려 조선에 좋지 못한 인상만 심어주는 건 물론이고 혹여 어디서 살았다고 주장하는 소리가 들리면 온갖 책임이 이투에게 날아들 게 분명했다.


‘끄응.’


그렇다고 상세한 인상을 일러주어서 찾아보게 하자니 이투라고 하여 더 아는 것은 없었다.


그저 북경에서 도망친 놈들이 있는듯하여 쫓았고, 그 흔적을 따라서 여기까지 왔을 따름이었다.


말해준 것에 더하여 무언가 더 말하지만 고작 두 가지를 더할 수 있을 따름이니 그것은 그들이 쫓는 자가 한인이며 이름은 왕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모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이투도 잘 알았다.


한인이라고 하면 당장 북경에 있는 한인이 화북 전체에 있는 만주족보다 많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왕이라는 성씨는 흔하디흔한 성이며 일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로 흔하다.


아니, 후자는 성씨 이상으로 흔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미치겠군.”

“예?”

“아니, 아니오.”


저도 모르게 처한 상황에 대해 안 이투는 눈알을 굴리며 이 일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허나 고민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으니 그는 결국 가장 단순한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그자는 왕일이라는 자로, 한인이며 병사였던 자요. 그러니 해당하는 이름을 지닌 자는, 아니 거둔 자들을 모두 확인하게 해주시오. 직접 보고 판단하겠소.”


다소 억지스러운 말이며 터무니없게 들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 의미 가장 현명한 방식이기도 했다.


조선에서 데리고 있는 자들은 기껏해야 오십, 그걸 전부 확인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더불어서 이 정도 요청은 거절하기 어려운 쪽에 든다고 할 수 있었으니 정연은 이내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왕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모두 모으지요.”



***



전 북경 수비대 병사 왕일은 운이 없었다.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한편으로 그는 운이 좋았다.


계획 운운을 생각지 못하게 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을 동료로 두었으니 말이다.


이어서 한 가지 더 운 좋은 일이 있었으니 바로 조선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유민으로 여겨져서 합류할 수 있던 점이었다.


이거라면 안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였건만 아무래도 그 생각을 일렀던 모양이었다.


“자네, 이제 막 쉬는데 미안하지만 이리 좀 오게.”

“무슨 일이십니까?”


자신을 받아준 역관의 부름에 왕일은 두말하지 않고 몸을 일으키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에 역관은 자못 미안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청나라 사람들을 만났는데, 들으니 북경에서 죄짓고 도망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네. 다만 그 특색이 대단치 않아서 우리가 거둔 이들 모두를 살피겠다고 하였거든. 해서 자네도 미안하지만 함께 가서 얼굴을 비추어야 할 거 같네.”


청나라 사람들을 만났다.


이 말에 왕일은 저도 모르게 크게 경계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에 그는 그런 마음을 가슴속 깊숙한 곳에 숨기며 역관에게 매달렸다.


“아이고, 나으리! 그놈들에게 끌려가면 억울하게 죽을 겁니다! 저는 그자들과 좋은 일이 없으니 더욱 그렇고요!”

“아, 나도 알지.”


왕일이 하는 말에 역관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좋은 일이 없었다?”

“그게······저는 북방군 출신입니다.”

“아아, 그랬군그래.”


반은 거짓이나 반은 사실인 사정을 들은 역관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왕일을 보더니 이내에 미안한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자네 이름, 왕일이었지? 흔한 이름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게 생겼으니 내 충분히 이해하네.”


역관은 그렇게 말하고는 못마땅함을 가득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제길, 이게 한양에서 김 서방이 죄인이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


왕일을 찾는다.


그 말에 왕일은 청나라 사람들이 누군지 얼추 짐작했다.


이에 왕일은 고민했다.


여기서 몰래 도망할지, 아니면 나아갈지 말이다.


고민은 깊었으나 오래 걸리진 않았으니, 그는 두려움을 가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억울하게 잡혀가는 일은 막아주시겠지요? 허면 나가겠습니다.”

“그래, 내 그런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네.”


그저 빈말이라고 여기나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고마웠으니 왕일은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서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왕일은 두 무리의 사람이 모여 있는 걸 보았다.


“만주 오랑캐네?”

“어허, 그런 말 함부로 말어!”


“나으리, 나으리! 제 이름은 왕이입니다, 왕이! 왕일 아니란 말입니다!”

“혹시 모르니 따로 있게.”


수십에 이른 무리가 하나,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작아서 열도 되지 않았다.


잠시 두 무리를 살핀 왕일은 이내에 그 차이를 알았다.


큰 무리는 조선 사람들이 받아들인 유민들이며, 작은 무리는 그 가운데서 골라낸 이들이었다.


왕일이라는 이름 혹은 그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이들을 찾아서 골라낸 것이었음도 어렵지 않게 알았다.


‘다들 반갑소이다.’


우습게도 위험함이 가까이에 왔음에도 왕일은 이들에게 친근함을 느껴 속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그도 잠시, 왕일은 들려오는 말소리들에 긴장했다.


“이들입니다.”

“확인하지.”


소리가 들린 쪽에 시선을 주니 거기에는 청나라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그 얼굴은 기억하고 있었으니 종종 성벽을 돌며 거드름 피우길 좋아하던 이들 가운데 하나였다.


‘대내시위.’


직책을 기억한 왕일은 생각한 대로 대응하여 고개를 돌렸다.


역력하게 이투를 외면하는 행동은 당연하게도 그의 이목을 끌었다.


“거기 네놈.”


이투의 말에 대기하고 있던 역관이 손을 올려서 왕일을 잡았다.


“자네, 부르고 있네.”


역관의 말에 왕일은 얼굴에 한가득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역관은 살짝 당황하며 속삭였다.


“아니, 대체 왜 그러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러면 곤란해.”

“압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린 왕일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소인은 전에 북방군에서 싸우던 자로, 병부상서이시며 섬서삼변총독이고 상승장군이라 불리신 홍승주 대인을 섬겼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전사하실 때 목숨만 건져서 떠돌이가 되었으니 도무지 저 오랑캐들을 보면 감정을 주체하기 어렵습니다.”

“허어.”


왕일이 늘어놓는 말에 역관은 안타까운 얼굴로 소리를 내었다.


“그냥 말하여주십쇼. 이로 인해 은인께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고개 숙이며 하는 말에 역관은 잠시 주저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최대한 순화하여 말을 전했다.


이윽고 역관에게 말을 전해 들은 이투는 가만히 왕일을 바라보았다.


“북방군? 북경 수비대가 아니라?”


이투의 물음에도 왕일은 대답지 않았다.


대신 묵묵히 고개를 숙이며 두 주먹에 힘을 가득 주니 이투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말머리를 돌렸다.


“이놈을 우리에게 넘기시오.”

“북방군이며 전부터 떠돌고 있다고 하였지 않습니까? 병사였다는 것만으로 잡아가실 수는 없습니다. 아니면 저자의 얼굴을 보았고 그걸 기억하고 계셨던 겁니까?”

“그렇소.”


이투가 하는 말에 정연은 가만히 보더니 다시 물었다.


“그건 거짓이군요.”

“······.”

“대인,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그것을 제시하여 주십쇼. 아니라면 북경에서 도망한 게 아닌 이를 병사라는 이유로 잡아갈 수는 없으십니다.”

“이름이 같지.”

“여기에 그런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정연은 그렇게 말한 후에 유민들을 보며 물었다.


“왕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대들에게 묻겠다. 병사로서 일해보지 않은 이는 손을 들어라.”

이 물음에 몇몇이 손을 들었다.


삼분지 일 정도가 손을 든 것을 확인한 정연은 이투에게 다시 말했다.


“보시다시피 여기에는 왕일이라는 이름에 병사로서 일한 이가 여럿 있습니다. 저자가 대인께 적의를 드러내는 것은 무례한 일이나 그러한 이유로 애꿎은 사람을 데려가려 하시면 곤란합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정연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당장 이투가 왕일을 잡아가려던 이유는 오로지 하나, 이놈이면 적당히 내세울 수 있겠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근거가 빈약함은 이투도 아니 그는 고민하다가 정연을 노려보았다.


“책임질 수 있소이까?”

“무슨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입니까? 같은 이름을 지닌 이들을 모두 내어주어서 죽음에 내몰지 않은 책임?”


정연이 되묻는 말에 이투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쓰게 웃었다.


‘그 자식은 왜 먼저 돌아가서 날 피곤하게 하는지 모르겠군그래.’


이투는 차라리 공순왕 공유덕이 먼저 돌아가지 않고 더 나섰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를 내세워서 일을 하나도 거리낌 없이 처리하고 책임도 그에게 돌릴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미 돌아간 사람을 찾아도 의미가 없으니 이투는 입맛을 다시며 왕일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아니겠지만 이대로 물러나기도 그런데.’


이투는 이렇게까지 하고 아무도 찾지 못했다, 그런 식으로 넘어간 후 나중에 무슨 말이 나올지 두려웠다.


동시에 지금 자신에게 대놓고 적대하는 기색을 보인 왕일을 포함하여 여기에 있는 왕일들이 모두 그가 찾는 이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가 생각하기에 도망하거나 자신을 숨기기 위해 애쓸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적대하는 이를 포함하여 누구 하나 자신을 숨기고자 하는 기색을 보이는 이가 없으니 이투는 이들 가운데는 이미 그런 이가 없다고 여겼다.


‘하아.’

“대인께서 청나라 위하는 마음이 크심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리 관계도 없는 이들을 함부로 대하면 결국 누구도 진정으로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이투를 향해 정연이 입을 열었다.


이에 이투는 들어나 보자는 심산으로 시선을 주니 정연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이것은 어떻습니까? 저희 가운데 일부는 대리국까지 갑니다.”

“대리국?”

“예. 이들 유민은 모두 그곳으로 보내겠습니다.”

“흐음.”


진짜로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혹시 모르니 이들을 북경에서 가장 먼 나라로 보내겠다는 말이었다.


일종의 타협을 제시한 셈이었고 이투는 이러한 제안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만하면 적어도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그가 북경을 책임질 필요가 없어질 때일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좋소. 대신 그 약조는 반드시 지키시오. 이 일은 내 북경과 심양에 보고하여 올릴 것이오.”

“물론입니다. 이렇게 일을 행하시니 천하 사람들이 청나라가 공정함을 알 것입니다.”


정연의 말에 이투는 괜찮은 변명이라고 여겼다.


‘잘 기억하여 보고하는 말에 덧붙여야겠군.’


나중을 생각하면 오히려 좋을지 모른다고 여긴 이투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렸다.


“허면 우방인 조선 사람들을 믿고 이 사람들은 돌아가 보겠소이다. 부디 가는 길이 무사평안하시기를 빌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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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 619화 치부 +1 24.06.25 62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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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 617화 증오 +1 24.06.23 65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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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 613화 고변 +2 24.06.18 69 13 11쪽
613 612화 순수하지 않은 의도 +1 24.06.17 67 13 13쪽
612 611화 반쪽짜리 영광 +4 24.06.16 74 12 14쪽
611 610화 희생과 목소리는 비례한다 +2 24.06.15 67 11 14쪽
610 609화 누구나 살고 싶다 +3 24.06.14 70 13 12쪽
609 608화 적을 믿어라 +4 24.06.13 66 13 14쪽
608 607화 솎아내기 +1 24.06.12 77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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