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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6.30 16:4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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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356

작성
24.03.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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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2. 그 분의 슬라이더

DUMMY

나는 스프링캠프에서 쉬지않고 던졌다.

남들은 웨이트 트레이닝 할때, 휴식을 취할때도 나는 던졌다.


포수들은 나 때문에 쉬지도 못했다.

포수들이 받아주다 손이 안 빌때는 배터리 코치들이 받아주고, 그 다음에는 그냥 스트존 그려져있는 망에 대고 던졌다.


“야, 너 그렇게 던지다 팔꿈치 나간다.”


선배들이 진지하게 조언했지만 상관없었다.


‘1차 호주 캠프가 30일간, 2차 오키나와 캠프가 15일간.. 총 45일밖에 없어.’

나는 짱구를 굴려보았다.


‘45일간 3천개를 던지라고? 미친.. 대체 아재들은 옛날에 어떻게 한 거야?’


물론 전력투구가 아니면 볼을 많이 던질 수 있다.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투수들은 밸런스를 잡기 위해 불펜에서 연습하며 150구 200구 가까이 던질 때도 있다.


팔이 부러지지 않냐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

나는 이제 수술을 많이 하다보니 나름 수술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뼈, 근육, 인대 중에 가장 회복이 느린게 인대입니다. 그래서 인대 손상이 많은 이유에요. 인대가 쉬지 못하고 던져대니까 염증위에 염증이 더 쌓여서 찢어지는 겁니다.”


예전에 수술할때 의사가 해준 말이다.


“일본 투수들은 선발이 더 많이 던지지만 하루 더 쉬잖아요? 그래서 부상이 적은거에요. 단순히 포크볼 많이 던져서 다치고 이런 게 아닙니다. 물론 인대나 뼈나 타고나야 하는 거지만요.”



나는 이 말들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긴해도 이동일도 있는데 그런거 빼면 40일남짓 밖에 안 되는데..’


하지만 던져야 한다. 이동일이고 뭐고 던질 수 있을 땐 던지고 휴식을 취했다.


“자, 커브는 좋다. 그런데 슬라이더는 아직 부족해.”


최이언 투수코치는 나에게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었다.

최이언 투수코치가 계속 조언해준다.


“성운아, 커브랑 슬라이더를 둘 다 잘 던지는 투수는 드물어, 쉽지 않아. 너는 커브에 특화하는 건 어때?”

“아닙니다. 저는 둘 다 잘 던져야 해요, 슬러브 까지도요. 브레이킹 볼은 다 잘 던져야 합니다.”

“허허. 욕심이 있구나, 욕심 있는 거 좋아.”


어쩔 수 없었다.


매일같이 하루에 100개씩 던져도 30일이 걸린다.

그런데 사람은 매일 100개씩 절대 못 던진다. 쉬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날은 200개, 어느날은 오전오후 300개도 던졌다.

그러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쉬는 것이다.

전력투구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던질 수 있지만 역시 힘들다.


‘하악, 하악, 하악, 미치겠네. 죽겠어’


한 밤중에 야구장에서 대자로 뻗었다.

후배 포수인 전순호가 와서 물을 건네준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와아.. 죽겠다. 진짜 죽겠어.”

“아니.. 전생에 공 못 던져서 죽은 귀신이 붙으셨어요? 무슨 공을 그렇게 던지십니까?”

“나도 몰라, 와.. 씨. 야.. 말 시키지 마, 죽을 것 같아.”


···························

현재 투구회수: 1355

남은 투구회수: 1645

···························


‘와.. 씨.. 이게 계속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안 던지냐고..’


던지고 또 던졌다.


그동안 커브는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슬라이더는 영 느낌이 오지 않았다.

팔꿈치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스플리터는 내 주무기라 던져야 하니 슬라이더까지 같이 던지는 건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커터각이 좋았는데 커더도 영 별로였다.


‘슬슬 그 분이 올 때가 되었는데..?’



지난 삶에서는 전지훈련도 못 가서 만나지도 못했지만 나는 더 예전을 기억하고 있다.

바로 그 분,

KBO 최고의 투수이자 최고의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는 국보투수, 손동률 전감독.

그 분이 인스트럭터로 방문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일단, 어차피 안 다친다는 전제하에서 팔이 안 아프면 계속 던지자.’


아무리 미션이라도 아파서 못 던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마도 상태창이 그런 것 감안해서 안 아플거라고 생각해 미션을 줬을거라고 생각했다.


‘던져야 해, 던지라고 시키는 이유가 있겠지, 어차피 3류 투수인데.. 연습이라도 해야지.’


2019년, 올해는 프리미어 12가 있는 해였다.

난 원래의 삶에서 2015년 나가서 우승했고, 19년에는 팔꿈치가 안 좋다고 구단에 성질을 부려서 안 나갔다.

곧 메이저 포스팅 해야 하니 몸을 사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 때는 줘도 안 나갔는데.. 지금은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네.’


그 때 일본에게 지며 준우승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 때 내가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돌아오지 않는 과거다.


‘올해.. 잘 하면, 정말 잘 하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국제대회에 나가고 싶어졌다.

원래의 삶에서 내가 두 번 나갔던 국제대회,


바로 2015년의 프리미어 12와 2017년의 WBC, 이 두번의 대회가 다였다.

그나마 17년 WBC는 내가 나갔음에도 잘 안 되었다.


‘다저스 있을때 오오타니랑 그 이야기도 많이 했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한 밤중에 호주 전지훈련장에서 혼신의 138킬로를 던지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서럽다.


“형.. 많이 힘들어요?”


팔로 눈을 가리고 운동장에 대자로 뻗어 울고 있는데 후배 순호가 눈치없이 와서 묻는다.


“아냐, 괜찮아. 힘 내야지.”


어차피 이제 몇 년 더 못산다.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야, 저기 손동률 감독이다.”

“어? 진짜네? 호주까지 웬 일이지?”


선배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국보투수 손동률 전감독이 우리 전훈지를 방문한 것이다.


“자, 손감독님이 인스트럭터로 한 열흘 정도 여러분 봐 줄 거니까, 그런 줄 알고 열심히 하세요.”


류감독이 살구빛 뺨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며 미소띈 얼굴로 선수들에게 말했다.


“감독님 여전하시네요.”

“여전하기는.. 나보다 현직에 있는 류감독이 여전하지, 아이 그러고 말 좀 편하게 해. 나이도 같은데..”


손동률 인스트럭터는 너스레를 떨며 류감독을 툭 친다.

“아이, 무슨 말씀을 그래 하십니까? 학번이 두개나 위신데..”

“아니 그거야 류감독이 유급하고 내가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그런거지..”

“아입니다. 지는 괜찮심다.”


류감독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근데 좀 눈 여겨 볼 만한 애들 있어요?”

“아. 즈, 즈기.. 진성운이라꼬 엣날 1라운던데 얘가 팔이 좀 망가졌는데 애가 귀신들렸는지 이번에 미친 놈처럼 떤져요. 지 말로는 3천개 던진다고 하는데.. 감독님 함 봐 주이소.”


“3천개? 요새도 그리 던지는 애들이 있는가?”

“함 봐 주소, 사람 만들어 주이소.”


****


손동률 감독이 나에게 다가온다.


‘배워야 해, 국보의 슬라이더를 배워야 해.’


강속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던 국보투수, 내가 이번 생에서 슬라이더를 마스터하려면 꼭 배워야 했다.


“응, 자네가 진성운인가? 반가워, 나 손동률이야.”


웃으며 내미는 두툼한 손, 나에게는 구원의 동아줄 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저 진성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공손하게 인사를 해 본 기억이 없다.

부모님이 보셨다면 기절했을 일이다.


“어, 그래, 열심히 해, 한 번 던져봐, 내 봐 줄테니까..”

“넵”


나는 손감독이 보는 앞에서 와인드업을 해서 던지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욱

팡!!


슈우우우욱

팡!!


“음, 저기.. 팔각도를 더 좁혀야 해.”

“넵.”


“아니. .그 짝이 아니고, 응 요렇게.. 응.”


손감독은 내 투구모션을 직접 만져주면서 팔각도를 좁혀 주었다.


“자네 감독님이 기대가 많으신가 봐, 나보고 신경써서 봐달라고 하시네. 열심히 해 봐.”


그 특유의 호빵같은 스마일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드리고 자리를 뜨려는데 내가 그 팔을 덥석 잡았다.

너무 급하다 보니 일단 잡고 봤다.


“저.. 감독님.”

“응?”


“감독님 슬라이더 좀 가르쳐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슬라이더?”


“네, 감독님 전매특허 슬라이더 있잖아요?”

손동률 감독이 웃는다.


“에이.. 내 건 못 배워, 괜한 짓 하지마. 예전에 승한이도 못 배웠어, 내 슬라이더는 나 밖에 못 던져.”


털썩


나는 급한 나머지 손감독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감독님, 부탁드립니다. 제발 좀 가르쳐 주십시오. 전 꼭 슬라이더를 배우고 싶습니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다들 이게 뭔 일인가 한다.


저 멀리서 감독이 나를 보고 혀를 차는게 보이지만 지금은 신경쓸때가 아니다.


손감독이 내 겨드랑이를 잡고 일으킨다.


‘아니.. 노친네가 힘이..’


내가 193이다. 아무리 요새 살이 빠졌다지만 그래도 100kg 가까이 나가는 몸무게다.

그런데도 손감독은 나를 번쩍 들어 일으켜 세웠다.


“아이구 힘들어, 이 젊은 사람 일으켜 세우려니 힘드네.”


너스레를 떨지만 대단한 손 힘이었다.


“감독님, 부탁드립니다.”


손감독이 처량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슬라이더 던지는게 좀 달라. 내 슬라이더는 어려울 거야. 사람마다 다 자기한테 맞는 요령이 있거든. 그걸 찾아야 해.”


그러더니 나한테 볼을 받아간다.


“자, 잘 봐봐. 나는 중지로 아주 강하게 실밥을 눌러, 옆에 검지는 그냥 대는거야.”


짧고 두툼한 손가락, 손가락이 너무 짧아서 포크볼을 던지려고 손가락을 찢는 수술을 받아볼까 고려했다는 그 손가락이었다.


‘나보다 마디 한 개반이상 짧은 거 같은데?’


“자!! 뺏어 봐.”


“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손감독은 슬라이더 그립을 잡고 있었다.


“뭐 해? 슬라이더 배우고 싶다며? 내 손에서 공을 뺏으면 내가 가르쳐 줄게.”

“아..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장난하나?’


나는 가볍게 손감독의 손에서 공을 빼앗으려고 했다.

이제 60이 다 되어 가는 노인네다.

아무리 전설 어쩌고 하지만 20대의 쌩쌩한 거구를 당해낼 턱이 없지 않은가?


‘윽, 이거 왜 이래?’


뭔가 잘 못 되었다.


‘윽.. 이.. 씨..’


공은 손감독의 손아귀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게. .원래 이렇게 어려운 건가? 공이 안 빠지나?’


뭔가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괜차나, 두 손으로 혀 봐.”


손감독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사람 좋은 미소로 말했다.

나는 당황해서 얼굴이 새빨게 졌다.


“에잇, 하앗, 윽, 윽”


나는 이제 두 손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 빠진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


“자아.. 그만.”


마치 내공이 엄청난 무림고수를 만난 기분이다.


‘왜 안되지?’


“자 봐봐, 잘 안되지? 이게 내 슬라이더의 비법이야. 보통 슬라이더 어떻게 쥐어?”

“이렇게 쥡니다.”


나는 그립을 쥐어서 보여주었다.


“손가락과 공사이의 공간은?”

“요정도 띕니다.”


슬라이더는 공을 설렁설렁잡고 팔과 손목을 확 틀면서 던진다.

너무 깊게 잡으면 안된다.


“보통은 슬라이더는 살살 잡고 던지지? 나는 반대야, 이렇게 꽉 쥐고 던져, 나는 손가락이 짧잖아.”

손 감독의 설명이 계속 된다.


“그래서 엄청 세게 던져, 이렇게 던질 수 있는 사람 없어, 그래서 어떤 공이건 자신한테 맞아야 해.”


‘악력, 악력을 더 길러야 해.’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힘때문에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힘이 모자랄 거다라는 생각 자체를 해 본적이 없다.


실제로 웨이트도 많이 든다.

그런데, 손가락 악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손감독을 보니까 확실하게 알겠다.


“너무 걱정하지마, 내가 열흘동안 자네한테 맞는 슬라이더를 가르쳐 줄테니까 나랑 열심히 해보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연신 숙였다.


“저 감독님!”


나는 뒤돌아서 가는 손감독을 불러 세웠다.


“응?”


“저, 감독님 완벽한 슬라이더란 뭘 의미할까요?”


손감독이 웃으며 다시 다가온다.


“완벽한 슬라이더? 너는 뭐 같애?”

“글쎄요, 꺾이는 각도? 아니면 구속인가요?”


손감독이 손가락을 치켜들며 웃는다.


“이 친구 야구 잘못 배웠네.”

“네?”


“타자 스트라이크 존이 어떻게 돼?”

“직사각형···.이요.”

“거기 네 점, 모서리 귀퉁이 네 점에 꽂아 봐. 그거 할 수 있어?”

“........”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거 해, 그 다음에 물어 봐. 투수한테 가장 중요한게 그 네 점에 공을 꽂는거야.”


손감독은 내 어깨를 두드리고 자리를 떴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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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완벽한 결정구 +4 24.03.26 507 11 15쪽
» 12. 그 분의 슬라이더 +6 24.03.25 508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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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2회차의 삶(1) +2 24.03.16 1,071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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