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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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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조회수 :
89,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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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4
글자수 :
1,801,981

작성
21.08.17 15:34
조회
142
추천
6
글자
12쪽

제260화 : 알현

DUMMY

제 260화. 알현


루안은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살아있는 지적 생명체가 어떠한 사념도 갖지 않고, 바위처럼 우직하니 주위와 동화된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시도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해본다.

될 때까지.

그것이 지금 루안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어둠으로 향하는 시작일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기세가 변했습니다. 아니...... 기세가 없다고 보는 게 맞을까요?"

"그렇구나. 무언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나 보군. 처음 이 곳에 들어오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만 하루는 지났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날지도 모르겠구나.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자."

"예."


블랙드래곤들은 루안의 이 기세가 끊기지 않도록, 계속해서 순도 높은 어둠의 마나들을 공급했다.

그 덕에 루안은 더더욱 빠르게 허상의 중심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그냥 존재한다. 이유란 없다. 태초에 모든 원소와 생명들은 결국 어둠에서 태어났다.

그 역시 이유란 없다. 어둠은 태초부터 그냥 존재했고, 세상이 망하는 그 시점에도 그냥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욕심은 없다. 다른 무언가가 어둠의 자리를 노려 그 자리를 차지하고자 한다면 고민하지 않고 그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어둠은 그런 존재다. 존재감을 내비치진 않지만 존재하고, 자신을 또렷이 내보이지만 겸손하다. 그것이 바로 어둠이다.'


루안은 스스로 어둠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와 맞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렇게 사념을 떨쳐갈수록 루안은 중심 어딘가로 한없이 떨어져 내렸다.

그 벼랑의 끝은 알 수 없었다.

그저 계속 떨어져 내릴뿐.

하지만 루안은 애닳아 하지 않았고, 겁먹지도 않았다.

왜?

그것이야말로 어둠이기 때문이다.


'아......!'


떨어져 내리다 못해, 결국 몸의 제어까지 잃은 그 무렵.

루안은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새로운 깨달음의 경지를 알아챈 것이다.


'눈을 뜨지 않아도 앞이 보이고,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소리가 들리며, 생각을 멈추지 않아도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곧 세상이고 세상이 곧 나이며, 모두가 나를 느낄 수 있지만, 모두가 나를 알아채지 못한다. 비로소 그것이 어둠이다.'


어둠을 바라마지 않던 루안.

결국 그의 치우는 루안의 몸을 가득 채우면서도 절대 스스로를 내비치지 않게 되었다.

그 치우의 주위로는 어둠의 마나가 가득했지만, 치우는 어둠의 마나를 빨아들이지도 그렇다고 밀어내지도 않았다.

치우는 곧 루안이었고, 루안은 곧 어둠이었다.

드디어 루안은 어둠이 되는 데 성공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는 모르겠다.

표현은 찰나였지만, 수분, 수시간, 수일, 수개월, 수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이전에 들었던 블랙드래곤들의 대화 이후 곧장일 수도 있고, 그들의 수명이 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루안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결실을 맺은 것이다.


- 왔느냐?

"예. 드디어 뵙습니다."


바라마지않던 그슨대의 목소리.

하지만 루안은 그 벅차는 기쁨을 표현하지 않았다.

아니, 표현했으나 그 티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 그대는 나 그슨대의 권속이 되었으나, 이렇게 신령의 중심부까지 나를 찾은 몇 안되는 계승자 중 하나이다. 태초에 고(高)의 대별이가 그러했고, 근래에는 한웅이 그러했다. 그리고 뒤이어 네가 나 그슨대를 찾았구나.


그슨대의 말에 루안은 그제야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다.

비록 뜨지 않아도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이 있었으나, 위대한 어둠의 신을 알현하는데, 그런 우를 범할 수는 없었다.


"고려의 왕검이자, 신령의 권속 루안 폰 사일라가 위대한 어둠의 주인이시자, 태껸의 창조주이신 그슨대님을 뵙습니다."


루안은 그슨대를 향해 넙죽 큰 절을 올리고는 정좌를 취한 채, 그슨대를 올려다 보았다.

드디어 실물로 마주한 어둠과 태껸의 신 그슨대.

실물이 주는 위압감은 가히 태산을 앞에 둔 것과 흡사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슨대는 어둠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왕좌에 앉아있었는데, 그의 본모습은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굳이 차이점을 찾아본다면, 새하얗게 질린 것처럼 보일 정도의 파리한 낯빛과 은은하게 안광이 내비치는 보랏빛의 눈을 들 수가 있겠다.


- 허례허식은 되었다. 그래,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냐?


그슨대는 분명 연유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루안에게 방문목적을 물어보았다.

신의 마음을 알아채기란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루안은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 이야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현재 대륙에 크나큰 위험이 닥쳤습니다. 마를 창조해낸 신이 이 땅에 그 모습을 보이려 하는데, 수많은 생명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 볼 수 있습니다. 하여, 저는 그슨대님께 도움을 요청드리기 위해 이 곳까지 찾아왔습니다."


루안은 정말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였다.

어차피 그슨대가 모르지는 않을 터.

시간이 촉박한 지금은 직구가 답이었다.


- 그러하구나. 헌데 왜 나인게냐? 흠..... 뿐만이 아니구나. 나의 형제들에게도 그들의 권속이 다가가고 있다. 왜 우리인게냐?

"마신을 막아낼 수 있는 힘이 저희에겐 없습니다. 적어도 그와 대등한 존재의 힘이 필요합니다."

- 답변이 허술하구나. 우리의 고향이 아닌 이 땅에는 수많은 신이 존재한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이 세계의 신들의 힘이라면 능히 마신을 제압할 수 있을 터.

"이 곳의 신은 인간을...... 나아가 생명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 호...... 네 말에 근거가 무엇이냐?


그슨대는 흥미롭다는 듯, 턱을 괴고는 미소를 지었다.

차디찬 얼굴에 지어지다보니, 미소라 하여도 그리 따뜻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신기의 유무입니다."

- 신기라......

"예. 그슨대님을 비롯하여, 구미호님, 불가살님께서는 각각 몸을 담고 계신 신기가 존재합니다. 사실 세 분처럼 위대한 존재들이라면 굳이 한 곳에 메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환인의 명이 지엄하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세 분은 그러질 않으십니다. 언제나 이 무저갱의 공간에서 권속을 찾으시며 그 권속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십니다. 그것이 바로 생명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증좌가 아닐까 합니다."

- .......


그슨대는 루안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예의 그 표정을 유지하고 말이다.


"반면 이 세계의 신들은 그러질 못합니다. 신성력이라고 하는 힘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는 하나, 자신의 분신을 내려 세상을 돌아보거나 인간들을 굽어살피진 않습니다. 마치 목동이 들판에 양을 풀어놓듯이 말입니다. 목동의 일은 양들에게 풀을 먹이는 것이고, 늑대가 나타난다면 그 내용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만 할 뿐입니다. 직접 양들을 구제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세 분들에 비해 생명에 대한 애정도가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 하하하. 그렇구나. 하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아둔한 말이로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수만가지 방법이 존재하느니라. 그저 방임한다하여 이 세계의 신들이 생명을 애정하지 않는다 말 할 수 없을 뿐더러, 우리가 신기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여, 생명을 애정한다고 말하기에도 오류가 있다. 그렇게 생각지는 않았더냐?


그슨대의 말은 루안의 어폐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행동이 그렇다하여 그것에 대한 절대값을 부여한다는 것은, 아주 크나큰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슨대의 말에 틀린 점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한 바 역시 틀렸다고 판단하진 않았다.


"그 말씀에 틀림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감정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 네가 느낀 감정이라?

"예. 제가 봐온 그 간의 권속들은 매우 인간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한 몸 희생하여 생명을 구하려는데 거리낌이 없는 분들이었습니다. 신기의 신들께서는 권속을 맺는 자들을 아주 깐깐히 확인하시기로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겪어보았으니까 말입니다. 그 분들에게서 느꼈던 그 자애로운 사랑의 감정. 헬리윤 노야가 그러했고, 한웅 왕검이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권속으로 선택하신건 다름아닌 그슨대님과 불가살님이십니다. 생명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시다면 절대 이러한 선택을 하셨을 거라 보지 않습니다."

- 그렇구나.


그슨대는 슬며시 눈을 감고 잠시간 생각에 잠겼다.

루안은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지만, 긴장감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막말로다가 그슨대가 싫다고 해버리면 그야말로 끝이었기 때문이다.


- 너의 뜻은 잘 알았다. 우리 형제들의 힘을 빌려주마.

"아! 감사합니다, 그슨대님!"

- 기뻐하긴 이르다.


그슨대는 손을 들어 루안을 제지시켰다.


-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말씀해주십시오."

- 우선 그대들의 육체가 감히 신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대들이 하려는 것은 영매가 신내림을 받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 이 곳에서 충분히 육체를 가다듬으라.

"알겠습니다."


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 내용은 이미 염룡에게 들어, 애초에 명심하고 있던 것이었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번째일진대...... 이미 우리는 그 마신의 힘을 가늠하고 있던 중이었다. 셈을 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지. 하여, 해본 결과, 우리 셋이 모두 동시에 소환되어야 겨우 그 자를 막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는 신이라 할지어도, 신기에 귀속되어 있는 몸들이기에, 다른 신들처럼 자유로운 힘을 구가하지 못한다.

"예."

- 흠...... 보아하니 다른 수를 생각중인 모양이로구나?

"사실 저희는 세 분의 도움을 받아 위대한 환인의 대리인이신 삼족오를 이 땅에 현신시킬 생각이었습니다.

- 무어라? 어허허허허허허허.


루안의 말을 들은 그슨대가 별안간 광소를 뱉었다.

혹여나 그슨대가 언짢음을 느꼈을까 은근히 긴장되는 루안.

하지만 다행히도 그슨대는 그러한 내색을 하진 않았다.


- 이 요망한 것들을 보았나. 끌끌끌. 당돌하구나. 감히 삼족오를 부른다? 아하하하하. 내 모처럼 뒤통수를 맞았구나.


그슨대는 루안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박수를 쳤다.


- 좋다. 삼족오 그 이라면 능히 가능하겠구나. 헌대...... 신을 현신하려면 매개가 있어야 하는 법. 우리야 신기들이 매개가 되니 상관없다만..... 삼족오를 담을 그릇을 과연 누가 할 수 있단 말이냐? 하찮은 인간들은 삼족오의 숨결만으로 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저희 셋 중에....... 적합한 자가 있다면 응당 누구라도 몸을 던질 것입니다."

- 그런가...... 좋다. 내 모처럼 너희의 계책이 마음에 들었으니 물심양면 도와주마. 우선 육신을 만들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희아와 다델 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슨대의 말로 미루어보아, 루안처럼 알현을 하였거나, 접근 중인 것으로 보였다.

모두 조금만 더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후..... 어떻게든 성공한다!'


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부좌를 틀었고, 다시금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작가의말

연휴 끝!!!

다들 잘 보내셨나요 ㅠㅠㅠㅠ

정말 전 꿈과같은 연휴를 보냈습니다.

모처럼 제 본업에 대한 작업도 모두 미뤄놓고

계속 쳐묵쳐묵하고 계속 누워만 있었네요 ㅋㅋㅋㅋㅋ

아 행복했다.

.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_^

추천 선작 댓글 부탁드릴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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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7 이루크
    작성일
    21.08.18 13:52
    No. 1

    추천요 재밌게 즐감하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화이팅!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1.08.20 01:09
    No. 2

    오늘은 연재가 없는 금요일이지만, 펑크를 냈기에 연재하도록 하겠숨니다 ㅠ 응원해주시는데 실망시켜드려 죄송해요 ㅠㅠㅠㅠㅠ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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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제263화 : 지켜라 +2 21.08.25 14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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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제261화 :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 +2 21.08.23 157 6 13쪽
» 제260화 : 알현 +2 21.08.17 142 6 12쪽
288 제259화 : 어둠이란 +2 21.08.12 147 6 12쪽
287 제258화 : 쿤토카로 vs 암티라스 +2 21.08.11 144 6 11쪽
286 제257화 : 융화 +2 21.08.10 145 6 12쪽
285 제256화 : 미증유의 존재 +2 21.08.09 154 6 13쪽
284 제255화 : 영면 +2 21.08.05 154 6 13쪽
283 제254화 : 쿠빌린 vs 듀라한 +2 21.08.04 165 6 12쪽
282 제253화 : 정령왕 유프테라스 +2 21.08.03 152 6 11쪽
281 제252화 : 상급정령들 21.08.02 142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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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제249화 : 승천 +2 21.07.22 17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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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제247화 : 학자의 의무 +2 21.07.20 153 5 12쪽
275 제246화 : 계속 생겨나는 탑 +2 21.07.19 162 6 13쪽
274 제245화 : 늘어나는 +2 21.07.15 15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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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제243화 : 발견 +2 21.07.13 16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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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제240화 : 항해 +2 21.07.06 168 6 12쪽
268 제239화 : 원인불명 +2 21.07.05 166 6 13쪽
267 제238화 : 부활 +2 21.06.23 180 4 12쪽
266 제237화 : 도주 +2 21.06.22 161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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