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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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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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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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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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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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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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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화 첫 배차

DUMMY

33화 첫 배차


“아, 이것 참. 미안하네!”


솔람이 바닥에 꿇으며 땅에 머리를 조아렸다.


“어휴... 매일 형수님 얘기할 때부터 알아는 봤지만...”


“아이고 의처증이 심해서 우리 형수님 어쩐데요. 크큭.”


솔람이 머리를 숙이고 있어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부하들의 한마디가 거들어질 때마다 귀가 빨게지며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 조금만 더 하면 곧 터질 것 같다.


“하하. 다들 그만 하세요. 그만큼 부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멋지신데요? 꼭 늑대 같지 않습니까? 단 한 사람만 바라보는 거 말입니다. 자 이제 일어나시죠.”


주헌은 솔람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려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끄러운지 팔을 슬쩍 빼더니만, 바닥에 그대로 머리를 박은 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어휴... 그렇게 내가 좋다는 사람이 일주일이나 위험한 일이나 하고... 아니다. 내 입만 아프지. 다들 이제 우리 남편 그만 놀리고 술이나 마셔요. 당신도 언제까지 땅바닥에 있을 거야! 일어나!.”


까무잡잡한 피부라서 홍조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홍당무가 된 얼굴이 더 강조되어 보였다.


“크하하하! 대장 얼굴 좀 봐!”


“크하하하...하...하.. 큿흠.”


처음 웃었던 부하는 계속 웃고 있는데 따라 웃던 이들은 점점 웃음을 멈추고 공포에 질린 얼굴로 변해갔다.


“야... 그만해라.”


웃고 있는 남자의 동료가 그를 급하게 막아섰지만 남자는 멈출 생각이 없나보다.


얼마나 웃었는지 눈물까지 맺혀서 닦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뭐든 1절만 해야하는 법이다.


웃고있던 부하가 뒤늦게 다른 테이블 사람들의 표정을 본 것이다.


“하하... 하... 다들 표정이 왜 그래?”


남자는 뒤로 돌자마자 솔람의 표정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 대장 그게요. 나는 분위기 좀 바꾸려고... 어... 엇!”


솔람은 그대로 남자를 끌고 출구로 걸어갔다.


“잠깐만 잘못했어요! 살려줘! 으악!”


질질 끌려가던 남자가 동료들에게 소리쳤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양 고개를 돌리고는 맥주만 조심스레 홀짝이고 있었다.


덜컥-


문이 닫히고...


“끄아아아아악!”


남자의 비명이 한동안 들리다가 멈추었다.


덜컥-


다시 문이 열리자, 씩씩거리며 두 손을 탈탈 털고 있는 솔람이 조용히 주변을 훑어보다 자리에 앉았다.


‘이거... 엘로 얘기 꺼내도 되나...’


주헌은 같이 나간 남자가 살아나 있을까 걱정됐다. 그런데 저렇게 난폭한 사람에게 부탁이라는 걸 해도 될는지.


“당신 또 때렸어?”


플로라가 쟁반으로 솔람의 등을 과격하게 때렸다.

엄청 힘을 가해서 때리는 것 같은데 솔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세 대 맞고는 등만 긁적였다.


“안 때렸어... 그냥 혼 좀 낸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어휴... 쯧. 아이고 주헌 청년 미안해요. 참... 우리 남편이 원래 상냥하고 착한 사람인데... 오늘따라 영 이상하네.”


덩치로나 표정으로나 상냥해 보이진 않았다.


“자자, 이제 다 해결된 것 같으니, 식사나 하지.”


지부장이 박수를 두 번 치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것 참... 지부장님께도 못 볼 꼴 보여드려 이거 민망합니다.”


솔람이 머리를 긁적였다.


“됐네. 그럴 수도 있지. 그럼 하던 얘기나 하자고!”


“하던 얘기라면?”


“아까 이 친구 왜 데려왔냐고 묻지 않았었나.”


“아아. 그랬었죠. 참.”


솔람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깜빡한 게 갑자기 생각난 양, 손바닥 위에 주먹을 두드렸다.


“이제 자네가 말하게 난 다 해줬어.”


타란 토박이였던 지부장은 솔람의 괴팍한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솔람은 자신에게 해만 없으면 말은 거칠 게 하지만서도 속으로는 다정한 이였다. 하지만 오해를 하거나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거침없었기에 수인 관련 얘기를 꺼내는 것은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니 뒷일은 주헌에게 맡기기로 한 것이다.


“응? 무슨 부탁이라도 있는 겁니까? 내가 아무리 실수를 했다지만, 의뢰비를 올려달라거나 그런 건 절대 안 돼!”


솔람은 또 지레짐작하고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퍽-


플로라의 주먹이 솔람의 두꺼운 팔뚝을 내리찍었다.


솔람은 맞은 부위를 긁적이다 되려 화를 냈다.


“아~ 왜!”


“또 혼자서 북치고 장구칠 거야? 아까 그 지랄을 해 놓고?”

“큿흠... 아니, 이번엔 끝까지 들어보려고 했어. 그냥 농담한 거야.”


전혀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이었다. 누가 농담을 인상을 쓰면서 하나...


“주헌 청년 편하게 말해요. 내가 옆에서 거들어 줄게.”


플로라가 눈웃음치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런 플로라 옆에는 험상궂은 떡대가 있으니,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았다.


“그... 그게 사실 내일 출발할 때 저랑 같이 일하는 친구 하나만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은 주헌이 책 읽듯 또박또박 말했다.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꺼낸 말이었다.


“응? 그 정도야 당연히...”


“아. 그건 좀 곤란한데.”


플로라가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데 대뜸 솔람이 끼어들었다.


“여기 있는 녀석들 보면 알잖아.”


솔람은 커다란 덩치의 사내들을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그들을 바라보자 솔람의 의도가 무엇인지 주헌은 파악하지 못했다.


빠르게 공통점을 찾으려고 해봐도 덩치가 크고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다는 것 외에는.


“거참. 마차가 한 대일 텐데, 좁은 공간에 한 사람을 더 태우면 우리가 불편하지 않겠나? 가뜩이나 덩치들이 커서 구겨 타야할 텐데.”


그제야 말귀를 알아먹은 주헌이었다.


하지만 주헌에게는 버스가 있다.


버스는 운전석을 제외하고 좌석 수만 24석, 덩치가 큰 남자들이라 2인석에 둘이 앉기는 거북해 보이긴 하지만, 그 좌석에 한 사람씩만 앉혀도 충분히 좌석은 남았다. 그러니 비좁다는 의견은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자리는 충분합니다. 오히려 다닥다닥 붙어서 가지 않아도 됩니다. 버스는 넓어요!”


“버스? 버스가 뭐지?”


“솔람 자네 소문 못 들었나? 움직이는 커다란 쇳덩어리 말일세.”


지부장이 옆에서 거들었지만, 솔람은 전혀 모른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솔람은 모험가 생활을 하면서 타란에 있는 경우에 손에 꼽혔다. 보통 대부분은 몬스터 퇴치 의뢰를 받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는 모험가를 접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타란에 있을 뿐이었다.


“철로된 마차라는 건가? 그건 수도 근처에 꽤 있지 않나?”


솔람은 나무로 된 마차가 아닌 귀족들이 타는 철 바퀴가 달린 고급 마차로 생각했다.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와는 차원이 다르네. 얼마나 넓은지 귀족 마차보다도 훨씬 쾌적하다네! 자리마다 창문도 크고, 그렇지! 따뜻한 바람도 나와서 추운 겨울에도 집 안에 있는 것처럼 따뜻하다네.”


실제로 구경만 했지, 타보지도 않았으면서 지부장은 자신이 타본 양 자랑하듯 말했다.


솔람은 지부장의 말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그저 인상만 쓰며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엘로 일어나!”


주헌이 엘로를 깨웠다. 같이 네브린으로 출발하기 위함이었다.

주헌은 결국 어제 솔람과 얘기하여 엘로를 데리고 가는 것을 허락받았다. 버스에 대해서는 계속 의구심을 같는 듯했지만, 수인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는 이였다. 오히려 모험가 생활을 하며 수인 나라 마호크 출신의 용병들을 많이 봐왔고 대형 몬스터를 같이 처리한 적도 있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으음... 음냐. 왜요?”


“네브린으로 갈 거야.”


“하아... 네... 잘 다녀오세요. 저는 그냥 여관에 가만히 있을 거예요.”


이불을 뒤집어 쓴 엘로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하지만 곧 엘로가 기뻐할 모습이 기대된 주헌은 이불을 그대로 던져버렸다.


“아! 왜요!”


“너도 간다고 인마!”


“예? 진짜요? 진짜예요?”


엘로가 눈을 반짝거리며 얼굴을 들이민다.


“됐어. 너 여기 있을 거면 있어. 난 먼저 간다.”


주헌은 키득거리면서 엘로의 반응을 지켜봤다.


“아, 잠깐만요! 5분! 아니 1분만! 같이 가요!”


엘로는 작은 몸을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며 물건들을 챙기고는 금세 준비를 마쳤다.


출발할 준비가 다 된 엘로의 회색 머리칼은 헝클어졌고 옷 단추는 하나 밀려 잠그며 허당끼 넘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같이 가는 게 좋은지 표정은 내내 미소를 띄고 있었다.


주헌 그런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도 동생이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좋냐?”


“큿흠... 뭐 그냥 그렇죠 뭐. 빨리 가요.”


엘로는 기쁜 마음을 표출하지 않았다. 나이도 20살이나 먹었는데 엄마, 아빠 없다고 분리불안을 보이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민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괜히 시간을 끌면 주헌이 말을 바꿀까 봐. 제가 먼저 버스로 향했다.


“나이를 거꾸로 먹었네, 거꾸로 먹었어.”


그렇게 버스가 주차된 터에 도착하고 운전석에 주헌이 바로 뒷 좌석에는 엘로가 자리했다.


“이번에 의뢰인들은 수인이 오히려 익숙한 분이시더라. 그러니까 괜히 긴장하고 그러지 말고, 마호크인지 뭔지 모험가들이랑도 친분이 있다니까.”


출발하기 전 엘로가 긴장하는 듯한 모습을 확인한 주헌이 슬쩍 흘러가듯 말했다. 괜히 쳐다보면서 말하는 것보다는 별일 없다는 듯 지나가듯이 말하는 게 그에게 더 안정감을 줄 것 같았다.


엘로는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만 대답했다.


그렇게 시동을 걸고 타란의 역참으로 출발하는데...


툭. 투둑.


“이야~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차창에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헌은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늘 그렇듯 시스템창이 나와서 와이퍼 스킬이 발동됐다느니 어쩐다느니 설명이 떴는데, 이미 그 상황을 예상한 주헌은 퍼런 시스템창이 뜨자마자 손을 흔들며 옆으로 치워 없애버렸다.


“뭐해요?”


“아, 아냐! 그냥 파리가 있네.”


첫 배차는 늘 긴장된다. 거기에 비까지 오니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비가 조금 내리는 정도라 괜찮지만,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햇빛 한 줄기 없이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은 폭우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주헌은 현실의 상식대로 원래 속도의 20퍼센트 감속하여 운행했다.


그렇게 감속해 봐야 어쨌든 마차보다 빠른 게 버스라 금방 역참에 도착했다.


삐이익-

덜컹-


“어우 씨! 깜짝이야!”


솔람이 문 열리는 소리에 놀라 움찔거렸다.

“하하. 이 친구 버스를 몰라서 겁먹었구만 그래.”


지부장이 솔람의 등을 두드리며 먼저 버스에 올라탔다.


“어우, 갑자기 비가 왜 오는 건지. 다 젖었네. 자네들도 빨리 타게.”


솔람과 그의 부하들은 버스를 처음 본 이들과 마찬가지로 머뭇거리다 잔뜩 긴장한 채로 버스에 올라탔다.


쉬익- 쉬익-


“으악!”


와이퍼가 움직이는 것에도 겁을 먹었는지 커다란 덩치의 사내들이 서로 부둥켜안았다.


‘웃으면 안 돼. 웃으면 죽는다. 근육질 아저씨들한테 맞아 죽어.’


“크흠. 이건 비가 올 때도 앞을 잘 볼 수 있게 빗물을 치워주는 장치입니다.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그... 그렇군. 하하. 난 이 친구가 겁을 먹었길래 토닥여주고 있던 거라네.”


“아, 거참. 자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난 자네가 부둥켜안길래 당황하고 있던 거였지! 내가 얼마나 난감했는지 아나?”


탁탁-


솔람이 손날로 부하 둘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몬스터도 수없이 사냥해 온 녀석들이 이리 겁이 많아서야.”


솔람은 자기도 겁을 먹어 옆에 있던 부하의 옷소매를 잡고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놓고는 허세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은 전혀 겁먹지 않았다고 어필했다.


“네, 네. 이제 출발해야하니까. 다들 자리에 앉아주세요.”


백미러로 모두 자리에 앉은 걸 확인한 주헌은 한 번 더 솔람에게 되물었다.


“모두 다 타신 것 맞는지 한 번만 확인해 주세요.”


“다 탔어!”


“그럼, 네브린으로 출발합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과 댓글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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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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