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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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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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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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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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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DUMMY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그건 말이죠! 쿠폰이라는 겁니다.”


현실에서 피자나 치킨을 먹으면 늘 쿠폰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 전략을 이세계에도 쓸 생각이다.


“쿠폰?”


“네, 이 쿠폰 10장을 모아서 그리지나, 랫트 마을의 피자 가게에 방문하시면 피자 한 조각을 무료로 드립니다. 쿠폰 20장을 모으실 경우에는 피자 스몰 사이즈 1판을 무료로 드리구요. 쿠폰은 피자 한 조각 구매 시 1장씩 증정으로 나갈 겁니다.”


쿠폰 10장과 20장을 모아왔을 시 받는 혜택은 격차가 크게끔 일부러 조정했다.


10장을 모아가면 2쿠퍼 짜리 스몰 사이즈 한 조각을 받는 데 비해, 20장의 경우는 1실버 5쿠퍼 짜리 스몰 사이즈 피자 1판을 받을 수 있으니, 사람들은 대부분 쿠폰 10장을 사용하는 걸 손해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피자 한 판을 무료로 얻기 위해 피자를 한 판하고도 2조각을 더 구매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쿠폰 전략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분실이다.

한 달 내내 피자를 먹으면서 쿠폰 10장, 20장을 금방 가져올 이는 흔치 않을 거다. 누가 돈 내고 마차타고 숙박까지 하면서 한 달 내내 피자를 먹겠는가? 가끔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겨우 먹겠지.


그렇다는 건 결국 어딘가에 쿠폰을 보관하게 될 거란 거고, 시간이 흘러 분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물론 분실로 인해 다시 제작해야 할 쿠폰의 개수가 늘긴 하겠지만 쿠폰 제작에 쓰이는 비용과 피자 판매 수익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컸고 오히려 이득인 상황이었기에 손해 볼 게 전혀 없었다.


“오오~ 잘 가지고 있어야겠구만.”




***



타란에서 1주일 네브린에서도 1주일을 지내며 모든 무료 시식과 쿠폰 증정이 마무리되었다.


타란에서는 이제 모두가 피자를 알고 있다고 봐도 된다.

인구 1,000명 남짓의 도시에 하루에 160조각씩 1주일을 뿌려댔으니, 피자를 먹지 못한 이들도 피자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 것이다.


네브린의 경우는 인구가 만 명을 넘어서기에 더 많은 양의 피자를 무료로 제공하고 싶었으나, 비용적으로나 이동거리상 재료 관리에 문제가 있었기에 많은 양을 제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전략적으로 마케팅을 하기로 했고 고민 끝에 주헌은 타지로 많이 왕래하는 마부들과 상인들 그리고 네브린 지부 길드 직원들에게 우선 제공하는 걸로 결정했다.


3~4일 정도는 그들에게 먼저 제공하여 타지로 자연스럽게 소문이 나게끔 유도했으며, 네브린에 소문을 내는 것은 거주자인 길드 직원들에게 역할을 맡겼다.


이후 남은 기간 동안은 타란과 마찬가지로 버스에서 무료 시식을 진행했다.


아마 네브린 인구 5분의 1 정도는 피자를 들어보기까지는 했을 거다.


그렇게 2주 동안 마케팅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냈을지 기대하며 주헌은 그리지로 돌아가기 위해 아침 일찍 여관을 나섰는데...


이게 뭔일인지.


네브린 매표소 앞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줄지어 있는 게 아닌가.


2주 동안 무료 시식 때문에 매표소 앞에는 ‘한동안 운영하지 않습니다’란 팻말이 걸려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사람들이 오픈런을 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오늘까지는 쉬려고 했는데... 하필 돌아가는 날에 이렇게 있으면, 무시 못 하잖아?’


사람들의 시선이 주헌에게 쏠리고... 그 시선들을 무시하고 버스에 올라타기도 그랬던 주헌은 어차피 가는 길이니, 용돈벌이나 하자며 매표소의 팻말을 영업 중으로 바꿨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주헌이 오픈을 알리며 제일 앞에 있던 사람에게 손짓했다.


“두 명이요.”


“좌석으로 하시나요? 입석으로 하시나요?”


주헌이 좌석 배치도를 건네자, 남녀 한 쌍은 2인 좌석을 가리켰다.


“네 6실버입니다.”


계산을 마치고 표를 받은 남녀가 세워진 버스로 돌아가려할 때 주헌은 문뜩 궁금한 게 있어 그들에게 물어봤다.


“저기 고객님!”


“네?”

“그... 운영도 안 하는 매표소에 왜 줄 서 계셨는지...”


“무료 시식 마지막 날이라고 어제 말했잖수.”


“하아!”


정말 흘러가듯이 한마디 한 게 이렇게 나비효과가 된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운영할지 말지 정하지도 않았건만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건 또 뭔지...


뭐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고,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퇴근하면서 돈은 버는 거니까.



***


“이게 정말 실환가?”


네브린을 출발하고 이미 만석인 버스는 타란을 무정차 통과했다. 어차피 타란 매표소에도 ‘한동안 운영하지 않습니다’란 팻말을 걸어놨기도 해서 이미 기다리는 이들도 없을뿐더러 가장 큰 이유는 타란에 내리는 이들이 없었다.


운행일지를 작성하며 그들의 도착지를 확인했을 때 전부 그리지라고 대답했었다.


이세계에서 버스 노선을 운행하면서 그리지에 이렇게 많은 인원을 태우고 가는 일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그리지에 도착하자, 승객들은 동시에 똑같은 말을 내뱉는데.


“와이스너 여관이 어딘가?”

“피자는 어디서 먹죠?”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온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줄 수 없었지만, 결국엔 공통된 질문을 하고 있었기에 손가락으로 3층 목조건물을 가리켰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위치를 확인하자마자, 버스에서 내려 달려가기 시작하는데.


“오늘 메이 누님 고생 좀 하시겠네.”



***



그날 저녁.


오늘까지 휴가로 정하고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식사나 할 겸 와이스너 여관에 방문했다.


그런데 상황이 뭔가 심상치 않다.


문밖에서부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고 심지어 언성을 높여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엘로... 그냥 집에 갈까?”


“집에 먹을 거 없잖아요. 치즈는 싫다고 또 안 먹을 거면서...”


“그건 그런데...”


“어차피 나온 거 그냥 들어가요. 험멜 형님이나 폴 형님이 술 먹고 대판 싸우는 거겠죠, 뭐.”


들려 온 목소리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엘로가 무작정 문을 열어버렸다.


“임마! 넌 아까 했잖아!”


“순서 지켜! 순서!”


평소보다 많은 인원의 1층 주점.


거기에 바둑판이 있는 테이블에 한껏 모여있는 사람들. 큰 언성의 정체는 뭐 늘 그렇듯 오목으로 인한 이유였던 것 같다.


보통이라면 험멜이나 메이가 막을만 한데...


쉴 새 없이 주방에서 혼잡하게 움직이고 있는 메이, 서빙하느라 바쁜 험멜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웬만한 큰 말다툼이 아니면 막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빈자리도 보이지 않고, 일단 엘로와 함께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여유가 없는지 험멜과 메이는 제대로 맞이해 주지도 않았다. 슬쩍 고개라도 돌릴 법한데. 그저 ‘잠시만요.’만 외쳐댔다.


“누님, 많이 바쁘세요?”


결국 기다리다 못해 말을 건네니, 그제야 확인한 메이가 인사 했다.


그런데 표정이 뭔가 원망하는 것 같은 느낌인 건 기분 탓이려나...


“도대체 2주 동안 무슨 짓을 한 거야? 갑자기 손님이 넘쳐나서 미치겠어...”


“주인장! 피자랑 맥주는 아직인가?”


“예! 곧 나가요!”

“저기요! 여기 콘스프가 안 나왔는데요?”


“예! 다 됐습니다!”


“어이~ 여기 맥주 다섯 잔 더!”


“여보! 저기 맥주 좀 가져다 드려!”


메이는 험멜을 쳐다보지도 않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잇! 있어 봐! 이거만 치우고!”


멀리 떨어져 있던 험멜은 양손 가득 접시와 맥주잔을 든 상태로, 정신없이 움직이며 시끄러운 주점 안에서 메이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쳤다.


“누님, 좀 도와드릴까요?”


너무 바빠 보이니까, 뭔가 도와줘야 될 것 같았다.


“아냐 됐어! 괜히 꼬이면 복잡해, 근데 여기엔 무슨 일이야?”


“그게... 밥 좀 먹을까 했는데요.”


“지금 자리가 없어서 말이야... 테이블도 이미 꽉 차서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러면 나중에 올게요.”


자리가 없다는데 별 수 없지.


그렇게 나중을 기약하며 가려 했는데...


“어이! 마부 양반!”


네브린에서 탑승한 걸로 보이는 남성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이제 슬슬 집에 가야 하는데 매표소가 계속 닫혀있어서 말이야. 언제 출발하나?”


“예? 오늘은 더 이상 운행이 없습니다만...”

“뭐?!”


그 남자를 중심으로 대답을 들은 근처 사람들이 곤란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어차피 오늘까지는 쉬려고 마음 먹었기에 딱히 그들이 돌아가는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런 게 어딨나!”


그런데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다짜고짜 역정을 내며 불쾌감을 표현하는 게 아닌가.


이게 뭐 내 잘못도 아니고 네브린 매표소도 원래 운영하지 않는다고 팻말까지 걸어놨는데 기다리고 있던 그들이 안타까워 그리지로 가는 김에 태워준 거였건만 도와주고도 욕먹는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원래 오늘까지 휴무였습니다. 그리지로 가는 김에 태워다 드린거구요...”


“그럼 우린 집에 어떻게 가라고?”

“아니, 그걸 저한테 말씀하시면... 다른 마부를 찾아보심이.”


그리지에는 마부가 없었다. 말 한 마리로 운용하는 작은 짐마차가 있긴 했지만, 이미 오래전에 마르지엘라로 떠나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고 유일한 이동수단은 버스뿐이었다.


그걸 알지만서도 저렇게 말한 건 니들이 알아서 해라고 돌려 말한 것이었다.


“아잇! 이거 큰일 났네.”


“운행은 내일 오전 9시에 출발하니까. 그때 탑승하시죠. 매표소는 8시부터 열리니까 표는 미리 사실 수 있고요.”


“그때까지 어디에 있으라고!”

“아니... 여기가 여관인데 걱정할 이유가 있나요? 하루만 묵으시면 돼죠. 타란이나 네브린에 비해서 숙박비가 저렴합니다.”


“하... 운행을 안 하면 안 한다고 미리 언질을 줬어야지!”


계속되는 말다툼도 지겨워 슬슬 정리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저 인간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언뜻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쿠폰 8장이 보였다.


‘한판은 먹었군... 흠...’


“아이고 저는 당연히 팻말이 있었으니 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죄송합니다. 아이고 피자도 많이 드셨나 봐요? 벌써 쿠폰이 8장이시네. 이건 별 거 아니지만, 이거라도...”


주머니에 있던 쿠폰 10장을 꺼내 남자의 손에 몰래 쥐어 주었다.


남자는 쥐어진 쿠폰의 개수를 눈대중으로 확인하더니 만족한 듯 바로 숨겨 넣었다.


“큿흠. 아이참, 정말... 허허.”


헛기침을 해대며 주변 눈치를 살피는 남자.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대신에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최대한 주변에 들리지 않게 남자에게 귓속말로 말하며 주변을 살폈다.


“뭐든 말하게.”


이미 뇌물아닌 뇌물을 받아먹은 남자는 주헌의 귓속말에 화답하며 작게 속닥였다.


“누군가 버스 운행에 대해 딴지를 걸면 최대한... 아시죠?”


“글세. 내가 뭐라고 한다고 흥분을 가라앉힐 양반들이 아닌데...”


남자는 자신이 없었는지 한껏 주눅이 들었다.

이렇게 되면 쌩돈만 날린 셈이니... 손해는 볼 수 없었기에 그에게 한 가지 제안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시는 거 어떻습니까?”


“응? 뭔가?”


“일단 저한테 욕설을 내뱉으십시오! 여관에 있는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게! 최대한 크게요!”


“뭐?!”


“빨리요!”


“아니... 어떻게... 아오!”


“어서!”


“에이씨! 야! 이 뭣 같은 놈아!”


남자는 우렁차게 듣기 거북한 욕설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순식간에 여관 안은 싸늘한 적막으로 변했고 모두가 남자에게 시선이 쏠렸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관심과 피드백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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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레벨업 24.04.24 60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8 1 13쪽
»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8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6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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