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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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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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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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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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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7화 감옥

DUMMY

67화 감옥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는 아무런 시간 감각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빛이 나오는 곳이라고는 바깥으로 나가는 문틈뿐이었고, 빛줄기를 등불 삼아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등불 삼던 빛줄기조차 사라진 상태였다.


아마 밤이 되지 않았을까?


이 정도면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더이상 검은 옷의 사내들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조심스레 문을 바깥으로 밀어본다.


천천히 걸어나오니, 부서진 건물이 보인다.


노파의 시신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핏자국만 선명히 남아있다.


어찌보면 이 사건의 최후의 목격자일 수도 있는 상황.


볼레르 추기경이란 자가 엮여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서도, 정의감 보다는 살아야겠다는 생존 본능이 더 앞선다.


고발하는 것이 옳은 일임은 알지만 단 하루 그것도 몇 분 정도밖에 대화한 적 없는 노파를 위해 목숨을 걸면서까지 그리할 자신은 없었다.


‘그래... 어차피 세례만 받고 금방 돌아갈 거고, 여기에 다시는 올 일 없으니.’


핏자국을 멀뚱히 바라보다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오랜 시간 버스로 돌아가지 않았으니 엘로와 스템이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생각만 반복적으로 하면서, 이 여관에서의 모든 일은 가슴속 깊은 곳에 꽁꽁 담아 두었다.


그렇게 문지방만 남아버린 입구를 넘어서고, 어두운 분위기의 골목을 거닐며, 버스가 정차한 곳을 향해 달려갔다.


혹여 누군가가 자신의 모습을 보진 않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곧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골목 안에 넘쳐나던 부랑자들은 마치 청소되기라도 한듯 길거리에는 단 한 명의 사람도 없었고, 골목가 주택에 불이 켜진 집도 하나 없었다.


오히려 공중에 걸려있던 빨랫줄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창문 가림막은 한쪽 경첩에 의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몇몇 집은 아예 무너져 있기도 했다.


그리고 골목 끝에 다다르고 어둠 속에서 한 발짝 내밀어 지옥 같던 곳을 벗어나자, 달빛과 등불에 환한 중심가가 맞이했다.


골목가와 달리 새하야면서도 아무런 흠도 없는 깔끔한 건물들을 보니, 완전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


마치 지옥과 천국으로 비견될 만한 정도다.


터벅터벅 다시 길을 거닌다.

조금만 더 가면 버스가 나올 거고, 그곳엔 엘로와 스템이 있으니, 빨리 그들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누군가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을 수 있으니.


그렇게 아무런 생각없이 터벅터벅 걷다, 버스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하자, 걸음걸이는 점점 빨라지다 못해 아예 전력질주로 달려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숨은 차오르고 가슴은 뛰고, 그렇지만 괴로움보다는 기쁨이 더 컸다.


순식간에 버스에 다다르고 앞쪽 문을 통해 발검음을 내디딘다.


“늦어서 미안...”


하지만 버스 안엔 주헌의 말에 대답해 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엘로, 스템 씨?”


괜히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아서 자신을 찾으러 나간 건가 싶으면서도 일련의 사태 덕에 혹여 휘말린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두 사람을 찾기 위해 다시금 안전한 보금자리라고 느껴지는 버스에서 내려, 다시 길거리를 거닌다.


늦은 밤, 불이 켜진 건물은 없고 어디 물어볼 곳도 없는 상황.


무작정 거리를 뛰어다니며 두 사람을 이름을 불러본다.


“엘로! 스템 씨!”


하지만 누구 하나 대답하는 이 없다.


그렇게 무작정 뛰기 시작하다, 유일하게 빛을 내는 건물이 눈에 띄었다.


저기라면 이 상황에 답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주헌은 불이 켜진 건물의 문을 열어젖혔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바삐 움직이며 서빙하는 사람들.


볼레르 지역의 주점인 것 같다.


주헌은 곧장 주변을 살폈다.


혹여 기다리다 지친 엘로와 스템이 술 한잔 걸치고 있진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러나 둘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혼자 오셨어요? 저쪽 빈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안달복달한 주헌과는 달리 직원은 해맑게 웃으며 빈자리를 안내한다.


“그... 그게 아니라. 혹시 쥐족 수인과 키가 작고 주근깨가 많은 소년 못 보셨나요? 둘이 같이 다니는데.”


“어... 어... 잠시만 앉아 계시겠어요?”


여직원은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말을 얼버무리고는 곧장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주헌은 일단 두 사람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직원의 태도에 안도하며 직원이 안내한 빈자리에 자리했다.


그리고 여직원만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여직원은 주점 주인으로 이에게 귓속말로 뭐라 중얼거린다.

주인장과 여직원이 슬쩍 곁눈질로 이쪽을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주인장은 여직원과 무슨 대화를 나누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 뒤쪽으로 향했고, 여직원은 맥주를 따르더니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것 좀 드시면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이건 됐고, 두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는 건가요?”


“예... 뭐... 사장님이 수소문 해본다고 하시니, 곧 오실 거예요.”


여직원이 멋쩍은 웃음을 짓고는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아, 여직원이 건네준 맥주를 한모금 들이켰다.


시원하면서도 청량한 맥주가 조금이나마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졸리지?’


긴장감에 연속이던 상황에서 빠져나와 맥주 한모금에 긴장의 끈이 풀린 걸까?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곧... 사장님이 오신다고 했는... 데...’


주헌은 있는 힘껏 눈을 떠보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말을 듣지 않는 무거운 눈꺼풀에 그대로 테이블에 퍽석 엎어졌다.



***



“이번엔 확실하게 처리했겠지?”


흰색 사제복에 십자가 5개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는 배불뚝이 남자.

그의 손은 각양각색의 보석이 박힌 반지가 전부 차지하고 있었고, 그의 목에 걸려있는 십자가 목걸이 또한 금으로 반짝이며 위용을 뿜고 있다.


“그렇습니다. 보얀 대주교는 심장을 꿰뚫어 확실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했고, 시신도 지하감옥에 넣어놔 아무도 찾지 못할 겁니다.”


“이제야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구만, 자기 스킬만 믿고 사사건건 내 일을 방해하더니 아주 좋아, 크하하하! 하하... 하. 아이고...”


“괜찮으십니까?”


검은 옷의 사내가 무릎을 꿇고 있다가 가슴을 부여잡는 그를 바라보며 달려들었다.


“아아, 괜찮네. 요즘 몸이 무거운 게... 숨 쉬는 게 조금 버겁군. 이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야. 그래도 이제 스트레스의 원인인 보얀이 사라졌으니 괜찮아지겠지.”


스트레스라기보다는 초고도비만에 운동을 하지 않아 그럴 가능성이 높다.


“후. 목격자들도 확실히 처리했겠지?”


“대주교를 따르던 사제들과 근처에 있던 부랑자들까지 한 번에 처리했습니다. 아! 여자들은 추기경님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지하감옥에 구금해 놓은 상태입니다.”


“크하하하하! 좋군. 아주 좋아!”


덜컥!


“크... 큰일났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또 다른 사내가 추기경의 집무실로 달려들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어허! 너무 그러지 말게. 좋은날에 왜 화를 내고 그러나. 허허. 그래 무슨 일인가?”


“그... 그것이... 타란 제국민 두 명이 실종자를 찾아달라며 볼레르 경비국에 접수했다고 합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실종자가 마지막에 있던 곳이 보얀 여관이라고...”


집무실 안은 순간 정적으로 바뀌었다.


“후우... 알겠네. 자네는 나가보게.”


사내가 방을 나가고 둘만 남은 집무실.


“카이삭...”


“네. 추기경님.”


“일 처리가 아직 깔끔하지 않군.”


추기경은 책상 위에 은촛대를 집어 들어 카이삭을 얼굴에 집어 던졌다.


은촛대를 피하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던 카이삭의 이마 옆으로 은촛대가 스쳐 지나가 얇은 상처를 남겼다.


“죄송합니다. 추기경님. 금방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타국민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거야! 타이칸 쪽에서 교황청에 협조 요청이라도 넣는다면...”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카이삭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다가 추기경의 귀에다 대고 무언갈 속삭이기 시작했다.



***



“으윽... 윽 뭐, 뭐야!”


잠에서 깬 주헌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눈을 뜬 곳이 감옥이었기 때문이다. 방은 어두컴컴하고 쇠창살이 있는 바깥쪽만 희미하게 등불이 비추고 있었다.


“커헉 컥! 컥!”


“으악!”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들려온 괴성에 깜짝 놀란 주헌은 뒷걸음질을 쳤다.


“이제 깨셨슴까...”


“스템?”


“예... 선배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엘로는요?”


주헌은 손을 휘적거리며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조금씩 기어갔다.


“옆에서 잘 주무시고 계심다... 코 고는 소리 들으셨잖슴까.”


“커헉.. 컥컥컥... 크헉!”


이런 상황에서도 잠이 오나?


찰싹!


“커헉! 으음! 쩝. 커허억!~”


주헌이 기어가며 휘젓는 손에 엘로는 따귀를 맞았다.


근데 이 정도면 깰만하지 않나? 엘로는 잠깐 코골이만 멈췄을 뿐이었다.


“찾았다.”


주헌은 곧장 엘로와 스템의 손을 잡았다. 불안 속에서 의지할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됐다.


“스템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저도 모르겠슴다... 엘로님과 같이 버스에서 기다리다가 2시간이 넘도록 선배님이 오지 않으셔서 같이 골목으로 향했는데 경비단이 골목을 봉쇄하는 상황이었슴다. 그래서 안에 같이 온 지인이 있다고 했는데, 갑자기 저희 둘을 끌고 가는 거 아님까...”


“이유는 못들었나요?”


“이유를 물어도 말을 해주지 않았슴다. 그래서 따졌더니 바로 저를 바닥으로 쓰러트리는 거 아님까! 엘로님도 그거에 화가 나셔서 바로 경비단원을 밀고 팔을 물어버리고 뭐 난리도 아녔슴다. 저는 엘로님이 그렇게 쎄신 줄 몰랐지 말입니다.”


“엘로가 순둥하게 생겼어도 수인이라 힘이 쎄죠...”


“어쨌든 그러다가 틈이 생겨서 도망치게 됐는데, 저는 먼저 잡혀서 이곳에 들어왔고, 엘로님은 한참 뒤에 잡혀 들어오셨는데, 그때부터 계속 저 상태심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질 않으심다.”


터벅터벅.


쇠창살 바깥으로 인기척이 들린다.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의 발소리.


주헌은 스템은 서로의 손을 꽉 쥐며 서로를 의지했다.


이윽고 흰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옷에는 십자가 2개가 그려져 있었는데, 노파의 복장에 그려진 십자가 4개보다 적은 걸 봐서는 대주교보다는 낮은 신분임을 짐작게 했다.


“다 나와!”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쇠창살을 두드리며 빨리 나오라고 재촉한다.


주헌은 일단 그가 시키는 대로 먼저 나갔다. 무슨 연유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고 일단은 대들거나 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미 엘로가 사고를 치기도 했고.


뒤이어 스템이 나왔는데, 엘로가 잠에서 깨질 않아, 아예 업고 나왔다.


“자자, 다들 손 뒤로 해.”


우두머리와는 달리, 온순한 말투의 여사제.


주헌은 여사제의 말대로 손을 뒤로 했다. 그러자 여사제가 핑거스냅을 한번 하더니, 순식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주헌의 팔을 묶어버렸다.


“저, 저... 저는 지금 업고 있는 상태라 시키신 대로 할 수가 없슴다.”


“괜찮아. 수인은 스킬 때문에 깨어나지 않을 테니까 니가 계속 업고 있어야 해. 묶는 거야 어차피 같이 묶으면 되는 거고~”


다시 여사제의 핑거스냅 한 번에 엘로와 스템은 같이 포박됐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은 휴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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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신탁 24.05.08 44 1 11쪽
69 69화 세례 24.05.06 49 3 12쪽
68 68화 신벌 24.05.05 48 2 12쪽
» 67화 감옥 24.05.04 48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51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46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47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47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49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6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60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8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7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6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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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6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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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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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8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5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3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7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84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81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10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94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9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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