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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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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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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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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DUMMY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


주헌은 곧바로 두 손을 들며 시간이 멈춘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저, 저기 그리지에 도착했습니다.”


네브린 남작의 비서 겸 집사장도 하지만 경호까지 담당하기에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인기척에도 주의를 해야했던 모그는 주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바로 칼을 집어넣었다.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꿈에서 악몽을 꿨지 뭡니다. 허허.”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떻게든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계속 사과하는 모그였다.


“으...음... 왜 이리 시끄러워...”


시끄러운 상황에 잠에서 깬 클레드가 모그와 주헌을 번갈아 보다, 창밖의 어두컴컴한 하늘에 당황하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아직도 자고 있는 건가??? 아니면 모그... 아니... 모그 할아버지 제가 하루 꼬박 잠만 잤나요? 왜 밤이죠?”


클레드가 자기 직전의 상황은 네브린 도로를 천천히 주행하던 버스였다. 마차와 비슷한 속도였기에 그리지까지 하루는 걸릴 걸 예상하고 잠을 잤건만, 눈을 뜨자마자 밤이 되어 있으니 당황스러웠다. 그렇다는 건 이미 하루 지나, 밤이 됐거나 정말로 빠르게 도착했다는 걸로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당연히 클레드에게는 후자보다는 전자가 설득성이 있었고.


“어... 저도 아니, 나도 자다가 일어나서 잘 모르겠구나... 벌써 하루가 지났다니. 승차감이 좋아서 잠을 잘 잔 모양이야.”


주헌은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다뇨? 출발하고 2시간 겨우 지났는데요?”


눈이 동그래진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클레드가 당황하며 물었다.


“정말 2시간밖에 안 지났다고? 진짜야?”


몰래 변장하여 시찰 온 것은 생각지도 않고 클레드는 흥분하여 반말을 내뱉었다.


툭-


“으윽!”


모그가 재빠르게 클레드의 옆구리를 치며, 입을 열지 못하게 막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우리 손자가 요즘 그... 사춘기가 늦게 온 모양이라...”


‘이미 성인인 것 같은데... 성인도 사춘기가 오나?’


“아... 아닙니다. 신기하면 그럴 수도 있죠. 그... 일단은 내리시죠. 저도 퇴근해야 해서...”


“아휴. 저희가 실례를 범했군요. 죄송합니다.”


모그와 클레드가 곧장 버스에서 내렸다.


주헌은 괜찮다며 영업 미소를 짓고는 가볍게 인사하며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면서도 오랜만에 온 그리지의 손님들이 어느 곳으로 향할까 궁금했기에 슬쩍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는데, 그들은 촌장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촌장님 친인척인가?”


***


촌장의 집.


“아니, 모그 자네가 여긴 웬일인가?”

“허허. 오랜만일세. 그리고 남작님도 같이 오셨네.”


네브린 남작이 모습을 드러내자, 촌장은 바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됐네, 일어나게. 모그한테 얘기 많이 들었네. 선대 때부터 네브린을 위해 일해주어 고맙네. 앞으로 잘 부탁하지.”


그리지 촌장은 선대 네브린 남작과 모종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현 네브린 남작이 된 클레드는 촌장이 어떤 존재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네브린의 비밀 임무를 담당하는 것만 알고 있었다.



“아닙니다. 선대의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히 은혜를 갚아야지요. 일단 누추하지만 여기 앉으시지요.”


촌장은 높으신 분을 계속 세워둘 수 없었기에 자리로 안내했다.


“남작님까지 여기에 오셨다는 건 큰일이 생겼나 보지요?”


보통 비밀 임무는 모그가 촌장에게 몰래 전달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남작까지 대동하고 나타난 경우는 선대 때부터 존재하지 않았기에 촌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하고 있었다.


“아아, 그렇게 긴장할 거 없네. 네브린에 큰일이 난 것도 아니고 비밀 임무를 맡기는 것도 아니니.”


모그가 한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웃어보였다.


“그저 남작님께서 버스가 궁금했던 모양이야.”


“모그! 그게 무슨! 장난치지마. 큿흠... 나는 그저 이번 산사태때 이후로 혹여 지원이 필요할까 싶어 이렇게 직접 시찰을 나온걸세.”


남작은 자신이 애도 아니고 버스를 타고 싶어서 왔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이래 봬도 귀족인데 품위 없어 보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촌장은 모그에게 곁눈질하며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대충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모그는 그에 대답하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산사태로 무너진 건물과 외벽은 모두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히려 저번보다 더 두껍고 튼튼하게 수리가 되어 다시 한번 산사태가 일어나도 끄떡없을 겁니다.”


“그렇군. 정보통을 통해 알아낸 바로는 수인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던데?”


정보통은 무슨... 남작은 누구나 보는 네브린 월간지를 보고 상황을 알았다.

하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그렇습니다. 랫트 마을이라고 쥐족 마을 수인들입니다.”


“딱히 그리지와 연관 있어 보이지 않던데 어찌 그들이 그리지에 있는 건가?”

“이게 다 주헌이 덕분이지요.”


“주헌이?”

촌장은 주헌이 먼 타지에서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고 헤맨 일부터 그리지에 도달하게 된 계기, 그리고 그리지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들을 나열했다.


클레드는 처음 기억을 잃은 부분에서는 꺼림직함을 느꼈지만, 아픈 일리아나를 타란으로 데려다 준 이야기부터는 마치 대서사를 보는 것처럼 다음 내용을 기대하며 듣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이야기가 완결에 다다르고 산사태에서 클라이막스가 터지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되었는데.


클레드는 어느덧 눈물을 훔치며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자네가 수인들에게 이주 권한을 줬군.”


“그건 명분에 불과합니다.”


“고마움에 권한을 준 게 아니었나?”


클레드는 금세 눈물이 쏙 들어갔다.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그리지를 살리기 위함이 컸지요. 남작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조직의 거점이 그리지인 것을... 하지만 인구가 계속 줄어들면 행동에 제약이 있기 마련입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하하.”


“역시 생각이 있었구만. 꼭 교활한 게 옛날 자네를 보는 것 같아.”


모그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괜히 30년 동안 들키지 않은 건 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지. 그건 그렇고, 남작님 설마 여기서 머무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길어지는 대화에 슬슬 신경 쓰였던 촌장은 빨리 그들이 나가길 바랐다. 두 사람 다 마을에 있는 조직원들을 제외하고 주민들과 안면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누가 촌장의 집에 정체불명의 사내 둘이 들어갔다는 소문이라도 난다면 재수없게 조직의 꼬리가 잡히거나 하는 염려도 있으니.


“이거 우리가 시간이 너무 많이 잡은 것 같군.”


“아닙니다. 남작님.”


“아닐세 자네도 쉬어야지. 우리도 슬슬 가자구. 그 버스라는 걸 타면 2시간이면 도착할 테니.”


산사태 피해는 다 회복되었고, 궁금했던 버스도 타보고 수인 이주에 대한 내용도 들었으니, 그리지에 더 있을 필요가 없었던 클레드는 바로 버스를 타고 돌아갈 셈이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게 있었으니...


“이제 버스는 없을 텐데요?”


“???”


클레드가 멍한 표정으로 모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모그도 뭐라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어... 그... 혹시... 하루만...”


모그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건만.


“안 되네.”


조직의 안위를 위해 두 사람을 재울 수는 없기에 촌장은 단호히 거부했다.



***



“모그... 시간도 알아보지 않은 거야?”


결국 촌장네에서 쫓겨난 클레드와 모그는 어둡고 한산한 그리지 거리를 걸어다녔다.


늦은 저녁이라 대부분 불이 꺼져 있어, 음침하기 그지 없다.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지요. 허허. 이런 것도 경험이 아니겠습니까. 다른 마을의 여관에 묵는 것도 시정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유일하게 불이 켜져있는 와이스너 여관에 도착한 둘.

모그는 혹시나 모를 위협에 대비해 먼저 앞장 서고는 문을 열었다.


바깥 어둠과 대비되는 환한 불빛과 시끌벅적한 소리가 그들을 맞이했다.


작은 그리지 마을임에도 늦은 시간 1층 주점에는 10명이 넘는 인원이 있었다.


“흠... 위험인자는 없는 것 같네. 들어가자꾸나.”


모그가 다시금 할아버지 연기를 하며 남작과 어깨동무하며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편하신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메이가 처음 보는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는 빈자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험멜! 손님 왔으니까! 그만 쳐 마시고 이리와서 도와!”


“어어, 이것만 하고~”


“5초 준다. 5”


“어, 갈게 갈게! 잠시만.”


“1”


메이는 5초라고 말해놓고 바로 1을 외쳤다. 그러자 험멜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에 놓여있던 메뉴판을 들고 모그와 클레드가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뭐 드실라우.”


메이에게 혼났으면서 괜히 두 사람에게 불친절하게 대하는 험멜.


“쓰읍!”


하지만 메이는 멀리 있으면서도 그걸 알아채고는 시퍼렇게 뜬 눈으로 험멜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뒤통수의 따가움과 압박감이 심히 느껴지는 메이의 짧은 목소리에 식은땀을 흘리던 험멜은 바로 목소리를 바꾸며 친절히 메뉴 하나하나 설명했다.


“앞에 설명드린 음식도 맛있지만, 최근에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피자라는 겁니다. 이번에 신메뉴로 나온 건데. 그리지와 랫트 마을에서만 판매되는 음식이고, 그 구하기 어렵다는 치즈가 듬뿍 들어갑니다.”


피자는 엘로의 어머니와 미란다, 메이만 레시피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피자의 레시피를 이렇게 묵혀두는 것은 손해라고 생각한 메이가 판매하자고 제안하면서 주헌은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대신 랫트 마을의 주민 셋이 이주를 했으니, 랫트 마을과 그리지에서만 판매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전략으로 가자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피자? 생전 처음 듣는 요린데, 괜히 입에 안 맞을 수도 있으니 그냥 스튜 2개랑 빵2개...”


모그가 주문을 하려하자, 클레드가 대뜸 모그의 팔을 잡았다.


“우리 피자 먹어봐요. 할아버지.”


“피자요? 아니 피자를?”


마치 결심이라도 한듯 고개를 끄덕이는 클레드에 어쩔 수 없이 모그는 피자를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 피자라는 걸 한번 먹어보지요.”


“알겠습니다. 피자는 어떤 사이즈로 해드릴까요. 스몰 사이즈와 라지 사이즈가 있습니다. 스몰 사이즈는 1실버 6쿠퍼, 라지 사이즈는 2실버 4쿠퍼입니다.”


클레드는 라지 사이즈를 먹고 싶었지만, 모그가 처음 먹는 음식이기도 하며 맛을 장담할 수 없으니 스몰로 먹자고 설득하면서 둘은 결국 스몰 사이즈로 주문하게 되었다.


“피자 스몰 하나!”


험멜이 주방에 소리치고, 주문을 확인한 메이가 다시금 반대편 테이블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미란다! 치즈 좀 빌릴 수 있을까?”

그리지에는 치즈를 만드는 사람도 치즈를 만들 가축도 없었기에, 수인들이 여분으로 들고온 치즈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머, 당연하죠. 읏쌰.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린 미란다가 배와 허리를 잡고 뒤뚱뒤뚱 밖으러 나가려 하자, 오목을 두고 있던 헤일로가 달려나오며 그녀를 막아섰다.


“내가 다녀올게, 우리 쟈기는 애기랑 여기 앉아있어요~”


“야! 너 두다 말고 어디가?”


폴이 판을 엎고 떠나는 헤일로에게 소리쳤지만, 헤일로는 폴을 무시하며 여관을 빠져나갔다.


“흑흑... 죄송해요. 저 때문에.”


임신으로 감정기복이 컸던 미란다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꺼이꺼이 울어댔다.


“아니... 미란다. 나는 미란다에게 뭐라고 한 게 아니라...”


“형님! 임산부한테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어떡해요! 애 놀라게.”


미란다의 울음소리와 함께 주헌의 호통 소리가 주점 안에 퍼지면서 시끌벅적하던 주점은 금새 조용해지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폴에게 쏠렸다.


“쓰레기.”


“못된 놈.”


“썩을 놈.”


“잠깐! 나 미란다한테 말한 거 아니라니까!”


폴은 억울한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인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호소했지만, 이미 썩은내 나는 쓰레기만도 못한 놈이 된 폴의 말을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관심과 피드백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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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64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4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68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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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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