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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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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13 19:4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585
추천수 :
295
글자수 :
529,225

작성
24.04.04 19:45
조회
82
추천
1
글자
12쪽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DUMMY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쾅쾅!


“형님~ 저 왔어요~”


주헌의 목소리를 들은 폴이 문을 열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모습에 순간 몸이 굳고 말았다.


주헌의 뒤에 많은 수인들이 있던 것.


“이... 이게 무슨?”


“제가 말씀드렸던 분들입니다.”


워커는 슬쩍 폴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앞으로 나서며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십니까. 랫트 마을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워커이올시다.”


“아... 예.”


일단 악수를 건네오니 폴은 공손히 악수를 받았다.


“그 인력이 부족하다고 얘기를 들어서 이리 찾아왔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다지요?”


“그건 그런데... 자재들이 꽤 무게가 나가는데... 괜찮은 거 맞아?”


수인들은 인간보다 근력이 강하다는 건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그건 인간보다 덩치가 크거나 비슷한 경우에서나 생각이 가능한 부분이었고, 성인 키에 반도 안 되는 쥐족이 근력이 쎌 것으로 보이지 않았던 폴은 주헌을 쳐다봤다.


워커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지만, 롬멜 상단의 입지와 수인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걸 감안하며 이를 꽉물며 참아냈다.


“아이, 참! 형님 말을 그리 섭섭하게... 이분들 체력은 저도 못 따라가요.”


주헌은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수인들과 폴을 반복적으로 바라보며 눈치를 봤다.


“어, 어... 그래. 일단 안으로 드시죠... 20명이 다 들어올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 아니다. 덩치가 작으시니까 충분히 들어올 수는 있을 겁니다.”


본인과 나름 친하게 지내던 엘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폴은 가감없이 무시하는 어투로 말했다.


“형님, 약주했어요?”


주헌은 식은땀을 흘리며 이 상황이 농담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폴의 어깨를 툭치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됐고, 얘기는 나랑 하면 되니까 자네는 집 만들 곳에 우리 애들 좀 데려다 줘.”


“어...”


주헌은 워커와 폴만 남겨놓기에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폴도 워커의 기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무슨 문제 있으면 꼭 부르세요~ 자자, 저희들은 먼저 공사할 곳으로 갑시다~”


주헌과 수인들이 빠지고 폴과 워커만 남은 목공소 안은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나이 많은 워커가 앉으라는 권유를 기다리느라 그대로 서 있었는데 폴은 앉으라는 소리도 하지 않고 본인만 자리에 앉고는 읽다 만 신문을 펼쳤다.


“장인이라고 하길래, 유능한 기술자들을 데려올 줄 알았는데 엘로의 지인들이었군요. 하하. 뭐 이해합니다. 타이칸 제국에서 수인들이 돈을 벌기가 어렵지요? 주헌이가 워낙 심성이 좋지 않습니까.”


폴은 주헌이 없으니 더 심하게 막말을 내뱉었다.


워커는 200년 넘게 지내면서 인간에게 수없이 혐오 당해왔기에 폴의 대응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100년 전에 비하면 간지럽히는 정도?

“하하! 롬멜 상단의 물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나 봅니다? 괜찮습니다. 우리 물건이 그렇게 인기가 좋다는데 시골 사람이라면 구하기 힘들지요. 아니면 제가 주헌이 통해서 한번 드려볼까요?”


워커는 폴 맞은편에 바로 앉으며 맞받아쳤다.


수인이라고 한다면 늘 주눅 들어 있고 자존감 없는 모습만 봐왔던 폴은 워커의 당당한 태도에 오히려 당황했다.


“그건 그렇고 경력이 어느 정도 되십니까?”


워커는 다리를 꼬며 관심이 없는 척 손톱을 다듬으며 말했다.


“제가 이 그리지 마을에서 경력이 제일 많은 목수입니다. 무려 20년 동안 한길을 파왔죠. 쥐족은 키가 작으니 모든 물건을 작게 만들어서 좀 쉽지 않습니까? 우리 인간은 덩치가 크다 보니 물건들이 다 큼직큼직해서 만들기도 까다롭고 많은 기술력이 들어가죠. 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아니... 저 놈이!’


수인에 대해 외견상으로 비하하는 것은 딱히 상관없었지만, 기술력 부분을 비하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워커였다.



“허허허! 20년이면 제 경력에 개미 똥구멍 수준이군요. 저는 200년 동안 공방에서 지내왔습니다. 랫트 마을에 있는 모든 집은 제 손을 거쳐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젠 나이가 들어 제자들을 키우고 있습니다만 겨우 20년 경력이시라니 이거 우리 애들한테 잘 가르쳐 드려라 말씀드리리다.”


‘저 수인이 노망났나!’


“거짓말도 참 잘하시네요. 수인의 수명은 길어야 150년 아닙니까? 하하. 이해합니다. 그런 거라도 내세우고 싶으셨겠죠? 저는 인자한 사람이니 굳이 거짓말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하 저는 드워프와 쥐족 혼혈이라 수명이 일반 녀석들보다는 깁니다만?”


‘드워프라고?’


이세계에서 드워프의 존재는 전설적이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얘기부터 그들과 술 대결을 한다면 무조건 피하라는 책이 있을 정도였다. 그들의 마지막 목격담도 구전으로 전해지는 반 세기 전의 이야기가 마지막이었다.


‘흥! 또 거짓말이군’


“허풍이 참 심하십니다. 저는 말이죠. 20년 동안 거짓말을 한 번도...”


티격태격 기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워커는 더이상 대꾸하기도 귀찮아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아, 예. 20년이면 장인이라고 할 순 없지만 기본적인 건 할 줄 아니까 괜찮습니다. 뭐 경력이 조금 부족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잘 가르쳐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집 설계도를 어딨습니까?”


폴은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을 만든 적이 없었기에 인력을 데려오면 자연스럽게 의견 공유를 통해 설계도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리 마음에 들지도 않는 수인이 인력으로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 계획은 어그러진 상황.


그렇다고 수인에게 무시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그... 주헌이가 준 가설계도가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설계도는 없습니다.”


폴은 가설계도를 워커에게 건넸다.


그냥 사각형에 칸만 나뉘어져 방 부엌 간단하게 단어만 적혀있는 보잘 것 없는 종이였다.


“주헌이가 이렇게 해달라고 했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일단 집을 넓히는 쪽으로 해서 방 두 개만 따로 확장하는 걸로 해야 하기에 정확한 설계는 집을 한 번 보고 나서...”


“됐네요. 바로 작업 들어갑시다.”


워커는 가설계도를 접어 바지춤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그 집터가 있는 곳으로 안내 좀 부탁드리지요.”


“아니 지금 내 말 못 들었습니까? 가설계도인데 정확하게 설계도를 작성하고.”


“거참... 집을 새로 짓는 것도 아니고 확장만 하면 되는 걸 무슨. 빨리 안내나 하쇼.”


워커는 귀찮다는 듯 폴을 다그쳤다.


폴은 복잡하다고 생각한 건축을 쉬운 일처럼 말하는 워커를 바라보며 순식간에 기가 죽었다.


“아... 예... 이쪽으로 가면...”





***


와이스너 여관.


“좀 어려운 부탁일까요?”


데려온 수인들의 숙소를 구하기 위해 주헌은 가장 친한 와이스너네에 방문했다. 여관 겸 주점을 운영하고 있으니 숙식 해결하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뭐? 어우! 안 돼~”


험멜은 얘기를 듣자마자 극구 거부했다.


와이스너 여관이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엄연히 그리지 마을 유일의 여관이었다. 수인 혐오가 심한 타이칸 제국에서 모든 방을 수인에게 내줬다는 소문이 나는 순간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었다.


처음 엘로가 왔을 때도 소문은 금세 퍼졌었다.

하지만 롬멜 상단이 타란과 네브린에 소문이 나고 주헌의 버스가 톡톡한 효과를 일으키면서 그나마 누그러뜨린 상황인데 다수의 수인을 받았다는 소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안타깝지만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안 되는 건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는 게 맞았다.


“누님~”


험멜은 설득이 안 될 것 같아 다급하게 타겟을 바꿔 메이를 바라봤지만, 메이도 이번만큼은 조금 무리였는지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렸다.


“도대체 왜요! 형님하고 누님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너무하시다. 엘로하고 저는 방 주셨잖아요!”


“그거야 방 하나는 우리가 버린 셈 친 거지, 아니, 우리도 방 주고 싶다니까? 그런데 그 이후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야... 이건 이해 좀 해주라. 이게 어떻게 소문이 나는 건지 오는 사람마다 수인이 안 머문 방 달라고 난리들인데... 심지어는 침대보랑 다 새 거로 바꿔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니까.”


“됐어요! 정말 실망입니다.”


주헌은 믿었던 와이스너네에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가족같이 지내왔으면서 이런 부탁 하나 들어주지 않는다는 게...


“잠깐만! 어디가!”


주헌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아... 어쩌지...’


당당히 그리지 사람들은 혐오 같은 것 없다고 말해놓고 실제로는 다들 꺼리니 주헌은 랫트 마을 사람들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괜히 상처만 받고 가는 건 아닐는지.


미안함에 한숨만 푹푹 쉬며 수인들이 모여있는 공사장으로 향했다.




***



“그럴 것 같더라니.”


많은 수인들 앞에서 말할 용기가 없었던 주헌은 워커만 따로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


워커는 별다른 표정 없이 주헌의 말을 듣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고는 주헌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자네도 먼 타지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나? 이쪽 문화를 모르는 게 당연하지. 자네 생각만큼 간단했으면 우리도 진작 수인 거주지를 벗어나 도시로 나왔을 걸세. 뭐 일단 이럴 줄 알고 다 준비해 왔으니 걱정하지 말게.”


그러고는 워커는 몇몇 수인들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지시했다.


수인들은 가지고 온 가방에서 천막을 꺼냈는데, 천막에 있는 구멍에 지지대와 고정대를 설치하고 밧줄로 고정하여 천막을 세우기 시작했다.


남자 수인들이 열심히 천막을 만들고 있자, 여자 수인들도 주변을 돌아다니더니 돌과 진흙 나뭇가지등을 이용해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화덕을 만들었다.


화덕의 크기는 작았지만, 그 화덕 위에는 큼지막한 쇳 냄비가 올라갔다.


‘도대체 저 큰 냄비는 어디서 난 거야?’


그렇게 순식간에 임시 거주지가 완성됐다.


“거 봐. 걱정하지 말랬지?”


워커가 인자하게 웃었다.


“수인들은 다 저렇게 생활하나 봅니다?”


한편 폴은 눈치 없이 계속 수인들의 속을 긁어댔다.

주헌은 제발 폴이 닥쳐주기를 바랐지만, 뭔가 수인 쪽에도 얽혀있고 그리지 마을 쪽에도 얽혀 있어 제대로 된 대처를 할 수 없었다.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


“듣자듣자하니, 어린 놈이 말하는 게 싸가ㅈ...”


“실례합니다.”


워커와 폴의 다툼이 이어지기 직전, 정말 운이 좋게 나타난 남자 덕에 두 사람의 시선은 그에게 쏠렸다.


그 남자는 수인 행렬 때 양동이가 망가져 워커에게 수리받은 이였다.


“어?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폴이 반갑게 맞이하며 남자에게 다가가자, 남자가 당황한 듯 우물쭈물거렸다.


“어? 어... 그게... 이 의자를 좀 수리하고 싶어서.”


“아, 목공소에 내가 없어서 왔나 보구만. 그래, 내가 금방 고쳐주겠네.”


“아니, 잠깐!”


폴이 남자가 들고 있던 의자를 뺏어서는 이리저리 확인하더니 다짜고짜 망치를 꺼내 들었다.


“아하, 여기 이음새가 문제군. 그동안 많이 불편했겠구만, 여긴 말이야 이런 식으로 잘 고정 되게 못질만 하면 해결되네.”


폴이 망치를 살짝 들어 흔들거리는 이음새 부분에 새로운 못을 박는데...


퍽.


바스락.


“어? 이거 왜 이래?”


부스스...


흔들거리던 의자 다리 하나가 몸체와 분리되며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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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감옥 24.05.04 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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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4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57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6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4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5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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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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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1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1 1 12쪽
»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3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80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79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04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90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89 1 12쪽
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86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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