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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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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13 19:4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588
추천수 :
295
글자수 :
529,225

작성
24.04.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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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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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DUMMY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집도 생겼겠다. 마음 한편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고 해도 세금이든 생활비든 돈이 나가는 것은 똑같았기에 일은 쉴 수 없었다.


주 7일.


쉬는 날도 사치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그리지, 타란, 네브린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운행했다.


출발 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비정기 운행으로 하루 왕복 2회.

시간으로 따지자면 하루 10시간 가량을 운행에 쏟았다.


비록 부모님의 날 같은 국경일 때의 이용객 수와 비교할 순 없지만, 꾸준히 이용객이 늘어 타란과 네브린 두 곳을 지날 때는 늘 버스는 북적거렸다.


운행 때마다 못해도 10~15골드는 꾸준히 수익으로 들어왔는데, 이는 일반인들 보다 꽤 버는 상류층에 해당했다.


“헉... 헉... 잠깐! 잠깐!”


쿵쿵.


타란에서 20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더 이상 탑승객이 없는 걸 확인하고 문을 닫았을 때, 어느 한 남성이 버스 뒤편에서 차체를 두드리며 문 앞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출발하기 전이었기에 망정이지 버스가 출발하고 저러는 행위는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손님에게 한마디 하려 문을 열었는데...


손님은 되려 올라타며 역정을 냈다.


“도대체가 이 버스는 언제 출발하고 언제 도착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잠깐 다녀온 사이에 또 놓칠 뻔했어. 좀 정확하게 시간 좀 고지하면 안 되나?”


“하하... 상황에 따라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서 정확하게 시간을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세계에서는 정기적으로 노선을 운행하는 마부가 없었다, 그저 오늘은 어디를 갑니다. 내일은 어디를 갑니다 식으로 날짜를 통으로 정해서 일정 인원이 탑승하면 출발하는 식이었다.


버스는 오히려 비정기 운행이지만서도 인원 상관없이 무조건 운행했기에 오히려 마차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손님이 불편하다고 하면 불편한 것이다.


사업을 하는 이들은 이런 불만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그 성과가 달라지기도 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 생각했다.


“하하. 죄송합니다. 그래도 빠르게 모셔다 드리니까, 그걸로 용서해 주세요.”


대충 얼버무리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는데.


“그리고 말이야! 나는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나보다 늦게 온 놈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고! 왜 오래 기다린 내가 아니라 늦게 온 놈들이 편하게 앉아있냐 이 말이야! 이러니 내가 화가 안 나겠냐고!”


열변을 토하는 남성을 보며 이거는 좀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이고 삭신이야.”


운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엎어졌다.


“식사는요? 안 먹었으면 같이 먹어요.”


엘로가 물었지만, 대답하기도 귀찮았다.


“됐어. 먹기도 귀찮아.”


“그런데 무슨 일 있었어요? 평소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데?”


엘로는 꼬박꼬박 밥은 챙겨 먹던 주헌이 예상외의 답을 하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


“오늘 이상한 아저씨한테 잔소리를 하루 종일 들었더니 귀에 피딱지가 생길 지경이야.”


“왜요? 왜요?”


아직 농번기철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딱히 일이 없던 엘로는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흥미로운 얘기에 구미가 당겼는지 계속 주헌을 재촉했다.


주헌 역시 호소할 곳이 없어 혼자 분을 삭이고 있다가 엘로가 물어보니 이때다 싶었는지 운행 중 겪었던 일을 구구절절 늘어 놓기 시작했다.


“아니... 이해는 하는데 그걸 굳이 나한테 왜 얘기할까? 그치?”


공감을 바라고 한 말이었건만...


“확실히 저라도 화가 날 것 같기는 해요.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잠깐 어디 다녀왔더니 이미 버스는 도착해 있고 자리까지 없으면...”


엘로는 주헌의 생각과는 다른 얘기를 늘어놓았다.


“물론 알긴 알지... 그런데 그 얘기를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나한테 따지는 게... 어우 기 빨려 죽는 줄 알았어. 확 자릿값을 받아 버릴까? 하하.”


“오! 그것도 괜찮은데요?”


“어?”


주헌은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엘로는 진담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버스 안에 좌석은 이용료를 올리는 거예요! 그럼 앉고 싶은 사람만 앉겠죠.”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긴 한데, 엘로는 간과한 게 있었다.


지금이야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버스를 이용한다지만, 자릿값을 올려 받고 입석 값을 받는다 쳤을 때, 좌석이 남는 경우는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다.


자리는 있는데 사람들이 앉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일어서 있는 사람들이 그 상황에는 앉을 수 있다고 규정을 정한다면 정당한 돈을 주고 자리를 산 이들이 불쾌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넌... 참 단순해서 좋겠다.”


“갑자기 웬 시비?”


“다들 앉지 않고 일어서서 탄다면 어쩔 건데? 그때도 자리 비워둬? 모두 일어서서 불편하게 가고? 크게 좀 보자. 앞만 보지 말고.”


“...”


엘로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지, 입을 벌리며 당황해했다.


“그... 그럼 가격을 똑같이 해서 선착순으로 자리에 앉을 수 있게 하면 되죠! 참... 도와주는 사람 민망하게... 말을 왜 그렇게 해요.”


“선착순?”

대한민국의 시내버스의 경우는 자리 싸움이 심했다. 가끔은 자기 물건을 던지거나 옆 사람을 밀어내고 먼저 앉으려는 이들도 많았다. 먼저 앉는 이가 주인이란 소리다.


그렇게 생각하면 엘로가 말한 선착순은 얼추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았다.


원래 세계에 있던 버스 터미널의 경우 매표소에서 표를 팔기도 했으니.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엘로 넌 천재야!”


“갑자기요? 어? 어디가요!”



***



“허억! 헉! 형... 형님! 계십니까... 하아...”


주헌은 곧장 폴에게 달려갔다.

그리지 마을에 마땅히 도움이 될 이가 폴뿐이었다.


“어어,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폴은 방금 세안을 마쳤는지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채 마중했다.


“매표소 좀 만들어 주세요!”


“매표소? 갑자기?”


“예! 후우... 일단 마구간 옆에 작은 집을 만들어 주세요. 작은 탁자랑 의자, 서랍 그리고 사람 한 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으면 됩니다.”


매표소가 딱히 넓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돈을 받고 표만 주면 됐으니.


“나야 맡겨주면 좋지. 돈도 벌고. 그런데 일단 얼마나 작은 집을 원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네. 오늘은 일단 늦었으니, 내일 아침 일찍 현장에서 한번 보자고~”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이정도 크기란 거지?”


폴이 두 팔을 옆으로 벌려 보였다.


“흠... 너무 좁으면 답답할 수 있으니까 그 정도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럼, 이정도로 해야겠군.”


폴은 발을 이용해 위치를 표시한 후 반걸음 정도 옆으로 이동하며 다시 위치를 표시했다.


그렇게 매표소의 크기는 대략 4제곱미터 1평보다 약간 큰 정도로 결정되게 되었다.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릴까요?”


“수인 녀석들 불러다가 같이하면 금방 할 것 같은데? 늦어도 2~3일?”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돈은 다녀와서 드릴게요~”


주헌은 주 7일 운행을 나가고 있었기에 잠시 폴과 건축에 관한 얘기를 하고는 그에게 모든 권한을 넘기고 출근길에 나섰다.



***



이틀 뒤.


매표소가 완성됐다.


1평 남짓의 크기에 작은 서랍이 붙어있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전방엔 시야가 확트이는 커다란 창이 뚫려 있었다.


“어때? 괜찮아?”


폴은 모든 권한을 가지게 된 후, 따로 주헌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건축물을 디자인하고 설계했다. 하지만 전권을 위임했다고 하더라도 주헌이 혹여 완성된 건물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하며 눈치를 살폈다.


“예, 형님! 딱 좋습니다. 제가 원한대로 다 되어 있네요. 고생하셨습니다.”


그제야 표정이 풀린 폴은 혹시라도 하자가 있으면 수인들이나 본인에게 말하라고는 당부하며 자리를 뜨려 하는데...


“이런 식으로 타란과 네브린에도 지어 주세요.”


매표소는 하나만 있어서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이미 고속버스처럼 표를 이용한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나가는 노선별로 매표소가 하나씩은 있어야 했다.


폴은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한 듯하면서도 계속 의뢰를 맡겨주는 주헌이 예뻐 죽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바로 폴이 같이 일할 마크와 맥을 데리러 자리를 떴다.

마크와 맥은 농번기 일손을 돕기 위해 그리지에 거주중인 쥐족 수인 남성 둘이다.


얼마 후.


필요한 짐을 챙긴 마크와 맥 그리고 헤일로가 버스가 있던 곳에 나타났다.


헤일로는 그리지 매표소를 지을 때는 참여하지 않았었기에, 의아했던 주헌은 헤일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헤일로씨는 왜 왔어요?”


“네...넷? 혹시 인원이 정해진 거였나요?”


헤일로가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아... 아닙니다! 딱히 그런 건 아니라 마크 씨와 맥 씨는 이번 매표소 공사에 참여하셨는데, 헤일로 씨는 없었잖아요. 그래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


“지금 급한 사정이 생겨서요. 돈이 좀 필요해요.”


“사정이요? 무슨?”


“그게...


“자자, 어서 출발하자고~”


주헌은 호탕하게 웃으며 나타난 폴 때문에 헤일로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폴은 빨리 돈을 벌고 싶어 오히려 버스 쪽으로 주헌을 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어, 헤일로씨 일단 나중에 얘기해요~”



***



타란.


폴과 수인들을 데리고 타란에 도착한 주헌은 역참에 버스를 세워뒀다.


버스가 역참에 도착하자마자, 네브린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버스 쪽으로 다가왔지만, 주헌의 목표는 매표소였기 때문에 그들 앞을 가로 막았다.


“오늘은 쉽니다!”


“뭐?”


“아니, 나 오늘 무조건 네브린에 가야하네!”


“누구 마음대로 쉬어?”


사람들이 볼멘소리를 계속 해댔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그들을 무시하며 폴과 수인들과 함께 상인 길드 내로 들어갔다.


“상인 길드는 갑자기 왜 왔어? 자재 때문이라면 내가 아는 사람한테 사는 게 더 싸.”


폴은 상인 길드 앞에서 자신의 인맥을 자랑하며 옆쪽 골목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내 아는 사람이 제재소를 하고 있으니, 거기로 가지.”


“아아, 자재 때문이 아니고, 땅부터 구해야 해서요.”


“땅을 구한다고? 미리 구해 놓은 게 아니었고?”


“네.”


폴은 당연히 모든 준비를 마쳤을 거라 생각했다.

누가 준비도 하지않고 일꾼만 무작정 현장에 데려다 놓겠는가...

하지만 그게 실제로 일어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러다 오늘 안에 구하지 못하면 어쩌려고? 사람이 말이야 준비성이 철저해야...”


“그것도 다 보수로 처리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숙식도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주헌은 두툼한 돈 주머니를 가방에서 꺼내고는 주머니를 흔들어댔다.


폴은 주헌에게 단단히 한소리할 생각이었지만, 동전이 가득 담긴 주머니를 보자, 저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켰다. 거기다 일하지 않은 날도 숙식을 알아서 처리해 준다고 하니... 오히려 악덕고용주라기 보다는 천사고용주에 가까웠다.


“준비성이 철저해야 하지만, 주헌이 네가 고용주니까. 네 마음대로 하는 게 맞지. 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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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46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46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4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57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6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4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53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63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58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9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1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64 2 12쪽
»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4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74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5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1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1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3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80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7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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