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13 19:4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565
추천수 :
295
글자수 :
529,225

작성
24.04.13 19:45
조회
63
추천
2
글자
12쪽

52화 헤일로의 사정

DUMMY

52화 헤일로의 사정


타란에서 3일간 머무르며 빠르게 매표소 설립을 완료한 주헌 일행은 마지막으로 네브린에 매표소를 짓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네브린에서는 매표소를 지을 땅을 구하는데 시간이 지체되며 그리지와 타란에 비해 1주일이라는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결국엔 완공되게 되는데.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건 나머지 잔금입니다.”


주헌이 작업에 참가한 이들에게 봉투를 하나씩 나눠줬다.


“응? 계산 잘못한 거 아니야? 많이 들어있는데?”


폴은 봉투를 받자마자 열어보고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타란과 네브린의 매표소 건설로 받기로한 대금은 작업자당 3골드였다.


그러나 봉투에는 2골드가 더 들어있었다.


“모두 열심히 해주셔서 제가 조금 더 넣었어요. 앞으로도 부탁드릴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으니,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아이, 우리 사이에 무슨 다시 가져가.”


폴은 봉투에서 원래 받기로한 3골드만 챙기고는 봉투째로 주헌에게 건넸다.

나머지 수인들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폴을 따르려 했다.


하지만 주헌은 극구 거부하며 받지 않았다.


“저 돈 많아요~ 버스가 요즘 잘 되는 거 다들 아시죠? 그리고 같은 마을에 지내는데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안 받으시면 괜히 저 불편합니다?”


“아이, 참...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바로 출발할 거야?”


폴은 주헌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가슴팍에 봉투를 집어넣었다.


수인들도 폴을 보며 그제야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표정이 밝아지며 바지춤에 봉투를 집어넣었다.


“일단 다들 고생하셨으니, 오늘까지는 네브린에서 쉬는 걸로 하시죠.”


“오~ 그럼 자유시간이구만~ 마침 점심시간인데 내가 아는 맛집에 가겠나? 음식 가격이 높긴 한데 맛 하나는 기가 막히네. 고기 요리를 하는데 그 집만의 특제 소스를 사용해서 풍미가 아주 기가막혀 씹자마자 육즙이 싸아 퍼지면서 입에서 살살 녹아.”


말하면서도 군침이 새어 나왔는지, 폴은 손등으로 입술을 닦으며 말했다.


마크와 맥은 먹어 보지 못한 인간의 요리에 흥분을 감추지 않고 방방 뛰며 폴에게 빨리가자 재촉했다.


“아... 저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응? 헤일로 또 빠지는 거야?”


“헤일로 같이 가자~”


“그래, 같이 가!”


폴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마크와 맥 역시 헤일로에게 같이 가자며 졸라댔다.


헤일로는 타란에서부터 밥때만 되면 미란다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먹거나, 랫트 마을에서 챙겨온 치즈를 소분하여 깨작깨작 먹었었다.


“하하. 저는 괜찮으니, 다녀오세요. 마크, 맥 너희들도 괜히 내 눈치보지 말고.”


‘따돌림을 당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저번에 무슨 사정이 있다는 거랑 관련이 있나?’


“그럼, 나중에 숙소에서 보자고~ 주헌이 넌 같이 갈 거지?”


“아! 저도 상인 길드 쪽에 볼일이 있어서...”


“쳇... 됐다 됐어. 우리끼리 가자~”


“고기! 고기!”


“왕창 먹어야지! 저번에 타란 음식도 맛있었는데, 네브린 음식도 분명 맛있을 거야!”


그렇게 시끌벅적한 셋이 떠나고, 헤일로와 주헌만 남은 상황.


“저도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헤일로가 인사를 하며 숙소로 돌아가려던 때, 주헌은 그의 옆에서 나란히 속도를 맞춰 걷기 시작했다.


“상인 길드에 일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건 헤일로 씨하고 얘기하기 위해서 거짓말 한 거예요. 요즘 헤일로 씨가 너무 신경 쓰여서요. 같이 밥 먹자고 해도 늘 혼자서 숙소로 가시잖아요. 일하는 도중에도 한숨만 계속 쉬시고요. 혹시 저번에 말씀하셨던 그 사정이랑 관계있는 건가요?”


너무 노골적으로 물어보면 실례일 수 있거니와 여럿이 있을 때 말하기는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같이 걸어가며 조심스레 사정을 들어볼 요량이었다.


“그게 돈이 좀 필요해서요...”


그리지에 머무는 수인들은 집을 제공받아 숙소비로 나갈 것도 없고 마을 주민들이 요깃거리도 나눠주기에 식비로도 그리 많은 돈이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돈이 필요하다?


주헌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답이었다.


‘설마 도박이라도 한 건가?’


“어디 급한데 쓰셔야 하는 거예요?”


“그게... 하아... 미란다가 임신을 한 것 같아요.”


“네~? 어휴!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하아...”


서로 뜨거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던 헤일로와 미란다였기에 곧 아이가 생길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한숨만 푹푹 쉬어대는 헤일로를 보니, 축하를 건넨 게 무안할 지경이다.


“그런데 미란다의 임신이랑 돈이 무슨?”


“그냥... 미래를 생각하다 보니 그리 밝을 것 같지는 않아서요. 미란다와 저는 수인이잖아요. 그리지로 이주를 하려 마음은 먹었지만, 이주 이후가 문제죠. 그리지의 농번기가 아니면 돈을 벌 수 없을 테니까요.”


확실히 그리지에는 일거리가 없다.


마을 주민들 역시 농번기에 수확한 곡식으로 세금을 충당하거나 자신들이 먹을 곡식을 제외하고 타란에 판매해서 수익을 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폴이나 와이스너 부부처럼 자신의 사업을 하는 이들도 몇몇 있기는 했지만, 그리지 인구 비율로 따졌을 때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인간인 그리지 주민도 일거리가 한정적인데 수인인 헤일로는 어련할까.


“그래도 수공업 기술은 쥐족이 최고잖아요. 폴 형님이랑 같이 그리지 공방에서 일을 하는 건 어때요?”


건설 의뢰를 맡겼을 때도 인력이 없어 구해야 한다고 했던 폴이었으니, 충분히 헤일로나 나머지 수인들과 동업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오히려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이들이니 시너지 효과로 승승장구할지도 모르고.


“한번 말해보려고 했는데, 형님네도 그리 사정이 좋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비서님이 일을 맡겨주셔서 다행이라고 말한 걸 들었거든요. 괜히 민폐만 끼칠 것 같아서 말을 꺼내지도 않았어요.”


“흠. 그럼, 엘로랑 같이 일을 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어차피 랫트 마을로 가서 물건을 가지고 오는 것보다는 그리지에서 물건을 받는 게 상단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좋으니, 같이 온 수인들과 함께하면.”


“그것도 눈치가 보이는게... 랫트 마을 경제를 롬멜 상단이 책임지는데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한 제가 그리지에서 물건을 만들게 되면 그만큼 랫트 마을에 타격을 주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어차피 같은 고향 사람들인데 거기서도 물건 떼고 여기서도 떼고 하는 거지.”


“그리고 그리지에는 폴 형님의 공방이 있으니... 또 다른 공방을 만들면 예의가 아니죠.”


미란다와 히히덕거리는 모습만 봐와서 좀 가벼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건만 헤일로는 생각보다 섬세하면서도 배려심이 많았다.


차라리 이주 얘기는 안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더 편했을 것 같아, 괜히 끌어들인 거 아닌가 후회스럽기도 했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데,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결국 숙소 앞까지 도착하고야 말았다.


“후... 고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털어놓으니까 마음은 편하네요. 일단 아직 농번기가 오지도 않았고 매표소 공사로 번 돈도 있으니까 아낄 수 있는 데서 아끼면서 최대한 모아보려구요. 그럼,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매표소! 아! 그게 있었지!’


주헌은 헤일로를 뒤따라 들어갔다.


“헤일로 씨!”


“네?”

“미란다가 임신한지 얼마나 됐죠?”


“입덧을 이제 막 시작한 걸로 봐서는 1~2개월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그건 왜...?”


“그럼, 움직이거나 하는 것에 불편한 건 없겠네요?”


“그렇죠. 지금도 잘 돌아다니는 걸요.”


“잘됐네요! 마침 앉아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



그리지의 매표소.


“미란다... 정말 괜찮겠어? 힘들면 안 해도 돼. 농번기 때 받을 곡식이 있으니까 그걸 팔면 충분히 지낼 수 있어.”


헤일로가 불안한 표정으로 매표소에 앉아 있는 미란다를 쳐다봤다.


“에이, 앉아만 있으면 되는 건데요 뭘.”


네브린에서 얘기한 직후 헤일로는 고민하다 일단은 미란다와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미란다와 삼자대면을 통해 얘기를 나눈 결과가 바로 지금이다.


하지만 미란다가 임신초기이다 보니, 헤일로는 심히 걱정되는 모양이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 괜찮겠어? 좁고 어두운 곳 싫어하잖아?”

“괜찮다니까 그러네~”

미란다는 오히려 웃으면서 작은 팔을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널찍하니 좋은데요?”

“하아... 난 너무 걱정이야. 미란다랑 우리 아기를 이런 감옥 같은 곳에 둬야 한다니...”


헤일로가 매표소 창가에 걸터 앉아 미란다의 손을 쓰다듬으며 울상을 지었다.


헤일로가 울상을 지으니, 미란다의 눈가도 촉촉해지더니 뜨거운 포옹을 하는데...


‘누가보면 진짜 감옥에 가둔 줄 알겠네...’


“큿흠. 그럼, 이제 설명해 드려도 될까요?”


어차피 그리지 매표소엔 손님이 거의 없을 것이다.

원래라면 종점인 그리지에 도착하고 나서 출발할 때 잠시 매표소에 자리해 표를 팔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직원을 구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헤일로의 걱정거리는 충분히 공감이 갔고 그들이 그리지에 잘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란다를 고용한 것이었다.


오히려 적자만 날 고용이지만, 그 정도 쯤은 충분히 운행 한 번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했고.


“앗... 넵! 주인님.”


포옹을 하고 있던 미란다가 헤일로의 등짝을 툭툭 두드리며 밀어냈다.


“어휴! 주인님이라니 무슨!”


“어...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고용주님? 비서님?”


“그냥 사장님으로 하시죠.”


“네, 사장님!”


주헌은 호칭정리를 한 후 매표소에서 해야할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할 것도 그리 많지 않았다.


손님이 오면 좌석 배치도를 보여준 후 첫 번째 서랍에서 선택한 좌석의 번호가 적힌 표를 3실버를 받고, 입석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두 번째 서랍에 있는 입석표를 2실버에 판매하라는 것과, 구매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하여 운행일지에 이름과 성별 거주지역을 적는 것과 남은 표는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전달해 주는 것까지 설명했다.


남은 표를 챙기는 이유는 빈자리 표와 입석자 수를 빠르게 판단하여 다른 매표소에서 남은 자리를 판매하기 위함이고 운행일지 작성은 일일이 쓰는 시간을 아끼기 위함이다.


뭐 운행일지 쓰기가 귀찮아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함이다.


“혹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을까요?”


“전부 이해했습니다! 사장님! 그런데 정말 그것만 하면 되나요?”


“예. 생각보다 별로 없죠?”


“처음 일해보는 거라 어려울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하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미란다는 인간 마을에서 일하게 되는 게 기대되는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좋아요. 미란다 씨.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사장님 출근이랑 퇴근은 언제인가요?”


“아! 그걸 말씀 안 드렸구나. 출근은 오전 8시부터 하시면 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휴식시간으로 자유롭게 계시면 됩니다. 집에 가셔도 되고요.”


“네? 1시간만 일하면 되나요?”


정확하게 근무 시간을 얘기하지는 않았기에 1시간만 일한다는 소리를 들은 미란다는 조금 실망한 표정이었다. 헤일로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어렵사리 미란다에게 말을 꺼낸 것이었건만 겨우 1시간 일한다는 얘기에 불안함은 가셨지만서도 주헌에게 속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오전 9시에 버스가 출발하니까요. 네브린, 타란을 거쳐 다시 그리지로 돌아오는데 대략 4~5시간은 걸리거든요. 어차피 남은 표를 다 들고 가니까 굳이 매표소에 계실 필요가 없죠. 그리고 오후 1시쯤부터 매표소에 계시다가 오후 3시에 버스가 출발하면 바로 퇴근하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보수는 일당으로 6쿠퍼가 지급이 되고 매월 말 매표소 월 수익의 1%는 따로 인센티브로 지급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주헌의 계획을 들은 미란다와 헤일로는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68화 신벌 24.05.05 44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43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49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44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45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46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46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4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57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6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4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53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63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58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9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1 1 13쪽
»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6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73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4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0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0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2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79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79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04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90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89 1 12쪽
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86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02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