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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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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13 19:4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581
추천수 :
295
글자수 :
52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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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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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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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0화 파격적인 조건 (2)

DUMMY

50화 파격적인 조건 (2)



“으... 머리야.”


“우리 엘로~ 잘 잤니?”


주헌은 식탁에 앉아서 숙취를 호소하는 엘로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어우... 어제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엘로는 주헌이 다가오던 말던 숙취가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주방 찬장에서 컵을 꺼내 물을 가득 따랐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내 머리에 토를 했구나~”


“예? 그게 무... 스은 으악!”


주헌은 어제의 끔찍한 하루를 생각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엘로의 관자놀이에 주먹 돌리기를 시전했다.


“아파요! 아파!”


“너 기억은 하니?”


“그... 그게 무슨? 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요?”


엘로는 완벽하진 않지만, 주헌의 머리에 토를 한 건 조금 기억이 났다. 하지만 기억난다고 할 경우에는 더 맞을 것 같아 애써 모르는 척 상황을 회피하고 있었다.


“내가 너 저번에도 사고쳤다고 적당히 마시라고 했냐, 안 했냐?”


“해...했어요.”


주눅 든 엘로의 커다란 귀가 축 처졌다.


이런 걸 보면 수인의 감정은 금세 알 수 있다. 저 행동이 거짓말이었다면 자연스레 귀가 처지진 않았을 것이다.


“어휴... 형님들이 마시자고 해도 알아서 끊어 마시라고 했잖아... 마지막엔 셋이서 동시에 사고를 쳤으니, 어우! 상상도 하기 싫다. 진짜!”

“죄... 죄송합니다.”


“쯧. 됐고 잠깐 앉아 봐.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


주헌은 잔소리를 더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어제 사건은 여기서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리지 촌장님께서 농번기에 일손이 필요하시다고 부탁하셨어. 랫트 마을 수인들이 도와주면 좋겠데.”


“랫트 마을 수인들을요?”


“그래, 이번에 촌장님이 아주 좋게 보신 것 같더라. 타지에서 모르는 이들을 고용하는 것보다는 신뢰가 가는 랫트 마을 수인들이 해줬으면 한데.”


“글쎄요... 아무래도 랫트 마을과 그리지 마을 간은 거리가 머니까. 숙식비용이 부담스럽고...”


“급료는 수확 한 곡식 일부 나눠서...”


“급료를 받아도 문제예요. 결국 수확철까지 있어야 한다는 건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버는 것보다 나가는 게 많으면 굳이...”


“곡식 나눠서 주기로 하셨고, 그리지 마을 빈집을 무상 제공 해주신다고 했어. 그리고 수확철이 끝나면 그리지 마을로 이주할 수 있는 권리도 주신다고...”


‘이주’라는 말이 끝나자 마자, 숙취에 찌들어 흐리멍텅한 눈빛이던 엘로가 눈을 번뜩이며 식탁을 강하게 내려치며 일어섰다.


“뭐라구요? 이주요?”


“너, 아직 취했냐? 갑자기 왜 이래?”


“이주는 모든 수인들의 꿈이에요! 타이칸은 노예나 일꾼으로 고용되는 게 아닌 이상 거주지를 벗어날 수 없어요!”


“넌 벗어났잖아?”


“그거야 상인 길드 소속이라 그렇구요! 이 조건이면 모두들 한다고 난리일 걸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지금 바로 알려서...”


엘로가 흥분하며 바깥으로 뛰어가자, 주헌이 빠르게 엘로의 팔을 잡아당겼다.


“잠깐! 일단 끝까지 들어.”


엘로가 저 반응이라면 다른 수인들 역시 흡족해할 조건이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리지에는 빈집이 10가구가 있다. 그리지 마을에 있는 20여 명의 수인들이 모두 거주하는 게 가능한 상황.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롬멜 상단의 전신인 기술자들이라는 데 있다.


지금이야, 엘로가 랫트 마을에서 물건을 챙겨 타지에 파는 형태로 영업하며 랫트 마을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만약 20여 명이 전원 이주를 희망한다면 랫트 마을의 유일한 경제적 도구인 롬멜 상단이 그리지로 옮겨지게 될 것이다. 그건 곧 랫트 마을의 생산인구 소멸로 이어질 거고.


오히려 그리지 부흥을 위해 랫트 마을의 경제가 파탄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다.


“엘로, 너, 정신 차리고 확실하게 판단해라. 랫트 마을 젊은 남성들이 모두 여기 있다는 거, 그들이 모두 조건을 받아들이고 이주를 택했을 때 랫트 마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까지도 다 생각하라고.”


그제야 문제점을 파악했는지, 엘로는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흠... 이건 저 혼자 생각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요. 워커 할아버지도 불러서 같이 얘기를 해봐야할 것 같아요.”


워커는 랫트 마을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낸 인물이었기에 엘로의 판단은 일리가 있었다. 젊은 두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낼 수도 있고, 혜안으로 해결법이 나올 수도 있으니.


주헌과 엘로는 곧장 워커가 머물고 있는 와이스너 여관 3층 방으로 향했다.


똑똑-


“할아버지, 저 엘로예요.”


“들어와.”


문을 열자, 워커는 조각칼로 무언갈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두손이 악수하는 듯한 모양인데 밑에는 세밀하면서도 촘촘하게 작은 글자가 조각되어 있었다.


“뭐 만드시는 거예요?”


“아, 랫트 마을과 그리지 마을이 자매결연을 맺었으니, 우호의 상징으로 작은 조각상을 만들고 있네.”


주헌과 엘로를 쳐다보지도 않고 조각에 열중하는 워커였다.


“아, 그럼, 나중에 다시 찾아올게요.”


엘로 주헌의 옷자락을 당기며 나가자며 재촉하는데.


“직접 찾아 온 거면 급한 일인 거 아니냐, 그냥 여기서 바로 얘기 해.”


워커는 조각하며 대충 귀로는 듣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주헌과 엘로를 서로 마주보며 서로가 말하라는 듯 눈치싸움을 하다, 엘로가 마지 못해 입을 열었다.


“그... 그리지 촌장님께서 농번기 일손이 부족하다고 랫트 마을쪽에서 도와줬으면 한다고 하셨거든요.”


“오호 그래? 그런거면 젊은 놈들한테 말하지 굳이 왜 나한테 말하는 게냐? 늙은 내가 하라고?”


조각에 신경을 쓰고 있던 워커는 조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워커의 관심사는 오직 제작이었기에 자신과 관련없는 얘기를 듣고는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생각했다.


“그게... 도와주는 수인들에게 일할 동안 지낼 집을 제공해주고, 급료로는 수확한 곡식으로 지급을...”


“그래, 그래. 알아서 해~ 알아서~ 보통 엘로 네가 결정하잖느냐. 굳이 나한테 이런 일 저런 일 다 말할 필요는 없다.”


“곡식으로 지급을 하고 이후에는 그리지 마을로 이주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고...”


빠각-


워커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힘조절을 잘못하며 조각상에 흠집을 내고는 곧바로 조각과 조각칼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생각보다 중요한 얘기였구만... 하지만 나는 이미 늙었어. 그리고 평생을 공방에서 지내 온 늙은이가 무슨 농사 지식이 있겠느냐, 나는 괜찮으니 다른 녀석들에게 기회를...”


워커는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기 위해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일종의 노인 공경 같은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아니, 아뇨! 그게 아니라. 일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셨어요. 빈집도 10가구 정도가 있어서 오히려 지금 마을에 있는 수인 전원이 지낼 수도 있고요.”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 같아 주헌이 빠르게 끼어들었다.


“아, 그래? 그럼 좋은 일 아닌가? 굳이 나를 찾아올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주헌은 또다시 엘로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설명했다.


“흠... 확실히 일리가 있군.”


“그래서 조언을 듣고자 엘로와 제가 이렇게...”


“그런데 말이야. 굳이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왜 지금 생각하는 건가?”


워커는 정말 잠깐 고민을 하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예? 하지만 롬멜 상단의 주축인 기술자들이...”


“확실히 이주라는 좋은 조건에 끌리는 녀석들도 많긴 할걸세, 하지만 부양 가족 모두에게 이주 권한을 준다고 촌장이 말한 것도 아니고, 랫트 마을에 가족들이 있는 녀석들이 이주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지. 여기에 부부끼리 온 녀석들도 기껏 넷에 불과하니, 모두가 이주를 할거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네만.”


확실히 촌장은 수확철이 끝나고 이주 권한을 주겠다고만 했다. 그렇다는 건 개인적인 문제로 이주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워커의 말은 꽤 설득성 있는 발언이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하게,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난 늙어서 어차피 랫트 마을에 계속 있을 거네. 젊은 놈들 다 간다고 해도 녀석들이 나 하나만 할까? 내가 랫트 마을에 버티고 있는 이상 괜한 걱정이네.”



***



이후 엘로와 함께 수인들이 머물고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촌장이 내세운 파격적 조건을 설명하며 참여할 이들을 모집했다.


워커와 대화한 이후에도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는데, 생각 외로 수인들은 결정을 빨리했다.


그렇게 그리지 마을에 남을 인원 4명이 결정됐다.


모두 랫트 마을에 부양할 가족이 없는 이들로 헤일로, 미란다 부부를 포함 쥐족 남성 두명이었다.


아, 정확하게는 5명이려나.

엘로 역시 주헌의 집에서 같이 지내니.


뭐 그건 그렇고, 일단은 남을 이들도 옷가지라던가 짐을 챙겨와야 했기에 랫트 마을로 가는 버스에 함께 올랐다.


그리지 촌장은 이미 내용을 전달 받아 4명이 남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고향에 가서 변심이라고 할까, 꼭 데리고 돌아오라며 주헌에게 신신당부했다.



***


며칠 뒤.


주헌의 버스가 마을 안으로 들어오자, 어디서 지켜보기라도 했는지, 촌장이 헐레벌떡 버스 쪽으로 뛰어왔다.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촌장은 애타는 모습으로 버스 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주헌은 버스 문을 열며, 인사를 건넸다.


“촌장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왜 나와계세요?”


촌장은 주헌의 말에 대답하지도 않고 누군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듯했다.


“서... 설마... 다들 안 오겠다고 하던가?”


“그럴 리가요. 다들 자고 있어요.”


주헌은 엄지손가락으로 어깨 뒤편을 가리켰다

“다들 일어나세요! 도착했어요!”


주헌이 소리치자, 그제야 기지개를 켜는 수인들.


엘로와 쥐족 남성 둘은 눈을 비비적 거리며 피곤한 기색으로 짐을 챙겨 내리는데, 헤일로와 미란다는...


“피곤하면 더 자, 미란다. 자, 내 어깨에 기대.”


‘꼴갑떠네...’


빵!


주헌은 클락션을 살짝 눌렀다.


- 스킬 : 크락션


경적소리를 들은 이는 극심한 공포감을...


시스템창이 뜨며 한글자씩 타자치듯 설명이 나오고 있었지만, 주헌은 곧바로 꺼버렸다.


“으악!”


“꺄아악!”


“아이고!”


버스 근처에 있던 사람들과 타고 있던 수인들이 귀를 막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 죄송합니다. 실수로 잘못 눌렀네요. 죄송, 죄송.”


주헌은 괜히 너스레를 떨며 실수인 양 웃어 보였다.


“큿흠... 오랜만에 들으니 자네와 처음 만날 때가 생각나는구만... 그때도 이랬었지. 웬만하면 그 커다란 소리는 사용하지 말게나... 정말 간떨어지는 줄 알았네.”


촌장이 심장부위를 집으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모두가 버스에서 내리고, 촌장은 수인들에게 집 위치를 알려주며 불편한 게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하라고 그들의 편의를 신경 썼다.


그리고 그날 저녁.


촌장은 주민 회의를 소집했다.


정확하게는 일손을 돕는 이들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촌장은 와이너스 주점에 모인 마을 주민에게 수인들을 한명 한명 소개했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박수를 보내며 환영했는데, 유독 미란다를 소개할 때는 그리지 여인들의 환호성이 커 귀청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수인들의 소개가 끝나자, 그리지 여인들이 미란다에게 몰려들었다.


그런데... 귀족의 품격을 명예로 생각하는 코라 부인마저도 미란다에게 먼저 다가가 미소를 보이자, 주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란다... 그리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신 건가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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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감옥 24.05.04 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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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46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4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57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6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4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53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63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58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9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1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6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3 1 12쪽
»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74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5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1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1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2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79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79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04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90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89 1 12쪽
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86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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