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24 19:4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0,044
추천수 :
297
글자수 :
539,819

작성
24.04.27 19:45
조회
48
추천
1
글자
12쪽

62화 길잡이 스템

DUMMY

62화 길잡이 스템


엘로에게 등떠밀려 집에 도착한 주헌은 지금 당장 뭘 어쩌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마르지엘라 성국으로 가야 하는데, 언뜻 그리지 주민에게 듣기로도 아주 먼 거리였다.


그리지 유일의 마굿간이 아직까지 비워져 있는 것만 봐도... 거리가 얼마나 먼지 가늠케 했다.


그런데 엘로는 바로 출발할 생각인지 이미 짐을 싸고 있었다.


“지금 가려고?”


“그럼, 빨리 가야죠. 마을 밖에 숨겨진 버스가 언제 들킬지도 모르는데, 후딱 가서 세례만 받고 오면 되잖아요.”


엘로는 정말 다급히 움직였다.


“너 마르지엘라 성국 가는 길은 알어?”


내비게이션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곳이었기에 지도 같은 걸로 일일이 보면서 찾아가야 했다.

거기다 마차로도 수개월 걸리는 곳이면 버스로도 꽤 걸리는 곳이라는 걸 의미했기에 아무런 준비 없이 출발하기에는 무리스러운 감이 없지 않았다.


“몰라요...”


“그러면서 무슨 짐부터 챙기고 있냐...”


“어떡하죠. 이러는 사이에도 누가 버스를 보기라도 한다면...”


“진정해. 잘못되더라도 내가 잘못되는 거잖아. 그리고 꽤 먼 곳에 소환해 뒀으니 금방 들통나지는 않을 거야.”


‘일단 길잡이부터 구해야 할 것 같은데.’


“그리지 사람들한테 한번 물어볼까?”


“미쳤어요?”


“또 왜!”


“들키면 괜히 마을 사람들한테 불똥이 튈 수도 있다구요. 차라리 다른 지역에서 길잡이를 고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아무런 연이 없는 사람.”


“그럼 그 사람한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그 사람은 돈 받고 그냥 해줬다고만 해도 돼죠. 마을 주민은 같은 동향이라 오해받기 십상이고요.”


그래서 결국 엘로의 말에 따라 타란에서 길잡이를 고용하기로 했다.



***


마부 길드 타란 지부


“응? 갑자기 마르지엘라 성국은 왜?”


무작정 길잡이를 구하는 게 영 신통치 않아 타란 지부장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타란 지부장은 마부 길드라는 권력이 있으니, 불똥이 튀더라도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아... 그게 어...”


“그동안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휴가차 다녀오려고요. 마르지엘라 성국은 스킬로 유명하잖아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사이 엘로가 끼어들며 대답했다.


“아... 그래? 뭐, 그동안 고생하긴 했지. 그래, 이참에 좀 쉬다 와. 오히려 마부들은 주헌이 자네가 없다고 좋아할걸?”


처음에 걱정하는 건 좋았는데 뒷얘기는 좀 씁쓸하다.


버스의 등장으로 마부들이 주헌을 바라보는 눈길은 확실히 날카로워졌다.

당연히 다수의 손님을 태워 가니 일을 뺏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 주헌도 어느 정도 이해는 했다.


“예... 뭐 좋다니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마르지엘라 성국으로 가는 길잡이라, 비용이 꽤 들 것 같은데 괜찮나?”


어차피 모아둔 돈은 차고 넘치고, 모가지가 왔다갔다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런 건 상관없었다.


“비용은 상관없으니 최대한 빨리 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알겠네. 최대한 빨리 구해보지.”




***




얼마 후.



플로라 주점에서 잠시 쉬고 있던 주헌과 엘로에게 마부 길드 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찾아왔다.


의뢰를 맡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아무래도 높은 의뢰 비용에 금방 고용된 모양이었다.


곧바로 타란 마부 길드로 찾아가니, 타란 지부장은 반기면서 옆에 있던 사람을 소개했다.


“이 친구는 이번에 마부 길드 신입으로 들어온 스템일세.”


“안... 안녕하십니까! 선배님을 봬서 영광입니다!”


스템은 바짝 굳은 몸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우렁차게 인사했다.


키는 주헌보다 조금 작은 편에 주근깨가 가득한 소년이었다.


“나이가 너무 어려 보이는데.”


“이래 봬도 이 녀석 성인이라네, 얼굴만 보면 아직 애기긴 하지.”


지부장이 스템의 어깨를 당기며 말했다.


“저, 애기 아닙니다!”


“그래, 그래.”


“그런데... 이제 막 들어온 신입한테 마르지엘라 성국 길잡이를 시키기에는 좀.”


이제 막 타란 지부에 막내로 들어왔다는 것은 경력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는 건 마르지엘라 성국같이 먼 곳의 경험이 있다는 것은 그리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거라면 걱정하지마. 이 녀석 누이가 마르지엘라 성국에서 성직자로 지내고 있어서 많이는 아니지만 누이를 보러 가족과 함께 여러 번 방문했다더군.”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뭐... 잘 부탁해요.”


지부장이 말할 정도면 괜찮겠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인사를 마치고 타란 지부에서 간단히 계약서를 작성한 후 스템과 주헌은 계약서를 나눠 가졌다.


“그럼, 언제 출발하시는 겁니까?”


스템이 계약서를 접어 주머니에 넣더니, 당차게 질문했다.


“지금 바로 갈 거니까. 짐 챙겨서 버스로 오세요. 저는 잠깐 지부장님과 할 말이 있으니, 엘로와 함께 가시길 바랍니다.”


엘로가 움찔하며 싫다는 듯 곁눈질을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엘로와 스템이 떠난 것을 확인한 주헌은 곧바로 계약서를 꽉 쥐며 지부장에게 다가갔다.


“아니, 지부장님 이거 뭡니까!”


“응? 뭐?”


주헌은 조금 구겨진 계약서를 내밀면서 의뢰금 부분을 검지 손가락으로 종이가 찢어질 듯 찔러댔다.


“아~ 자네가 금액은 상관없으니 빨리 구해달라며?”


“그래도 그렇지 100골드가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너무 과한 거 아닙니까? 거기다 이제 막 들어온 초짜를 누가 100골드로 씁니까?”


“에이~ 너무 그러지마~ 스템이 얼마나 싹싹한데, 타란 지부 마부들한테서 칭찬이 자자한 녀석이야. 평판은 자네보다 좋을걸?”


“하아... 그래도 100골드는 너무 과한데요.”


“같은 지부 마부한테 돈 쓰는 게 그렇게 아깝냐?”


갑자기 타란 지부 구석에 앉아 있던 한 마부가 신경질을 내며 끼어들었다.


“예?”


“우리 일거리 뺏어서 돈 버는 놈이 같은 지부 마부한테 돈 쓰는 게 아깝냐고”


“아니... 그쪽은 누구신데 갑자기.”


“선배도 못 알아보고 이래서야 쯧. 스템의 반의 반이라도 닮아 봐라. 어린놈이 벌써부터 돈맛 들려서는 위아래가 없구만!”


구석에 있던 남자는 주헌을 째려보다 다시금 보고 있던 신문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니, 언제 봤다고 말을 그렇게...”


“자자, 둘 다 그만하고 왜 싸우고들 그래.”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일단 타란 지부장을 봐서 참기로 했다.



***



“우와 이게 버스라는 겁니까? 정말 신기합니다!”


스템은 버스를 보자마자, 호기심에 넘쳐 이곳저곳을 만져댔다.


“뭐야 버스 안 타봤어요?”


“보통 어디를 갈 때는 제 마차를 쓰기 때문에 버스는 한 번도 타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지겹도록 타게 될 테니 그만 만지작거리시고 타시죠.”


“넵! 선배님!”


버스에 오르고 운전석에 자리해 출발하려는데...


“뭐야? 스템 씨?”


스템은 멀뚱히 밖에 서 있었다.


“안 타고 뭐해요?”


안전벨트를 했다가 다시 풀고 밖으로 나와 얘기를 건네는데, 스템은 오줌 마려운 똥개마냥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조금 무서운데 나중에 타면 안되겠습니까?”


“이런 신선한 개소리는 처음 들어보네요. 농담 그만하고 빨리 타요. 이러라고 100골드 주는 거 아닙니다.”


스템을 억지로 끌고 와 버스에 앉혔다.


스템은 자리에 앉아놓고도 긴장했는지 발을 덜덜 떨어냈다.


“풉. 참나. 안 죽어요~”


버스를 처음 맞이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의 스템과 겹쳐 보여 헛웃음이 나왔다.


뭐 그것도 길게 가진 않을 것이다.


마르지엘라 성국으로 가는 길은 버스로 간다고 해도 엄청 길 터이니.



***



“여기서 왼쪽입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버스에 대한 긴장감은 온데간데 사라진 스템은 아예 손잡이를 잡고 일어서서 길 안내를 했다.


“오케이. 여기서 왼쪽. 그리고 쭉 직진하면 되나요?”


“넵!”


마르지엘라 성국으로 가는 지도를 봤을 때는 수인 거주지를 통해서 가는 게 빨라 보였는데, 스템이 안내하는 곳은 예상과는 상반되는 다른 곳이었다.


약간 찜찜한 느낌도 들지만 100골드나 썼으니 일단 믿고 있다.


그리고 의외로 좋은점도 있었는데.

내비게이션에 새로운 길이 등록된다는 것이다. 전혀 거쳐간 적이 없던 길로 안내하니, 내비게이션에 있는 지도가 점점 길로 채워져 갔다.


내비게이션이 채워질 때마다 성취감도 같이 느껴지니, 일석이조.


“그런데 선배님. 질문 하나 드려도 됩니까?”


“예~ 하세요~”


“선배님은 그리지 주민이라고 들었는데 출신지도 그리지십니까?”


“고향은 그리지가 아니에요. 그리지는 제가 정착한 곳이죠.”

“오~ 그럼 고향이 어디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고향은 말해도 모를 거예요. 여기서 한참이나 먼 나라니까요.”


순진한 얼굴로 궁금하다는 듯 물어보는 모습이 초창기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갓 입사하고 선배님들 사이에서 가만히 있기는 뭐하고 취미라던가 고향이라던가 공통점을 찾아내려 노력하던 때의 모습.


그런 기억 탓인지 깍듯하게 대하면서도 친해지고 싶어 노력하는 스템의 모습은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지부장님이 싹싹하더니만 성격은 뭐... 괜찮네.’


“샤르페리아보다 더 먼 겁니까?”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허허.”


“그럼요! 이 버스라는 게 있는 나라가 도대체 어딘지 궁금해요. 제가 여러 나라를 가본 건 아니지만 제가 가본 곳에서는 이런 걸 본 적도 없거든요!”


“하하. 제가 살던 곳은 대한민국이라는 곳이에요. 여기서 아주 먼 곳이고, 지금 타고 있는 버스가 길에 넘치도록 많은 곳이죠.”


“우와! 정말입니까?”

“이 대륙엔 없는 것들도 많이 있답니다.”


“신기합니다! 그럼 고향에는 언제 가시는 겁니까? 저도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갈 수 없어요...”


“네?”

“사실 이곳에 오게 된 것도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알지 못 하거든요.”


“아니... 그게 무슨? 이곳에 버스를 타고 오신 게 아닙니까?”


“흠... 그러니까... 제가 기억을 잃었거든요.”


기억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더니 여기였다라는 말을 믿어 줄 것 같지도 않았기에 그리지에서부터 써먹던 기억 핑계를 써먹었다.


“세상에... 어쩌다가...”


“그러게나 말이에요.”


“앗! 선배님! 저기서는 왼쪽입니다.”


‘또 왼쪽이라고?’


계속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왼쪽만을 가리키는 것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여 스템이 판단착오라도 한 걸까 싶어 내비게이션을 슬쩍 곁눈질했지만, 내비게이션에는 계속 새로운 길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걸로 봐서는 빙빙 도는 것은 아닌 모양.


마르지엘라 성국으로 가는 길이 좀 빙 돌아가는 길인가 보다.


“오케이 또 왼쪽!”




***



어느덧 운행하다 보니 해는 저물어 밤이 되었다.


숲 한복판에서 어둠이 몰려와 이제 앞도 제대로 분간되지 않았다.


‘슬슬 전조등을 켜야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불을 켜려는데.


“고생하셨습니다. 잠자리는 제가 만들어 놓겠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린지.


“버스 안에서 주무시는 겁니까? 제가 혹시 몰라서 두 분 침낭도 다 챙겨왔습니다.”


“역시 버스 처음 타보는 거 티가 나네. 크큭.”


엘로가 짐을 꺼내 잠자리를 준비하는 스템을 바라보며 비웃어 댔다.


“예?”


스템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뭔가 서울로 올라온 시골 소년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아빠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래도 사람을 오래 놀리면 못 쓰는 법.


“엘로, 그만 놀리고! 자, 제가 신기한 거 하나 보여드릴게요! 지금 앞에 잘 봐요.”


스템은 곧바로 어두컴컴한 정면을 바라봤다.


“짜잔!”


전조등이 켜지며 어두웠던 길은 저 멀리 화사한 빛으로 시야를 밝혔다.


“으아악!”


스템은 경악하며 두 손과 발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이 퍽하니 웃기다.


아직 놀랄 거리는 한참 남았는데, 그때마다 저런 리액션이면 며칠간은 이 순한 소년을 놀리는 재미로 지루하지 않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0 70화 신탁 24.05.08 44 1 11쪽
69 69화 세례 24.05.06 49 3 12쪽
68 68화 신벌 24.05.05 48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47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51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46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47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47 1 12쪽
»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49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6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60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8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7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62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66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61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64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4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68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7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76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8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5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3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7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84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81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10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94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93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