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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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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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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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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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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8화 신벌

DUMMY

68화 신벌


손은 포박되어 있고 눈에는 안대까지 씌워져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앞은 보이지 않고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는 상태다 보니, 모든 육감은 하체와 청각에 집중되어 특히 민감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하의 쿰쿰한 곰팡내가 사라지고 신선한 공기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제 부랑자 골목에서 음해세력이 잡혔다더군.”


“세상에 마르지엘라 여신의 비호 아래에 있는 우리 성국에 반란이라니!”


“타이칸과 마호크에도 이단들이 퍼졌다더군. 쯧쯧.”


청각에만 의지하다 보니, 들려오는 몇몇 단어들. ‘반란, 이단, 타이칸, 마호크’


저 단어들을 들었을 때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무슨 상황인지 예측이 가능했다.


“꿇어!”


주헌의 뒤에 있던 사제가 오금을 까며 소리쳤다.


오금을 까인 주헌은 그 충격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안대가 벗겨지는데.


눈앞에는 상상이상의 인파들이 몰려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보기 위해 모인 것 같은...


“선... 선배님 이제 어쩜까? 예?”


스템도 안대가 벗겨지고 나서 사태를 파악한 모양인데 주헌이라고 해서 해결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저는 죄가 없슴다! 평범한 타이칸 제국민을 아무리 마르지엘라라고 해도 이렇게 핍박하는 것 말이 안됩니다!”


“어휴, 재잘재잘 시끄럽네.”


뒤에 서 있던 남사제가 귀찮다는 듯, 핑거스냅을 한번 한다.


“이건 말도 안됩니다!”


스템은 계속 소리쳤지만, 사제들은 그것에 일일히 반응하지 않았다.


“추기경님 나오십니다!”


누군가의 외침에 일렬횡대로 기도 자세를 취하는 사제들.


그와 동시에 대머리에 초고도비만의 추기경으로 보이는 인물이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십자가 5개가 그려진 사제복에 단추가 터질듯 몸에 달라붙는 사제복.


거기다 무슨 선거에 나가는 것마냥 손을 흔들고 있는데, 인파에게 인사를 한다기보다는 손가락 가득 채워져 있는 장신구를 자랑하는 느낌이다.


“큿흠... 이제 하면 되나?”


“그렇습니다. 추기경님. 확성 스킬 써놓았으니 편히 말씀하시면 됩니다.”


“역시 최연소로 주교 서품이 예정된 이 답구만. 허허. 마르지엘라 성국의 미래가 밝아.”


“감사합니다. 대주교님.”


“큿흠... 아, 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늘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우리 볼레르에서 마르지엘라 성국을 전복시키려던 음해세력을 처벌하기 위함입니다.”


‘음해세력?’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음해세력이라니!”


하지만 누구 하나 주헌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주헌은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어떻게 해서든 오해를 풀 셈이었다. 노파가 살해된 현장을 목격하긴 했지만, 지하실에만 있다가 저녁에 나온 거기에 증거도 없었고, 오로지 저들은 목격 가능성만 보고 잡은 상태니, 이것만 어떻게 해결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저기 잡혀 있는 남자 뭐라고 하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자꾸 입을 뻐끔거리네?”


주헌과 스템을 지켜보는 인파들은 그들이 이상하게 보였다.

과한 몸짓에 뭔가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까 남사제가 사용한 스킬은 노파가 썼던 방음 스킬과 비슷한 스킬로 일정 공간의 소리를 아예 차단하는 스킬이었다.


그래서 주헌과 스템이 아무리 떠들어 봐야 들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마르지엘라 여신이 아닌 다른 신을 믿는 이단이며 여기에는 전 대주교였던 보얀이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보얀은 자신의 사리사욕은 물론 군자금을 모으기 위해 외지인들에게 3배가 넘는 요금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며 자금을 모아왔던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나 볼레르는 마르지엘라 여신의 대리자 직책으로 그 자리에서 보얀을 즉각 처형 하였습니다.”


“뭐, 보얀님이? 돈 없는 부랑자들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주시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시던 분이신데?”


“그래 맞아... 부랑자 거리의 건물들도 대부분 보얀님의 소유였잖아. 거기 모두를 무료로 빌려주시던 분이 이단이라니...”


노파의 선한 행동을 봐왔던 몇몇 이들의 웅성거림이 멈추지 않자, 심기가 언짢아진 볼레르가 헛기침을 하며 남사제들을 쳐다봤다.


남사제들은 곧바로 인파 속으로 들어가더니, 몇몇 이들을 포박하여 끌고 갔다.


거칠게 끌려가는 이들은 본 사람들은 더이상 반론을 제시할 수도 없었고, 그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큿흠... 보얀이 그동안 선한 행동으로 부랑자들을 도왔던 일은 축복받아 마땅한 일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국가 전복을 하기 위해 용병들을 몰래 고용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거기에 타이칸과 마호크에 지부를 두어 마르지엘라 성국에 불리한 정치적 사안을 거짓으로 퍼트리고 있는 게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에 나 볼레르는 이단에게 본보기로 성문 앞에 보얀의 머리를 걸어둘 예정이며, 추가로 잡힌 이단의 간부, 타이칸인과 마호크인을 마르지엘라 여신의 공정한 심판 아래 신벌을 통해 처형할 예정입니다. 우리 마르지엘라 성국은 이단을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며! 그 시작을 이 신의 대리자 볼레르가 대신할 것을 여러분과 마르지엘라 여신께 맹세합니다.”


“우와아~!”


인파들 속에 숨어있던 볼레르의 앞잡이들이 소리치자, 마지못해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성을 내지른다.


볼레르 추기경의 담화가 끝나고, 추기경의 지시를 받은 건장한 남사제 둘이 주헌을 먼저 양쪽에서 끌어 올렸다.


주헌은 어떻게 해서든 끌려가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발에 힘을 주었으나, 팔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는 얼마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발부림을 치며 억울함을 표해내지만 이미 모두가 한통 속, 이미 이단이라고 단정된 상태였기에 주헌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자신을 포함한 엘로와 스템이 모두 죽게 되는 것인가, 억울함과 괴로움에 눈물이 뚝뚝 쏟아졌다.


그래도 애꿎은 엘로와 스템은 살리고 싶었기에 가슴 속 깊이 묻어두려도 했던 목격 내용을 진술하기 시작했다. 시간벌이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누군가가 제국에 알려줄지도 모르고...


“나는 그저 여관 이용객이예요! 그런데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나서 무작정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이단이니 뭐니가 아니예요! 그리고 부랑자들도 목격자라면서 다 죽이는 걸 봤어요! 여자들은 추기경에게 보낸다고도 들었고요!”


스킬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주헌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모든 이에게 사실을 알리려고 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웃고 있었고, 어느 이들은 ‘죽여라!’라고 소리치며 빨리 처형하라 재촉하고 있었다.


결국 주헌은 모든 걸 포기하고 눈을 감았고 힘없이 끌려가며 마르지엘라 여신상 앞에 그대로 내동댕이 쳐졌다.


“으악!”


주헌은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여신상이 앞에 있다.


여신상의 두 팔은 양쪽으로 벌려져 있었다. 마치 품에 안기라는 듯.



***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카이삭이 추기경의 귀에 대고 말했다.


“신벌로 처형하는 겁니다.”


신벌이란 마르지엘라 성국의 처형 중 하나다.


죄인이 마르지엘라 여신상 앞에 서 있으면 사제들이 신성력을 여신상에 주입한다.

신성력을 받게 된 여신상은 바로 앞에 있는 죄인이 악한 자인지 선한 자인지 판단을 하게 되고 천천히 움직이며 죄인을 끌어안게 되는데, 선한 자에게는 사랑의 포옹이라 해서 가벼운 포옹을 악한 자의 경우에는 죽음의 포옹이라 하여 몸이 으스러질 정도의 압력으로 포옹을 한다.


이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전통적인 방법으로 인간이 개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론을 바꾸거나 마르지엘라 여신의 교리를 보여주는용으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거의 사용을 안 하는 추세다.


마르지엘라 여신상을 이용한 신벌은 모두가 사랑의 포옹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죽음의 포옹을 받는 이는 역사적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 구전으로 몇이 있었다 정도만 있을 뿐.


“자네, 지금 뭘 잘못 먹었나? 목격자를 살려두자는 말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이단들은 죽어야 마땅하죠.”


“그런데 무슨 신벌이야!”


“도중에 죽기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카이삭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추기경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제야 카이삭의 의도를 알아차린 추기경이 미소를 머금었다.


“크하하하! 자네는 천재야!”


“이참에 보얀 그 할망구 시체도 같이 이용하시죠.”


“아. 그건 좀 위험하지 않겠나?”


추기경은 보얀 대주교를 이용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었다. 볼레르 지역에서 보얀의 호감도는 하늘을 치솟듯 높았다.


추기경인 자신보다도 보얀의 말을 따르는 이들이 더 많았다는 거다.


이에 그냥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던 추기경은 보얀에 관련해서는 시체를 숨기고 모르쇠로 일관할 예정이었다.


“결국 보얀 할망구와 사이가 안 좋았던 추기경님이 의심을 받게 될 겁니다. 그 말이 교황청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대비해서 안 좋을 건 없지요.”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가! 보얀과 타국인들이 무슨 상관이라고!”


“뭐든 조작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보얀은 이들의 우두머리였고, 타국인들은 보얀을 보좌하던 추종자들이었다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조금 더 상황을 키우기 위해 수인은 마호크인으로 둔갑시켜 타이칸을 비롯 마호크에도 이단이 퍼져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도록 하시죠. 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까? 거기에 이단들이 마르지엘라 여신의 신벌에 처형당한다? 아무도 추기경님께 뭐라할 수 없을 겁니다.”


“크하하하하하! 그렇구만! 아주, 좋아. 아주. 크크크.”




***



“일어나!”


주헌은 힘없이 일어났다. 이제 뭘 하든 끝났다고 생각했다.


“여신님의 품에 안겨라.”


원래 세계에서는 무교였는데, 막상 여신상에 안기려 하니, 저도 모르게 마르지엘라 여신께 기도하고 싶은 주헌이었다.


자기야 어차피 죽을 목숨, 연명하여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니, 차라리 자기 목숨을 거두어 가고 엘로와 스템은 살려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여신님...’

주헌이 여신상의 품에 안기자, 사제들이 양손을 번쩍 들어 여신상을 향해 무어라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곳곳이 갈라지고 이끼가 낀 여신상이 조금씩 움직이며 주헌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주헌은 그저 눈을 감고 몸을 맡기고 있을 뿐.


오랜만의 신벌에 보는 이들조차 침을 삼키며 조용히 여신의 신벌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볼레르 추기경만 빼고.


추기경은 자신의 계획을 위해 여신상이 주헌을 완전히 감싸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헌의 몸이 완전히 감싸지는 순간.


스킬 사용을 위해 핑거스냅을 하려는데.


우르릉!


뜬금없이 마른하늘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자비롭게 감고 있던 여신상의 눈이 뜨여졌다.


인자했던 여신상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뜨여진 눈에서는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세상에 신벌이다! 신벌이야!”


“아, 여신이시여!”


순식간의 상황에 인파들은 물론 사제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볼레르 추기경 역시 처음 보는 상황에 당황하여 잠깐 스킬 사용을 멈추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었기에 개의치 않고 다시 핑거스냅을 사용했다.


콰앙!


추기경의 스킬 사용과 동시에 그 일대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으로 번쩍거리더니 거대한 번개 소리가 지천을 뒤흔들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제들과 인파들은 일대를 감싼 빛과 굉음에 모두 몸을 낮추며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하나둘 상황 파악을 위해 고개를 드는데...


눈에서 붉은빛을 내뿜던 여신상은 어느새 눈을 감고 자비로운 미소를 띤 여신상으로 돌아와 있었고, 검게 숯검댕이가 된 추기경만이 몸에서 희뿌연 연기를 뿜으며 그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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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세례 24.05.06 49 3 12쪽
» 68화 신벌 24.05.05 48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47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51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46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47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47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48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6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59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8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7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61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66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61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63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4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68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6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76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7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4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3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6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84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81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10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94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9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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