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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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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13 19:4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575
추천수 :
295
글자수 :
529,225

작성
24.03.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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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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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화 특허 등록

DUMMY

30화 특허 등록


한숨도 자지 못했다...


술에 취해 엘로가 계속 앓는 소리를 해서 그런 것도 있었고, 1층 주점에 있던 사람들이 뭐만 하면 소리를 질러댔기 때문이다.


잠깐 잠이 들 때면, “좋아! 됐어!” “안 돼!” 같은 환호성과 절규가 들어오기 바빴다.


그것도 늦은 새벽까지...


결국 제대로 잠을 청하지도 못하고 아침일찍 방에서 나왔다.


어질러져있는 바둑돌과 바둑판이 테이블에위 보인다.

주점의 주인장과 딸이 아직 안나온 걸로 봐서는 영업시간은 아닌 것 같다.


어질러진 바둑용품들을 정리한 후 어차피 일찍 일어난 김에 상인 길드에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둑용품에 대한 특허 등록해야 하니까.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며 손에는 바둑용품을 든 채로 바깥을 거닐었다. 버스를 타면 금방 도착하겠지만, 전날 술을 마시기도 했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에 걸어가기로 했다.


또 사고를 낼 순 없지.


특허 등록을 담당하는 상인길드는 마부길드와 모험가길드 사이에 있었다. 건물의 노후도를 보자면, 마부길드보다는 낫고 모험가길드보다는 못한 건물이었지만, 그래도 마부길드 건물보다는 서너배는 큰 건물이었다.


주헌이 상인길드의 문을 열자,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마부길드와 달리 세 곳의 카운터가 있었는데, 각 카운터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상담중이었다. 그리고 대기석에는 두 명 정도가 기다리는 듯했다.


“저기 여기서 기다리면 되는 건가요?”


번호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기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이들에게 물었다.


“네, 제옆에서부터 순서대로 빈 카운터로 가면 돼요.”


빈 자리는 많은데 꼭 붙어 있어야 한다니, 조금 부담스러웠다.

뭐라고 할까.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더니 딱 중간 자리만 남아 양옆에 남자를 끼고 소변을 눠야 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곳의 룰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옆에 있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불려 나가고 주헌의 순서가 됐다.


주헌은 옆자리에 두었던 바둑용품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좋은 품질과 가격, 친절로 맞이하는 상인길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걸 특허 등록하고 싶어서요.”


“이게 뭐죠?”


카운터의 여직원은 당황했다. 그저 사각형으로 깎아 만든 나무판에 검은색 잉크로 줄이 찍찍 그어져있는 이 물건이 무엇에 쓰는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냥 동그란 조약돌을 모아둔 통 두 개를 특허로 등록하겠다고 하니 정신이 조금 이상한 사람인가 싶었다.


주헌은 계속 설명하는 것이 입 아프기는 했지만, 이것도 바둑용품 판매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다시 차분히 오목을 설명했다.


“자 여기 줄이 겹쳐지는 부분에 돌을 놓고...... 다섯개가 되면 이기는 놀이입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 하던 놀이인데 지금 테스트 해보니, 수인 마을 쪽과 샤르페리아, 타란 쪽에서 반응이 좋고...”


여직원은 새로운 놀잇거리라는 말에 처음엔 흥미를 가졌지만, 길어지는 설명에 관심은 팍 식어버렸다. 무슨 말인지 중간부터 알아듣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번 연습 삼아 같이 해보시죠.”


툭- 탁-


상인길드에 울려퍼지는 착수음.


둔탁한 울림에 방문한 상인들도 카운터의 직원들도 한 번씩은 슬쩍 바라봤다.


“제가 이겼네요.”


“아하!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한번 해보고 나니, 익숙해진 직원의 입에서는 미소가 퍼져나갔다.


“확실히 재밌네요!”


“그렇죠? 다들 오목을 배우고 나면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주헌은 바둑돌을 정리하며 옆으로 치우려는데.

여직원이 주헌의 팔목을 잡으며 멈춰세웠다.


“?”


“오목 한판 더 해요.”


주헌은 여직원의 귀여운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번져 나왔지만, 그의 말을 따라 줄 수는 없었다.


“그게... 뒤쪽에...”


슬슬 시간이 지나 상인길드 안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다. 옆 카운터는 일을 하고 있는데 계속 오목을 두며 시간을 끄는 것은 실례인 것 같았다.


“아아! 내 정신좀 봐... 죄송해요. 바로 진행해 드릴게요.”


여직원은 바로 서류 하나를 꺼내 건넸다.

서류에 상품명과 사용방법등을 적어놓고 문의처에는 롬멜 상단 및 마부길드 타란지부 성주헌이라고 적어놨다.


“네 확인 되셨습니다. 특허 등록비는 5골드입니다.”


“오우 좀 쎄네요.”


“이후 1년마다 갱신을 하셔야 하며, 특허 유지비는 4년째까지 5실버, 5년째마다 1실버씩 추가금이 발생합니다. 5~9년 차까지 6실버, 10년 차부터 7실버의 특허 유지비 납부하셔야 해요. 한번 특허가 끊기게 되면 다시 재등록은 안 되며, 누구라도 그 물건을 팔 수 있게 되오니 주의해 주세요.”


‘뭐든 돈 나가는 거 천지네.’




***




“어우 속이야...”


“그렇게 마셔 댔으니, 속이 괜찮겠냐? 다 뒤집어졌겠지.”


“그나저나 아침에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바둑판하고 바둑돌 특허 등록하러. 그래야 우리만 팔 수 있잖아.”


“특허 등록비는 어떻게 내셨어요?”


“니가 곤히 자고 있길래 돈 좀 꺼내 갔지~”


“아니, 왜 마음대로 우욱... 으...”


엘로가 화를 내려다 말고 올라오는 신물에 인상을 찌푸렸다.


“잘들 쉬셨어? 어제 술을 좀 한 것 같아서 아침은 해장하기 좋게 콩소메로 준비했어요.”


주인장이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가져온 음식들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콩소메에는 고기와 채소 몇 가지가 들어있는 맑은국이었는데, 꼭 원래 세계의 소고기뭇국과 비슷했다.


“후루룩. 크흐!”


올라오는 신물에 괴로워하던 엘로가 콩소메 스프를 빠르게 한입 떠 먹었다.

먹자마자 엘로는 미간 주름이 사르르 풀리며 개운한 표정을 지어냈다.


“하아... 이제 좀 살겠네.”


“20살이 아니라 아재네 아재야. 오버하지 말고 빨리 먹어 나 올라가서 잘 거니까.”


주헌은 원래 조식을 먹을 생각이 없었다. 특허 등록을 마치고 점심때까지 푹 자려고 했는데 때마침 일어난 엘로가 속이 안 좋다며 빈속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더니, 같이 먹잔다.


귀찮았던 주헌은 거절하려 했지만, 수인인 엘로 혼자 두는 것도 영 불안했기에 그냥 같이 먹어주기로 했다.


주헌은 오버하는 엘로를 보면서 음식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냐는 생각으로 콩소메 스프를 한입 먹었다.


“크하아~”


속이 개운해지면서 피로감에 찌들었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고기는 부드럽게 씹히며 육즙을 팡팡 터트리고 있었고, 자칫 불편한 속에 육류가 부담을 줄 수도 있었지만 고기와 무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국물은 숙취를 따위는 저리가라는 듯 시원함을 가슴속 깊이 퍼트려 속이 뻥뚫리는 느낌을 자아냈다.


“어때요? 괜찮아요?”


쟁반을 가슴속에 품고 옆에 서 있던 주인장이 눈썹을 들썩이며 묻는다.


“이야! 어제 꼬치구이도 그렇고 오늘 콩소메까지 못하시는 게 없네요. 일품입니다. 일품!”


“아유!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그쪽도 괜찮아요?”


주인장은 주헌과 대화를 한 뒤 바로 엘로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엘로와 눈높이를 맞추며 고개를 들이 밀었다.


엘로는 부담스럽게 접근하는 주인장에 당황하며 고개만 끄덕였다.


“어휴 벌써 거의 다 드셨네. 한 그릇 더 줄까요? 언제든지 말해요. 그리고 내가 좀 주고 싶은 게 있는데...”


주인장은 계속 수상쩍게 엘로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가까이 접근하더니 엘로의 가슴팍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뭐지? 이게 그 성추행인가?’


주헌은 바로 주인장의 손목을 잡아챘다.


“아! 아얏!”


“지금 뭐하시는 거죠?”


“아니, 내가 뭘 했다고 이래요?”

“방금 엘로 가슴 만지려고 하셨잖아요!”


“어머, 어머? 아니! 잠깐만 날 뭘로 보는 거야! 난 결혼도 했고 이런 키 작고 덩치도 작은 꼬마 같은 남자는 취향 아니라고! 내가 소아성애자로 보여?”


“꼬마 아닌데... 성인인데... 키도 쥐족치고는 큰 편인데...”


엘로는 순간 상처를 받은 듯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럼, 가슴은! 가슴은 왜 만지려고 해요!”


“아니, 내 손에 뭐가 있는지 좀 봐봐!”


주인장이 잡혀있던 손을 가리켰다. 그곳을 바라보자, 주인장의 손에는 명함이 들려있었다.

뭔가 단단히 오해했다는 생각에 잡아챈 손목을 풀어준 주헌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주인장의 눈치만 봤다.


주인장은 손목에 난 손자국을 바라보며 손목을 털었다.


“어제 그 무슨판이랑 돌 말이야 그걸 사고 싶어서 명함 교환하려 했던 거야, 아직 시제품이라 수량이 없다며! 그래서 예약이라도 넣으려고 했지... 아이고 내 손목...”


“아이고 이걸 어째... 제가 그런 것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일단 이쪽에 앉으시죠.”


주헌은 쩔쩔매며 주인장이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뒤로 빼주었다.


“바둑판이랑 바둑돌을 구매하시겠다는 말씀이신거죠?”


“그래, 평소라면 일찍가던 양반들이 구경하면서 자기도 해보려고 계속 머무르더라니까! 자연스레 맥주 매출이 늘었어, 그래서 하나만 좀 사볼까 했지. 근데 이렇게 불쾌한 일을 겪으니... 마음이 싹 사라지네...”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제품의 첫 계약을 따낼 수 있는 기회.

거기다가 주점이라는 특성상 특허보다는 더 큰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상의 상황을 이렇게 날릴 수 없다.


“이거 너무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내 손목에 멍든 거 안 보여? 이거는 오히려 내가 보상을...”


주헌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을 이어갔다.


“별건 아니지만, 지금 단 하나밖에 없는 시제품을 그냥 드리겠습니다. 주점에서 사용할 컵과 그릇도 무료로 드리도록 하죠. 대신에 부탁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그러자 주인장이 무언가 계산을 하는 듯 눈동자를 위로 치켜올리더니 곧바로 주헌과 눈이 마주쳤다.


계산이 끝났나 보다.


“내가 보상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요. 호호호. 내가 만든 요리가 더 있는데 지금 바로 내 올게요.”


신이 난 주인장은 주방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그걸 그렇게 주면 어떻게 해요? 돈이 남아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엘로.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나중에 형님 고맙습니다, 하게 될걸?”


엘로가 갖잖은 표정으로 코웃음 쳤다.


“무슨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질게요.”


“후회할 소리 하지 말고, 바둑판 세트 가격은 얼마로 해야 할 것 같아?”

“특허까지 내서 독점권을 보장 받았으니, 부르는 게 값이겠죠.”


“바둑판 바둑돌 세트 원가는?”


장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원가다. 원가를 알아야 적정가를 책정할 수 있으니까.


“나무랑 조약돌을 사용해서 원가는 많이 잡아봐야 1~2실버 이내일걸요?”


“그럼 9실버 9쿠퍼로 받아야겠다.”


이곳은 한국처럼 유통이 발전한 것도 아니었고, 물건을 떼고 파는데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됐다. 거기다 통행세를 꼬박꼬박내야하고 직원들 월급이며 그런 것을 따져봤을 때 못해도 5배는 받아야 할 것 같다.


“근데 왜 하필 9실버9쿠퍼예요? 깔끔하게 1골드가 낫지 않아요?”

“넌 상인이라는 놈이 장사를 모르네... 1골드하고 9실버9쿠퍼는 느낌이 확 다르지 않냐? 단위가 다르잖아? 골드는 뭔가 구입하기 부담스럽지만, 실버는 단위가 하나 낮으니까 조금 더 싼 느낌이 나는 거지.”


“그래도 1쿠퍼 차인데 사람들이 그걸 느끼겠어요?”


“에휴... 말하기 귀찮으니까. 나중에 한번 봐라. 어떻게 되는가.”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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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4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57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6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4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53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63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58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9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1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6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73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5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1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1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2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79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79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04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90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89 1 12쪽
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86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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