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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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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13 19:4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584
추천수 :
295
글자수 :
529,225

작성
24.02.29 19:45
조회
113
추천
3
글자
12쪽

29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DUMMY

29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타란의 어느 한 주점.


“이야, 이거 좋은 제품을 싸게 얻은 것 같아 제가 다 미안할 지경입니다. 허허.”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칼메디와 엘로는 서로 덕담을 나눴다.


거래 내역은 유리로 된 찻잔 세트(잔, 받침, 찻 주전자) 30세트였다.

찻잔 세트는 한 세트당 3실버로 들고 온 물건들 중 가장 비싸고 수량이 적은 물건이었는데, 첫 개시로 바로 매진 되어버렸다.


“1골드나 깎아주셨으면서 너무 겸손하시군요. 대신 술은 제가 사겠습니다. 마음껏 드십시오!”


“엘로네 물건이 그렇게 좋아요?”


주헌이 보기에는 원래 세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물건들이었다.


“샤르페리아에서 쥐족이 만든 물건은 꽤 인기 있는 편이라네. 찻잔 세트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아름다운 문양을 넣을 수 있는 기술자는 거의 없다네.”


칼메디가 칭찬을 아끼지 않자, 엘로는 콧대가 높아져선 입꼬리가 천장을 뚫을 듯했다.


“주문하신 맥주 나왔습니다.”


여직원 하나가 양손 가득 맥주가 담긴 잔 5개를 들고 나타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거품기가 넘칠 듯 말듯 끝까지 차오른 맥주.


올려지는 진동에 주헌의 잔은 거품이 조금 넘쳐 흘러내렸다. 주헌은 바로 입을 가져가며 흘러내리는 거품과 함께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부드러운 거품 맛과 술술 넘어가는 목 넘김, 혀에서 톡톡 튀는 탄산감이 주헌의 입맛을 자극했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그리고 딱 타이밍 맞춰 나온 꼬치구이.


주헌은 맥주로 입가심한 입 안에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꼬치를 한입 크게 삼켰다.


소스에 촉촉히 젖어 부드럽게 뜯어지는 닭고기의 달고 짠맛이 혀를 감쌌다. 단짠의 자극에 침샘에서는 침이 계속 나왔다.


거기다 맛있게 구워진 파에서 기름이 알싸하게 퍼져나가는데, 코를 찡긋하게 만드는 매운맛과 감칠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다시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


“크하아! 쥑이네!”

“역시 뭘 좀 아는구만! 내가 타란에 거래하러 올 때마다 무조건 이 주점에 온다네! 요리는 기본이고 맥주 맛이 다른 주점과 다르거든!”


칼메디도 커다란 잔을 들고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더니 쾅 하고 테이블에 올려놨다.


“주인장! 여기 맥주 한잔 더!”


칼메디는 주방에 있는 여주인장에게 맥주잔을 흔들며 소리쳤다.


다들 맛있게 꼬치구이와 맥주를 마시고 있는 상황.

그런데 엘로만은 맥주만 깨작깨작 마시고 있었다. 뭔가 우물쭈물 하는 것이 어디가 불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주헌은 그 모습을 보다 못해 엘로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너 어디 불편해?”


엘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턱을 슬쩍 테이블 쪽으로 들어 보였다.


“뭐? 말을 해라 말을.”

“저...저거...”


“저거 뭐!”


“손 안 닿으니까 꼬치구이 하나만 집어줘요!”


다섯 명이 앉아있는 테이블은 꽤 커다랬다. 맥주야 각자 자리 앞에 놓였다지만, 꼬치구이는 한꺼번에 시켜서 나왔기 때문에 개인 자리에 배치된 게 아닌 테이블 정중앙에 배치되어 있었다. 키 1m 남짓의 엘로가 집어가기에는 팔이 닿지 않았다.


주헌은 그 순간 재밌는 생각이 들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눈을 왜 그렇게 떠요?”


“우리 엘로 꼬치 먹고 시퍼쪄여?”


엘로는 또 시작이라는 듯 주헌을 째려봤다.


주헌은 그런 엘로의 표정을 보며 조금 더 놀려먹고 싶었지만, 엘로가 공황장애를 일으켰을 때 하루 종일 삐쳐있던 엘로가 생각나, 장난은 거기서 멈추기로 하고 엘로의 앞접시에 꼬치 두 개를 담아주었다.


엘로는 아직 기분이 나쁜지 주헌을 위아래로 슬쩍 훑다가 꼬치를 먹기 시작했다. 다행히 삐친 것까지는 아닌 모양이다.


꼬치를 입에 머금자마자 황홀함에 빠진 듯 매서운 눈빛은 사라졌고 씹을 때마다 ‘음~ 으음~’ 감탄사를 내뱉었다.


“맛있지?”


“맛있어요!”


칼메디는 주헌과 엘로가 티격태격하면서도 음식하나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자리는 이어졌다.


운전직으로서 술을 진탕 마시는 취미가 없었던 주헌은 중간에 칼메디의 직원 둘과 옆 테이블로 빠졌고, 거하게 취한 칼메디와 엘로는 어깨동무하며 우리 삼촌, 우리 조카 같은 이상한 주정을 떨고 있었다.


“이제 슬슬 데려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지에서 엘로의 주정을 봤던 주헌은 슬슬 자리를 파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뇨~ 그냥 놔두세요. 우리 상단주님은 자기 전까지는 절대 건들면 안 돼요. 안 그러면 같이 술 마시자고 놓아주질 않으시거든요.”


직원 중 완력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근육질의 남자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칼메디 씨도 술을 잘 마시나 보네요.”


“그렇죠. 그렇다고 먼저 들어가면 엄청 화내신다니까요. 직원이 상단주를 안 챙기면 어떡하냐면서 노발대발을 어찌나 하시던지...”


“어후... 그 얘기 다시는 하지마! 상상도 하기 싫으니까.”


마른 체격의 똑똑해 보이는 남자가 질색을 하며 말했다.


“에... 그럼 제가 엘로를 데려가면 해결 되는 거 아닌가요?”


“가자마자 그쪽 팔 잡고 안 놔줄걸요? 같이 마시자고 들러 붙을 텐데...”


주헌은 엉덩이를 떼며 일어났다가 바로 자리에 앉았다. 괜한 불똥에 맞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두 사람이 완전 취하면 데려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저랑 간단하게 오목이나 두실래요?”


가만히 기다리기는 지루하니 오목으로 시간이나 때워야겠다.


“오목이요?”


“오목 그게 뭐죠?”


“잠시만요. 잠깐 자리 좀.”


주헌은 주점 밖으로 나가 주차된 버스에서 바둑판과 바둑돌을 가지고 나왔다.


주점 테이블 위에 올려진 바둑판과 바둑돌통.


주헌은 간단히 오목 규칙을 설명하고는 직원 둘에게 물었다.


“어느 분 먼저 해보실까요.”


직원 둘은 아직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어물쩍거렸다.


“내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놀이예요, 놀이. 두면서 가르쳐 드릴게요.”


“그러면 제가...”


마른 체격의 직원이 손을 들었다.


주헌은 그에게 흑돌이 든 상자를 건네고 백돌이 든 상자를 본인 앞에 가져다두고는 그에게 먼저 두라며 손짓했다.


그렇게 한 수 한 수 두어가면서 33 규칙이라던가 44 규칙을 설명해 나갔다.


시끄러운 주점에서 바둑판 위에 두어지는 돌이 탁 탁 탁 일정한 소리가 내자, 몇몇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서빙을 하는 직원들도 옆자리에서 슬쩍 쳐다보는 손님들도 흘끗흘끗 오목을 보고 갔다.


탁-


“이렇게 5개가 되면 끝나는 겁니다. 저는 오목을 오랫동안 두었으니 이긴 거고, 이제 두 분이...”


바둑판에 집중하다가 돌을 치우고 고개를 드는데, 어느새 주변에는 구경꾼들로 가득찼다.


“어... 다들 무슨 용건이라도?”


“아니네, 하던 거 하시게.”


“그래, 그냥 보는 거야.”


구경꾼들은 자신들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주헌을 재촉했다.


‘잠깐 이거...’


주헌이 타란에 온 이유는 엘로를 도와 물건을 옮기고 판매하는 것도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마부길드에 소속되는 것과 바둑판과 바둑돌에 대한 특허를 등록으로 판매권 독점을 가지는 것에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홍보를 할 수 있다면 판매예약도 늘지 않을까?


“크흠... 그럼, 두 분이 오목을 둬보시죠. 저는 잠깐 바람 좀 쐬다 들어오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주헌은 주점 밖을 나서려다가 그들의 이목을 끌만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 그거 롬멜 상단에서 주문제작만 받고 있어서 수량이 몇 없는 귀중한 물건이니 관리에 주의해야 합니다!”



***



주헌은 30분 정도 버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주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원래 자리였던 곳에 모르는 이들이 다수 앉아있고, 오목도 칼메디의 직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두고 있었다.


칼메디의 직원은 뭘 하나 보니, 흑, 백 선수들의 감독처럼 옆에서 팔짱을 끼고 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아, 그게 저희 둘이 오목을 서너 판 두고 나니까, 구경하던 사람들이 자기도 해보고 싶다면서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주헌은 겉으로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속으로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느라 애썼다.


“이겼다!”


“잠깐 이건 내 실수네 다시 한번 하지!”


“이봐! 다음 차례는 우리잖아! 비켜.”


“아니지, 아니야! 이긴 사람은 그대로 계속 두는 거 아니었나?”


“무슨 헛소리를! 자네 둘이 한판 뒀으면 다음 사람 둘이 두는 게 이치지!”


이미 술 한잔씩 한 이들이라 그런지 상황이 점점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주헌과 약재상 직원들은 난감해하면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쿵!


둔탁하면서도 커다란 소리에 모든 이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곳엔 식탁에 그대로 엎어진 칼메디가 있었다.


“상단주님!”


칼메디의 직원 둘은 급히 달려가서 그를 일으켜 세우는데...


“커억! 컥~ 음냐... 커억 컥! 커 크흐음.”


그냥 술에 취한 자는 모양이다.


주헌은 옆에 있는 엘로를 바라봤다.


엘로는 두 눈을 감고 있기는 했지만, 몸을 계속 앞뒤로 흔들고 있는 것을 보니, 거의 맛이 간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들어가면 될 것 같네요.”


칼메디의 직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들은 칼메디의 양쪽에서 서로 어깨동무하며 부축하고는 주헌과 간단한 인사 후 주점을 나섰다.


“조심히 들어가시구요~”


이제 남은 건 엘로를 데리고 가는 것인데...

아직 커다란 문제가 남아있다.


“저기 혹시 친절한 여관이 있을까요. 그... 이 친구가 많이 취해서.”


굳이 친절한이라는 단어를 붙인 데에는 아무래도 타이칸의 수인 혐오 때문이었다. 그리지에서도 처음 여관에 묵을 때 촌장의 도움으로 겨우 묵었으니 말이다.


“수인은 보통 헛간이나 내줄 텐데?”


“예? 아니, 롬멜 상단의 상단주를 그런 곳에서 어떻게 재웁니까!”


주헌은 헛소리한 남자를 째려보며 바둑판과 바둑돌을 정리했다.


“어... 어! 잠깐만 나 아직 못 뒀는데.”


“이게 당신 겁니까? 내 거죠.”


바둑판 주위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그... 조금만 있다 가는 건 어떤가?”


“아니 지금 얘 상태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엘로는 주헌의 손을 잡고 일어나 있는 상태였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상체를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흔들고 있었다.


“아쉽게 됐구만... 재밌었는데 말이야.”


“그러게... 집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겠어.”


주변에 모여있던 이들이 하나둘 가져온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주점의 주인장은 돈줄이 빠져나가는 걸 원치 않았다. 확실히 오목 덕에 일찍 집에 가던 남자들이 오랫동안 남아 있기도 했고 그 덕에 맥주 판매량은 평소보다 높은 상황.


“잠깐! 거기 수인하고 청년! 우리집 2층 방이 비는데 그쪽에서 쉬는 게 어떤가?”


“엄마! 거기는 내방! 우읍”


“쓰읍. 하루 휴가.”


“이틀!”


“좋아”


주인장과 여직원은 갑자기 악수하며 결의에 찬 표정을 보였다.


‘여직원이 딸이었구만.’


“2층으로 바로 안내 도와드릴게요.”


주인장의 딸이 싱글벙글하며 계단을 나섰다.

주헌도 엘로의 손을 잡고 불안불안하게 계단을 오르는데.


“잠깐!”


주인장이 주헌을 불러세웠다.


‘또 뭐...’


“그 넙적한 나무판은 1층에 보관하는 게 어떻겠나?”


‘속셈이 저거였구만...’


“이거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시제품으로 지금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 귀한 걸 어떻게...”


단호하게 거부하려 했건만.


“숙박비 무료! 내일 조식, 중식 제공!”


“어떻게... 제가 여러분께 자랑을 안 하겠습니까! 1층에 둘 테니 다들 한 번씩 오목도 둬보시고 만져도 보고 구경도 하세요. 하하하.”


그녀가 제시한 조건은 너무도 파격적이었다.


뭐... 공짜로 하루 숙식 해결하고 홍보도 하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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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4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57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6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4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53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63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58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9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1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6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74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5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1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1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2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80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79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04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90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89 1 12쪽
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86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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