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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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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24 19:4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0,067
추천수 :
297
글자수 :
539,819

작성
24.02.27 21:07
조회
118
추천
3
글자
12쪽

27화 졸음운전

DUMMY

27화 졸음운전



“하암~”


장거리 운행은 역시 지루하다.


아무리 차 없는 아우토반이면 뭘 하나. 비포장도로라서 온몸이 쑤시고, 앉아서 수십 시간 아니, 이틀 넘게 반복되는 환경만 봐야 하는데.


“엘로~ 재밌는 얘기 뭐 없냐?”


잠이라도 깰 겸 엘로랑 수다나 떨어보려 했건만...


“커.... 커컥... 컹”


엘로는 코까지 골며 자고 있다.


‘첫날에는 그렇게 입방정을 떨어대더니... 꼭 필요할 때는 도움이 안 되네.’


랫트 마을을 출발한 지는 이틀이 지났다.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잠자는 시간과 휴식시간을 줄여서 장시간 운행을 이틀 동안하니 피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자니, 내비게이션의 도착예정시간이 사뭇 걸렸다.


도착예정시간은 앞으로 2시간.


한국인의 특성이라고 해야 할까?

빨리 도착해서 쉬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빨리 도착하면 그만큼 휴식시간이 많아지는 것이고 운행은 끝인 거라면 중간에 쉬면서 가는 것은 도착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괜히 더 오래 운전하는 느낌이 들었다.


“금방 도착하겠네. 어우!”


기지개를 켜가며, 창문으로 찬바람도 좀 맞으면서 졸음을 쫓으며 그렇게 운전했다.



***

“음... 음냐.”


덜컥-


퍽-


“아야!”


갑작스러운 덜컥임에 창문에 머리를 박은 엘로는 꿀맛 같은 단잠에서 깨버리고 말았다.


통증이 있는 부위를 손으로 비비적거리면서 상황파악을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무언가 좀 이상했다.


평소에는 일자로 쭈욱 가던 차량이 술 취한 사람처럼 좌우로 왔다갔다 불안정하게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가만히 있는 나무에 거의 부딪히기 직전 방향을 바꾸는 모습까지...


엘로는 바로 눈앞에서 거대한 나무가 아슬하게 지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주헌에게 궁시렁거렸다.


“어어, 운전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


그런데 주헌이 아무런 대답도 없다.


“형님?”


“...”


엘로는 뒤늦게 이상함을 느끼고 버스 위쪽에 달려있던 백미러를 쳐다봤다. 주헌의 두눈은 굳게 닫혀있었다.


“아니, 무슨... 미쳤네! 누가 운전을 자면서... 아니지... 버스라는 게 혼자서 움직이는 걸 수도 있잖아?”


이세계에는 마차 외에는 이동수단이 없었고, 버스는 말 없이 움직이며 마차보다 빠른 것은 물론 야간에는 불빛까지 비추는 혁신적인 운송수단이었다. 그러니 엘로는 자신이 모르는 또다른 기능이 더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냥 잠이나 더 잘까.”


엘로는 다시금 창문 쪽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투두두두두둑 투두둑!


“으악!”


눈을 감자마자 떨려오는 진동에 눈을 부릅 뜬 엘로는 창문을 부닥치는 나뭇가지들과 함께 부러지는 나뭇가지는 목도했다.


바로 전방을 바라보니 길은 충분히 넓은 상황.

굳이 버스를 손상시키면서까지 버스를 옆쪽으로 붙여 운행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엘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운전석 옆으로 향했다.


“형님? 일어나봐요.”


팔을 뻗어 주헌을 흔들고 싶지만 작은 몸집 덕에 팔이 닿지 않았다. 보호격벽을 열면 되지만 버스를 타보기만 했던 엘로가 문 여는 방법을 알 리는 없었다.


그래도 아직까진 앞에 큰 장애물이 없었기 때문에 엘로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 여유가 계속될 수는 없는 법.


도달하려면 멀었지만, 저 멀리 보이는 움직이는 물체가 신경쓰였던 엘로는 조금 더 다급하게 주헌을 깨웠다.


“일어나봐요 좀! 일어나라니까!”


엘로는 운전석 바로 옆에서 주헌에게 소리치며 점점 가까워져가는 전방을 물체와 주헌을 번갈아봤다.


“어어, 어!”


“으음... 으...”


절박한 엘로의 목소리를 들은 주헌이 정신을 차린 듯 살짝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그가 마주한 건, 마차의 짐칸에서 버스를 마주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주헌은 어리벙벙하게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하니 바라봤다.

“이런 씹!”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바로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음과 동시에 핸들을 왼쪽으로 튼다.


끼이익-


버스는 아슬아슬하게 마차 옆으로 피하며 좌우로 잠깐 휘청거리다가 정지했다.


이히힝!


거대한 버스가 옆을 스쳐 지나가며 멈춰서자, 놀란 말이 앞다리를 높게 처들더니 숲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은 길이 나무 사이 간의 간격이 좁아 마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빠직 콱-


마차는 결국 나무 사이에 끼며 부서졌고, 짐칸에 실린 짐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헌은 곧바로 출입문을 열어 내리는데.


난장도 이런 난장이 없다.


말은 계속 소리 지르며 흥분한 상태고 마부는 말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짐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허리와 목을 짚으며 마차에서 내렸고 여기저기에 흩어져 앉아 곡소리를 내기 바빴다.


“아이고!”


원래 세계에서 무사고를 유지했던 주헌의 기록은 이제 깨져버렸다. 접촉 사고는 아니었지만, 비접촉 사고도 엄연한 교통사고니까.


주헌은 짐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다들 크게 다치건 아니고 가벼운 타박상과 찰과상만 있는 것 같았다.


“아이고 이를 어쩐다... 마차가 이래서야.”


말을 진정시킨 후 마차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마부가 처참한 마차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바퀴 하나는 아예 빠져버리며 박살이 났고, 나무에 직통으로 박혀버린 짐칸 좌우 모서리 부분은 완전히 부서져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 여파로 천막 고정대도 망가지면서 짐칸 바닥에 천막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상황.


주헌은 살면서 처음으로 일으킨 사고에 죄책감에 빠졌다.

피곤할 때 쉬지 않은 것에 대해 뒤늦은 후회만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하아...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이틀 안에 타란으로 도착해야하는데 당신 때문에 계약에 차질이 생기게 생겼습니다.”


마부는 복잡한 상황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난감해했다.


“제가 대신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짐도 다 옮겨드리기로 하구요.”


“나야 말을 타고 이동하면 되지만 마차에 타고 있던 손님들 셋과 짐들까지 당신 마차에 다 실을 수 있다는 겁니까?”


마부는 빠르게 지나가던 버스를 제대로 보지 못했고, 지금은 버스 뒤꽁무니만 눈에 보여 크기를 크게 가늠하지 못했다.


“다 실을 수 있습니다. 일단 다친 분들은 조금 쉬셔야 할 것 같으니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주헌은 마부에게 그리지 주민증을 보여준 뒤 길에 앉아있던 사람들을 버스로 부축했다.


버스는 과다한 물품들로 인해 엘로가 있는 자리까지 거의 자리가 꽉찬 상태였다. 좌석까지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엘로 물건들 좀 바닥으로 옮기고 자리 좀 만들어주라!”


엘로는 바로 일어나서는 물건들을 차곡차곡 테트리스하듯 뒤쪽 빈 공간으로 옮기며 기어코 자리를 만들어냈다.


“아니, 세상에나.”


처음 부축받고 버스에 올라탄 사람은 주헌의 안내를 받아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게 됐는데, 버스 뒤쪽에 가득 차 있는 물건들 하며 좌우로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있는 것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차 같은 경우는 비좁게 다닥다닥 붙어서 타야하는 단점이 있었는데, 버스는 혼자만의 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주헌이 마차에서 물건들을 가지고 오며 물건들을 바닥에 놔뒀는데도 버스는 자리가 여유로웠다는 거다.


마차 손님 셋이 모두 탑승하는 것과 물건들이 전부 실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마부가 버스에 올라탔다.


“...”


마부는 뒤꽁무니에서만 봤던 것과 달리 실제로 버스의 길다란 몸체와 넓적한 공간, 뒤에 가득 실려있는 엘로의 상품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살면서 이렇게 큰 마차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황제의 마차보다 2배는 크겠어...”


마부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일단 타란쪽에서 만나는 걸로 하시죠. 그리고 마부길드에서 보상관련 얘기를 나누시는 걸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아! 그렇게 하죠. 손님들은 꼭 이틀 안에 타란으로 가야하니 최대한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안에 도착합니다.”


“예?”


“뭐?”


“오늘?”


버스 안은 동시다발적인 의문문으로 가득 찼다.



***



버스로 옮겨탄 마차 승객들은 처음에 주헌의 말이 미안함과 어떻게든 책임지겠다는 책임감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주헌의 말에 일체의 거짓이 없음을 단 1시간 만에 느낄 수 있었다.


“여기 신분증하고 통행료요.”


“오~ 움직이는 쇳덩이 오랜만이군. 그 이름이 뭐였더라?”


“버스입니다. 버스!”


“아, 그래! 버스!”


주헌은 타란의 경비병과 출입 절차를 밟고 있었다.


“길드 거리에 내려드리면 되겠죠?”


“어... 그러면 좋지. 그렇지?”


갈색 콧수염의 남자가 같이 타고 온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마을 입구에서 걸으면 꽤 먼 길드 거리 앞에 도착했다.


“모험가 길드 앞 도착입니다~”


마차 승객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버스의 신박함에 감탄하며 물건들을 하나하나 들기 시작했다.


“어어! 놔두세요. 사고나서 몸도 성치 않으실 텐데 저하고 여기 있는 이 친구가 옮기겠습니다.”


“예? 제가요?”.


“쓰읍!”


가만히 있던 엘로는 주헌의 손바닥에 등짝을 맞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다 두면 될까요? 아니면 안까지 가져다드릴게요.”


주헌이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주면 좋지.”


모험가 길드 안까지 물건들을 다 옮기자, 갈색 콧수염의 남자는 주헌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카운터 같은 곳에 들려 여직원과 무언가를 얘기했다.

여직원은 물건이 있는 쪽으로 다가와 상자를 하나하나 열어 물건 상태를 확인하더니 웃으며 가죽 주머니 두 개를 남자에게 건넸다.


주머니를 받은 남자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헌에게 다가왔다.


“이거 받게.”


갈색 콧수염의 남자가 5실버를 건넸다.


“예?”


“우리가 납품할 물건이 긴급조달 건이라 빠르게 납품할수록 추가금을 받을 수 있어. 이틀이나 빨리 납품해서 1골드를 추가로 받았네. 이건 자네 덕도 있으니까. 자네 몫을 주는 거야.”


하지만 주헌은 이 돈을 받기 거북했다. 해서는 안되는 졸음운전으로 인해 마차가 사고를 당했고, 이들은 부상을 입었다. 거기다 물건들이 충격에 별 영향이 없는 약초들이라서 문제가 없었던 거지 파손 확률이 높은 것이었다면 제대로 납품도 되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무슨 염치로 돈을 받는단 말인가.


“제가 잘못했는데 돈을 어떻게 받아요. 어우 괜찮습니다. 치료비에 보태 쓰세요.”


주헌은 한사코 거절하며 받지 않으려 했다.


“어허, 받으래도! 치료비는 미리 빼고 주는 거야.”


주려는 자와 받지 않으려는 자.

계속 이어지는 티격태격에 둘은 결국 3실버로 극적 합의를 보게 됐다.


“아, 그러고 보니 내 소개를 아직 안했군, 난 샤르페리아에서 약재상을 하고 있는 칼메디일세.옆의 둘은 내 약재상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네.”


칼메디가 손을 내밀었다.


주헌 역시 그의 손을 맞잡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버스기사를 하고 있는 성주헌이라고 합니다.”


“버스기사?”


“예, 여기 있는 이 버스를 운전하지요.”


“오호~”


칼메디는 눈을 음흉하게 뜨며 콧수염을 어루만졌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 연재 시간이 1시간 30분 가량 늦어졌습니다. 여분이 있어서 등록을 해놓은 줄 알았는데 누락되어 있었네요 ㅜ.ㅜ


앞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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