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지옥 심연, 지하 10층. 오염위상 황제의 성. (5)
밴시들이 그 황제 녀석과 싸우고 있다. 그 도시에서도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맞선다.
드래곤 메이드의 개입 덕분인지 좀 더 시간을 끄는 것이 가능하게 된 터라 어떻게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지원을 해준 데에 대해서 총합 요금이 만만찮겠지만, 드래곤 메이드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지금 당장 소비해야만 하는 노후화 무기들을 최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나마 조금 저렴하길 바라도록 하자. 더군다나 마이야 신임 회장이 이번 기회에 버릴 것들을 죄다 버리라고도 지시했지.
그렇다면, 드래곤 메이드의 개입에 혹여 산하 PMC 들도 개입했을까? 당연히 개입하지. 드래곤 메이드의 합동참모본부가 여러 산하 업체들에 지시를 내리는데 당연히 해야만 한다. 거부하면? 거부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기는 하나, 거부를 했다가는 차후 온갖 불이익에 시달려야만 하는 것이므로 하라고 할 때에 하도록 하자. 지상전은 그 산하 업체들이 전담하고, 본사 애들은 군수지원에 집중한다.
저들이 예상보다도 너무 강하게 몰려드는 덕에 결국 지상 작전수행도 병행하게 된다.
“어? 드디어 너희들까지도 다시 공격하는 거야?”
“아무래도 이런 저런을 따질 상황이 아닌 거 같다.”
“그래. 물론이다. O.”
“A. 제단이 파괴되고, 오염위상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부터 지금까지 몇 시간이 지났는지 궁금하다.”
“지금 현재 3시간이 막 경과했다.”
“근데도 아직 폐쇄가 되지 않은 걸 보면, 아직 시간은 있단 것이겠지. 허나 그렇다고 해서 적당히 할 수는 없다.”
“그래. 맞아. 빨리 황제를 없애버려야만 하지.”
역시 네 명의 밴시들도 주연은 O, 그리고 A. P와 I도 밴시는 맞는데, 정작 저 둘에 의해 비중이 많이 묻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 P가 이끈다는 노블레스 부대도 에벨스 제국 소속인데다가, 그 노블레스 부대가 군사행동을 잘 하지도 않고 있고. I. I의 경우는 뭐라고 할까? 그녀는 자기 부대는 따로 갖고 있지를 않고, 그냥 혼자 있다. 그 대신 요즘은 P와 함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저 부대와 함께.
아무튼, 저 카이저 드라켄을 빨리 해치우기 위해 네 명의 밴시들이 전력으로 공격한다. O는 뭐랄까? 상대를 향해 강하게 찌르는 스트라이크 계열 기술들까지 사용하며 압박한다. 얼마나 파괴력이 있으면 체내의 오장육부라고 부르는 그것들까지도 파괴시키는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인다. A의 경우에도 전차도 두 동강으로 베어버리는 높은 단단함의 강습마광검으로 막 휘두르지. 위상력 개방은 필수고.
밴시들이 위상력 개방만 발동하면, 엄청난 굉음과 함께 후폭풍, 버섯구름까지도 생긴다.
“신속하게 끝내도록 한다. 이곳에서 시간을 끌면, 녀석이 병력을 동원할지도 모른다.”
“물론이지. 설령 일부 애들만 온다고 해도 정말 문제가 되니까.”
“O랑 A가 저렇게까지 열심히 싸우니 금방 끝나겠는데?”
“우리는 그냥 뒤에서 대충 하면서 놀까?”
“I. 아무래도 옥상으로 따라와야만 할 거 같다.”
P와 I가 또 농땡이를 부리려고 할 때마다, 저 말 한 마디만 하면 그냥 다 해결이다.
빨리 끝내고 돌아가고자 한다면 절대 딴 생각을 하지 말고 해치우도록 하자. 가뜩이나 대규모 레이드를 해야 할 정도로 강한 녀석을 오직 넷이서 상대하고 해치워야만 하기에 더욱 힘들게 느낄 수밖에 없다. 지원군이라도 데려올 수가 있다면 그건 좋은 것이지만, 문제는 여긴 극악 심층이다. 오염 정화캡슐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 지원군을 얼마 데려온다고 해도 결국은 괜한 병력 소모만 하는 꼴이다.
A가 카이저 드라켄의 피부를 베어버리면, 그 틈으로 O가 더욱 강하게 집중공격을 가해 치명적인 내상을 입히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녀석의 상처 회복력이 매우 빠른 탓인지는 알 방법이 없으나 그거만이 방법이라면 해야지. 그렇게 대응하는 덕분에 녀석에게 최대한 피해를 크게 입힐 수가 있게 된 것. 반사 데미지? 어차피 그런 거 밴시들에게는 의미도 없다. 밴시들에게 부활 캡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행동불능’ 이라는 상태이상에 빠질 수가 없는데, 부활 캡슐이란 것이 의미가 없지.
“O. 이대로 계속 베거나 찌르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아예 녀석을 없애버리자.”
“어떻게 할 생각이지. A.”
“녀석의 가장 급소가 있는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공격으로 파괴시키면 끝난다고 본다.”
“그렇군. 그렇게 하는 수밖에. P, 그리고 I. 너희들도 동참해라.”
“뭐? 이젠 안까지 들어가자고?”
“이렇게 거대한 녀석을 이런 식으로 몸만 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아...... 네네, 알겠습니다!”
내상을 심하게 입은 그 상처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
그리고 이제 그 안으로 들어왔으니, 차원의 틈을 열어서 이 녀석의 가장 핵심이자 급소를 이리저리 수색하도록 하자. 이렇게 안으로 들어왔으니 녀석도 함부로 하긴 힘들겠지? 재빨리 수색하고, 찾아내서, 파괴하고, 철수한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에 서둘러야만 하는 것. 여기까지 했으니 이제 밴시들이 알아서 다 할 것이다. 그 이후에 밴시들이 어떻게 했냐고? 결론부터 언급하면, 결국은 성공시키고 만다.
카이저 드라켄이 되었어도 결국 약점은 역시 오염위상을 만드는 그 심장부겠지? 말이 좋아서 심장이라 부르지만, 솔직히 대형 발전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정말 크다는 것이 문제. A가 본인의 맹독 위상력을 사용해 아예 녹여버리는 것. 그 심장이 녹아내리는 과정에서 연쇄폭발이 일어나게 되고, 밴시들은 서둘러 빠져 나갔다고 한다. 결과는 그 드라켄은 폭사. 근데 그렇다고 해서 안심을 해선 안 된단다.
녀석을 쓰러트렸다고 해도, 이 극악 심층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쥬이스. 그러고 보니, 녀석들이 갑자기 다 소멸해버렸었지?”
[네. 이노센티아 님.]
“그 이후에 계산은 어떻게 되었어?”
[아아, 그거요? 리나 여왕님이 아주 고생하셨죠.]
“보나마나 국가 예산을 상당히 지출했다는 거겠네? 설마 부도나는 거 아냐?”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드래곤 메이드에서도 지금 당장 소비시켜야만 하는 무기들을 최우선으로 사용한 덕에 그나마 많이 깎아주긴 했습니다.]
“그리고, 무기를 만드는 여러 생산설비들도 대량 구매를 했다면서?”
[네. 즉, 도입하고자 하는 물량의 전체를 ‘국내조립 면허생산’ 식으로 해서 그걸로 대신하겠다고 합니다.]
“리나 여왕님. 아주 그냥 피를 볼 각오로 돈을 쓰셨네...... 전량 면허생산 도입이라니.”
쥬이스의 후일담에 의하면, 아예 ‘지적재산권’ 까지도 사들이고자 했다고 한다.
이 왕국은 심연 7층에 있는 터라 외부와의 교역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드래곤 메이드의 회장 측에서도 외부로 판매하지 않겠다는 그런 내용의 서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생산설비를 대거 이전해주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는 곧 기술이전이기도 하지. 기존에 쓰던 생산설비는 모두 드래곤 메이드가 가져가버리는데, 혹시라도 이 녀석들이 무슨 의도인지는 각자 알아서 생각하는 것이 빠르다.
갑자기 이노센티아가 쥬이스에 ‘벌처스’ 라는 회사에 대해 묻는다.
“쥬이스. 하나 물어봐도 되니?”
[네. 말씀 하십시오.]
“벌처스...... 말인데?”
[네. 다국적 군수기업, 벌처스 말이십니까?]
“응.”
[벌처스가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드래곤 메이드와 관련 말인데...... 벌처스도 ‘민간군사기업’ 으로 분류해야 하는 거냐?”
[벌처스가 다국적 군수기업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PMC’ 라고 분류하기에는 조금 애매모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벌처스가 다국적 군수기업인 것은 맞다. 근데 그렇다고 PMC로 분류할 수가 있을까?
벌처스가 정식 민간 군사용역업체로 등록이 되어 있는 것도 불명확하고, 벌처스가 직접 군사력 제공과도 같은 방식을 통해 전장에 나가 싸우는 업체도 아니고,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VIP 등을 근접 경호하는 것도 아니고. 벌처스가 위상무기를 개발하고 보급한다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수도 있지만, 민간군사기업이 무기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판매도 하는 경우는 조금 보기 힘들 테니.
다만, ‘벌처스 정보부’ 라고 하면 얘기가 1% 정도는 다를까? ‘PMC’ 대신, ‘PIC’ 말이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