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프린세스 에이전트

오염지옥 심연, 지하 7층. 모두에게 버림받은 이들의 낙원.

오염지옥 심연, 지하 7층. 그 이름은 바로 ‘돌아올 수 없는 도시’ 라고 불리고 있다.

층을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오염위상 강도가 정말 심해진다. 과거와 달리 오염위상 정화탑 이라는 그 건축물이 심연 전체의 곳곳에 있는 덕에 그나마 좀 어느 정도의 선에서라도 제어가 되고 있어서 이런 수준인 것. 내려오는 과정에서, 혹은 다시 올라가는 과정에서 그 오염위상 차원 압력에 의해 차원종으로 변해버리거나, 죽을 수도 있다. 지금은 그냥 캡슐만 갖고도 버티는데, 그 주민들의 희생으로 인함이다.

승강기를 타고서 아마 500m 정도의 깊이로 내려오고서야 도착한 그 도시다.

게임으로 비유하면, 오염지옥 심연 내에서 유일하게 주민들이 사는 곳. 그러니까 ‘던전 내부에 있는 거점 지역’ 이다. 던전 내부의 거점 지역이라서 그런지 ‘지역이동 NPC’ 라는 존재가 없다는 것이 문제. 결국 어떻게?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해서 나가는 수밖에는 없다. 그래서 이곳이 ‘프리에이 전용 난이도’ 라고 불리는 것이다. 도시 전체가 군사시설, 요새화되어 있다. 마치 ‘오염지옥판 일산신도시’ 같은 느낌이다.

“정말로 많이 바뀐 것만 같은데요?”

“그러네? 도시가 어째 더 크고 넓어진 것만 같아요!”

“그간에 더욱 크게 발전한 모양이야.”

“.......”

“아아, 제일 큰언니는 여기 처음 오시죠?”

“그래. 그렇다고 봐야 한다면, 그렇게 보는 게 적절하겠구나.”

“언니. 봐보시니 어떠세요?”

“앞선 층들과 달리, 이곳은 사실상 유일하게 오염위상 차원압이 탐지되지가 않는 것만도 같다. 도시 전체가 정화탑으로 가득한 덕분인가.”

“네! 그런가 봐요!”

도시를 돌아다니며 둘러보는 이들의 앞에 리나 여왕이 다가오고서는 말을 건다.

정말 오랜만에 본다는 말과 함께 너희들이 없는 동안에 이 도시를 더욱 발전시켰다는 말도 덧붙인다. 여전히 ‘지역이동 NPC’ 라는 것은 없지만, 이곳에서 심연 밖으로 바로 이동할 수가 있게 해주는 장치는 새로 개발되었기에 이게 지역이동 NPC를 대체하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하자. 언제라도 프리에이가 쉽게 오갈 수가 있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 리나 여왕의 설명. 만드느라 고생 많았다.

오염지옥 심연, 지하 7층. 구 돌아올 수 없는 도시. 현 심연 왕국.

심열을 기울여서 만든 그 장치는 1층과 7층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거라고 한다. 지상의 덮개가 열리면, 이내 그 장치가 발사되어서 1층으로 바로 올라가는 형태다. 마치 ‘리버스 휠’ 짝퉁 느낌이 드는 대목인데, 이게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한 터라 1층에서 7층으로, 다시 반대로 7층에서 1층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 이것들이 리버스 휠 짝퉁 느낌이 드는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하다.

“리나 여왕님.”

“원장 님? 여긴 무슨 일이시죠?”

“제단 분위기가 좀 수상하다고 합니다.”

“......제단?”

“네.”

“혹시 오염위상 차원 압력이 제단 밖으로 지금 새어나오고 있는 겁니까?”

“네.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

지하 8층으로 내려가는 입구. 그것이 바로 ‘지옥으로 향하는 제단’ 이라 불린다.

지금 그곳의 분위기가 매우 심상찮다는 것. 지하 8층의 오염위상 차원 압력이 새어나오고 있다고. 지금 현재로서는 7층의 모든 정화탑들에 의해 자체 정화가 되어 지고는 있으나, 이건 어떻게 보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지금까지 그랬던 적이 없었거든. 그 때문에 지금 왕국 국방부는 아주 그냥 난리가 났고, 왕국의 군사 정보기관도 매우 난리가 난 상태. 제단이 심히 노후화가 되어 심히 내구도가 약해진 건 맞지만.

전례가 없던 일이 현실이 되어 일어나고 있다. 곧바로 왕국에서는 리나 여왕의 주도로 뭐랄까? 그야말로 ‘국가동원령’ 발령 준비태세에 돌입한다. 그리고 동시에 왕국군 전체에게도 이른바 ‘데프콘 2단계’ 라는 희대의 명령이 발동된다. 2단계가 발령된 건, 지난번에 적룡군단의 침공 이후로 처음이란다. 지하 8층부터 마지막 10층까지의 녀석들이 튀어나오려는 것은 아닐까? ‘미지의 적’ 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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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지옥 심연, 지하 8층. 안타깝게도 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철저하게 금지다.

이 안으로 들어갔던 주민들이 그 즉시에 몰살당해버렸기 때문인데, 일반적인 형태의 오염정화 캡슐로는 절대 버텨낼 수가 없다는 의미지. 오염위상 정화탑을 설치할 수가 없는 곳이 바로 지하 8층부터 마지막 10층까지다. 보통 주민들은 그냥 녹아내려서 죽어버릴 수준이라고 하니, 어쩌면 8층부터는 사실상의 ‘멜트다운’ 지대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 어떤 꿈도 희망도 가질 수가 없는 진정한 오염지옥 말이다.

[각자 소속과 이름을 대도록 해라. 맨 왼쪽 끝에 있는... 너 부터다.]

“오염 스케빈저 봄바디어 부대장 이라고 합니다.”

“오염 트룹 봄바디어 부대장, 이라고 합니다.”

“오염위상기사단장이자 오염위상 장군...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염 칼날날개 부대장, 입니다.”

“저희들은 모두!?”

“이 자리에서, 황제를 알현합니다!”

[......그래. 이제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와서, 모든 차원을 오염시켜버릴 바로 그 때다.]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우오오오오!! 드디어 전쟁이다!”

“전쟁 만세! 전쟁 만세! 드디어 이런 생활에서 해방될 수가 있다~!!”

“전쟁을 통해 쾌락을 마음껏 즐기자!!”

[1시간 후에 진격하도록 한다. 준비가 다 끝나는 대로 ‘유황불이 타는 멜트 시티’ 거기로 진군해서 대기하도록.]

유황불이 타는 멜트 시티. 저 오염위상의 보스로 보이는 자가 언급한 이름이다.

아무래도 저 멜트 시티는 ‘지하 8층’ 얘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황제가 공격을 개시한다고 선언한 그 순간부터 지하 8층의 오염위상 차원 압력이 7층으로 새어나가기 시작한 것. 지하 8층으로 그 미지의 세력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당연히 알 리가 없지. 하지만 계속해서 새어나오는 것을 보면 적어도 아주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왕국군은 결국 전시 상태로 돌입하기로 결정한다.

유황불이 타는 멜트 시티. 어떻게 보면 뭐랄까? 유황불이 24시간 계속해서 타오르는 심히 무시무시한 곳이다. 게다가 도시이기는 해도, 건물들이 죄다 액체와도 같이 녹아내린 흔적들로 가득하지. 정말로 이곳에 주민이 살았었는지 거기부터 의심이 들 정도. 황제는 이제 이 심연에서 나올 수가 있다며 아주 좋아한다. 오직 이 날을 위해서 얼마나 길고도 긴 시간을 준비했던가? 감회가 새롭겠지.

멜트 시티에 집결한 이들만 계산해도, 대충 600,000여 규모나 되는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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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도 이곳 주민들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언니?”

“물론이지. 이런 수준의 오염위상이면, 이곳 주민들의 힘으로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

“메이디. 혹시 뭔가 탐지가 되는 건 없나.”

“그게요, 큰언니. 너무나도 차원압력이 강해요. 마치, 뭔가가 모이고 있는 것만 같아요.”

“아무래도 미지의 적들이 세를 키운 모양이군.”

“......!?”

왕국군들이 제단과 왕국 도시를 잇는 도로 곳곳에 방어선을 치고 긴급 배치된다.

경계초소들에 있던 병사들은 모두 도로 방어선으로 후퇴시킨 상황. 당연히 초소 내의 모든 중화기들도 전부 빼내고서 방어선의 검문소들에 죄다 옮겨 배치한 상태. 모두들 그 제단을 향해 주시하고 있는 그 가운데, 오염위상이 점점 더 강하게 새어나온다. 가뜩이나 낡은 제단은 점점 더 금이 가기 시작하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다. 그렇게 1시간 후, 그 제단은 무너져버리고, 오염위상이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