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5 19:24
연재수 :
595 회
조회수 :
122,227
추천수 :
296
글자수 :
3,683,659

작성
24.06.07 19:21
조회
11
추천
0
글자
13쪽

565. 화살 돌리기

DUMMY





“ ...할게. “


앨리스가 케트라시움이 달린 스태프를 얼어붙은 시체를 넣어둔 캡슐에 가져다 댄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연출이며 사실 아무런 상관 없이 꽃잎 한 장으로 부활시킬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지켜보는 셀라나인이 있었기에 일부러 이렇게 살리고 있었다.


긴 막대와도 같은 스태프에 빛이 들어오고

빛이 사라지자 캡슐이 열린다.

그리고

얼어붙어 있던 사람이 녹아있는 채로.

그러나 여전히 기절한 채로 누워있다.


이 사람을 데려온 남자는 가까이 다가가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하자 오열하기 시작했다.


“ 아.. 아아... 넬리...! “


이렇게 그 어떤 의심하는 사람도 앨리스의 부활을 보고 나면 모두 무릎을 꿇는다.


“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

“ ...응. “


신은 아닌데.


“ ...가봐. “

“ 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 “

“ 좀 가.. “


그렇게.. 매일 3명씩 부활시키기를 몇 달.

이제는 제법 사람들이 많이 늘었으며

셀라나인들은 크게 세 가지 역할 중 하나를 부여받게 되었다.


우선. 점점 인원이 불어나는 것에 맞춰 식량과 함께 인간이 생존 가능한 영역을 확장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자들과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점점 죽어가는 행성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연구하는 자들.


그리고..

엘, 렌, 켄. 이 세 명의 네이를 모시는 자들.


이렇게 캡슐에서 깨어나면 세 가지 분류의 임무 중 하나를 맡아 계단을 내려가게 된다.


모든 임무는 니아가 배정해주며 배정받은 사람은 자신과 맞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일한다.


“ 니아. 고생했어. “

“ 아닙니다 렌님.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


음.. 솔직히 피렌은 그냥 니아가 지정한 사람을 온갖 쓸데없는 이유를 붙여가며 선별하고

그 사람이 고르는 3명을 데려와 앨리스에게 건네주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그에 비해 니아는 꾸준히 각 그룹의 인원들은 관리하고

그중에서 어느 그룹에 누가 네이에게 반항심을 품고 있는지.

혹은 무한한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자들인지 확인하며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는 느낌으로 인원을 선별하고 있었다.


말만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니아는 엄청난 일들을 손쉽게 해내고 있는 것인 만큼 피렌은 진심으로 니아가 고생한다고 생각하지만..


니아는 단 한 번도 싫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 그럼 내려가 보겠습니다. 필요하실 땐 언제든 불러주세요. “

“ 그래. 너도 가서 좀 쉬어라. “


저렇게까지 우리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해버릴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피렌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인사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니아를 보고서는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신전으로 들어가려다 카린의 눈과 마주친다.

여전히 위엄있어 보이는 날개.

고고하게 꼬고 있는 다리.

팔걸이에 올려둔 여유로운 손.


마치 처음 카린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이 든달까.

딱 말 한마디에 그런 고귀한 이미지는 박살 나버렸지만 말이다.


“ 고생했어. “

“ 응 너두.. 는 무슨..! 나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 “


...이런 눈치 빠른 천사 같으니.


“ 아니야. 네가 거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무릎 꿇는 거 못 봤어? 충분히 할 일을 다 했어. 우리에게는 그런 위엄이 필요하거든. “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카린의 눈이 움직이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날개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갑자기 앞으로 날아온다.


“ 그건 나랑 똑같은 동상을 세워놔도 되는 거잖아..?!?! 내 역할은 동상이야?! “


...얘 왜 이렇게 오늘따라 예리하지.


“ 어~... 아무리 네 창조가 뛰어나다고 해도 너라는 사람은 훨씬 더 아름답고 위엄있어. 그러니 아무리 창조를 해도 그만큼의 위엄은 나오지 않았을 거야. “

“ ... “


...대충 둘러댔는데..

통했나..?

차라리 다른 일을 하겠다며 나서버렸다가 피렌이나 앨리스의 이름을 부른다든지 다양한 실수를 치지 않게끔 위엄있는 여신의 자리를 카린에게 준 건데..


“ 그.. 그래? “

“ 당연하지. 네 날개를 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신성함이야. 그러니 네 역할에 자부심을 가지고 더 높은 위치에서 셀라나인들이 오는 것을 맞이해 줘. “


날개가 움직이고

손과 다리를 가만히 두지 못한다.

참... 속이 훤히 보인단 말이지.






“ ...창조.. “

니아는 계단에 딱 붙어서 모든 말을 들어버렸다.

듣고 싶어서 들은 것은 아니고..


천문학 연구에 관한 자료들을 추가로 찾았다고 보고한다는 것을 깜빡해버린 바람에 다시 올라가다가 대화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대화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숨어있다 들은 것이다.


창조..

말만 들어서는 무슨 능력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예측할 수는 있지.

조금도 낡지 않은 거대한 신전.

아름다우면서도 신성하게 느껴지는 정교한 무늬.


켄님의 창조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인 것이다.

그리고...

엘님의 창조는 생명을 창조해내는 것이겠지.


여기까지 생각한 니아는 역시 네이분들을 절대 배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들만 있으면..

영생을 누릴 수도 있다.


“ ..그것이.. 제가 가진 사명이니까요.. “


니아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천문학 지식에 대한 보고를 일부러 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이 선택은 네이분들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과 더 오래 있고 싶으니까.


계단을 내려와 마지막 방주라고 불렀었던 건물을 앞에 두고 니아는 생각한다.

이제는..

이 거대한 기둥을 방주라고 부를 수 없다.

단지 우리가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니아는 알고 있다.

진짜 방주는 네이분들이 타고 온 우주선이라는 것을.

그 우연히 보았던 거대한 배는 우리의 기술력으로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 니아님 오셨습니까? “

“ 네. 그래서.. 정하셨나요? “


이제는 과학자도 꽤 많이 늘어나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인력과 수력을 활용한 이 지하 도시 온도를 끌어 올리는 것도 성공했다.(물론 엘님의 도움이 많이 들어갔지만.. 성공하기는 했으니까.)


이제부터는..

앞으로의 과학 기술 방향을 어디로 잡을까를 결정할 순간이었다.


니아가 묻자 가장 먼저 네이에게 선택받은 과학자라는 이유로 대표가 된 테른이 앞장서서 보고를 시작한다.


“ 예. 일단.. 크게 두 가지로 줄였습니다.

우선. 인류의 지상 진출입니다. “


지상 진출.

그 얼마나 설레는 말인가.


물론 태어나기를 지하에서 태어나 지하에서 살아온 이들만 존재하기에 이걸 들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은 과거.

자연에 굴복해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인간의 발버둥이다.


그래.

굳이 지상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그래도 지상으로 진출하려 한다.

몸에 흐르는 피가 그러기를 원한다.


“ 아직 지하에도 확장할 영역이 많이 남아있지만 결국 지하. 한계는 존재합니다.

태양 빛 자체도 지상에 존재하기에 그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상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


물론.. 태양이 점점 멀어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빛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 두 번째로는... 우주 진출입니다. “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지상을 넘어 단숨에 우주까지 나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욕심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 지금의 태양은 점점 죽어가고 있습니다. 태양이 죽었을 때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지금 우리에게 선택은 우주로 떠나는 것뿐입니다. “


행성을 잡아당기는 힘이 점점 약해지는 바람에 셀라나 행성이 있는 태양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결국, 셀라나 행성도 항성과 멀어지며 언젠가는 튕겨 나갈 테고

결국, 죽게 되는 것이다.


운 좋게 얻어낸 한 번의 기회.

이 생명이 영원히 이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

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인류는 끝을 이어나갈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주로 진출.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이것은 헛된 희망이 아니다.

단순한 상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이야기로 변한 것이다.


“ 우리도.. 우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들의 발끝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쭉..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이 이야기가 끝날 때쯤엔..

모두가 희망을 품고 있다.

아니.

그 안에서도 불안함은 보인다.


다 알고 있다.


이들 중에는 아직도 네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외계인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존재하며

언젠가는 네이를 잡아먹을 생각을 하는 자들도 존재하며


동시에


그들을 영원히 받들고 싶어 하는 자.

그들의 기술력을 받아들이고 싶은 자.

그들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자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니아가 일부러 유도한 것이며

이 또한 네이의 뜻이다.


의심하는 자들은 네이의 기적을. 생명의 창조를 보지 못한 자들이며

의심하지 않는 자들은 생명의 창조를 통해 죽었던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자들이다.


이제 이 두 집단은..

지금은 단순히 의견의 충돌일지라도

언젠가 맞부딪치게 되겠지.

어쩌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전쟁은 네이가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니아는..

이 두 집단에 자신의 욕심을 살짝 불어넣기로 한다.

니아의 욕심.

네이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

그럴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

떠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욕심.


“ ...혹시. 행성을 움직일 수는 없나요? “


그 순간 모든 과학자의 사고가 멈춘다.

행성을 움직인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법이다.


“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 우리는 지상으로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죠. 이건.. 우리 인류의 오랜 숙제입니다.

그런데..

지상과 지하. 이렇게까지 발전한 우리 셀라나 행성을 버리고 우주로 나간다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곧 죽어버릴 항성과 가까이에 있어 함께 죽어버리는 행성에서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

탈출이 정답이다.


“ 게다가 우리가 모두 탈 수 있을 만한 행성급 우주선은 불가능하겠죠. 당장 우주로 나가는 것도 미지수였던 저희가 그만한 우주선을 제작할 힘이 있나요? 없죠. “


그 말도 맞다.

행성급으로 큰 우주선을 만들려면

행성급으로 거대한 자원이 들어간다.

그만큼 거대한 자원으로 만든 우주선을 돌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답은 한가지.

우주선의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다.


“ 그러면 여기서 누굴 태울 건가요?

누굴 버릴 건가요?

기껏 네이분들의 은총으로 살아났는데 우리는 우리끼리 선택해서 죽일 건가요?

우린 인간이 맞나요? “


“ ...하.. 하지만.. 행성을 움직인다니.. “


“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잃지 않아도 됩니다.

모두와 함께할 수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찾아서 움직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더욱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는 가까운 항성을 찾아 움직이기만 하면 됩니다.

모두를 살리는 길.

간단하잖아요? “


간단하지 않다.

알고 있다.

막무가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밀어붙인다.

셀라나 행성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굳이 떠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도 있으며

그들을 위해서 우리는 살아갈 수도 있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네이의 은총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


“ ...그건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


“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과학자. 당신들 아닌가요? “


“ 아무리 그래도 그건.. “


“ 그럼 이대로 우리가 우주선을 개발해 우주로 나간다고 해버리면.. 네이께서 가만히 있어 주실까요? “


“ ... “


알 수 없다.

그대로 무엇을 하든 내버려 둘지.

아니면 자신들이 살렸는데 어딜 도망가냐며 화를 낼지.

그렇다고 직접 물어볼 용기는 없다.

그 한마디에 제드처럼 죽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화를 내며 그대로 떠나 아직 살려야 하는 많은 사람을 살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 괜찮습니다. 저는 전문 지식이 없어요. 제 말이 망상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를 항해한다는 망상이 네이를 통해 실현 가능한 망상이라고 알게 된 만큼.

행성을 움직여 모두와 함께 살아간다는 망상이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


물론 이해할 수 없겠지.

하지만.

이렇게 말해둠으로써 이들은


외계인인 네이를 믿지 못한다.

네이를 평생 모셔야 한다.


가 아닌.


우리의 생존을 위해 우주로 나가야 한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행성을 움직여야 한다.


로 대립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말

나 쟤 무서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적월미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7 567. 첫 살인 사건 24.06.11 9 0 14쪽
576 566. 희망을 품은 인간의 발전 속도 24.06.10 6 0 13쪽
» 565. 화살 돌리기 24.06.07 12 0 13쪽
574 564. 선택받은 자 24.06.06 7 0 13쪽
573 563. 새로운 세계의 신 24.06.05 7 0 12쪽
572 562. 희생으로 심은 씨앗 하나 24.06.04 7 0 13쪽
571 561. 외계인은 역시 24.06.03 9 0 13쪽
570 560. 드러나는 목적 24.05.31 6 0 14쪽
569 559. 의문 의심 배신 희망 24.05.30 7 0 13쪽
568 558. 생존자의 꿈 24.05.29 5 0 14쪽
567 557. 신을 화나게 해서는 안돼 24.05.28 10 0 13쪽
566 556. 기다리던 신은 없다 24.05.27 6 0 13쪽
565 555. 부디 우리의 앞길에 빛을 비춰 주소서 24.05.24 4 0 13쪽
564 554. 알파 은하의 인간 24.05.23 9 0 13쪽
563 553. 그래서 살려? 죽여? 24.05.22 8 0 15쪽
562 552. 테라포밍 24.05.21 8 0 14쪽
561 551. 알파 은하 24.05.20 10 0 13쪽
560 550. 최종 확인 24.05.17 9 0 13쪽
559 549. 매순간 전력을 다해 24.05.16 7 0 13쪽
558 548. 이대로는 안돼 24.05.15 6 0 13쪽
557 547. 죽어버린 도시 24.05.14 10 0 13쪽
556 546. 아무런 영향이 없는 세상 24.05.13 11 0 13쪽
555 545. 최악과 최선의 가정 24.05.10 14 0 14쪽
554 544. 차원을 넘어갈 방법 24.05.09 9 0 14쪽
553 543. 생각이 많아지는 밤 24.05.08 9 0 14쪽
552 542. 인원 선별 24.05.07 9 0 14쪽
551 541. 휴전 24.05.06 10 0 14쪽
550 540. 이제 우리 어떻게 해 24.05.03 8 0 14쪽
549 539.5 어색한 항해 24.05.02 12 0 13쪽
548 539. 윌의 거래 24.05.01 14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