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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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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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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6,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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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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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63. 새로운 세계의 신

DUMMY







새로운 행성에 우리가 사용할 땅을 만드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에도 계속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며

충분한 연습은 물론이고 그 연습을 받쳐주는 베리슈의 뛰어난 발명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사하는 건 조금 다르달까.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행성의 반대편으로 옮기는 건 생각보다 귀찮고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었다.


가능하면 게이트를 수호하는 인원들도 끌어다 써버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랬다가 큰일이 나면 안 되지.

언제나 예상외의 변수는 방심에 의해 치명적으로 벌어지니까 조심해야 한다.


“ 휴우.. 다 실었나? 이제 출발할까? “


안 그래도 부족한 인원에 피렌과 앨리스, 카린까지 다시 지하로 보내버렸으니 더 힘들 수밖에 없달까.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마나를 조금 사용해서 빠르게 옮길 걸 그랬나 싶은 생각마저 드는 그 순간.


모든 장비를 실은 네이렌의 함선이 조금 떠올랐다.

마치 애초에 네이렌이 없었던 것처럼 녹아버렸던 눈은 다시 조금씩 차오르며 마치 네이렌이 오지 않았던 것처럼 메워지고 있었다.


“ 으아~ 이거 다시 설치할 생각 하니까 너무 귀찮은데...? 베리슈는 왜 이걸 육면체로 만들었대? 40각형 같은 거 만들면 펼치기 편하잖아! “

“ ..그랬다간 보관도 불편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가 힘들 거 아냐. “


뭐. 춘향이 짜증 내는 것도 이해한다.

네이렌이 사용하는 기지는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부 옮긴다고 하면 당연히 화가 날 만하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곳에 계속 있다간 셀라나 행성의 사람들이 계속 와버릴지도 모르는데.


“ 그냥 함선에서 살까?? 답답하긴 해도 괜찮지 않아? 익숙하고 말이야! “


익숙하지.

그래.

너무 익숙하지.

오래된 우주 항해로 갑판 위에 거꾸로 매달려서 시체처럼 지낸다든지.

갑자기 별이 예쁘다며 따다 주겠다고 우주로 뛰쳐나간다든지.

그런 정신병만 걸리지 않는다면 함선 위에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

그마저도 사실은 케트라시움을 꾸준히 보충해 게이트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날아야 할 테니 손해이기는 하다.

아리나가 이런 춘향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는 사이

라티안이 다가와 고맙게도 말을 돌려준다.


“ 그나저나.. 잘 설명한 거 맞지? 난 왜 니아라는 애가 불안해 죽겠냐.. “


라티안이 여기 있는 것을 보면 키는 아마도 미야가 잡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춘향도 라티안의 움직임에 반응하듯이.

아니면 지금 했던 말들은 그저 할 일이 없어서 아무거나 한 말이었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주제를 바꿔버린다.


“ 에이~ 충분히 니아도 속여놨잖아? 울고불고 난리 치는 거 못 봤어? 킥킥킥.. “


우리의 방침을 이 셀라나 행성 사람들을 전부 살리고

대신 천천히 죽여가 언젠간 멸망시키는 방법으로 잡은 만큼

네이렌은 이 셀라나 행성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떠날 거라고 말하자

그 순간 자신의 세상이 무너진 니아는 그대로 쓰러져버리기까지 했다.

다시 깨어났을 땐 제발 떠나지 말라고 부탁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몸은 물론이고 목숨도 내어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얼마나 난감했는지..

아직도 춘향이 애완용 강아지로 삼으려고 목줄을 채우려고 했던 것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 그래도.. 피렌이랑 앨리스랑 카린을 남겨두겠다고 하니까 마지막에는 웃었잖아? 그거면 됐지 뭐. “


물론..

네이렌은 셀라나 행성을 떠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은하로 향하는 게이트가 셀라나 행성의 인공위성처럼 떠 있는 지금

굳이 네이렌이 셀라나 행성을 떠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반대편에 자리를 잡을 것이며

그동안에 피렌, 앨리스, 카린이 지하 세계에서 셀라나 행성 사람들과 함께 천문학에 대한 과거 기록을 살펴보며 훌륭한 인력 자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 도착하면 나는 다시 베리슈에게 갔다 올게. 그동안에 다른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


사실..

이런 걱정 따위 하나도 할 필요 없게끔 빨리 마나가 이 세계에 퍼지며 최초의 신이 와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 흐으으음.. “

“ 에.. 마음에 안 들어? “

“ ...너무 큰가 싶기도 하고. “


앨리스와 니아가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에 남은 피렌과 카린은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눈밭 위에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이 설계도 위에는 카린의 창조로 이곳을 하나의 신전으로 만들 것이며

이곳은 우리 세 명.

피렌과 앨리스. 그리고 카린이 살아갈 공간인 것과 동시에

지하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신성시되는 공간이 되어야만 한다.


“ 얼른 안 하면.. 앨리스가 먼저 연결해버릴 것 같은데?? “

“ 바로 올라오는 녀석들은 없겠지. 그건 괜찮아. 그보다.. 음.. 여기 그냥 없애버리자. “

“ 엣?! 여기 우리 방 위치 아니야?! 방도 없이 지내자고?! “

“ 솔직히 신전에 방은 필요 없잖아.. 우리가 잘 것도 아니고. “


적당히 크지만 그렇게 크지도 않으며

위엄있지만 그렇다고 위압감을 느끼지는 않을 정도로.

둥글지만 네모난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아름답지만 수수한 같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어떻게 저렇게 이렇게 설계를 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 가.. 간다? “

“ 그래. 얼른 창조하자. 아래쪽은 벌써 시작했겠다. “


아마 카린이 저렇게 떨고 있는 것은 오랜만에 마나를 사용해 큰 건축물을 만들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의 할 일.

그것도 카린이 부여받은 임무에 대해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


-딱!


오랜만에 들어보는 청량한 소리.

카린이 손을 튕기자 눈밭에서부터 거대한 돌들이 솟아 올라와 생각했던 대로..

...

...아니..

그 이상으로 예술적인 그림이 그려진 거대한 신전이 만들어진다.


“ ...너무 화려하게 했잖아. “

“ 어.. 그.. 그래? 그래도.. 예쁘면 좋잖아? “


..참..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 이 세상에 창조하는 능력이 뛰어난 건 좋지만..

뛰어나도 과하게 뛰어나달까..


“ 네 자리도 확실히 만들었지? “

“ 어? 어.. 응응. 근데.. 진짜 괜찮아? 내가 여신이어도? 앨리스가.. 아니아니. 엘이 하는 게 낫지 않아?? “


여신.

지금 당장 살아있는 셀라나인들은 조금은 의아해할지도 모르지만

아마 이 신전의 위엄 앞에서는 모두가 무릎을 꿇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외계인이며

사실은 힘을 숨기고 있었다.

그렇게 셀라나 행성을 구원하는 데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선포하며

사람들을 차례대로 살려놓을 것이다.


물론. 살리는 건 앨리스이고 보좌하는 건 피렌이지만

안타깝게도 카린의 지능으로는 사람들을 속이거나 하는 게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았으며


창조라는 마나의 특성상 셀라나인이 보기에 그것은 신이 내린 성물과도 같은 느낌이 들것이라 생각해(절대 뭔가 일을 맡기기엔 불안해서가 아니다. 절대. .. 응. 절대.) 여신의 자리에 카린을 앉혀둔 것이다.

물론..

카린의 날개가 위엄있는 모습이기도 하니까.


“ 으으.. 내가 쓴 소설이 현실이 될 줄이야.. “

“ 소설? 아. 글 쓰는 게 취미였지. “


춘향이 오시리스에서 그 소설 때문에 일을 안 해서 많이 열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새 그것도 추억이 되어버린 듯하다.

오시리스에 들렀던 적이 언제였더라..


“ 나중에 돌아가면 한번 읽어봐야겠네. 제목이 뭐야? “

“ 외계인이 힘을 숨김 이라는 작품인데.. 지금 내 상황과 똑같은 느낌이라.. 그때 주인공 빙의해서 연기하면 잘할 수 있을지도..? “


오..

그런 것도 가능한가.

라고 고개를 끄덕이면 절대 안 된다.

상대는 카린이다.

상상력은 풍부해도 겁쟁이에 생각이 짧고 항상 놀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다.

만만하게 보면 안 되지.


“ 한번 해볼래? 봐줄게. “

“ 어? 음.. 알았어! “


카린은 가볍게 날아가 자신의 자리에 내려앉는다.

한쪽 다리를 꼬고

한쪽 팔을 팔걸이에.

한쪽 팔을 자신의 턱에 올린 채로

날개를 활짝 편다.

머리 각도를 살짝 조절하더니 한쪽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고..

피렌을 피라미 보듯이 바라본다.


“ 흥. 미천한 게 여기까지 오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 났나? “

“ ...미천하진 않아. 죽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했다간 반감 사기 딱 좋겠다. 말투만 바꾸자. “

“ 힝.. 주인공은 이래야 하는데.. “


뭐.. 카린이 쓴 소설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제목이 외계인이 힘을 숨김 인 이상

그냥 외계인이 오시리스에 와서 힘을 숨기고 지내는데 어쩔 수 없이 힘을 사용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들키는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저렇게 거만하게 굴면서 힘을 숨기면 뭔 소용이람.

갑자기 흥미가 팍 식는달까.

오시리스로 가서 읽어보는 건 다음으로 미뤄도 될 듯싶다.


어쨌든 지금 삐져버린 카린을 달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버린 피렌은 그래도 장점인 부분들을 말해주기로 한다.


” 표정이랑 행동은 완벽해. 확실히 날개가 예쁘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완벽한 여신이 되겠어. “


자신이 상상한 소설 속 주인공의 성격을 전면으로 부정당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피렌이 날개가 예쁘다고 말해주는 덕분에 화가 난다기보다 기분이 더 좋은 느낌이랄까.

카린의 날개가 살짝 움츠러들었다가 더욱 화려하게 펴진다.


“ 어떻게 할까?! 알려줘! 나 열심히 해볼게! “


갑자기 왜 이렇게 의욕을 내는지 몰랐던 피렌은 살짝 당황스러웠다.

열심히 말고 잘 해주면 좋겠는데..




긴장된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두가 따라와 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또 가슴 속에 의심을 품고 반기를 들면 어떡하지?


제드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면..

이번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니아는 침과 함께 긴장을 집어삼키고 단상에 올라섰다.


“ ...다들.. 모였나요? “


52명의 셀라나인..

아니.

51명의 셀라나인이 모였다.

아직 꽤 어린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들을 그저 어리게만 볼 필요는 없다.

현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인간의 생존 본능에 의해 너무나도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들은 니아의 말을 들을 준비가 얼마든지 되어있었으며

이제는 19명이 되어버린 과학자들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불안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지금 니아가 말하는 것에 증폭될 수밖에 없겠지.


“ 지하로 들어와 살게 된 우리 셀라나인에게 끝까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 천문학을 연구하던 제드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


공기가 변한다.

동시에 니아의 입이 바짝 마른다.

하지만.

이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 제드씨는. 우리를 구원하러 와주신 신적인 존재에게 칼을 휘둘렀고. 신은 분노하여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


이 부분은.. 니아도 이렇게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훌륭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하지만.. 우리를 가엾게 여기신 엘, 렌, 켄 이 세분의 네이께서는 이곳에서 남아 우리를 굽어 살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


이것은 앞으로 앨리스, 피렌, 카린이 연기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게 이곳을 발전시키고

연구하고

이용하며

최종적으로 떠나기 전에는 이들을 싸우게 만들고.

결국.. 검은 망령에 의해 멸망하게 만들 것이다.


“ 엘님. “


조심스레 니아가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비키고.

이제는 앨리스의 차례다.


앨리스는 조심스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을 쥐자 이 바람 한 점 없을 지하 세계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새하얀 꽃잎들이 아름답게 춤을 춘다.


“ ...우와.. “

“ 이.. 이게.. 이게 무슨... “


니아의 말을 듣고 앨리스에게 무한한 충성을 약속하던 아이들도.

그런 외계인을 두려워하며 무서워하던 19명의 과학자도.

이 순간만큼은 앨리스를 신과 같은 존재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신은

존재했다.


앨리스는 그대로 하얀 꽃잎의 폭풍을 뭉치고 아무도 없는 방향으로 던지자

꽃잎들은 그대로 날아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렇게 꽃잎들로 새하얀 계단이 만들어지고

그 계단은 지상의 신전과 연결되었다.


“ ...잘 부탁해. “


앨리스의 한 마디에

이 자리에 모인 51명의 사람은 동시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어.. 진짜로 외계인이 힘을 숨김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진 않겠죠??

일단 난 몰라요 카린 탓이에요

아니 뭐라한건 피렌이니까 피렌 탓이에요

전 몰라요 진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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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564. 선택받은 자 24.06.06 6 0 13쪽
» 563. 새로운 세계의 신 24.06.05 6 0 12쪽
572 562. 희생으로 심은 씨앗 하나 24.06.04 7 0 13쪽
571 561. 외계인은 역시 24.06.03 9 0 13쪽
570 560. 드러나는 목적 24.05.31 6 0 14쪽
569 559. 의문 의심 배신 희망 24.05.30 7 0 13쪽
568 558. 생존자의 꿈 24.05.29 5 0 14쪽
567 557. 신을 화나게 해서는 안돼 24.05.28 10 0 13쪽
566 556. 기다리던 신은 없다 24.05.27 6 0 13쪽
565 555. 부디 우리의 앞길에 빛을 비춰 주소서 24.05.24 4 0 13쪽
564 554. 알파 은하의 인간 24.05.23 9 0 13쪽
563 553. 그래서 살려? 죽여? 24.05.22 8 0 15쪽
562 552. 테라포밍 24.05.21 8 0 14쪽
561 551. 알파 은하 24.05.20 10 0 13쪽
560 550. 최종 확인 24.05.17 9 0 13쪽
559 549. 매순간 전력을 다해 24.05.16 7 0 13쪽
558 548. 이대로는 안돼 24.05.15 6 0 13쪽
557 547. 죽어버린 도시 24.05.14 10 0 13쪽
556 546. 아무런 영향이 없는 세상 24.05.13 11 0 13쪽
555 545. 최악과 최선의 가정 24.05.10 14 0 14쪽
554 544. 차원을 넘어갈 방법 24.05.09 9 0 14쪽
553 543. 생각이 많아지는 밤 24.05.08 9 0 14쪽
552 542. 인원 선별 24.05.07 8 0 14쪽
551 541. 휴전 24.05.06 9 0 14쪽
550 540. 이제 우리 어떻게 해 24.05.03 8 0 14쪽
549 539.5 어색한 항해 24.05.02 12 0 13쪽
548 539. 윌의 거래 24.05.01 14 0 15쪽
547 538. 끝나지 않은 전쟁 24.04.30 11 0 13쪽
546 537. 차원이 다른 존재 24.04.29 11 0 17쪽
545 536. 돌아간 시선 24.04.28 1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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