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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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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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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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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64. 선택받은 자

DUMMY





“ 믿을 수 없어.. “

“ 사.. 사람이 올라가도.. 괜찮은 건가..? “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심해서는 안 된다.


눈앞에는 이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순백의 계단이 지상과 이어져 있다.


분명..

이곳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바람을 타고 새하얀 꽃잎들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계단이었는데..


지금 보고 있는 이 계단은 꽃잎이 아닌 순백의 돌이었으며

자체적으로도 빛이 나는지 은은한 밝은 빛을 내뿜고 있어 신성함까지 느껴졌다.


“ 사람 하나 사용하지 않고 이만한 계단을 만들다니.. “


외계인은 외계인이라는 걸까.

이런 것이 가능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얼어붙은 사람까지도 살려버리는 기적과도 같은 외계의 약은 사실 이게 끝이 아니었으며

지금까지 내버려 둔 것은 우리를 시험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 시험에 제드가 반기를 들어 네이는 돌아섰지만..

우리를 가엾게 여긴 엘, 렌, 켄 세분 만큼은 이곳에 남기로 했으며


시체가 많이 훼손되지만 않았다면 누구든지 살려준다는 기적과도 같은 말을 해주었다.


물론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단번에 부활하는 건 안 되고 소수의 인원씩 차근차근 살려준다고 했으며 그 기준은... 말하지 않았다.


이 계단을 오르면..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을 만나 살아날 사람들의 기준을 정해달라고 해야 하는 걸까.


새하얀 계단에 손을 가져다 대본 과학자 테른은 조심스레 계단 위에 올라서 보았다.


-오오..! 올라갔어..!


주위의 모든 과학자가 감탄한다.

그래.. 다들 의심한 것이다.

이것이 계단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 ...자네들... 네이님들을.. 믿는가? “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들을 의심한 제드는 죽었고

눈앞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다른 이들은 떠났다고 했으며

엘, 렌, 켄만 남아서 셀라나 행성의 사람들을 마저 살려준다고 한다.

니아는 더더욱 네이를 신처럼 모시게 되었으며

그 신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상대적으로 미개한 수준의 천문학 지식을 바랄 뿐이다.


어딘가..

뒤가 구린 냄새가 나고 있지 않은가.


“ 그들의 수준으로 보았을 때는 우리의 천문학 따위 받지 않는 수준이나 마찬가지야.. “

“ 그런데 네이께서는 오직 그 천문학만을 바랐지. “

“ 그런데 그런 학문을 연구하는 자들은... 제드 말고는 몇 명 없지 않았는가? 왜.. 왜 죽였지? “


이해할 수 없다.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무한한 충성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은...

그 뛰어난 외계 문명에 잠시 엎드리고 있어야 할 뿐이다.


동시에 탐난다.

알고 싶다.

왜 이만한 격차가 나는 걸까.

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 우리 셀라나 행성의 과학자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짐승으로 만들어 버리는 걸까.


그 지식은..


어떻게 하면 얻는 것일까.


“ 그것이 그렇게도 궁금한가? “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

이 나선형 계단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19명의 과학자는 황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아니.

딱 한 명.

계단 위에 올라가 있던 테른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위를 바라보며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본다.


“ ...렌님.. 니아님.. “


위쪽 계단에서부터 마치 처음부터 보고 있었던 것처럼.

그러나 결코 신경 쓰고 있지 않은 것처럼.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뛰어내려 모두의 앞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미 죽었을 만한 높이..

...이것도.. 외계인의 힘인가.


“ 미안하군. 우리의 기술은 너희에게 넘겨주지는 못해. 기술과 지식은 가장 강력한 무기니까. “


지식 자체가 무기다.

알지 못하면 당해야 한다.

무지하면 뒤떨어진다.

평생을 바쳐 얻어낸 지식도 누군가에게는 기초 지식일 뿐이다.


“ 너. 이름이 뭐지? “

“ ...테른. 입니다. “

“ 왜 계단에 올라가 있는 거지? “

“ ... “


테른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해본다.

이 계단에 올라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일까?

아니면 순수한 질문일까?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하지만..

...

테른은 사실대로 말한다.


“ 우리는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발견해내는 사람들입니다.

미지의 것에 궁금해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


사과하며 내려가는 것이 맞았을까 싶지만..

자신의 신념을 굽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재밌는 답변이라 생각했는지 렌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보인다.


“ 그것이 죽음을 앞당겨도? “

“ 저 너머의 것이 낙원일지 지옥일지는 문을 열어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


또 한 번 이어지는 침묵.

이번에는.. 긴장이다.

다음 질문은 뭘까.

어떻게 행동해올까.

호기심이나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 너. 마음에 드는군. 축하한다. 너는 선택받았다. 네가 생각하기에 가장 먼저 살려야 하는 인원 3명을 선택해 계단을 올라라. “


그 말만을 끝으로 니아와 렌은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 ...이게 무슨.. “

“ ..살릴 수 있는 선택권을.. 받은 겐가...?! “


한 번에 다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조금씩 계속 살려가며 마지막에는 모두를 살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살리는 것인지는 몰랐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고

그 사람이 살릴 사람을 선택한다.


“ ...신처럼 모셔라. 라는 거군.. “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면..

아예 살리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로써 알 수 있었다.

저들은 결코 호의로 사람을 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절대 의심하지 말고 무조건 믿으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오시리스의 시계로 30분 전.


피렌은 막중한 임무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 언제는 막중하지 않은 임무를 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아무튼.

갑작스럽게 셀라나 행성의 인원들이 불어나 자아를 가지고 목소리를 내면 안 되기에

아주 조금씩 살리기로 했었으나


그 조금씩 살리는 인원을 어떤 식으로 정할지.

누구를 먼저 살릴지에 대한 것은 말하지도 않았으며

그것을 결정하는 방법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겠는가.. 앨리스는 애초에 말이 없는걸..

정하는 방법도 그저 아무나 살리면 되겠지. 밖에 없었는걸...


피렌은 마치 시간의 조각을 사용해 은하 전체를 구하기 위해 최초의 신을 만나러 갈 사람들을 골랐던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때와 다른 점은...


“ 흐음.. 조각을 쓸 땐 걱정 없이 골랐는데 말이지.. “


그때는 그래도 살려두면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었다면

셀라나 행성의 인간은 전혀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다.


“ 조각.. 이요? “


...

혼자 고민하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으로 말하자

옆에 있던 니아가 의아해하며 묻는다.


뭐.

조각이라고 해도 그것이 최초의 신이 건네준 시간의 조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리 없으니 상관은 없겠지.


“ 그런 게 있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 ..네. “


참.. 뭐랄까.

좋긴 한데.

너무 따라주니까 오히려 부담되는 느낌이랄까.

아니 그렇다고 안 따라 주는 것도 문제가 되고..

이거 참..

따라줘도 문제, 따라주지 않아도 문제... 뭐 어쩌라는 건지..


“ 에휴.. “

“ ..제가 뭐 잘못했을까요..? “

“ 아냐. 내 문제다. 신경 쓰지 마. “


이제는 그냥..

니아도 아래로 돌려보낼까 싶은 생각이 들어 피렌은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부터 아까 몰래 지켜본 19명의 과학자가 우르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 ...계단을 오르려는 건가? “


그러고 보니 계단을 왜 만들었는지, 언제 올라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네.


다시 가서 함부로 올라오지는 말라고 말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들은 계단 앞에서 토론을 이어나갈 뿐 올라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피렌은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물론 지켜보기 위해서 이곳에 있던 것은 아니었으며

단지 니아와 함께 계단을 오르던 도중 그들이 모여드는 바람에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건가 싶어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 ...딱히 별짓은 안 하는군.. “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이 계획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마나로 만든 계단이나 신전 일부를 떼어내 어떻게든 구조를 분석하고

마나에 대한 존재를 이들이 깨닫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깨부숴서 조사할 생각은 없는 것인지 계속 쳐다보고 고민하기만 한다.


“ 그.. 저기.. 얼른 내보낼까요..? “


니아가 불안한 듯이 물어보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괜히 쫓아냈다간 의심만 더 받을 뿐이다.


“ 전부터 궁금했는데. 니아. 너는 저들에게 어떤 존재지? “

“ ...신에게 바쳐질 제물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저희에게 와주신 신님께 드릴 수 있는 건... 사람뿐이었으니까요.. “


음..

어쩌면 그래서 자꾸 몸을 맡기려는 거였을까.

어찌 보면 니아는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모두와 함께 죽어버렸으며

운 좋게 살아난 지금

신적인 존재인 우리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그렇군. “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니아.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될 수도.


피렌은 저들이 결국 계단을 오르려는 것을 보고 슬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흠흠..

목을 가다듬고..

최대한 위엄있게.

근엄하게.


“ 그것이 그렇게도 궁금한가? “


좋아.

첫 시작은 괜찮았고.


“ ...렌님.. 니아님.. “


아주 태연하게 계단을 내려오던 피렌은 조금은 연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은 채로 그대로 계단에서 떨어졌다.


물론.

바람으로 온몸을 감싸 높은 데서 떨어졌지만 아주 가볍게 착지했으며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당황한 니아는 열심히 계단을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 미안하군. 우리의 기술은 너희에게 넘겨주지는 못해. 기술과 지식은 가장 강력한 무기니까. “


어.. 뭐 대충

이렇게 말하면 정보를 줄 수 없다고 알아듣지 않을까?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 우리들의 기술이니까.. 뭐..

..

...

왜 아무 말도 안 하지?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


아니 근데 불만을 가지면 어쩌라고.

우린 가진 자고 너네는 가진 게 없는 자들인데.

굳이 우리가 자비를 베풀어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

...


왠지 물러서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피렌은 말을 돌리기로 한다.


어떤 식으로 말을 돌릴까 잠깐의 고민을 거친 후.

이 계단을 함부로 오르지 말라고 말해주기로 한다.


“ 너. 이름이 뭐지? “

“ ...테른. 입니다. “

“ 왜 계단에 올라가 있는 거지? “

“ ... “


잠깐의 침묵.

무슨 이유가 있나 싶지만..

솔직히 계단 한 칸 올라간 것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계단은 신전과 이어져 있으며 누군가를 살릴 때만 사용하라고 알려주려는 그때.

테른의 입이 다시 열린다.


“ 우리는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발견해내는 사람들입니다.

미지의 것에 궁금해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


미지의 것.

...

마나를.. 말하는 건가?

아니.. 이들에게는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없을 텐데?

...

만약 이들이 마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면...

계획과는 다르게 전부 죽여버리고 이 행성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는데..


“ 그것이 죽음을 앞당겨도? “

“ 저 너머의 것이 낙원일지 지옥일지는 문을 열어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


와..

누가 이 행성의 똑똑한 사람 아니랄까봐 할 말 없게 만드는 거 보소..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피렌은

적어도 이 자리에서 이들에게 밀린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우리를 의심하고 우리에 관해 연구하며 마나에 대해서 알아가려고 할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피렌은..

결국. 테른을 데리고 가서 따로 이야기하기로 정한다.


앨리스가 부활시키는 장면을 눈앞에서 본다면..

이 어마무시한 힘에 대해 함부로 손대지는 않을 것이다.

..

..잠깐.

어?

이거 잘만 이용하면.. 누구를 살릴지 고민할 필요가 없겠는데?


“ 너. 마음에 드는군. 축하한다. 너는 선택받았다. 네가 생각하기에 가장 먼저 살려야 하는 인원 3명을 선택해 계단을 올라라. “





작가의말

한 번 할 때 제대로 설명했어야 했는데

어쩌겠어.

앨리스인걸.

이해해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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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 551. 알파 은하 24.05.20 10 0 13쪽
560 550. 최종 확인 24.05.17 9 0 13쪽
559 549. 매순간 전력을 다해 24.05.16 7 0 13쪽
558 548. 이대로는 안돼 24.05.15 6 0 13쪽
557 547. 죽어버린 도시 24.05.14 10 0 13쪽
556 546. 아무런 영향이 없는 세상 24.05.13 11 0 13쪽
555 545. 최악과 최선의 가정 24.05.10 14 0 14쪽
554 544. 차원을 넘어갈 방법 24.05.09 9 0 14쪽
553 543. 생각이 많아지는 밤 24.05.08 9 0 14쪽
552 542. 인원 선별 24.05.07 8 0 14쪽
551 541. 휴전 24.05.06 9 0 14쪽
550 540. 이제 우리 어떻게 해 24.05.03 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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