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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신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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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경신인
작품등록일 :
2021.05.12 16:48
최근연재일 :
2021.07.06 15:0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4,135
추천수 :
328
글자수 :
207,292

작성
21.05.28 16:05
조회
318
추천
7
글자
9쪽

협상 - 2

DUMMY

“그러니까 이걸 털보 형님에게 주라는 말입니까?”

“그래! 별 힘든 일도 아니니까 할 수 있겠지?”

“정말 별거 없습니까? 찝찝한데······”

“별거 아니다. 털보 형님께 이번에 새로 들어오게 된 맥주 맛 좀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래. 형님 승낙이 떨어지면 우린 대박나니까 그러는 게야. 물론 네 수고비도 잊지 않으마! 잘 전달만 해라!”

나는 20대 초반의 얍삽하게 생긴 웨이터 앞에 돈뭉치를 흔들며 말을 했다. 웨이터는 돈에 눈을 고정시키고 갈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털보형님은 버드와이저만 마시는데······ 이것 가지고 가면 전 맞아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네가 잘 해야지······. 그래서 돈 주는 것 아니냐?”

나는 주머니에서 한 뭉치의 돈을 더 꺼내서 웨이터 앞에 흔들었다. 웨이터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돈과 내가 건넨 병을 가져 갔다.

예정대로라면 앞으로 한 시간 정도 지나면 털보가 이곳을 방문할 것이다. 털보는 이곳에 와서 그의 사촌 여동생을 만나 버드와이저 맥주 딱 한 병만 먹고 간다고 하였다. 아마도 사촌 여동생에게 이곳을 맡기고 돌봐주는 듯 했다.

단란주점은 입구 바로 앞에 카운터가 있고 비교적 커다란 중앙 홀이 있었고 홀 한 구석엔 밴드 팀이 있어 손님을 위해 가라오케를 연주하거나 손님이 없으면 경음악을 잔잔하게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홀 외곽으로 룸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룸살롱처럼 운영되기도 하였다.

우리는 홀이 잘 보이는 룸에서 양주와 맥주를 시켜 놓고, 키가 큰 눈탱이는 보통 사람은 볼 수 없는 불투명 처리를 한 유리 위로 홀을 살피고 있었다.

“눈탱아 홀은 잘 보이냐?”

“예, 잘 보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대답을 하던 눈탱이가 갑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그와 동시에 노크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고 늘씬한 키에 커다랗게 웨이브를 준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 올리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미스윤이예요. 오빠들 여긴 처음이죠?”

“와따! 천사가 어딨었나 했더니 바로 여기에 있었구먼!!!”

소부가 눈을 크게 뜨며 여자를 반긴다. 그러자 미스윤은 소부 옆으로 가서 앉더니 맥주 한잔을 따라준다.

“호호 이 오빠 재미있네! 여기에 저보다 더 예쁜 애들도 많으니 애들이랑 같이 놀아요! 불러 올까요?”

“흐흐 당연히 같이 놀아야지! 불알 달린 놈들이 아가씨 없이 논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 하지만 지금은 사업 이야기 해야 하니까, 그거 끝나면 부를 테니 미스윤은 어디 가지 말고 이따 이리로 들어 오드라고 오늘은 미스윤과 인연을 쌓아 볼 테니 알았재? 으잉”

소부는 미스윤을 재치 있게 돌려 보내고 눈탱이는 계속 홀을 주시하였다. 오늘따라 비가 와서 그런지 털보의 방문이 늦어지고 있었다. 초조하게 시간을 보며 기다리길 30여분······

“떴습니다.”

눈탱이는 나지막하게 말을 하며 벽 쪽으로 착 붙어 계속 홀을 주시하였다.

“두 시 방향 등 돌리고 앉았습니다. 거리는 대략 7m 문을 나서면 테이블 세 개 뒤에 있습니다.”

나는 화장실을 가는 척 홀을 나와 화장실 방향으로 걸어가며 털보를 살펴 보았다. 털보는 혼자 온 듯 출입구와 입구 쪽에는 수상한 사람은 없어 보였다. 털보는 짧은 원피스를 입은 예쁘게 생긴 여인과 마주 앉아 때론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때 얍삽하게 생긴 웨이터가 쟁반에 내가 준 밀러 맥주를 들고 털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나하고 눈을 마주친 웨이터는 긴장한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나는 웨이터를 향해 찡긋 한쪽 눈을 감았다 떠주고 웃어 주었다. 다행히 털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웨이터가 갖다 준 맥주를 따라 유리잔에 붓고 있었다. 한 모금을 마신 후 병을 집어 이리저리 살피더니 그 자리에 내려 놓고 아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준비하고 있고 윤발에게 준비하라 해라!”

시계를 보며 시간을 체크하던 나는 때가 됨을 알렸고 소부가 재빨리 일어나 카운터로 가서 전화를 한다. 윤발에게 준비하라고 삐삐를 보내고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

“털보가 토합니다.”

눈탱이가 밖을 보다 말했다.

“나가자!”

우리는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탈보가 있던 곳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털보가 갑자기 심하게 토하자 같이 있던 아가씨가 치울 것을 찾아 어디론가 가고 털보는 테이블을 잡고 일어서려고 하였지만 힘이 풀린 듯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형님! 많이 드셨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소부와 눈탱이가 큰 소리로 말하며 털보의 양쪽 옆구리를 잡고 부축하며 입구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였다. 잠깐의 소동에 깜짝 놀란 밴드가 연주를 멈출 듯 하다가 우리가 나타나 털보를 부축하자 다시 음악을 이어나갔다.

윤발이는 어느새 승합자를 단란주점 입구에 막아 놓고 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라 아무도 우리가 승합차에 타는 걸 보지 못했다.

털보를 승합차 뒷좌석에 실어 놓고 차는 유유히 화양리 집장촌을 벗어나 강북도로를 달렸다.

“털보의 상태는 어떠냐?”

소부는 뒷자리에 널 부러져 있는 털보의 상태를 살폈다.

“숨은 붙어 있는데 깜빡깜빡 합니다. 이거 차 안에서 송장 치르는 거 아입니꺼?”

“숨이 붙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의학적으로 2시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야”

순간 그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희는 약학과를 다니고 있었고 졸업 후 개인 약국을 차리고 싶어했다. 어느 날 내가 그녀의 전공 서적을 잠깐 본적이 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로 가득 찬 책이었다. 당연히 관심이 있을 리 없었지만 ‘자연독성물질’편을 보고 다희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와따! 행님은 천재요! 천재! 우째 그런 생각을 했을까나···?”

“그러게 말입니다. 복어 먹으러 갈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정말 이번 작전은 아주 깔끔했습니다. 이 생활 3년 만에 일을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 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 암튼 행님은 천재요!”

뒷자리에 탄 소부와 눈탱이는 둘이 주거니 받거니 칭찬을 늘어 놓았다.

“마무리까지 확실히 한다! 그때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마라!”

차는 동두천을 지나 한탄강 쪽으로 올라 가고 있었다. 비가 오는 화요일 밤이라 도로는 한적했고 검문도 없었다. 어느덧 우리의 차는 고탄교라고 써져 있는 그리 크지 않은 다리 한가운데 있었다.

“털보는 어떠냐?”

“아직 숨이 붙어 있는지 까딱까딱하네요.”

나는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약병을 꺼내 건넸다.

“이걸 먹여라!”

소부는 뒷자리로 옮겨 털보를 흔들며 깨웠다.

“행님! 행님! 정신차려 보이소! 이걸 마시면 되니 이거 한 모금만 합시다!”

털보는 비몽사몽에 눈을 뜨려고 애썼지만 눈을 뜨다가 다시 감아 버렸다. 그리고 입을 조그맣게 말아 벌렸다.

소부는 약병의 뚜껑을 따서 털보의 입 속에 박아 버렸다.

주변을 둘러 보니 불빛도 보이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량도 없었다. 우린 신속하게 장갑을 끼고 털보를 다리 밑으로 던졌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물속으로 떨어졌으니 아마도 익사로 처리될 것이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 물에 떨어지면 폐에 물이 고이지 않기 때문에 타살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폐나 기타 장기에 물이 고여 있으면 대부분 익사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끝까지 털보의 목숨을 붙여 놓았고 마지막에 치사량의 10배가 넘는 복어 독을 한꺼번에 먹이고 물에 빠트렸으니 혹시 물에서 살아남더라도 독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의 첫 번째 임무는 그렇게 끝났다.

“수고했네. 회장님께서 아주 만족해 하시네. 그리고 이건 회장님이 주시는 금일봉일세”

예상했던 대로 며칠 후 한탄강 하구에서 쌕쌕이파 조직원의 이인자가 익사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뜨자 이부장이 나를 찾아와 오야붕의 말을 전하였다.

나는 그날 밤 조원들을 불러 금일봉을 까고 똑 같은 액수로 나눴다.

“아이참! 회장님이 주신 금일봉은 행님이 다 드셔도 되는데······”

소부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입이 함지박만하게 찢어지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흐흐 그러게 말입니다. 행님 이렇게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흐흐”

“감사합니다. 행님!”

윤발이도 눈탱이도 다들 기뻐하자 내 마음도 기뻤다.

회장이 준 금일봉은 일억이었다. 그걸 2,500만원씩 나눠 갖고 오늘 하루 푹 쉬라고 전하며 나도 모처럼 다희를 보기 위해 집으로 갔고 뜨거운 밤을 보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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