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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신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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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경신인
작품등록일 :
2021.05.12 16:48
최근연재일 :
2021.07.06 15:0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4,153
추천수 :
328
글자수 :
207,292

작성
21.05.18 16:10
조회
425
추천
10
글자
9쪽

김다희를 만나다 - 2

DUMMY

어린 여자가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나는 그녀가 어떤 역경 속에서 살았을지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그날 이후 다희는 내 인생의 촛불 같은 존재가 되었고, 다희가 일이 없는 날엔 그녀 학교 앞에서 만나 밤새도록 쏘다녔다.

매일 그녀를 생각하며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이런 기분을 평생 느껴 보진 못한 나는 지금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희를 만나서 물어 보았다.

“다희, 이제 일 그만 두고 나랑 같이 살자!”

다희는 느닷없는 나의 말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가만히 지켜 보았는데 고개 숙인 그녀의 뺨 사이로 눈물이 방울 방울 떨어졌다. 난 한동안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만 보았다. 여자의 눈물을 보지 못했던 나이기에 그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다희가 눈을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어”

“왜? 왜 안 되는데?”

조바심이 난 나는 다희를 다그쳤다.

“지금은 말 할 수 없어”

“왜? 내가 싫어서 그런 거야?”

“아냐! 그게 아니라고······.”

“그럼 왜 그러는데?”

다그치는 내게 그녀는 한 동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을 했다.

“20대 초반의 여자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서울에서 살아가기가 쉬운 줄 알아?”

다희의 말에 난 잠자코 그녀만 바라보았다. 당연히 안다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이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내가 벌여 놓은 일들을 마무리하면 그때 같이 살자!”

“벌여 놓은 일이라니? 무슨 일?”

다희는 내가 집요하게 묻자 지금은 말 할 수 없는 일들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서울에 올라와서 대학생활도 해야 하고 살 곳도 마련해야 하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세상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리 저리 수소문한 결과 빠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거기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천만 원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그런 돈을 빌릴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 돈으로 학교 앞에 조그마한 전세집도 얻고 학비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세계로 발을 들여 놓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생활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4년만 고생하자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한 지 6개월도 안되어서 갚아야 할 원금이 천오백만 원이 되었다. 돈 안 쓰고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자꾸 원금이 불어나고 있었다. 보도방 놈들의 농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했다.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이란 게 빌린 돈을 갚고 보도방과의 계약 건을 깨끗이 지우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에 나하고 같이 살게 되면 그런 일 때문에 자기의 안 좋은 면을 보여 줄까 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여자는 없어······”

다희의 말을 듣다가 갑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다희의 입에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그렇게 감동적으로 다가 올 줄은 몰랐다.

“걱정 마! 그런 일이라면 내가 해결해 줄게! 그 정도도 못해주면 그게 남자친구가? 걱정 마라! 내가 다 해결 해 줄게!”

기분이 좋아진 나는 조달구 흉내를 내며 다희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일년 육 개월 정도 살던 좁은 달동네를 나온 것은 몇 달 전이었다. 마로니에 클럽 건으로 도끼의 신임을 얻은 나는 도끼가 알선해준 작은 오피스텔로 옮길 수 있었고, 조직에서도 꼬박 월급 같은 것이 내게 지급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돈도 조금 갖고 있었다. 돈을 특별히 쓸 일이 없는 나는 모든 돈을 통장에 고스란히 집어 넣고 있었다.

다희는 나의 자신에 찬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정말 괜찮겠어?”

“걱정하지 말래도! 내일 당장 우리 집으로 들어와라!”

*

“거기 알아봤어?”

“그게 말이야.. 좀 복잡하더라”

내 말에 쫄보가 대답했다. 나는 다희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쫄보에게 보도방에 관련한 일을 알아 보라고 부탁했었다.

“보도방 애들이 명동 빽구두 밑에 있더라고. 빽구두 알지? 쌍권총형님 밑에 있는 애들인데 꽤나 잘 살펴주는 것 같더라고”

“그래? 그럼 어쩌지?”

“깔치 형님하고 쌍권총 형님이 오야붕의 양팔인데 건드리면 안 좋을 것 같다. 그냥 깔치 형님에게 부탁해서 잘 말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두 분이 사이가 별로 안 좋다는 말이 있긴 한데 그래도 잘 말씀 드리면 되지 않을까?”

쫄보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그래 알았어.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위치나 알려 줘”

그날 저녁 난 보도방으로 찾아갔다. 검은색 전화기 서너 대가 설치 되어 있는 책상과 그 앞에 검은색 소파가 마주 보고 있었다. 전화기는 쉴새 없이 울려대고 있었고 책상에 한 남자, 그리고 소파에 두 명의 덩치가 앉아 있었다.

“뭐야?”

갑작스런 나의 방문에 소파에 앉아 있던 두 명의 덩치가 스프링처럼 일어나며 날카롭게 나를 주시하였다.

“여기 오야가 누구냐?”

“이 새끼가 겁도 없이 누굴 찾아?”

오른쪽에 있던 사각 턱을 가진 덩치가 쏜 살 같이 주먹을 휘두른다. 나는 살짝 무릎을 구부려서 주먹을 피한 후 바로 오른쪽 주먹으로 그자의 목과 턱을 잇는 곳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억!”

그자는 그대로 소파 위로 자빠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아마도 당분간 숨쉬기가 힘들 것이다.

“뭐야 썅!”

왼쪽에 있는 덩치가 재빠르게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며 휘둘러 온다. 하지만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으로 봐서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적당히 한두 번 피하다 돌려차기로 그자의 안면을 강타하였다.

“헉”

크게 호선을 그리며 소파로 떨어졌지만 정신을 잃은 듯 해 보였다.

“그만!”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사내가 막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누군데 남 사무실에 들어와서 행패냐?”

“당신이 여기 오야요?”

그 사내는 침착해 보였다. 앉은 자세에서 한치의 변화도 없이 조용히 탁자 위에 있던 담배를 찾아 물고는 불을 붙였다. 허공에 길게 숨을 내 뱉는다.

“그렇소만, 내가 여기 오야요. 근데 누구시더라.. 뵌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딴 건 필요 없고 김다희라고 알지?”

“아! 김다희······ 알고 있소만 무슨 일 때문에 그렇소?”

“당장 계약서 가져와! 1,500 만원 빚진 걸로 알고 있다. 여기 2,000만원 있으니 당장 계약서 가져와!”

나는 주머니에서 천만 원씩 두 뭉치를 꺼내 그 사내에게 던져 주며 말했다.

“음.. 그건 좀 곤란한데······”

그 사내는 돈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내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어제까지는 분명 천오백 만원이었지만 오늘 부로 일억이 되었거든······”

“뭐라고? 지금 장난하냐?”

“후후 장난이라니 난 장사를 하는 것뿐이야! 김다희 그녀라면 일억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안 그런가? 그것 땜에 그대가 찾아 온 것일 테고······”

역시 이 바닥에서 굴러 먹은 놈이라 한 순간에 사태를 파악한 모양이다.

“싸고 앉았네······ 당장 계약서나 가져와!”

“그건 좀 곤란하다니까······. 뭐 필요하다면 협상을 하도록 하지! 일단 여기 좀 앉으시지 그러시오. 내 올려다 보려니 목이 아파서 말이야······ 하하하 애들아 손님 오셨는데 커피라도 한잔 내오너라!”

어느새 정신 차린 둘은 나를 노려 보며 마지못해 움직였다.

“걱정 마시오. 허튼 짓은 안 할 테니 일단 좀 앉으시오.”

그 사내는 소파에 오더니 털썩 앉는다. 그리고 반대편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반대편 소파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협상이라니? 무슨 협상을 말하시오?”

“김다희 그녀에게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돈을 빌려줬고 그녀도 우리의 조건에 합의하여 도장까지 찍었으니 그것을 그냥 물리자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이오.”

“뭔 소리야? 알기 쉽게 말해? 난 분명 1,500만원 빚진 걸로 알고 있고 그 이자까지 계산해서 2,000만원 들고 왔으니 충분한 것 아닌가?”

“일반적인 셈법이라면 차고 넘치지 하지만 여긴 일반시장이 아니거든! 여기 셈법은 내가 정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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