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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신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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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경신인
작품등록일 :
2021.05.12 16:48
최근연재일 :
2021.07.06 15:0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4,147
추천수 :
328
글자수 :
207,292

작성
21.05.17 17:16
조회
467
추천
9
글자
9쪽

김다희를 만나다

DUMMY

“움직이지 말드라고.. 자칫 움직이면 손목아지 나가니께···”

도끼는 날 선 도끼를 천천히 올리며 주의를 주었다.

털랭이는 식은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깔치를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깔치형님! 생각났소. 생각 났단 말이오! 잠시 좀 멈춰..”

털랭이가 필사적으로 말했지만 도끼는 그대로 손을 내렸다.

“악!”

순간 털랭이의 잘린 새끼 손가락이 탁자 한가운데로 튀어 나가고 잠시 뒤에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생각이 났다고···? 좀 진작 말하지 그랬냐···? 그러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깔치는 담배를 입에 물고 천천히 털랭이에게 다가가서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주었다. 털랭이는 손수건으로 잘린 부위를 누르며 공포스런 눈으로 깔치를 쳐다 보았다.

“수유리 애들 짓이오. 수유리 뉴욕 클럽 애들 짓이란 말이오. 만두파 애들 짓이오!”

“음··· 그랬단 말이지! 흐흐 변두리에 있는 새끼들이 겁대가리를 상실했군!”

“만두파는 최근 들어 가입한 곳인데 오야붕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던 모양이오.”

털랭이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술술 불었다.

털랭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깔치는 거기 남아 있던 쌕쌕이파 조직원을 보며 말했다.

“자 갈 놈들은 가라! 하지만 한가지 명심해라! 우리를 치는 놈들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박살 낸 다는 것을······ 알것냐?”

털랭이의 손가락이 잘린 것을 눈 앞에서 지켜본 그들은 아무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고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때 털랭이가 깔치를 보며 말했다.

“깔치 형님! 이제 저나 재들은 조직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가 봤자 배신자라고 낙인 찍혀 병신이 될게 뻔한데.. 형님! 차라리 우리를 거둬 주십시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나머지 조직원들도 무릎을 끓으며 크게 외쳤다.

“하.. 자식들..”

깔치는 갑작스런 쌕쌕이파 조직원들의 말에 할 말을 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바닥에 한번 배신한 놈은 다시는 그 조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걸 잘 아는 그라 그들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깔치는 몽키를 보며 말했다.

“몽키야! 이놈들 관리 할 수 있겠냐?”

“예 형님! 맡겨만 주십시오.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니가 맡아서 잘 해 봐라!”

“감사합니다. 형님!”

그날 첫 출정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첫 출정을 마친 며칠 후 조달구가 찾아왔다. 조달구는 몽키랑 마로니에 클럽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시간을 내서 왔다고 했다.

“자! 마셔!”

조달구는 술잔에 맥주와 양주를 섞은 폭탄주를 만들어 우리에게 주며 말했다.

“이게 폭탄주여! 폭탄주! 몇 잔 마시면 핑 간다 아이가! 그래서 이름이 폭탄주여! 맛도 좋지~~ 하하”

“달구지! 그런데 이렇게 좋은 데서 술 마셔도 되냐? 심장이 벌렁거려 못 마시겠다.”

조달구의 술 재촉에 쫄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했다.

“쫄보야 우리가 누구냐? 대 오모리파 아니냐! 여기 명동은 다 우리거란 말이재! 그러니 걱정이랑은 니 빤스에 집어 넣고 오늘 제대로 마셔 보자고! 건배!”

난생 처음 룸살롱이란 곳을 들어와본 나나 쫄보는 화려한 시설과 처음 보는 과일로 만든 안주 그리고 비싸다는 양주와 난생처음 보는 외국 맥주가 쌓여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엉거주춤 앉아 있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조달구는 폭탄주를 만들어 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내가 뭐라 그랬어? 내가 함 쏜다 안 했냐? 이 조달구 약속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키는 사내라! 으잉! 맞제? 으잉?”

“그래 맞다! 그나저나 이 술 맛있네!”

쫄보는 폭탄주 한잔을 마시며 조달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라지? 맛있제? 하무요 이게 맛없음 안되지! 하하 쌩쌩이 너도 한잔 쭈욱 해라 마!”

우리끼리 이런저런 대화와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퍼뜩 들어온나!”

문이 열리고 야한 옷과 진한 화장을 한 아기씨들이 주루룩 룸으로 들어온다.

조달구는 벌떡 일어나 아가씨들을 한 차례 쭉 흩어 보더니 옆에서 기다리던 웨이터에게 다가가더니 느닷없이 귀싸대기를 올렸다.

“씨발 놈! 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냐? 오늘 제대로 된 애들 보내라고!”

“형님! 죄송합니다. 다시 오겠습니다.”

웨이터는 황급히 여인들을 룸에서 몰고 나갔다. 문이 닫히고 조달구가 자리에 앉았다.

“왜? 애들 괜찮던데······”

쫄보가 아쉽다는 듯 입술을 할 짝이며 말했다.

“흐흐 이런 데선 이렇게 선빵을 놔야 수질이 올라가는 벱이여.. 흐흐 다 행님들한테 배운거제···”

몇 잔의 술을 마시고 다시 문이 열리며 아가씨들이 우르르 몰려 온다. 한눈에 봐도 모두 다 눈이 번쩍 뜨일 미인들이다. 각자 맘에 드는 파트너를 고르고 조달구는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몇 개를 집어 웨이터에게 수고했다고 준다. 몇 만원을 손에 쥔 웨이터는 언제 맞았냐는 듯 구십 도로 몸을 숙여 인사하고 연신 헤벌쩍하며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만 달라고 하며 나간다.

“야 이년들아! 서방님들께 한잔씩들 얼른 따라봐라!”

조달구는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으며 특유의 말솜씨로 좌중을 웃겼다.

그날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음날 눈을 뜬 곳은 내 방이 아닌 아주 낯선 곳이었고 내 옆에는 어젯밤 파트너가 실오라기 하나 거치지 않은 모습으로 곤하게 자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아무래도 해장이 필요 할 듯 하다. 조용히 옷을 입고 방문을 나서려는데 소리가 들렸다.

“벌써 가시게요?”

언제 일어났는지 어젯밤 파트너는 침대에 앉아 얇은 이불로 가슴을 가린 채 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어..음.. 뭐 해장이나 하려고······”

“그럼 같이 가요? 저도 해장 하고 싶네요. 괜찮아요?”

“흠··· 뭐 맘대로 해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얼른 씻고 나올게요.”

여인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와 뽀얀 속살을 보이며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이제 막 떠오른 햇빛이 어두컴컴한 방안을 비추었다. 하얀색 얇은 커튼이 쳐진 창문너머로 쏟아지는 빛 사이를 헤치고 간 듯한 그녀의 모습은 오랫동안 내 눈 속에 잔상으로 남았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그리고 그녀가 막 지나간 그 공간에 뿜어 본다.

“이런 거 괜찮아요?”

“이게 뭐 어땠어요? 전 선지해장국 좋아해요!”

그녀는 펄펄 끓는 뚝배기에 담긴 선짓국에 수저를 넣고 살포시 국물을 떠서 한두 번 불더니 입에 넣는다.

“시원하네요! 어서 드셔보세요.”

“아! 네······”

나도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뜨거운 국밥을 밀어 넣었다. 뜨거운 국밥이 식도를 지나 쓰린 위장에 도착하여 밤새 시달린 속을 달래준다.

어젯밤에는 진한 화장기로 인해 잘 몰랐는데, 아침에 보니 앳된 얼굴에 화장도 안 한 수수한 모습이지만 예뻤다. 열심히 국밥을 먹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저.. 이름이 뭐예요?”

“아! 네.. 저 강철민입니다.”

“제 이름 기억나세요?”

“아.. 샤.. 샤론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훗.. 그건 일할 때 이름이고.. 제 본명은 김다희예요”

“김다희.. 네 알겠습니다. 확실히 기억하도록 하죠”

“호호.. 커피 한잔 하실래요. 국밥은 얻어 먹었으니 커피는 제가 살게요.”

이른 아침 문을 연 카페는 없기에 우린 돌고 돌아 남산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두 잔의 커피를 뽑아 근처 벤치에 앉았다.

“고향이 어디세요?”

“전 고향이 어딘지 몰라요. 부모도 모르고..”

“어머! 이런 죄송해요.”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보육원에서 자라서······”

정말 난생 처음으로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들을 어제 처음 본 그것도 술집 아가씨에게 술술 털어 놓고 있었다. 내 자신이 이렇게 말 많은 놈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다희는 내 이야기를 때론 놀라며 때론 슬퍼하며 차분히 들어주었다. 다희에게 내 속에 있는 말을 다 토해서인지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다희 또한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려서 부산에 살았으며 아빠는 뱃사람이었다고 했고 폭풍이 치던 어느 날 다시는 돌아 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때가 그녀 나이 5살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그 이후로 홀 어머니 밑에서 크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어머니가 재혼하고 그 길로 서울로 올라 왔다고 했다. 그때가 1년 전이었다. 현재 그녀는 이 근처에 있는 여대를 다니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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