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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신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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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경신인
작품등록일 :
2021.05.12 16:48
최근연재일 :
2021.07.06 15:0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4,106
추천수 :
328
글자수 :
207,292

작성
21.05.12 17:11
조회
955
추천
24
글자
7쪽

내 이름은 강철민

DUMMY

“나는 쓰레기다!"

나이 27, 이름 강철민. 이게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전부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부터 내겐 엄마, 아빠가 없었다. 대신 원장님, 그리고 삑새– 보육원 학습지도 선생, 우린 그를 그렇게 불렀다. -가 있었을 뿐이고, 그들도 내게 그리 큰 관심은 없었다. 보육원은 그저 내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주는 곳이었을 뿐이었다.

18살이면 법적으로 보육원에서 더 이상 생활 할 수 없기에 아무 미련 없이 그렇다고 어떤 계획이 있던 것도 아닌 상태로 그냥 나왔다. 보육원에서 나온 첫날, 밤이 주는 자유를 누리려는 것처럼 밤새도록 싸 돌아다녔다. 어깨에 멜 정도의 작은 슬링백 하나가 나의 전부였다. 또한 내 인생처럼 그 가방 안에도 별다른 게 없었다. 퇴원할 때 보육원 원장님이 처음으로 내게 건넨 하얀 봉투와 그리고 18년 동안 살아온 마치 가족 같은 형제자매들이 십시일반 마련해 준 그리 많지 않은 돈 – 그들에겐 큰 돈이었다 – 그리고 살면서 가끔 끄적이던 노트가 전부였다. 한적한 공원벤치에 앉아 원장님이 주신 봉투를 열어 보았더니 프린터로 인쇄한 늘 그런 형식적인 편지와 어린 내게는 제법 큰 돈인 5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이리저리 합쳐보니 80만원 가까운 돈이 내게 있었다. 처음으로 가져본 가장 큰 돈이었다.

날이 밝아 오니, 일단 내 거처를 생각해야 했다. 그냥 마냥 밖에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돈 벌이도 생각해야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언젠간 형들에게 들었던 달동네가 생각이 났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차도 못 올라가는 가파른 곳에 슬레이트와 구멍이 뻥뻥 뚫린 벽돌로 얼기설기 쌓아 놓은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 가 보니 일세 - 매일 세를 내야 했다 -를 받는 방이 제법 있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보증금 없이 하루 2천원...

방이라곤 딱 한 사람 누울 공간 밖에 없고 화장실과 세면대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내 생애 처음으로 나 만의 방이 생겼다. 그렇다고 기뻐할 수만 없었다. 한 달에 방값만 6만원, 먹고 좀 쓰고 하면 내가 가진 것으로는 몇 달 못 버틸 것이다. 일을 찾아야 했다.

며칠을 여기저기 쏘다니며 일자릴 찾았으나, 어리고 경험도 없는 내겐 꿈같은 일이 되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일을 찾아 쏘다니다 저녁 어스름 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눈에 띈 구인광고를 보고 무작정 문을 두들겼다.

주인은 아니, 사장님은 안경 넘어 나를 이리저리 살펴 보더니 어렵게 그럼 일주일 정도 일해 보라며 허락했다. 그곳은 반 자동으로 철판을 가공해서 납품하는 곳이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철판을 나르는 일을 했다. 나름 요령도 피지 않고 열심히 하니 사장이 계속 일하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철판을 프레스에 찍는 일을 하는 놈이 졸면서 일하다 팔뚝을 넣고 기계를 작동시키려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몸을 날려 간신히 날이 떨어지기 전에 쳐낼 수 있었다. 그렇게 쫄보-실제 이름은 김남수다-를 만났고 그 이후로 쫄보는 나를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며 따랐다. 나이는 20살이지만 우린 친구가 되었다. 처음으로 난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쫄보는 여기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손가락 한두 개 잃는 것은 액댐으로 치며 팔뚝을 잃는 사람도 부지기수라 했다. 하루 종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니 자신도 모르게 졸게 되면서 생기는 일이라 했다. 어찌됐든 쫄보와 난 몇 달새 제법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이 인부들 전체를 모아 놓고 거나하게 삼겹살을 구웠다. 쫄보도 여기서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한참 술이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사장이 나서서 한마디 했다. 이곳이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이 되어 다음주에는 공장도 문을 닫는다 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될줄 알았다는 듯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렇게 쫄보와 난 직장을 잃었다.

"씨발! 이제 뭐하냐?"

쫄보가 입에 병나발을 불다 내려놓으며 말한다.

" 찾아봐야지..."

나도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아 상투적인 말을 했다.

"월급이 좇같아도 그래도 일터가 있었는데... 씨발! 이제 뭐하지...?"


공장이 문을 닫고 일주일 정도 나는 쉬면서 무엇을 할지 생각을 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러던 그날 밤 쫄보가 찾아왔다.

"야! 쌩쌩아 너 나이트클럽에서 일해 볼래?"

쌩쌩이는 내 별명이다. 제법 몸을 빠릿빠릿 하게 움직인다고 붙여준 별명이다.

"나이트클럽?"

"그래, 클럽에서 삐끼 찾더라"

"삐끼? 그게 뭔데"

"야! 새꺄 삐끼도 몰라?"

"그래 몰라 새꺄!"

"거 왜 있잖여... 클럽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자기 클럽 들어오라고 하는 애들... 어, 갸들이 삐끼여... 내가 아는 형님이 있는데 클럽에서 일하거든 그 형이 사람을 찾는다고 하더라..."

명동근처에 있는 클럽에 처음 간 날 - 면접 보러 간 날 - 날카로운 눈매에 왼쪽 광대에서 귀밋까지 길게 상처가 있어 더욱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사람이 우리들 위아래를 한참 훑어 보더니 옆에 있던 사람에게 말한다.

"도끼야! 이 새끼들 데리고 가서 옷 좀 맞춰줘라!"

그러면서 지갑에서 10만원을 꺼내 준다.

우리는 그렇게 나이트클럽에서 삐끼로 일을 시작했다. 낮에는 클럽 주변 동네를 누비며 전단이나 명함을 뿌렸고 해가 지면 클럽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했다. 초록색 상의 자켓을 입은 나는 제법 호객행위를 잘해서 웨이터로부터 제법 많은 팁을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나이트클럽은 서울에서 제법 큰 세력을 가진 오모리파가 관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 당시 전국구파가 5개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오모리파였다. 강남에 힐탑파, 명동과 종로에 오모리파, 강북에 쌕쌕이파, 부산과 경상도를 대표해서 자갈치파, 전라도와 광주를 대표해서 은석파가 있었다. 전국구파 밑에 각 지역별 소규모 파들이 있었다. 오모리파는 관리하는 지역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소위 말해서 몫이 좋은 곳으로 수입이 젤 좋았다. 그래서 주변의 여러 파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삐끼로 열심히 지나가는 여인들에게 그렇게 진하지 않은 음담패설을 하며 호객행위를 하였다. 나의 음담패설에 반응을 하는 여인들은 열에 일곱은 우리 클럽에 발을 들여 놓았다. 나의 실적은 그렇게 쌓이고 있었다.

그날도 그랬다. 평상시처럼 몸매 잘 빠지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한 여인을 쫓아가며 열심히 그녀를 웃기려 따라다니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 쫄보가 달려오며 나를 불렀다.

"왜 새꺄? 아 씨발 거의 다 됐는데... 왜 불러?"

"쌩쌩아! 도끼 형님이 빨리 오란다"

"아, 씨발 왜에~~~?"

"몰라! 암튼 지금 빨리 홀로 모이래!"

숨이 턱 끝까지 차서 내게 달려온 쫄보는 내 손을 잡고 클럽 쪽으로 달렸다. 영문도 모른 채 나도 덩달아 "씨발"을 연달아 뱉으며 클럽으로 달려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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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마지막 임무 +5 21.07.06 236 7 16쪽
47 밝혀지는 음모 - 3 +1 21.07.05 182 6 10쪽
46 밝혀지는 음모 - 2 +1 21.07.02 178 6 12쪽
45 밝혀지는 음모 +1 21.07.01 184 5 9쪽
44 문회장의 죽음 - 2 +1 21.06.30 184 7 8쪽
43 문회장의 죽음 +1 21.06.29 242 6 10쪽
42 문회장 피격 당하다 +1 21.06.28 194 7 9쪽
41 여우사냥 - 2 +1 21.06.25 179 6 8쪽
40 여우사냥 +1 21.06.24 196 6 9쪽
39 재개발지역 +1 21.06.23 196 7 9쪽
38 프로포즈 +1 21.06.22 200 6 9쪽
37 세기의 날치기 사건 +1 21.06.21 205 5 9쪽
36 어느 조합장의 죽음 +1 21.06.20 218 8 18쪽
35 수련 +1 21.06.19 228 6 11쪽
34 숨은 꿩 찾기 - 3 +1 21.06.19 216 5 16쪽
33 숨은 꿩 찾기 - 2 +3 21.06.18 218 4 11쪽
32 숨은 꿩 찾기 +1 21.06.18 219 5 10쪽
31 미인계 - 2 +1 21.06.17 227 4 9쪽
30 미인계 +1 21.06.17 241 4 12쪽
29 후보 제거 +1 21.06.16 232 4 9쪽
28 파견 +1 21.06.15 252 6 11쪽
27 다희의 위기 - 2 +1 21.06.14 262 5 13쪽
26 다희의 위기 +1 21.06.14 257 6 10쪽
25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 3 +1 21.06.11 242 5 14쪽
24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 2 +1 21.06.11 255 4 7쪽
23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1 21.06.10 266 4 9쪽
22 일본출장 - 6 +3 21.06.09 283 6 9쪽
21 일본출장 - 5 +1 21.06.08 275 6 9쪽
20 일본출장 - 4 +1 21.06.07 27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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